검색
2007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7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4)도산법

김형두 부장판사 (춘천지법 강릉지원장)

I. 머리말

2007년은 1997년 말 온 나라를 휘청거리게 했던 IMF경제위기로부터 10년이 되는 해였다. IMF 경제위기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제주체들은 도산제도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이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벌써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의 도산법 실무는 서서히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는 느낌이다. 그만큼 2007년에는 의미있는 도산법 분야 판결들이 많았다. 지면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대법원 판결 중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간략한 해설을 덧붙이고자 한다.

II. 회생절차 관련

1. 주권상장법인이 회사정리절차의 개시신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상장폐지결정을 하도록 정한 구 유가증권상장규정의 상장폐지조항의 효력(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다1753 판결)

가. 요지

회사정리절차의 개시신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업의 구체적인 재무상태나 회생가능성 등을 전혀 심사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상장폐지결정을 하도록 한 구 유가증권상장규정(2003. 1. 1. 시행)의 상장폐지규정은, 그 규정으로 달성하려는 ‘부실기업의 조기퇴출과 이를 통한 주식시장의 거래안정 및 투자자 보호’라는 목적과 위 조항에 따라 상장폐지 될 경우 그 상장법인과 기존 주주들이 상실할 이익을 비교할 때 비례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나고, 또한 구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른 공동관리절차를 선택한 기업에 비해 차별하는 것에 합리적인 근거를 발견할 수 없어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나 정의관념에 반한다. 아울러 위 상장폐지규정은 회사정리절차를 선택할 경우에 과도한 불이익을 가해서 구 회사정리법에 기한 회생의 기회를 현저하게 제한하고 회사정리절차를 통해 조기에 부실을 종료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사실상 구 회사정리법상 보장된 회사정리절차를 밟을 권리를 현저히 제약하는 것이어서, 부실이 심화되기 전에 조기에 회사를 정상화하도록 하려는 구 회사정리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 따라서 위 상장폐지규정은 무효이다.

나. 위 판결의 의미

회사정리절차의 개시신청을 하면 상장을 폐지한다는 구 유가증권상장규정의 상장폐지조항은 상장법인으로 하여금 회사정리절차 이용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었다. 위 규정으로 인하여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장회사들이 회사정리절차를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할 수 없어서 부실이 심화되거나 장기화되어 회사정리절차를 통한 정상화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폐단이 심화되고 있었다. 또한 위 상장폐지조항은 회사정리절차를 선택한 기업만을 곧바로 상장폐지 하도록 하고 있어서 구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공동관리절차를 선택한 기업에 비해 차별하고 있는데 그러한 차별에 다른 합리적인 근거를 발견할 수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 판결은 위와 같은 폐단을 시정한 매우 뜻깊은 판례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의2가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회생절차·파산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 중에 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의 제한 또는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 한다”고 규정해 차별적 취급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판결은 위 법률조항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우리나라는 파산자에 대한 법적·사회적 불이익이 많은 국가에 속하는데, 앞으로 위 법률조항의 취지에 따라 그러한 불이익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2. 생명보험계약의 약관에 기한 대출금의 법적 성격과 구 회사정리법상의 상계제한 규정의 적용 여부(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5다15598 전원합의체 판결)

가. 요지

(1) 다수의견

(가) 생명보험계약의 약관에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의 해약환급금의 범위 내에서 보험회사가 정한 방법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대출이 된 경우에 보험계약자는 그 대출 원리금을 언제든지 상환할 수 있으며, 만약 상환하지 아니한 동안에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위 대출 원리금을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만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다면, 그와 같은 약관에 따른 대출계약은 약관상의 의무의 이행으로 행해지는 것으로서 보험계약과 별개의 독립된 계약이 아니라 보험계약과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계약이라고 보아야 하고, 보험약관대출금의 경제적 실질은 보험회사가 장차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을 미리 지급하는 선급금과 같은 성격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약관에서 비록 ‘대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이는 일반적인 대출과는 달리 소비대차로서의 법적 성격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에서 대출 원리금을 공제하고 지급한다는 것은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의 선급금의 성격을 가지는 위 대출 원리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을 지급한다는 의미이므로 민법상의 상계와는 성격이 다르다.

(나) 결국 생명보험계약의 해지로 인한 해약환급금과 보험약관대출금 사이에서는 상계의 법리가 적용되지 아니하고, 생명보험회사는 생명보험계약 해지 당시의 보험약관대출 원리금 상당의 선급금을 뺀 나머지 금액에 한하여 해약환급금으로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생명보험계약이 해지되기 전에 보험회사에 관하여 구 회사정리법에 의한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정리채권신고기간이 만료했다고 하더라도 같은 법 제162조 제1항의 상계제한 규정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

(2) 별개의견

(가) 보험약관대출은 ‘보험계약서’ 이외에 별도로 ‘약관대출차용증서’를 작성하면서 ‘대출’이라는 형식을 통해 금전의 소유권을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계약자에게 이전하고, 보험계약자는 이를 ‘상환기일’에 금전으로 반환하되 약정 상환기일까지 ‘이자’를 지급하고 그 상환기일까지 ‘상환’이 지체될 경우에는 ‘연체이자’를 가산해 지급하기로 명시해 약정하고 있으므로, 보험약관대출은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이자 있는 금전소비대차의 일종이라고 할 것이다.

(나) 다만, 보험계약자의 해약환급금 반환채권과 생명보험회사의 대출 원리금 채권 사이의 상계에 관해 구 회사정리법 제162조 제1항의 상계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은 타당하다. 그러나 그 결론은 다수의견과 같이 ‘선급금’이라는 의제적인 개념을 설정해 이끌어낼 것은 아니고, 보험약관대출이 갖는 특수한 법적 성질 및 구 회사정리법 제162조 제1항의 상계시한 규정의 입법 취지에 관한 합리적인 해석을 통해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구 회사정리법 제162조 제1항이 회사정리절차에서 ‘상계의 의사표시’를 ‘채권신고기간 만료 전’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정리채권자·정리담보권자가 정리회사에 대해 가지는 정리채권자·정리담보권자가 및 정리회사가 정리채권자·정리담보권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의 액을 일정시점 이후에는 변경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정리계획의 작성 등을 위한 전제사실을 확정할 공익적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할 것인데, 이러한 공익적 성격을 가진 상계제한 규정의 적용을 당사자 사이의 약정 만에 의하여 회피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나. 이 판결의 의미

보험약관대출의 법적 성격에 관해서는 예로부터 ① 소비대차설, ② 보험금 또는 해약환급금의 일부 선급설, ③ 절충설 등이 주장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다수설은 소비대차설인데, 이 견해는 보험약관대출계약을 보험자에게 해약환급금 등 약관상 채무가 발생한 경우 그 지급금에서 대출원리금을 차감해 지급하기로 약정한 특수한 소비대차로 이해한다. 즉 보험약관대출계약은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과 같은 보험자의 조건부 채무가 구체화·현실화한 경우 그로부터 약관대출원리금을 차감지급하기로 하는 정지조건부 상계예약이 포함된 특수한 소비대차계약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미국, 프랑스의 통설과 일본, 독일, 미국, 프랑스의 판례는 선급설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보험약관대출계약은 보험계약과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계약이고, 보험약관대출금은 보험계약과 보험약관대출계약에 기해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의 선급금으로서 지급되는 금원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이 견해에 의하면, 대출기간중에 보험계약이 해약되면 보험회사는 이미 선급한 대출원리금채권을 공제한 나머지 해약환급금채권만 지급하면 된다.

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보험약관대출의 법적 성격 및 효과에 관하여 우리나라의 다수설과 달리 선급설을 선택했다. 따라서 ‘상계’라고 볼 여지도 없으므로 구 회사정리법 제162조 제1항의 상계제한규정이 적용될 여지도 없다고 본 것이다(보험약관대출의 법적 성격에 관한 지금까지의 논란은 보험약관들이 ‘대출’, ‘이자’ 등 소비대차계약에서나 사용되는 용어를 사용해 왔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는 사용되는 용어를 실질에 맞게 변경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보험약관은 과거에는 약관대출을 ‘대출’, 또는 ‘소비대차’라는 용어로 표현했으나, 학설과 판례가 그 실질은 ‘소비대차’가 아니라 ‘선급’이라고 거듭해 밝히자, 지금은 아예 보험약관을 개정해 ‘대출’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선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보험약관상의 용어를 실질에 맞게 ‘선급’으로 바꿈으로써 실무상의 혼선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 판결은 보험법과 구 회사정리법에 관한 판례이기는 하지만, 파산·면책절차의 상당한 영향이 있다. 생명보험계약에 기한 약관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보험계약자가 파산선고 및 면책결정을 받은 경우에, 소비대차설의 입장을 취하게 되면 약관대출원리금채권은 면책대상채권이 되는 반면에 보험회사는 여전히 보험금 또는 해약환급금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에 파산·면책절차의 실무상 보험회사들이 그 상계를 주장하면서 이의신청을 하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보험회사들이 보험계약자가 파산신청을 하면 면책결정이 나기 전에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해약환급금과 약관대출원리금을 상계처리할 것을 강요하는 폐단이 있었다(그렇게 되면 파산신청인은 생명보험계약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파산자는 생명보험, 상해보험 등을 더욱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데, 보험제도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이다). 그러나 선급설을 취하게 되면, 보험계약자가 면책결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보험회사는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의 지급시에 이미 선급된 약관대출원리금을 공제한 나머지만 지급하면 되는 것이므로, 보험회사로서는 아무런 불이익을 입지 않고 보험계약을 그대로 유지해도 되게 된다. 아무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선급설을 취했으므로, 앞으로는 보험회사가 면책 이의신청을 하거나 보험계약 해지를 강요하는 폐단은 사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3. 부결된 회생계획안 자체가 이미 부동의한 조의 권리자에게 청산가치 이상을 분배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 법원이 부동의한 조의 권리자를 위해 그 회생계획안의 조항을 그대로 권리보호조항으로 정하고 인가를 하는 것의 가부(대법원 2007. 10. 11.자 2007마919 결정)

가. 요지

(1) 법원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44조 제1항 각 호에 의하여 권리보호조항을 정하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생채무자의 기업가치를 평가한 자료를 토대로 하되, 부동의한 조의 권리자에게 그 권리가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고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 권리의 실질적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데, 여기서 부동의한 조의 권리자에게 권리의 실질적 가치를 부여한다고 함은 부동의한 조의 권리자에게 최소한 회생채무자를 청산했을 경우 분배받을 수 있는 가치 이상을 분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때의 청산가치는 해당 기업이 파산적 청산을 통해 해체·소멸하는 경우에 기업을 구성하는 개별 재산을 분리해 처분할 때를 가정한 처분금액을 의미한다.

(2) 부결된 회생계획안 자체가 이미 부동의한 조의 권리자에게 권리의 실질적 가치를 의미하는 해당 기업의 청산가치 이상을 분배할 것을 규정함으로써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44조 제1항 각 호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부동의한 조의 권리자를 위해 그 회생계획안의 조항을 그대로 권리보호조항으로 정하고 인가를 하는 것도 허용된다.

나. 이 판결의 의미

부동의한 조의 권리자를 위한 권리보호조항을 정하는 방법은 실무상 다양하나, 그 회생계획안의 조항을 그대로 권리보호조항으로 정하고 인가하는 것도 허용된다는 점을 확인한 점에서 이 판결은 의미가 크다.

4. 구 회사정리법상 부인권 행사로 상대방의 채권이 부활하는 시기 및 부인권 행사에 기한 이행가액 상환 전에 그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적부(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5다71710 판결)

가. 요지

구 회사정리법 제89조의 규정에 의하면, 부인권이 행사된 경우 상대방이 그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에 기하여 받은 이행을 원상회복으로 반환하거나 그 가액을 상환한 후에야 비로소 상대방의 채권이 부활하는 것인데, 부인권 행사에 기한 이행가액 상환청구에 대하여 상대방이 그 채무의 존재를 다투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우 그 상대방의 채권은 아직 부활하지 않았으므로, 이와 같이 부활하지도 않은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그 상계적상을 흠결하여 부적법한 것이다.

나. 이 판결의 의미

부인권의 행사는 상대방이 부당하게 받은 이익을 원상회복시켜서 모든 채권자를 위한 공동책임재산으로 환원시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상계를 허용하게 되면 환원이 불가능하게 되어 부인권 행사의 의미가 없게 된다. 이 판례는 이러한 법리를 확인한 것이다.

5. 법률적·경제적 견련관계가 없는 쌍방의 채무에 대해 상환 이행하기로 하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 있는 경우 구 회사정리법 제103조 제1항의 쌍무계약에 해당하는지(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다35851 판결)

가. 요지

구 회사정리법 제103조 제1항 소정의 쌍무계약이라 함은 쌍방 당사자가 상호 대등한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으로서, 본래적으로 쌍방의 채무 사이에 성립·이행·존속상 법률적·경제적으로 견련성을 갖고 있어서 서로 담보로서 기능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고, 이와 같은 법률적·경제적 견련관계가 없는데도 당사자 사이의 특약으로 쌍방의 채무를 상환 이행하기로 한 경우는 여기서 말하는 쌍무계약이라고 할 수 없다.

나. 이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회생절차에서 특별취급을 받는 존재인 쌍무계약을 당사자간의 특약에 의해 임의적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데에 의미가 있다.

Ⅲ. 파산절차 관련

1. 파산자가 과실로 그 존재를 알지 못해 기재하지 아니한 채권이 ‘파산자가 악의로 채권자명부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에 해당하는지(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76500 판결)

가. 요지

구 파산법 제349조 제6호에서 정한 ‘파산자가 악의로 채권자명부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은 파산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채권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명부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므로, 채권자명부에 기재하지 않은 데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파산자가 채권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사실관계 및 이 판결의 의미

파산자가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채무가 경매배당절차에서 모두 지급된 것으로 착각해서 파산신청시 채권자명부에 기재하지 않은 사례이다. 대법원은 “파산자에게 위와 같이 착각한 과실이 있더라도 위 채무는 구 파산법 제349조 제6호의 비면책채무인 ‘파산자가 악의로 채권자명부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면책채무의 범위를 전향적으로 확대해 인정한 데에 커다란 의미가 있다.

2. 화의인가결정의 확정 후 새로운 사정으로 화의취소와 파산선고가 내려진 경우, 화의개시의 원인이 된 선행 지급정지상태를 부인권 행사의 기준이 되는 ‘지급정지’로 볼 수 있는지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6다80636 판결)

가. 요지

구 파산법 제64조 제5호 및 구 화의법 제9조 제1항, 제10조 제1항의 각 규정의 취지와 그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화의절차에 의해 서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된 후에 그 화의조건에 따른 변제 등이 이루어지던 중 새로운 사정이나 위기 상황의 발생으로 인해 그 화의가 취소되고 파산선고가 내려진 경우에는, 구 파산법 제64조 제5호에서 정하고 있는 ‘지급정지’는 그 파산선고 내지 파산절차와 직결되는, 즉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범위 내의 지급정지상태 또는 그에 준하는 위기상태로 한정해 해석함이 상당하고, 이와 달리 선행 화의절차의 종료 여부나 그 진행 기간 내지 경과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아무런 제한 없이 종전의 화의개시의 원인이 된 선행 지급정지상태 또는 그에 준하는 위기상태를 구 파산법 제64조 제5호에서 정하고 있는 ‘지급정지’로 보는 것은 부인권 행사의 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해서 채권자의 지위를 불안정하게 하고 거래의 안전을 해할 수도 있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나. 이 판결의 의미

종래의 실무상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어 수행 중에 파산선고가 난 경우에 화의인가결정전의 ‘지급정지’가 부인권 행사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이 판결은 부인권 행사의 기준을 엄격히 제한해 위와 같은 우려를 불식하고 거래의 안전을 도모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IV. 기 타

1. 개인회생신청사건 또는 개인파산·면책사건의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한 행위의 죄책(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도4356 판결)

가. 요지

변호사 아닌 자가 법률사무의 취급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변호사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법조에서 말하는 ‘대리’에는 본인의 위임을 받아 대리인의 이름으로 법률사건을 처리하는 법률상의 대리뿐만 아니라, 법률적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한 행위를 본인을 대신하여 행하거나,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본인을 위하여 사실상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그 외부적인 형식만 본인이 직접 행하는 것처럼 하는 등으로 대리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대리가 행해지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고자 하는 경우도 당연히 포함된다.

나. 사실관계 및 이 판결의 의미

법무사인 피고인이 법무사가 아닌 사람들과 공모하여 의뢰인들로부터 건당 일정한 수임료를 받고 개인회생신청사건 또는 개인파산·면책신청사건을 수임해 사실상 그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의뢰인들을 위해 그 사건의 신청 및 수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한 행위는 법무사의 업무범위를 초과한 것으로서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에 규정된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이다.
이 판결은 도산사건의 처리에 관한 법무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개인파산·면책제도를 통해 면책을 받은 채무자와 차용금 사기죄(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8549 판결)

가. 요지

개인파산·면책제도를 통해 면책을 받은 채무자에 대한 차용금 사기죄의 인정 여부는 그 사기로 인한 손해배상채무가 면책대상에서 제외되어 경제적 회생을 도모하려는 채무자의 의지를 꺾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다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

나. 사실관계

차용금 사기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파산신청을 하여 면책허가결정이 확정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파산신청 2년 전부터 불과 40여일 전까지 여러 사람들로부터 돈을 빌려서 채무변제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은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이다.

다. 이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면책허가결정이 확정되더라도 차용금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그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