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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7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6)형법총칙

신동운 교수(서울대 법대)

2007년도에 공간됐거나 선고된 형사판례 가운데 형법총칙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들을 골라서 아래에 소개하기로 한다.

1. 책임주의와 양벌규정 (2007. 11. 29. 2005헌가10, 헌공 2007, 1289)

1) 사실관계

갑은 개인기업인 A치과기공소를 운영하고 있고, 을은 A치과기공소의 직원이다. 을은 치과의사면허없이 환자들에게 치과치료를 해 주었다는 공소사실로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위반죄(부정의료업자)로, 갑은 같은 법의 양벌규정위반죄로 각각 기소됐다. 갑의 피고사건은 제1심을 거쳐 항소심에 계속됐다(을의 제1심 유죄판결은 확정됨). 항소심법원은 직권으로 위 법률 제6조의 양벌규정 중 개인인 업주에 관하여 벌금형 외에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까지 부과하도록 한 규정이 형벌과 책임 간의 비례성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헌법재판소에 그 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했다.

2) 사건의 경과

헌법재판소는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6조의 양벌규정이 책임주의에 위반된다는 의견(4인)과 책임주의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의견(4인), 그리고 헌법합치적 해석에 의할 때 위헌이 아니라는 의견(1인)으로 나뉘었다. 다수의견에 따라 위의 양벌규정 가운데 개인인 업주에 관한 부분은 위헌으로 판단됐다.

3) 결정 요지

(전략)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영업주가 고용한 종업원이 그 업무와 관련해 무면허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그와 같은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대해 영업주가 비난받을 만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가령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실질적으로 가담하였거나 지시 또는 도움을 주었는지, 아니면 영업주의 업무와 관련한 종업원의 행위를 지도하고 감독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였는지 여부와는 전혀 관계없이 종업원의 범죄행위가 있으면 자동적으로 영업주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아무런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한 바 없는 자에 대해, 다른 사람의 범죄행위를 이유로 처벌하는 것으로서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에 반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 위반)

4) 판례의 의의

본 결정례는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가 헌법 제10조에서 유래하는 형사법의 기본적 지도원리임을 천명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현재 양벌규정은 약 23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사용주의 고의·과실없이 형사책임을 묻는 형태의 양벌규정은 본 결정에 의해 앞으로 위헌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 본 결정례는 형법총칙 조문의 개정에 버금갈 정도로 파급효가 크다. 앞으로 형법개정 작업에서 양벌규정에 대한 조문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본 결정례에서 헌법재판소는 사용주가 법인인 경우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법인처벌과 책임주의의 관계는 논란이 많은 쟁점이지만 본 결정례를 계기로 이 영역에서도 책임주의의 관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과실범과 독립행위의 경합 (2007. 10. 26. 2005도8822, 공 2007, 1891)

1) 사실관계

선행 교통사고에 이어 후행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A가 사망했다. 후행 운전자 갑은 A의 사망사고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기소됐다. 갑의 피고사건은 제1심을 거쳐 항소심에 계속됐다. 항소심법원은 갑의 과실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단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갑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이에 불복, 상고했다.

2) 판결 요지

선행 교통사고와 후행 교통사고 중 어느 쪽이 원인이 돼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경우 후행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람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후행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하고, 그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상고 기각)

3) 판례의 의의

본 판례는 과실범에 있어서 독립행위 경합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형법 제19조는 “동시 또는 이시의 독립행위가 경합한 경우에 그 결과발생의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각 행위를 미수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실범의 경우에는 미수범이 처벌되지 않으므로 형법 제19조는 과실범의 처벌을 불허하는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판례에서 비판적으로 음미해 볼 것은 인과관계의 판단은 법률판단이라는 점이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후행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판례가 제시한 기준은 인과관계에 관한 조건설의 소거공식을 연상시키는데, 판례는 이를 ‘사실의 입증’ 문제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검사에게 입증을 요구할 것은 후행 교통사고와 관련된 각종의 주요사실일 것이다. 이에 반해 검사가 입증한 사실을 토대로 내리는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법적 판단은 법원의 몫이어야 한다. 본 판례는 다수의 과실행위가 독립행위로서 경합하는 경우에 자칫 면죄부로 이용될 여지가 있다. 인과관계의 판단은 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재고를 요하는 판례라고 생각된다.

3. 방조범의 성립요건 (2007. 12. 14. 2005도872, 공 2008, 91)

1) 사실관계

소위 소리바다 사건의 상고심 판결이다. 갑은 MP3 파일 공유를 위한 P2P 프로그램인 ‘소리바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버를 설치, 운영하면서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하여 소리바다 프로그램을 무료로 널리 제공했다. 갑은 관련 음반산업협회의 경고와 서비스 중단요청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여 다른 이용자들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사실로 저작권법위반죄로 기소됐다. 갑의 피고사건은 제1심을 거쳐 항소심에 계속됐다. 항소심법원은 서비스 이용자 A, B의 복제권 침해행위에 대한 방조의 점에 대해 갑에게 무죄를 인정했다. 검사는 이에 불복, 상고했다.

2) 판결 요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의 침해를 방조하는 행위란 정범의 복제권 침해를 용이하게 해주는 직·간접의 모든 행위로서, 정범의 복제권 침해행위 중에 이를 방조하는 경우는 물론, 복제권 침해행위에 착수하기 전에 장래의 복제권 침해행위를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해주는 경우도 포함하며, 정범에 의하여 실행되는 복제권 침해행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으로 충분하고, 정범의 복제권 침해행위가 실행되는 일시, 장소, 객체 등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없으며, 나아가 정범이 누구인지 확정적으로 인식할 필요도 없다.

3) 판례의 의의

본 판례는 인터넷 시대에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형사책임에 대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본 판례에서 ① 방조범의 개념정의, ② 방조의 가능시점(판례에서는 사전방조 및 실행행위 도중의 방조만을 언급하고 있으나 방조는 정범의 기수 후 완료에 이르기 전까지도 가능하다), ③ 방조범의 고의라는 세 가지 부분에 대하여 판단하고 있다. 이 가운데 ①과 ②의 부분은 널리 알려져 있는 기준이다. 본 판례에서 보다 주목되는 부분은 ③의 기준, 즉 방조범에게 “정범에 의하여 실행되는 복제권 침해행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기준이다. 이 부분의 판시사항은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 시대에 특히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4. 친족간의 특례와 공범과 신분 (2007. 11. 29. 2007도7062, 공 2008, 2084)

1) 사실관계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은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의 관계가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인 A와 사촌형제지간인 갑은 B 등과 공모하여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인 A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제1심을 거친 후 갑의 피고사건은 항소심에 계속됐다. 항소심법원은 “피고인은 정치인 A와 사촌형제지간이므로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책임이 조각되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이에 불복 상고했다. 검사는 상고이유로 비친족인 B의 정치인 A에 대한 정치자금기부행위에 친족 갑이 공동정범으로 관여하였으므로 형법 제33조 본문에 의하여 갑은 공동정범으로 처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 판결 요지

위 조항의 단서 규정은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자와 받는 자 사이에 민법상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친족 간의 정의(情誼)를 고려할 때 정치자금법에서 정한 방법으로 돈을 주고 받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움을 이유로 책임이 조각되는 사유를 정한 것이지 범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조각되는 사유를 정한 것이 아니므로, 정치자금을 기부받는 자와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그러한 친족관계 없는 자와 공모하여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경우에는 형법 제33조 본문에서 말하는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친족관계에 있는 자의 책임은 조각된다고 할 것이다.

3) 판례의 의의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소위 친족간의 특례를 “책임이 조각되는 사유를 정한 것이지 범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조각되는 사유를 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범죄불성립의 사유되는 친족간의 특례가 책임조각사유인가 인적 처벌조각사유인가에 대하여 학설이 다투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은 이를 책임조각사유라고 판단하여 유권적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이 점에서 본 판례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

본 판례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친족간의 특례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법 제33조 본문의 공범과 신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이다. 본 판례에서 문제된 정치자금법상의 기부행위금지 위반죄는 처음부터 신분범이 아니다. 이 죄에서 친족이라는 신분은 소위 소극적 신분일 뿐이며 형법 제33조의 적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갑(친족)과 B(비친족)는 곧바로 형법 제30조에 의하여 정치자금법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 파악된다. 다만 갑에게 친족간의 특례가 추가로 적용될 뿐이다.

5. 간접정범의 법적 성질 (2007. 9. 6. 2006도3591, 공 2007, 1596)

1) 사실관계

A상가회사의 대표이사 갑은 입주상인 B에게 몸싸움으로 인한 치료비로 2,000만원을 지급하면서 회계정리용으로 필요하다는 이유로 금액 2,000만원의 차용증을 받아두었다. 갑은 C에게 개인적으로 부담하고 있던 차용금에 대한 변제조로 B에 대한 채권을 C에게 양도한다고 하면서 B명의의 위조된 4,500만원짜리 차용증을 C에게 교부했다. 이 과정에서 C는 갑과 B 사이의 관계를 알지 못했다. 갑은 C에게 B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라고 말했다. 이에 C는 B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위조된 차용증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그러나 B가 응소했고, 이에 C는 소를 취하했다.

2) 사건의 경과

검사는 소송사기의 사실로 갑을 사기미수죄의 간접정범으로 기소했다. 갑의 피고사건은 제1심을 거쳐 항소심에 계속됐다. 항소심법원은 C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양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를 통해 당사자로서의 소송을 수행하여 승소판결을 얻으려 한 것이어서 단순히 채권양도인인 갑에 의해 이용되는 지위에 머무는 데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갑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항소심판결에 불복, 상고했다.

3) 판결 요지

간접정범에 관하여 규정한 형법 제34조 제1항에 의하면,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는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범죄사실의 인식이 없는 타인을 이용하여 범죄를 실행하게 한 자는 위 법조 소정의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를 교사한 자”에 해당하여 간접정범으로서 단독으로 그 죄책을 부담한다(대법원 1955. 2. 25. 선고 4286형상39 판결 참조).

따라서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기 위하여 소송상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증거가 조작되어 있다는 정을 인식하지 못하는 제3자를 이용하여 그로 하여금 소송의 당사자가 되게 하고 법원을 기망하여 소송 상대방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려 했다면 간접정범의 형태에 의한 소송사기죄가 성립하게 된다. (파기 환송)

4) 판례의 의의

본 판례는 간접정범의 본질에 대해 대법원이 판단한 예로서 특별히 주목된다. 간접정범의 본질론은 간접정범을 정범으로 볼 것인가 공범으로 볼 것인가 하는 분석작업이다. 비교법적으로 볼때 독일 형법은 제25조 제1항에서 간접정범을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형법 제34조 제1항은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일본 형법은 간접정범에 대해 규정하지 않고 이를 학설·판례에 맡기고 있다.

본 판례에서 항소심법원은 간접정범을 정범으로 파악하는 관점에서 사안에 접근하고 있다. 항소심법원은 갑이 C로 하여금 갑을 대신하여 B에 대한 대여금소송을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채권양도를 한 것이 아니라 갑이 C에 대한 기존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C에게 이 사건 차용증상의 채권을 양도하고, C도 갑에 대한 기존 대여금 채권을 변제받기 위하여 위 채권을 양수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항소심법원은 갑의 이와 같은 행위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C를 이용한 것이 아니므로 간접정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다. 간접정범은 정범인데, 이 경우 정범의 표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점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정범성의 표지에서가 아니라 우리 형법 제34조 제1항의 문언에서 문제에 접근한다. 그리하여 대법원은 “범죄사실의 인식이 없는 타인을 이용하여 범죄를 실행하게 한 자는 위 법조 소정의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를 교사한 자’에 해당하여 간접정범으로서 단독으로 그 죄책을 부담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여기에서 대법원은 ‘범죄사실의 인식이 없는 타인을 이용하는 경우’를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를 교사’한 것으로 본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간접정범이 종래의 교사범 또는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하여 마련된 ‘확장적 공범’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접근방법의 타당성을 입론하기 위하여 1955. 2. 25. 선고 4286형상39 대법원판례를 참고판례로 제시하고 있다(이 판례는 판례백선 형법총론, 개정증보판, 570면에 수록되어 있다).

6. 집행유예기간 중의 집행유예 (2007. 2. 8. 2006도6196, 공 2007, 461)

1) 사실관계

갑은 A피고사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확정됐다. 갑은 A사건에 대한 집행유예기간 중에 다시 병역법위반죄로 기소됐다. 제1심에 병역법위반죄의 피고사건이 계속 중인 도중에 A사건에 대한 집행유예기간이 경과했다. 제1심법원은 병역법위반죄에 대해 갑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사는 집행유예기간 중에 다시 죄를 범한 피고인에 대하여는 재차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고 주장하여 항소했다. 항소심법원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판결을 유지했다. 검사는 이에 불복, 상고했다.

2) 판결 요지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할 때에 (형법 제61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란, 이미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된 경우와 그 선고 시점에 미처 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여 형 선고의 효력이 실효되지 아니한 채로 남아 있는 경우로 국한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하여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가 이미 그 효력을 잃게 되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집행의 가능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여 집행종료나 집행면제의 개념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단서 소정의 요건에의 해당 여부를 논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이 점은 이 사건과 같이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에 대한 기소 후 그 재판 도중에 유예기간이 경과한 경우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3) 판례의 의의

2005년 7월 29일 집행유예 결격사유를 규정한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가 개정됐다. 개정된 단서조항은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 판례는 이와 같이 개정된 집행유예 결격사유의 적용범위를 제시한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서 리딩 케이스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개정된 단서조항은 조문체제상 약간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되면 그에 대한 집행이 개시된다. 이 경우에는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만기출소, 가석방기간 경과) 면제하는(특별사면) 상황을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실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허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에 다시 집행유예가 허용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나타난다.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이 요건에 ‘실형을 선고한 판결’뿐만 아니라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도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다(이것은 종전부터 지속되어 오던 판례의 기준이다). 그런데 집행유예의 경우에는 형집행의 종료나 면제를 상정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는 개정조문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기간 중의 집행유예에 대하여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상황에 대비하여 대법원은 본 판례에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집행유예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은 ① 이미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된 경우와, ② 그 선고 시점에 미처 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여 형 선고의 효력이 실효되지 아니한 채로 남아 있는 경우로 국한된다. 둘째로,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재차의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대법원은 두 번째 기준의 논거에 대해 ① 집행유예가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가 이미 그 효력을 잃게 되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② 형집행의 가능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여 집행종료나 집행면제의 개념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집행유예 결격사유에의 해당 여부를 논할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본 판례는 두 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하나는 종전의 대법원판례에 비하여 집행유예 후의 집행유예 가능성이 대폭 확장됐다는 점이다. 종전 판례는 이전의 집행유예판결에서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었던 누락사건에 한하여 재차의 집행유예를 허용하고 있었으나 본 판례는 그러한 제한없이 보다 넓은 범위에서 재차의 집행유예를 허용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이전 사건에 대한 집행유예기간이 경과하기만 하면 무조건적으로 재차의 집행유예가 허용된다고 판시한 점이다. 이 기준에 따라 이제 재차의 집행유예는 나중에 재판되는 사건의 진행속도 여하에 따라서 좌우되게 된다. 재판부의 재판진행 여하에 따라 이전 사건의 집행유예기간 경과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나중 사건의 집행유예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집행유예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예측을 할 수가 없다. 이것은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중대한 문제점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전관예우 등 사법비리의 의혹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이러한 불신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의 요건 가운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을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한 판결’로 새기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집행유예의 가능성을 최대한 확장하려고 한 2005년 형법개정의 취지와도 부합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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