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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사례

소송 휘말린 당사자들 감정의 소용돌이 빠져 이성 잃어 이익이 있는 곳에 이익을 돌리는 방법을 찾아 분쟁해결

채권/채무/금전대차/보증

1. 들어가는 말
사람의 일이란 하나의 답만이 예정되어 있는 수학문제와는 달라서, 여건과 상황에 따라 언제나 제3의 길이 존재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현재의 사랑만이 지고지순하다고 생각하고, 분노에 휩쓸려 상대방을 굴복시킬 생각만 한다. 특히 소송에 휘말린 많은 당사자들은 순간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사태를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 때로는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조차 당사자의 주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경우, 냉철하게 사건을 전체적으로 조감하고 갈등을 해결하거나 우회하는 제3의 방법을 찾는 것이 조정의 본령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소장에 드러나지 않은 이해관계를 따져 분쟁을 해결한 사안을 소개한다.

2.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자동차부품업체에 일정한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이고, 피고는 원고가 납품하는 부품의 일부분에 용접을 하는 원고의 협력업체였다. 피고가 스스로 용접을 위한 금형을 제작한 후 그것으로 용접가공을 하여 납품하면 원고는 용접비에 금형제작비로 개당 35원씩 추가하여 대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장기간 거래를 해왔다.
나. 피고는 원고에게 수개월간 납품을 함으로써 3500만원에 해당하는 용접비 및 금형제작비를 지급받은 후 어느 정도의 거래량이 충족되자 원고가 향후에도 상당기간(약 1년 정도) 거래할 것을 기대하고 원고의 요구에 따라 금형의 소유권이 원고에게 있다는 인증을 해 준 후 계속적으로 거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고가 원청회사의 방침이 바뀌었음을 이유로 거래의 종결을 요구하자 피고가 금형의 반출을 거부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횡령혐의로 고소하고, 조속한 해결이 되지 않자 타인에게 2500만원을 들여 제작한 금형제작비 및 기타 영업손실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원고와의 거래가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3000만원을 들여 금형을 제작하였는데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하였음을 이유로 3000원의 손해배상액과 종전의 미정산 거래대금 2000만원을 반소로 청구하였다.

3. 조정의 진행
가. 양측 모두 변호사를 선임하였고, 원고가 피고를 형사고소한 상태였으므로 서로 감정이 극도로 나빠져 조정기일에 양측 모두 조정의사가 없음을 공공연하게 밝히면서 각자의 손해배상금의 지급만을 주장하였다. 조정위원은 양측 모두 손해배상만 구할 뿐 원고가 소송 이전에 반환을 구하였던 피고가 제작했던 금형의 소유 또는 인도에 대하여 전혀 주장이 없음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만약 위 금형이 어느 편에든 다소 재산적인 가치가 있다면 분쟁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 조정위원은 원고에게, 먼저 위 금형의 반환을 거부하여 소송이 되었는데 왜 금형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느냐고 묻자 원고는 이는 특정차량에만 필요한 부품에 관한 것이고 현재 대체 금형을 제작하였으므로 원고의 입장에서는 위 금형이 고철의 의미 밖에 없다고 하였고, 둘째 갑작스럽게 거래를 중단하면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하자 원고는 원청회사의 품질관리요구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고 피고에게 원고의 공장으로 옮겨와 용접가공할 기회를 주었음에도 피고가 이를 거절하였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조정위원은 위 금형이 피고에게는 재산적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 하에 하여튼 원고가 갑자기 거래를 중단한 도의적 책임도 있으므로 혹시 위 기계에 대한 소유권을 피고에게 인정해 주고 피고에 대한 거래대금 채무 2000만원에 대한 지급을 면하게 된다면 이 사건을 마무리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본 바, 원고는 한참 동안을 생각한 뒤 만약 피고가 응한다면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하였다.
다. 조정위원은 피고에게, 피고는 자동차부품과 관련한 용접가공업무에 여러 해 종사해 왔고 위 금형도 직접 제작하였으므로 위 금형을 유사한 일에 사용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피고는 아직도 상당 기간 사용할 수 있고 변형 및 수정을 통한 사용가능성도 있다고 하였다. 조정위원은 먼저 피고가 상당한 기간 거래가 계속될 것을 신뢰한 것은 거래관행상 이해할 수 있는 일이나 법률적인 판단에 따르면 피고가 원고의 소유를 인정한 이상 반출을 거부함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피고가 금형의 소유권이 원고에게 있다고 인정한 것은 어쨌든 피고가 그 금형으로 인한 본전은 회수했다고 할 수 있고 추가적으로 더 장기간 거래를 예상한다는 것은 도의적인 문제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가 법적으로 거래의 계속을 요구할 권리는 없어 보이므로)는 점, 배신감 때문에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소송비용 등 더 큰 추가적 손해를 초래하게 되고, 산업현장에서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이렇게 법원에 쫓아 다녀서야 나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겠느냐고 하면서 위 금형과 거래대금 2000만원을 교환할 것을 적극 권유하였다.
라. 결국 원고와 피고 모두 한참 동안 생각 끝에 조정위원이 제시한 조정안을 수락하고 합의한 내용 외의 본소와 반소를 모두 포기하여 조정이 성립되었다.

4. 조정 후기
이 사건의 경우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는 속담에 꼭 들어맞는 사건으로 당사자의 대립된 감정을 조정위원이 누그러뜨리고 주된 논쟁(손해배상 책임)은 아예 분쟁의 대상에서 배제해 버리고, 이익이 있는 곳에 이익을 돌리는 방법(원고에게는 납품대금의 지급을 면하는 이익, 피고에게는 금형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이익)을 찾음으로써 결국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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