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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사례

뚜렷한 증거도 없는 부정행위에 기한 손배 청구 사건, 조정 가능성 희박하지만 듣고 또 듣다보니 해결책이…

이혼/가사/상속

1. 들어가면서
사건의 실체파악을 위한 자료가 미흡한 상태에서 조정에 회부되는 조기조정사건에서, 상반되는 주장을 하는 당사자를 설득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특히 부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사건은, 피고는 부정행위를 부인하고, 행위의 은밀성으로 인하여 입증할 증거도 충분하지 않으며, 부정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당사자 사이의 감정은 극도로 악화되어 있어, 양보를 전제로 하는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2. 사건의 개요
원고는 甲의 처이고, 피고는 乙의 처이다. 원고는 피고만을 상대로 甲과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은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한 직후 조정에 회부되었고, 소장, 각서(甲 작성) 및 피고의 답변서(甲과의 부정행위를 부인하는 내용) 외에 다른 입증자료는 없는 상태였다.

3. 조정과정
가. 답변서에서 피고는 부정행위를 부인하고, 甲이 원고에게 작성하였다는 각서는 甲과 피고가 만난 일시가 기재되고, 甲은 앞으로 피고를 만나지 않겠다는 취지일 뿐 구체적인 부정행위의 내용은 기재되지 않았고 그 신빙성에도 문제가 있어, 조정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진술이나 하소연을 듣다보면 해결책이 보일 수도 있고, 최소한 당사자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 조정이 결렬된다 해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조정에 임하였다.
나. 예상했던 대로, 조정이 시작되면서부터 원고와 피고는 상대방에 대한 분노를 여과되지 않은 표현을 써가면서 드러내어 다투기 시작하였고, 원고는 청구금 전액을 요구하는데, 피고는 1원도 줄 수 없다고 하는 등, 자신의 요구를 상대방이 수용할 것만을 고집할 뿐 아니라, 당사자 모두 사건의 실체에 대한 진술 자체를 거부하여 조정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이에 원고와 피고를 분리하여, 일단 당사자들의 진술을 듣기로 하였다.
다. 피고가 퇴실한 후 원고를 상대로 30여분 이상 甲과 결혼하게 된 경위, 가정생활, 자녀문제 등 주변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원고의 마음을 진정시키자, 원고는 자녀들이 어리고, 甲도 각서까지 써가면서 잘못을 반성하여,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려고 하였는데 피고가 甲을 유혹하여 만남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피고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하였다. 원고가 퇴실한 후 피고의 입장을 들었는데 피고는, 원고의 진술과는 달리, 甲의 요구에 의해서 만남이 시작되었고, 원고가 주장하는 부정행위를 한 바는 없으며 자신도 남편이 있는 유부녀로 甲과 만나는 것이 부담되어, 甲의 전화를 받지 않거나 甲에게 만나지 말자는 내용의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등으로 甲과의 만남을 거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甲은 원고가 소송을 제기한 이후에도 피고에게 만나자고 요구하여 자신도 고통스럽다고 하면서, 그와 같은 내용이 담긴 甲과 피고사이에 오고간 문자메시지를 제시하였다. 피고가 甲을 유혹하여 만났다는 원고의 주장과 달리, 피고가 제시한 문자메시지는 그와 반대의 사정을 보여주었다. 피고를 퇴실시킨 후, 원고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설명하자, 처음에는 원고가 이를 믿지 않아 피고가 제시한 문자메세지가 있음을 알리자, 놀람과 당혹감에 말을 잇지 못하던 원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아이들 때문에 甲과 헤어질 수는 없으니, 甲이 마음을 돌려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라. 원고는 피고가 甲을 만나지 않기를 바라고, 피고도 甲을 만나기를 회피하는 등 원고와 피고의 뜻이 서로 다르지 않아, 甲과 피고가 서로 만나지 않겠다는 합의를 시킬 생각에, 원고에게 차회 기일에 甲을 대동하고 출석할 것을 권유한 후 속행하였으나, 속행기일에 원고는 甲을 동반하지 못하였다.
마. 甲과 피고가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원고의 마음과 甲을 만나지 않겠다는 피고의 마음은 일치하였으나 원고는 비록 甲의 요구에 의하여 만났다 해도 부정행위가 없었다고 할 수 없으니 일정금액을 배상할 것을 요구하였고, 부정행위 자체를 부인하는 피고가 금전배상에 동의할 리도 없으며, 소송으로 진행하는 경우 부정행위의 존재가 인정된다는 보장도 없어 보였다.
바. 이에 조정위원은 ‘피고는 향후 甲과 연락은 물론 만나지 않으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위약금으로 청구금 전액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조정안을 제시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밀고 당기는 약간의 긴장은 있었으나, 소송절차에 의할 경우 부정행위의 인정여부에 따른 당사자의 위험부담을 설명하자, 당사자 모두 제시된 조정안에 동의하여 조정이 성립되었다.

4. 맺음
당초 이 사건은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고를 만나지 않겠다고 각서까지 써놓은 甲이 그 이후에도 피고에게 만나자고 사정을 하였음을 알게 된 원고가 甲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음은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럼에도 자식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한발 뒤로 물러선 원고에게 조정을 마치면서 심심한 위로를 하였다.
조정의 지름길은 경청이라고 한다. 듣고 또 듣다보면, 당사자 사이에 찌꺼기가 전혀 남지 않는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듣는 과정에 많은 인내를 요구하지만,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최소한 두 사람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정도의 인내는 수고라고 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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