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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사례

환자와 병원 간 양측 입장 충분히 듣고 새로운 협상 이끌어… 표면상 분쟁 해소 못지않게 숨어있는 불안요소 해소도 중요

의료

1. 들어가면서
몇 십년전만 해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털옷을 풀어 성장한 아이들 몸에 맞게 뜨개질을 하는 일은 흔한 풍경이었다. 얼크러져 있는 털실을 뜨거운 김에 쏘이면서 차곡차곡 쌓았다가 공처럼 감아 새로운 옷으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새 옷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마술처럼 신비로운 과정이었다.

2. 사건의 개요
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원고가 운영하는 병원의 입원환자인 피고의 입원료 중 일부를 감액조정하였다. 원고는 위 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敗訴하였고, 피고를 상대로 감액된 금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피고는 위 비용은 병원의 수술과정상의 과실에 의한 것이어서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원고는 병원의 정당한 퇴원 지시에 불구하고 환자가 퇴원을 거부하며 장기간 병실을 차지하여 발생한 비용이 감액된 것이므로 이를 환자에게 청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였다.
다. 1심에서 환자가 패소하여 항소한 사건이 조정센터에 회부되었다.

3. 조정의 진행
가. 상임조정위원이 파악한 분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환자는 2004. 1.경 다른 병원에서 자궁적출 및 우측 난관·난소 절제수술을 받았는데 수술과정에서 근막하 혈종이 생겨 곧바로 그 제거수술을 받았으나, 수술부위에 살이 붙어 있는 느낌이 들었고,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환자는 지속적인 하복부 통증을 호소하면서 2007. 4.경 이 사건 병원에 입원한 이래 배뇨·배변 장애 등 여러 증상을 호소하였다.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에 관하여 설명한 후 병명과 수술명을 기재한 수술 및 마취 신청서에 서명을 받았고, 수술에 앞서 수술에 관하여 재차 설명하였다.
- 수술후 환자는 병원을 상대로 ‘불필요하고’, ‘환자의 동의없는’ 수술을 시행하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 법원은 불필요한 수술 또는 의료과실에 관한 환자측 주장은 배척하고, 일부 수술과 관련하여 수술전 환자에게 설명을 한 사실 내지 환자의 추정적 승낙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데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2,000만원을 인정하였다. 쌍방은 항소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과 동일한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을 하면서 위자료 액수를 1,000만원 증액하면서, 병원의 치료비 상계 항변을 받아들였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었다.
- 병원은 환자를 상대로 병실인도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에서는 입원치료를 계속할 필요성과 병원측 진료거부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되어 환자가 승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통원치료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므로 퇴원 요구가 진료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병원이 승소하였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었으며, 2011. 8. 퇴원 및 병실 인도가 이루어져 환자의 4년4개월여의 입원생활이 종료되었다.
- 그 외에도, 이러저러한 민사 본안, 가처분, 형사고소 등이 이어져 있었다.
나. 상임조정위원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분쟁을 일거에 종결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조정에 임하게 되었다. 병원은 장기간 환자의 고소고발·민원·소송에 시달리며 적지 않은 비용과 행정력을 소모하였고 이로 인한 대내외적 신인도 유지에 신경을 써 왔기 때문에, 자칫 유화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경우 추가적 분쟁의 소지를 제공할지 모른다는 우려속에 원칙적이고도 단호한 입장이었으므로, 기존 분쟁의 종식은 물론, 향후 환자와의 새로운 분쟁을 분명하게 차단하는 계기 내지 장치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었다. 반면, 환자와 그 가족들은 장기간의 투병 중에 거대 의료기관과의 오랜 싸움에서 엄청난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치르고서도 핵심적인 의료과오책임을 인정받지 못하여 이삭줍기에 그치고 말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분쟁 상대방인 병원의 지속적인 치료와 처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자존감을 지키는 가운데 금전적 부담을 다소 해소하고 병원과의 우호적 관계를 회복하면서 안심하고 원래의 삶으로 회귀할 수 있는 명분과 기회를 제공해야만 하였다.
다. 상임조정위원은 양 당사자와 소송대리인들 모두에게 서로의 진정한 니즈(needs)를 모두 충족하는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인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요청하였다.
라. 많은 설득과 우여곡절 끝에 세 번째 조정기일에, 환자측은 병원과 병원 소속 직원에 대한 모든 형사고소를 취소하고 손해배상 소송사건의 공탁금출급청구권과 소송비용 청구채권을 포기하기로 하였고, 병원측은 현 조정사건의 청구를 모두 포기함은 물론 이미 확정된 민사소송 관련 소송비용 청구채권 포기와 함께 환자에 대한 가압류를 취하하기로 하였다. 또한 향후 상호 민형사상 소송 및 이의를 더 이상 제기하지 아니하고 일체의 소송, 집행, 조정비용을 각자 부담하기로 하였다.

4. 이 사건 조정의 의미
가. 조정에서는 표면상의 분쟁의 해소 못지않게 양측의 숨어있는 불안요소와 희망사항을 찾아내 그것을 해소하고 충족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 이 사건 조정에서 상임조정위원은 양측의 이해관계와 분쟁들을 양측으로부터 충분한 의견진술을 들으면서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어 차곡차곡 정리하듯 현재와 장래의 모든 분쟁을 해결하는 새로운 협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다. 조정은 분쟁당사자들로 하여금 과거의 사실관계와 분쟁에 얽매어 있지 말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창조적 역할을 함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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