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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사례

부친과 혼인외 부인사이 태어난 자매 간 상속재산 다툼, 인생에서 보다 중요한 것을 일깨운 대리인 역할 돋보여

이혼/가사/상속

1. 들어가면서
신라시대 승려 월명사는 죽은 누이를 위하여 제망매가라는 향가를 지었고, 한 부모에게서 난 동기간(同氣間)을 한 가지에 난 잎으로 표현하고 있다.

2. 사건의 개요
가. 원고와 피고는 과거 공직을 지냈던 부친과 혼인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친자매이다. 원·피고는 부친의 본 부인과 그의 1남 2녀로부터 많은 설움을 받았고, 특히 오빠는 이 두 자매에게 심하게 욕을 하고 때로는 때리기도 하여 그만큼 두 자매는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 원·피고의 부친은 암에 걸려 원·피고의 모친 집에서 오래 동안 투병생활을 하였다. 원·피고는 모두 혼인을 하였으나 동생인 피고는 부친의 투병생활을 도우면서 모친의 집에서 남편과 같이 살았다.
다.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던 부친은 자신의 사후 원·피고와 그 모친이 재산상속에서 제외될 것을 염려하여 ①의정부 시내에 있는 3층 건물(5개의 가게가 있다)을 원·피고 공동명의로 하여 원·피고가 그 수입으로 모친을 부양하고, 생활의 도움을 받도록 하였으며, ②사망하기 직전 임야를 처분한 대금으로 상속인들 전부의 상속세와 자신의 부채 등을 정리하도록 하였는데 이를 모두 피고에게 부탁하였다.
라. 부모를 모시는 피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원고는 부친 사망 이후 피고가 ①의 월세 중 자기 몫을 제대로 주지 않았으며 ②의 대금 중 자기 몫을 가로챘다는 이유로 ①에서 1억원, ②에서 5억원을 정산해 달라는 소를 제기하였고, 1심은 ①의 1억원은 인정하였으나 ②의 5억원은 기각하였고, 쌍방이 항소하였으며 항소심에서 조정센터의 조정에 회부하였다.

3. 조정과정
가. 상임조정위원은 조정기일전, 양측 대리인에게 조정기일에 반드시 본인들을 출석시켜 달라고 부탁하였다. 어려서부터 그늘진 인생을 살아오면서 서로 의지하고 지냈던 자매였지만 그간 감정이 극도로 상하여 조정기일에 서로 얼굴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나. 원고는 위 ②의 점에 관한 1심 판단에 대하여 불만은 있었지만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피고는 위 ①의 점에 관한 1심의 판단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원고에게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맞섰다. 냉냉한 분위기로 제2회 기일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일단 1회 조정기일을 마쳤다.
다. 1회 기일후, 상임조정위원은 양쪽 대리인들에게 원·피고들의 인생 역정에서 볼 때 이번 사건에서 반드시 서로 화해하여 원래의 정을 회복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뜻과 이를 위하여 두 대리인들께서 협조해 주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메일을 보내고 전화로 두 분의 뜻을 확인하였는데 두 대리인들도 조정위원의 뜻에 적극 찬성한다고 하면서 조정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였다. 조정위원은 2회 기일전, 양 대리인과 수차에 걸쳐 연락을 하면서 쟁점별 양측의 의견을 반영한 조정안을 마련하였다.
라. 제2회 조정기일에 출석한 원·피고 사이에서 딱딱한 감정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 듯한 느낌이 왔다. 원·피고는 각 대리인들과 함께 조정위원이 마련한 조정안을 두고 서로 읽고 자구를 수정하면서, 서로 얼굴도 쳐다보고 대화도 나누었다. 대리인들은 자기 당사자들의 질문에 잘 설명하면서 화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빛이 역력하였다. 사실 조정위원은 무언가 잘못되어 다시 감정싸움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지켜보았는데, 드디어 양 대리인이 자구수정을 마치고 서로 합의하기로 하였다고 말해 주었다. 조정위원은 양 대리인에게 진정으로 감사하면서 원피고에게 이제 옛날의 다정한 자매가 되어 늙으신 모친을 서로 잘 모시라고 권면해 주었다.
마. 조정사항을 정리한 후 조정위원이 같이 기념사진을 찍자고 제의하였더니 양 당사자와 대리인 모두 흔쾌히 응하여 사진촬영을 마쳤는데, 그때 원·피고는 울고 있었다. 조정실을 나가서는 누군가가 통곡하였다. 언니였다. 그녀는 다시 조정실에 들어와 조정위원에게 앞으로는 동생을 잘 보살피겠다고 말하고 사라졌다.

4. 마치면서
가. 조정에서 대리인들의 역할이 돋보이는 사건이었다. 양 대리인은 자기 의뢰인들의 인생에서 보다 중요한 것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조정에 임하여 주었다.
나. 월명사는 죽은 누이를 생각하며 한 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을 몰라 극락에서 만날 것을 도 닦으며 기다린다고 하였다. 동기를 잃은 슬픔으로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 이를 종교적으로 승화시켜 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는 애틋함을 생각한다면, 바람에 떨어지는 잎새처럼 짧은 인생에 경제적 이해관계로 살아생전 우애를 나누며 천국을 맛보지 못하는 것처럼 헛된 일도 없지 않을까?
다. 이 자매들의 화해를 이끌어 끔찍했던 불화의 시간에 종지부를 찍도록 협조한 양 대리인들은 단순한 법률적 보조자가 아니라 이들을 천국으로 인도한 인생의 조언자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