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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사례

매형이 처남 땅 담보로 융자받아 유용… 누나는 공동책임 거부, 잔대금에 대해 ‘부부 연대책임’·동생에‘형사고소 취소’ 설득

채권/채무/금전대차/보증

1. 들어가면서
가. ‘주머닛돈 쌈짓돈’이라는 말이 있다. 주머니에 있는 돈이나 쌈지에 있는 돈이나 다 한 가지, 즉 그 돈이 그 돈이라서 구별할 필요가 없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 그런데, 요즘에는 뜻밖에 이 말을 비상금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우리 생활에서 공동의 부분이 점점 없어지고, 심지어 부모와 자녀, 부부 사이에서도 경계가 분명해지다보니 ‘주머닛돈 쌈짓돈’ 할 일이 없어져서 의미가 바뀐 것일까?

2.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시골의 토지를 담보로 1억2천만원 정도 융자를 받아 사용하였고, 하루빨리 토지를 처분하여 채무를 변제하려고 하였으나, 매수자가 선뜻 나타나지 않았다.
나. 그러던 중 원고의 자형이며, 피고의 남편인 소외 A가 원고에게 그 토지를 매수하겠다고 제의하면서 먼저 이를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게 해달라고 하였다.
다. A는 위 토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매수대금에 상당하는 2억7천만원을 융자받은 후 그 중 일부로 원고의 채무를 변제하여 원고가 설정한 근저당권은 말소하였으나, 나머지 자금은 자신이 활용하면서 원고에게는 1,500만원만을 지급하였다.
라. 원고는 누나인 피고와 A를 사기죄로 형사고소하고, 피고가 A와 공동으로 매수한 것이라고 하면서 피고부부를 상대로 나머지 잔대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마. 1심에서 원고는 A에 대하여는 의제자백으로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피고에 대하여는 공동으로 매수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이 배척되어 패소하였다. A는 항소하지 않았고, 원고는 피고에 대한 패소판결에 항소하였다. 항소심재판부에서 변론전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였다.

3. 조정의 경위
가. 조정기일에 참석한 원고와 피고는, 원고는 자력이 있는 누이를 보고 자형의 매수 제안에 응한 것이므로 피고가 공동으로 매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남편이 단독 매수한 것이므로 매매잔대금 책임을 질 수 없다며 다투었다.
나. 상임조정위원이 양측에 확인한바, 피고는 아직 A와 혼인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이고, 피고가 원고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었으며, A에게는 뚜렷한 자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였다.
다. 상임조정위원은, 법률상으로는 피고에게 매매계약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게 할 수 없을지 모르겠으나, 사회통념상으로는 피고가 동생에 대하여 남편과 공동책임을 인정함이 합당하지 아니한가 하는 점을 들어 피고를 설득하였으나, 피고가 전혀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여 설득에 실패하였다.
라. 비록 설득에 실패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으로 시비를 가리며 남매가 소송을 계속하는 것은 쌍방에게 결코 득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잃는 것이 크다.’는 간단한 이유를 내세워 피고에게 남편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할 것과 원고는 피고와 A에 대한 형사고소를 취하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는데 양측 모두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4. 맺는 말
가. 법률상 부부별산제가 원칙이고, 배우자 일방의 행위에 대하여 다른 일방에게도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하여서는 일상가사의 범위에 속하지 아니하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를 필요로 한다. 배우자가 본인의 의사는 확인도 하지 아니하고,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일으키고 다닌다면, 배우자 일방의 행위에 대하여 다른 일방에게 부부라는 이유로 전부 책임을 부담하라고 하는 것도 배우자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고 때로는 차라리 부부의 인연을 끊고야 말겠다고 할 수도 있는 일이다. 현대사회에서 부부라는 이유로 모든 행위에 대하여 법률상 당연히 공동책임을 지라고 하는 일은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위와 같은 법률상의 원칙을 몰라서, 또는 알고 있지만 다른 일방의 의사도 확인하겠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관계를 깨뜨리거나 당연히 그러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나치게 ‘법으로만 하는 것으로’ 보일까 봐 ‘당연히 그러려니’하고 넘어갔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 이러한 일을 당한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 이익을 향유할 때는 배우자의 주머닛돈을 제 쌈짓돈으로 삼고, 책임을 부담할 때는 주머닛돈과 쌈짓돈을 가르고자 하는 상대방의 태도나, 이러한 반론을 받아들여 줄 수밖에 없는 법원의 판결이 야속하고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라. 이렇게 법률상 책임과 사회통념상 받아들여야 하는 책임이 괴리되는 경우, 조정은 설득과 권고를 거쳐 당해 사건에 대하여 합당한 분쟁해결을 유도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임의조정이거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수용하는 형식이거나 스스로 책임을 부담할 것을 수용하는 것을 법률로 간섭할 이유는 절대 없으니 말이다.
마. 그러나 저러나, 이제 세상은 속담의 뜻마저도 바꿔버릴 만큼 달라져 버린 모양이니 어느 날엔가는 사회통념상으로도 부부공동책임을 거론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날이 오지 않을까? 그 날이 오면, 부부공동책임을 져야 할 일에 대하여는 비록 상대가 누이 부부라 하더라도 다른 일방의 의사도 확인하자고 하는 것이 체면상 전혀 문제될 것도 없을 것이다. 주머닛돈은 주머닛돈, 쌈짓돈은 쌈짓돈일 뿐인 그 날이 그리 멀지도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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