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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사례

조합이 재개발사업에 반대 투쟁해 온 조합원상대 손배 청구, “업무 정상화가 우선”… 공감대 형성 후 대화로 오해 풀어

행정/조세

1.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 김영사, 2011>라는 책에서 우리의 신념과 직관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으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는 장막을 걷어내야만 진실과 대면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뜻밖의 사실을 잘 보지 못하는 이 현상에는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란 이름이 붙었다. 현재의 자기의 신념에 투철하여 너무나 옳다고 생각하는 자기 주장들로 상대방과 싸움을 계속하다가 더 중요한 것을 못 보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번 사례는 주택재개발조합(이하 ‘조합’)이 재개발 사업과 관련하여 격렬한 반대투쟁을 해온 반대측 조합원들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2. 사안의 개요와 당사자의 주장
조합의 업무에 대하여 격렬한 업무방해(허위사실 유포, 위력행사), 명예훼손(허위사실 적시), 행정소송 등의 부당제소행위를 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조합이 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즉, 원고는, 피고들이 조합원인 피고들의 정당한 요구를 원고가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합의 모든 문서를 공개하라고 집단행동을 하면서 욕설, 비방 등의 행위를 하고 부당한 행정소송으로 조합의 업무를 방해하고 공사비를 무단 증액 하였다는 등의 허위사실로 임직원을 형사고소하고 행정소송을 하는 등의 조직적인 업무방해를 하였다고 한다. 이에 반하여 피고들은, 원고가 무단으로 공사비를 증액시키는 등 월권행위를 한 것을 지적하거나 또는 용적률 상향 조정이 조합설립변경인가 사항이냐 아니냐에 대한 쟁점에 대해 법원 판결을 받아보고자 하는 정당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하여 근거 없이 허위라고 주장하거나 조합원들을 억압하여 이에 방어적인 행위를 하였을 뿐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다툰다.

3. 조정과정
이 사건은 3차에 걸쳐 조정기일을 진행하였는데, 다수의 당사자들이 나와 조정 과정에서 억울함이나 주장을 개진하느라 상당히 힘든 상황이었다. 상임조정위원은 “원고 조합의 업무가 피고들의 집단적, 계속적인 업무 방해로 인하여 많은 피해를 입었으나, 한편 조합원인 피고들의 협조 없이는 조합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점, 피고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이 원고 승소로 끝나 피고들이 현실적으로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제는 분쟁을 마치고 상호 화합하여 조합의 업무를 원만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다.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아 달라.”고 설득하였다. 당사자들도 조합의 외부 사업 환경이 나빠졌고, 분쟁과 소송 등으로 경제적 비용 지출도 많았으며, 또 현시점에서는 조합 본연의 업무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여 분위기가 급반전하였고, 결국에는 원 피고들 간의 합의에 이르렀다. 다만 원고 조합의 의결절차의 미완료 등의 사유로 아래와 같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는데, 쌍방 이의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취하하고, 피고들은 이에 동의한다.
2. 원고와 피고들 간에 진행 되었던 행정 소송의 소송비용 부담에 관하여는 서울행정법원의 소송비용 확정 절차에서의 결정에 따르기로 한다.
3. 피고들은 향후 원고 조합 및 임원들에 대하여 명백한 근거 ( 법령 또는 법원의 판결 등 )가 없는 민사, 형사, 행정소송이나 형사고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며, 원고 조합의 적법한 업무를 방해하거나 비방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4. 소송비용 및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으로 한다.

4. 이 사건 조정의 의미
우주는 낮과 밤의 예에 보다시피 서로 상반되는 것이 조화롭고 균형 있게 하나의 질서를 이루어 운행되고 있다. 나와 반대되는 것이라도 우주나 사회의 일부로서 소중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뇌의 구조는 보기 싫은 것, 알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정보를 차단해 버리는 ‘구조’가 있다고 하며, 그로 인해 사회는 분열과 차별의 벽으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 즉,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신념, 행동은 그 자체로 뜻있는 것이기에 그러한 것들을 분출시켜 해소하게 할 필요가 있다. 갈등과 분쟁은 사회를 더 건강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의 조정과정은 상호간의 대면 대화로 어느 정도 오해를 풀고 상대를 인정하게 됨으로써 성립될 수 있었다. 법과 규칙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행복과 편익을 위한 것이다. 정당한 권리 주장은 가능하지만 그것도 너무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법학자 라드부르흐(G. Radbruch)는 ‘평화라는 애인’을 위하여 ‘권리라는 친우’를 포기하여야 할 때가 있다고 갈파하지 않았던가. 이제 조정과 협의의 장에서 마음의 문을 열고 만나 소통함으로써 상대를 인정하고 그럼으로써 나의 신념과 가치를 고양시켜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법원 조정센터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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