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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사례

동생이 빌려 간 총 1억원 싸고 형제간 금전 분쟁 "고맙다 말만하면 전액포기"… 맏형 제안으로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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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언
상임조정위원직을 맡은 지 어언 3년하고도 몇 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수많은 사건을 다루었는데, 조정이나 화해가 훨씬 잘 될 것처럼 보이는 부자, 모자, 형제자매 등 피붙이들 사이의 분쟁이 거의 대부분 조정불성립으로 종결되어 언제나 그 뒤 끝이 씁쓸하고 개운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은 형제간의 분쟁인데,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을 만하여 소개한다.

2. 원고의 주장
맏이인 원고는 선친이 경영하던 가업을 이어받아 공장을 경영하고 있다. 그 공장부지는 상속인들이 공동 상속하였다. 원고는 10여년전 피고가 수도권에 있던 집을 팔고 서울로 이사하려는데 대금이 부족하다 하여 금 7500만원을 빌려주었고, 공장부지 중 피고의 지분을 팔겠다고 하여 원고가 금 2500만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그 돈을 보내주었다. 그런데 위 토지는 토지거래 허가 구역안의 토지인데 관계기관으로부터 토지 거래 허가가 나오지 아니하였다. 결국, 위 매매 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었으므로 위 매매대금 2500만과 대여금 7500만원, 합계 금 일억원의 지급을 구한다.

3. 피고의 답변
피고는, 금 7500만원은 받은 바 없고, 금 2500만원은 받은 바 있으나 이건 토지 거래와 관계없다고 한다. 조정기일에 상당한 시간을 들여 피고와 이야기를 나눈 결과, 피고는 원고로부터 금 7500만원과 금 2500만원을 원고 주장과 같은 이유로 받은 사실은 있다고 시인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원고가 선친의 사업을 그대로 경영하면서 형제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 공장의 수입으로 형제들을 도와주었고, 이 사건에서 형인 원고가 피고에게 집을 살 때 7500만원을 도와준 것도 그 일환으로, 빌린 것이 아니므로 갚아야 할 돈이 아니라고 한다. 금 2500만원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으나 결국 갚아야 할 돈이 맞지만 현재 형편이 어려우니 시간적 여유를 주고 또 나누어 갚도록 해 달라고 하였다.

4. 조정의 경과
상임조정위원은 당사자에 대하여 조정을 권할 때의 일반적인 이야기, 즉 시간, 노력, 비용이 많이 들뿐 아니라 민사재판을 하고 있다는 사실자체가 사람을 굉장히 피곤하게 하고 다른 일에 집중하는데 크게 방해가 된다는 사실, 또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승패가 꼭 예상대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패소의 위험성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점 등을 말해주었다. 그랬음에도 쉽게 조정이 이루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아니하고 형제들은 서로 딴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형제간이라는 특수한 관계, 부모님들이 돌아가신 다음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가, 가족과 형제가 아닌가라고 한 후 슬하에 자녀를 몇 명이나 두었느냐고 물었더니 형인 원고는 딸 하나 있다고 하고, 동생인 피고는 1남 1녀를 두었다고 하였다. 원고에게 오늘 집에 가서 딸에게 “오늘 돈 때문에 아무개 삼촌하고 재판하고 왔는데 늙수그레한 조정장이 형제간에 화해하고 잘 지내라고 간곡히 권했지만 거절하고, 돈이 걸려 있는데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하고 조정을 아니 하고 왔다.”고 말할 것인가 하고 물었더니 대답을 하지 아니하였다. 다시 피고에게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더니 동생도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그 동안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여 이제는 끝을 내야 되겠다고 작심하고 원고와 피고 중 얼핏 보기에 형인 원고의 경제적 형편이 좀 나은 것 같은데 어떤가 하고 물었더니 양측 모두 그렇다고 대답하므로 조정장이 다음과 같은 조정안을 제시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2500만원을 3개월 후에 지급한다.” 쌍방의 의견을 물었더니 피고는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원고는 금방 대답을 하지 아니하고 한참 뜸을 들이더니 옆에 있던 변호사와 귓속말을 주고 받은 후, “피고가 금 7500만원을 지원해준 원고에게 고맙다고 말을 한다면 금 7500만원을 포기하겠다. 나아가 금 2500만원도 받지 않겠다.”라고 하였다. 예상을 뒤엎는 원고의 폭탄발언이 있자 잠깐 동안 조정실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피고에게, 형님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그 동안 소원하게 지낸 점을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피고에게 일어서서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피고가 일어서서 앉아 있는 원고에게 고개를 숙여 고맙다고 말하는 순간 갑자기 욱 하고 울음을 터뜨리더니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원고도 일어서서 그런 동생을 보더니 일그러진 얼굴로 동생을 감싸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조정장은 그 광경을 보면서 쌍방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저도 오늘 정말 보람있는 일을 하였습니다. 두분 앞으로 잘 지내십시오.”

5. 여론
이 사건이 조정성립으로 끝나는데 있어 원고의 대리인인 최OO변호사의 도움이 컸다. 조정장으로서 고마운 뜻을 표시하고자 한다. 모든 대리인들이 특히 피붙이들간의 소송에서 조정성립을 위해 최OO변호사처럼 애를 써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집안을 살리는 일인데! 아 어느 날에사 절로 그런 날이 오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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