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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사례

판결상 채무불이행으로 20여 년간 지연이자 눈덩이 처럼…총액감액 후 “2개월 내 변제하면 채무소멸”로 합의 성사

채권/채무/금전대차/보증

1. 들어가며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라는 성경 구절은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널리 인용되고 있다. 좋은 뜻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인 경우도 있는데, 판결상 채무불이행으로 지연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가 그것이다.

2.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친척의 부탁으로 목도장을 건네주어 피고에게 약속어음공정증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부담하게 된 약속어음채무가 있었다. 이들 사이에 1993년경,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는 7700만원 가량으로 확인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피고는 그 판결금이 완제되지 않자 2001년 1월경 다시 그 금액 상당의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로부터 10년가량 경과된 2011년 8월경 피고는 원고에 대한 위 판결을 근거로 원고의 급여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집행을 시도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 대한 채무는 모두 변제되었거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으므로 위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고, 재판부에서 조정센터로 조정회부하였다.

나.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 아니고 친척의 부탁으로 보증해준 것이라 억울한 면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원고가 피고에게 부담하는 채무 원금은 7700만원 가량인데, 이자를 감안하여 계산해보아도 피고가 각종 강제집행으로 받아간 돈이 판결원리금을 초과하므로 채무는 모두 변제되어 위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은 취소되어야 하며, 위 판결에 기한 권리는 10년의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되었다고 주장한다.

다. 피고의 주장

원고가 변제했다고 주장하는 돈은 민법상 변제충당의 순서에 따라 미지급 이자에 먼저 충당되므로 원금은 전혀 갚은 것이 없고, 미지급 이자도 아직 많아 미변제액은 2억8000만원 가량 되므로 위 강제집행은 정당한 것이고 원고가 매월 이자금 중 일부를 변제하여 채무를 승인하였으므로 소멸시효는 전혀 완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3. 조정의 경과

1회 조정기일에 임하니 원고는 이 사건으로 인하여 매월 급여의 일부가 집행되는 등 20여년에 걸쳐 엄청난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하면서 어떻게 하든 조정되기를 희망하였다. 이에 반해 피고는 원금 대비 4배나 되는 채무가 남아있다고 주장하면서 조정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상임조정위원은 오랜 기간 동안의 원리금 계산에 관한 문제가 얽혀 있어 2회 조정기일에 공인회계사인 전문가 조정위원을 참여케 했다. 검토 결과 변제 충당의 순서로 인해 미지급 채무가 피고가 주장하는 금액보다 약간 적은 금액으로 확인되어 원고는 그 채무를 부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상임조정위원은 판결 원리금을 변제하면서 이자나 비용부터 먼저 충당되는 규정을 인지하여 원금부터 변제하는 것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20여년 동안 채무변제에 시달리는 원고에 대하여 딱한 마음은 가졌지만 조정이 성립되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원고는 4000만원 가량 더 지급하고 끝내기를 희망하였고, 피고는 일시불로 2억원 가량을 주장하여 금액 차이가 너무 많고, 당사자 간의 대립이 극심하였다. 하지만 상임 조정위원과 전문가 조정위원은 끈질긴 설득 끝에 1억5000만원을 두 달 내에 변제하면 나머지 모든 채무가 소멸하는 것으로 하는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4. 맺는 말

가. 원고에게는 1억5000만원이란 큰돈을 두 달 내에 일시불로 마련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나 전 생애에 걸쳐 이 채무가 계속된다면 고통의 연속이므로 한꺼번에 끝내도록 결단해야 한다는 말로 설득했고, 피고에게는 원금에 비하여 눈덩이처럼 커진 이자 등 채무를 일시불로 변제한다는 조건으로 1억5000만원에 합의하도록 설득했더니 어렵게 합의가 성립된 것이다.

나. 보통 금전채무의 이행을 청구 받는 피고는 판결원금만 생각하고 연 20%에 이르는 지연이자라는 부담을 생각지 않고 오랫동안 소송을 하고자 하거나 판결 후에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판결 후에 미변제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눈덩이처럼 커질 경우가 많고, 이에 반해 변제할 때의 변제충당 지정이나 변제 지정 의사가 없을 경우 법정 변제충당에 관한 법리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다. 변제충당에 관한 민법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⑴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여러 개의 채무를 지는 경우 변제의 제공이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할 경우 변제하는 채무자가 어느 채무를 변제하는지 지정할 수 있고(민법 476조), (2) 그런 의사표시가 없으면 법정변제충당규정(민법 제477조)에 따라 이행기가 도래한 것, 채무자에게 변제의 이익이 많은 것 등의 순서로 변제에 충당하지만(민법 제477조), (3) 채무자가 1개 또는 수개의 채무의 비용 및 이자를 지급할 경우에 변제자가 그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한 급여를 한 때에는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로 변제에 충당해야 한다(민법 제479조).

라. 원래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감고 한 손엔 저울을, 한 손엔 칼을 들고 있음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저울로 당사자의 주장이 정당한지 무게를 달아 패소한 측에는 칼로 내려친다는 의미이다. 요즘 우리는 혹시 칼로 내려치지 않는 친절한 정의의 여신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판결에서 명한 의무의 준엄함을 되새기지 않으면 두고두고 더 큰 짐을 짊어지게 됨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이 사건 조정은, 판결 상의 권리를 주장하는 피고를 보호함과 아울러 원고에게도 판결의 준엄함을 일깨우면서도 새로운 삶의 기틀을 열어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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