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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사례

민사분쟁 와중에도 가족 간 신뢰와 이해는 든든한 울타리… 복잡한 대리점 계약 해지 분쟁에서도 최종 합의안 이끌어

민사소송/민사집행

1. 들어가면서

‘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을 법적분쟁과정에서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민사분쟁의 와중에서도, 가족간의 신뢰와 이해는 든든한 울타리 같아서 어떠한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안전한 요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사건을 접하기도 한다.

2. 사안의 개요

가. 피고A는 원고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하여 원고회사에게 판촉용 물품을 제조하여 납품하고 있었다.

나. 원고회사는 직영하던 매장을 대리점으로 운영형태를 바꾸기로 하였는데, 피고A의 배우자인 피고B가 원고회사와 대리점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당초 피고A는 피고B가 아직 어린 자녀들 양육에 전념하여 주기를 희망하여 반대였으나, 피고B는 피고A가 회사를 퇴직하게 되면서 피고A에게 건강 등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를 가상하여 경제적인 불안감을 갖게 되어 자신도 경제활동을 할 것을 강력하게 원하므로 결국 동의하였고, 원고회사의 요구에 따라 피고A는 연대보증을 하게 되었다.

다. 피고B는 대리점 운영을 하다 보니 판매라는 것이 예상처럼 만만하지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돌보는 일도 여의치 않게 되어 결국 몇 달 가지 않아서 실제 영업은 피고A가 직원을 고용하여 하게 되었다.

라. 피고들에 대한 외상매출액이 많아지자 원고회사도 피고A가 납품하는 판촉물에 대하여 대금결제를 하지 않았고, 피고들의 요구에 따라 대리점 거래는 약 4년 만에 중단되었다.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3200여만원의 물품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3. 조정의 경위

가. 소장부본이 피고들에게 송달된 후 피고들의 답변서가 제출되었는데, 피고들은 ① 피고A가 원고회사에 근무하여 대리점들의 인수인계 과정을 알고 있는데, 피고들이 대리점을 인수할 당시에는 재고물품에 대한 가격조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② 행사할인율 또는 할인상품 수령에 대한 정산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으며, ③ 재고물품을 반품 받아주어야 하고, ④ 피고A의 납품대금도 포함하여 정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재판부에서는 피고들 답변서 제출 후 조기에 조정센터에 회부하였다.

다. 조정기일에 대리허가를 받은 원고회사의 직원들과 피고들 부부가 출석하였는데, 상호 직장 동료였던 사이이기도 하지만 거래가 중단되면서 원망과 비난의 감정도 적지 아니하였고, 피고들이 대리점을 운영하게 된 경위, 인수인계 당시의 가격조정, 할인율 적용에 관한 사실관계, 대리점 거래 중단의 사유에 관하여 상호 상당히 상반된 의견을 제시하였다.

라. 원고는 피고A의 납품대금 미지급액은 인정하므로 그 금액을 차감한 나머지 금액은 지급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피고들은 정산하면 오히려 피고측에서 금원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마. 원피고를 분리하여 사건의 향후 진행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정안을 제시받았는데, 원고는 피고측에게 금원을 지급하는 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대리점 중단 경위에 비추어 피고들이 보관하고 있는 재고물품도 반품 받을 수 없다고 하였다. 한편, 피고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는 뜻밖에 피고들 부부의 서로에 대한 이해를 확인하는 대화가 많이 이루어졌다. 대리점을 운영하게 된 계기에 관하여 피고B가 먼저 자신도 경제활동을 하여야 할 것처럼 생각되어 시작한 일인데, 영업도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고, 영업을 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기가 생각보다 어려워, 결국 자신이 벌린 일을 남편이 떠안게 되어 미안하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였고, 피고A는 회사를 퇴직하고 어려운 때도 있었지만 피고B도 다른 집 여자들처럼 경제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고, 아이들을 잘 돌보아주는 것이 가장 좋았다고 하였다. 피고들 부부가 이런 대화를 하면서 소송으로 진행되는 경우 이미 여러 해 전의 인수인계시점의 가격조정 등에 관한 피고들 주장의 입증예정에 대하여 의견을 나눈 후 조정의견을 묻자 피고들은 재고를 반품하고, 반품하는 재고물품 가격의 절반 정도를 받는 선에서 조정할 의사가 있다고 하였다.

바. 이러한 양측의 조정안을 놓고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였는데, 상호 금전채무는 남아있지 않는 것으로 하되, 원고는 피고들이 현재 보관하고 있는 재고상품에 대하여 임의처분하여도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내용으로 임의조정이 성립되었다.

4. 맺는 말

가. 대리점 계약의 해지로 인한 정산만큼 복잡한 소송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래관계가 수년간 지속되는데다가 거래가 지속되는 과정에서는 명확한 정산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가 많아서 작은 계산차이들이 쌓여 엄청난 견해 차이를 불러일으키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많은 분쟁들의 경우처럼 상호 법적분쟁으로서의 공방과 이를 벗어난 비난이 장기간 이어진다.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도, 판결을 하여야 하는 재판부의 입장에서도 참으로 난감하리만큼 많은 양의 거래원장들이 제시되는 사건이다.

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들 부부가 조정과정에서 상대방과의 의견 차이에만 관심을 집중하였더라면 의견접근은 어려워지고 이 사건 또한 다른 대리점 관련 분쟁의 경우처럼 장기간 소송이 진행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들 부부가 조정과정에서 분쟁의 본질은 제쳐두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회복하는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 이 사건 해결에 있어서도 중요한 계기가 되었지만, 이들 부부의 일생에 있어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의미있는 기억을 남겼으리라 생각된다.

다. 조정을 진행하다보면, 상대방과는 거의 합의점을 찾고서도, 가족들이 반대한다고 하면서 그 동안 거론했던 내용들을 번복해버리는 당사자들을 대하게 되는 경험을 대부분 한 두 번은 하게 되는 것 같다. 때로는 배우자가 동반하여 분쟁당사자보다 더욱 흥분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라. 이 사건 피고들 부부가 소송에서 절대 이겨야 한다고 하면서 배우자를 독려하는 다른 부부들보다 절대로 상호에 대한 신뢰나 기대가 적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들의 신뢰와 이해는 어떤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같은 유대관계를 형성하여, 혹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처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서로 독려하면서, 자녀들과 함께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아름다운 가정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한 여운을 남기는 사건이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