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조정사례

임대차 종료 통지 후 보증금 반환·시설 복구비 싸고 분쟁 ‘확증 편향’으로 조정 불응했다면 소송으로 되돌아 갈 뻔

민사소송/민사집행

1. 들어가면서

가. ‘확증 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심리학에서 의사결정자가 그들의 주장을 확증하는 증거에 더 무게를 두고, 더 잘 알아차리고, 더 활발하게 찾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를 일컫는다고 한다. 쉽게 말한다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만 눈에 보이거나 기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 이러한 경향의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조화롭지 못하거나 옳지 않은 의사결정을 하였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다. 법적 분쟁에 있어서도 양당사자가 명백히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에는 어느 한 쪽이 분명 거짓말일텐데도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각각 들어보면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챌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라. 이래서 ‘송사에 원고의 말이 바른 것 같으나 그 피고가 와서 밝히느니라’라는 잠언(성경 잠언18장17절)이 수천년전부터 남겨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2.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미용업을 하는 사람이고, 피고1.은 예식촬영, 야외촬영, 신부화장, 미용마사지 및 메이크업을 하는 법인이며, 피고2.는 그 대표이사이다.

나. 원고는 피고들로부터 피고들이 사업을 영위하는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면서 피고가 진행하는 예식 등의 미용작업을 하는 경우 피고들로부터 그 대금을 지급받기로 하였는데, 임대기간이 만료되어 피고에게 임대차종료를 통지하였으나 피고가 보증금1억5천만원을 반환하지 아니하여 이사를 하지 못하다가 피고가 보증금 중 1억원을 지급하여 위 금원만을 수령하고 임차건물을 인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에 대하여 위 보증금 잔액 및 미용작업을 한 비용 약 400만원의 지급을 청구한다.

다. 피고들은 임대기간 종료후 미용작업 비용을 증액하면서 계약을 연장하였다고 주장한다.

3. 조정경과

가. 일견 간단한 사건으로 보이지만, 조정과정에서 피고들은 원고가 위 미용실 바닥에 한 시설에 대하여 이를 원상복구하여야 하며 그 철거비용은 약 20,000,000만원이 든다고 주장하였고, 원고는 강력히 반발하면서 철거하여야 한다면 원고가 주장하는 비용이 너무 과다하다면서 이를 스스로 철거하여 주겠다고 하였다.

나. 또한,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보증금을 연대하여 지급하라고 하였으나, 계약서상 임대인은 피고1. 법인으로만 되어 있을 뿐이고, 피고들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1.은 사실상 폐업상태이며 집행재산이 확보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다. 상임조정위원은 원고에게는 위 나.항의 사유를 들어 집행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피고들에게는 원고가 미용실로 사용한 공간 바닥에 한 공사는 피고들이 운영하는 사업에 비추어 보아도 꼭 철거하여야 할 시설로는 보이지 아니하여 철거하는 것이 피고들에게 유리할 것도 없어 보일 뿐만 아니라, 계약서상 임차인의 유익비 포기도 명백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보증금잔액을 반환하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고하였다.

라. 양측은 상임조정위원의 설득을 받아들여 실질적으로 자력이 있는 피고2.가 보증금잔액과 미결제 미용작업비를 반환하되 상당한 기간을 두는 것으로 하여 합의가 성립되었다.

4. 이 사건 조정의 의미

가. 소송에 처한 당사자들 중 이왕 소송까지 왔으니 승소판결을 받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굳게 가진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이 주로 제기하는 논리는 ‘돈이 문제가 아니며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이 돈은 차라리 불우이웃돕기에 쓸 망정 상대방에게 귀속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때로는 ‘어떤 멘토’로부터 확실히 이기리라는 장담을 받았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나. 이 사건의 원고처럼 계약서상 책임자와 현실적으로 책임자력이 있는 자가 서로 다른 경우, 원고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한들 자력이 있는 당사자가 이를 수긍하지 않는 한 계약서상 당사자가 아닌 자에게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사자 또한 자력이 없는 계약서상 책임자에 대하여서만 즉시 변제의 책임이 인정되는 결론에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다. 이 사건 당사자들이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상임조정위원이 지적하는 문제점들에 대하여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확증 편향’으로 승소를 확신하면서 조정에 불응하였다면, 이 사건은 소송으로 돌아가 피고2.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 여부(피고1.의 법인격부인까지 거론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계약의 연장 여부, 원고의 유익비 주장과 그 금액 감정, 피고의 원상회복 주장과 그 비용 감정 등으로 지리한 법정공방과 입증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라. 조정절차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아무리 ‘확증 편향’에 휩쓸렸던 당사자들이라도 사법절차에는 진실발견의 한계가 있다는 점, 사법정의가 절대적 진실의 발견에만 있지는 않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고, 특히 사적분쟁에서는 진실발견이나 정의구현을 위하여 들여야 할 시간과 노력을 그로 인하여 얻게 될 경제적 이익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음을 생각해볼 기회도 갖게 된다. 재판이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되는 일을 막는 길은, 꼭 그렇게 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적분쟁의 경우 당사자들로 하여금 과거의 사실관계에 집착하고 있는 안목을 미래로 돌려, 분쟁의 진행과정, 분쟁으로 인하여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과 손실의 비교형량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