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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사례

세든 독거노인 사망… 집주인이 악취 소동에 뒤늦게 발견, 집 수리 등 이유 유족상대 손배소… 원고입장서 이해 설득

민사소송/민사집행

1. 들어가면서

가. 현재 우리나라는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나. 통계청의 인구조사 자료에 의하면, 1인가구, 특히 고령의 1인가구, 소위 독거노인의 증가추이는 다음과 같다.<표1>
다. 불과 30년전만 하여도 1인가구는 전체 가구수의 5%에 미치지 못하였고, 1인가구에 대하여 연령별로 분류하여 조사할 필요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제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1/4에 육박하고 있으며, 70세 이상 고령자가 혼자서 생활하는 경우도 전체 인구의 1.63%에 이르고 있어, 이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대책이 불가피한 시점에 이르렀다.

2.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원고의 집에 혼자 세들어 살던 독거노인이 사망한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악취 등으로 주민들이 119에 신고한 후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여 장례를 마쳤으나, 돌아가신 것도 모르고 한참이나 지났다는 소문이 나서 그 집에 세들어 오려는 사람이 없고, 집에서 냄새가 나는 등의 이유로 필요한 공사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하면서 망인의 유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들이 자녀들로서 혼자 계신 노인에게 별 일이 없는지 확인하는 등의 노력으로 이와 같은 일을 미연에 막을 의무를 다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임대인인 원고가 시세하락 손해 3000만원, 공사비 1500만원, 위자료 1000만원 등 합계 5500만원 정도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였다.
다. 이에 대하여 유족인 피고들은 연락을 받은 다음 날 바로 장례 절차를 치렀고 돌아가신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으로부터 그렇게까지 많은 시일이 흘렀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는 이유없다고 주장하면서, 전세보증금 3000만원을 돌려달라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3. 조정경과

가. 조정기일에서, 원고는 이번 일로 119구급차가 출동하여 온 동네에 소문이 다 나게 되었으며 실제로 악취가 나는 등의 일이 생겨 새로 세들어 오려는 사람이 없게 되어 많은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피고들은 사람이 돌아가셨는데 이와 같은 청구를 하면서 전세보증금도 돌려주지 않는 원고에 대하여 오히려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였다.
나. 망인이나 유족인 피고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아 망인을 보조할 사람을 사용한다든지 혹은 며칠에 한 번씩 안부전화를 드리는 일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으로 보였다.
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골이 깊은 사건은 막상 일선 소송현장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 쉽지 않다.
라. 상임조정위원은 원고에게는 돌아가신 분과 유족들의 아픔을 먼저 생각해보도록 설득하였고, 피고들에게는 원고의 청구를 무조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하지만 말고 약간이라도 원고의 입장을 이해해보도록 하자고 설득하였다. 특히, 이런 일은 합의로 끝나야만 망인과 유족들, 건물주와 앞으로의 세입자에게도 마음의 짐이 되지 않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점을 강조하였다.
마. 결국 원고와 피고들은, 원고의 청구 중 300만원을 인정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어 원고가 피고들에게 보증금 3000만원 중 위 300만원을 공제한 2700만원을 조속히 지급하는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

4. 이 사건 조정의 의미

가. 이번 사건은 독거노인이 아무도 모르게 돌아가신 안타까운 일의 사후 처리를 둘러싸고 집주인과 유족들 사이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단순히 조정이 성립되었다는 것에만 그칠 일이 아니고,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를 찾고 싶다.
나. 사실, 예전에는 이와 같은 사건은 발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앞서 본 통계자료에 의하면, 비록 고령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예상되며, 실제로 홀로 또는 고령의 부부가 거주하다가 불의의 사태가 발생하였다는 일은 뉴스 또는 소문으로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모든 손해를 임대인인 원고에게만 부담하게 한다면 혼자 거주하게 되는 노인 또는 병약자에게는 임대차계약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다. 현재 자치단체별로 65세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에 대하여 직권 또는 신청에 의하여 대상자를 파악하여 생활실태 및 정기적인 안전확인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생활관리사 파견사업 등을 시행하여 주기적 방문, 안부전화 등을 통해 안전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제공이 철저하게 이루어진다면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과연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해를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임대인 또는 유족 등 사인만이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하여서도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라. 당사자들, 특히 망인의 유족들에게 참으로 가슴 아픈 사건을 새삼스럽게 거론하여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책도 변경되어야 하고, 정책에 반영되는 부분이라면 그 책임의 소재에 대한 고려도 해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관심을 촉구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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