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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사례

가족관계인 원·피고 사이 수 건의 민·형사 법적분쟁 진행, 대여금 싸고 또 다툼… 진행 중인 訴 모두 취하, 조정 성립

채권/채무/금전대차/보증

1. 들어가면서

가. 최근 ‘뱀이 사무실에 들어오는 경우 각 기업별 대처방법’이 회식자리의 화제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나. 이 주제를 조정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으로 던져보았는데 ‘암·수를 구별하여 짝을 맞추어 줌으로써 나가게 한다’,‘뱀이 들어온 이유를 확인하여 그 원인을 해결해줌으로써 나가게 한다’,‘규정집과 지난 1년간의 선례를 확인하여 뱀의 퇴치방법을 찾아본다’,‘차회 조정기일을 지정하여 일단 돌려보낸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다. 모두 실제 조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조정기법과 관련된 재치있는 답변들이라 좌중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워하였다.

2.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누이 부부를 상대로 대여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나. 원고는 사업을 확장하면서 운영일부를 누이 부부에게 부탁하고, 소요되는 비용의 처리를 위하여 통장과 도장 등 일부 은행계좌의 관리도 일임하였는데, 나중에 확인하여 보니 그 계좌에서 약 5년전에 인출된 2,000만원 정도의 사용처가 묘연하고, 원고의 추궁에 대하여 피고 부부가 일시 차용하였다가 변제하였다고 변명하나 이는 명백한 횡령이며, 변제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원고의 부탁으로 은행대출금의 이자, 직원들 급여 등 업무처리를 한 바 있으나, 원고의 돈을 임의로 사용한 바 없고, 피고들이 돈을 인출하여 갔다고 하는 기간에 원고의 계좌에 유사한 금액이 입금되었다고 한다.
라. 지난 3년여간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는 수 건의 민사소송과 형사고소가 있었고, 피고들이 원고를 상대로 권리를 주장하는 다른 법적분쟁이 진행중이었다.
마. 담당재판부에서는 가족간 분쟁이 지속되는 사건이므로 분쟁의 종국적 종식을 기대하면서 변론전 조기에 조정에 회부하였다.

3. 조정경과

가. 회부된 사건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시점의 자금인출내역은 비록 간단하고 큰 금액이 아니지만, 원·피고간 거래내역에 비추어보면, 청구의 당부를 가리기 위하여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들의 자금인출 시점으로부터 적어도 5년전 이상 소급하여 자금의 이동을 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사안으로 보였고, 아직 그러한 자금거래내역에 관한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나. 또한, 원·피고간 진행된 수건의 법적분쟁의 내용으로부터 추정되는 거래규모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분쟁은 그리 큰 비중이 있는 사건으로는 보이지 아니하였다.
다. 상임조정위원은 이 사건은 ① 이 사건 소송으로 당사자들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이익이 무엇인지를 확인한 후 ② 당사자들이 얻고자 하는 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제3의 방법을 모색하거나 ③ 필요하다면 변론에 준하는 정도의 주장과 입증을 하게 하여 쌍방 거래내역을 모두 밝히게 한 후 주장·입증책임에 따라 쌍방의 입장을 명백히 하여 주도록 하며 ④ 가족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 문제라면 감정적 치유를 위한 대화의 장을 이어가도록 기일을 속행하는 방법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조정에 임하였다.
라. 첫 조정기일에 대면한 원·피고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공격으로 일관하여 조정위원이 예정한 순서대로 조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보였다.
그러나, 조정안은 예상외의 곳에서 발견되었다. 법정이 아닌 조정실에서 상호 적당한 간격을 두고 이루어진 공방에서 양측은 모두 ‘상대방으로 인하여 거액의 손해를 보았고, 상대방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조정위원은 그간의 숱한 법적분쟁들로도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본인들의 의도는 쌍방 이룰 수 없었음을 주지시키면서 법적분쟁이 계속되는 한 상호 만나지 않을 방법이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져보았는데, 양측의 답변은 뜻밖에 상대방이 문제를 일으키므로 그만둘 수도 없다는 답변이었다.
바. 조정위원은 상호 현재 진행중인 절차를 모두 취하하기로 하고, 향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조정안을 제시하여 보았는데, 양측은 모두 이에 동의하여 조정이 성립되었다.

4. 이 사건 조정의 의미

가. 가장 바람직한 조정은, 당사자들 사이에 드러나 있는 법적 분쟁에 대하여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당초의 원만한 관계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형제자매 등 가족간 또는 동업관계와 같이 장기간의 깊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관계일수록 조정의 이상과는 달리 감정의 골이 깊어 제3자가 보기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할만한 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고, 법원이 진실을 가려 판결에 의하여 정의를 바로 세워달라는 요구가 강하다.
나. 우리나라 대법원의 대법정 앞에는 온화한 표정의 선녀차림 여신이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있지만, 그 외 우리나라나 외국의 대부분의 정의의 여신상은 두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이러한 정의의 여신상에 함축되어 있는 사법절차의 한계와 법관들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는 당사자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다. 사건 당사자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과 분위기, 시간을 허용한다면, 분쟁의 원인이나 목적, 분쟁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찾을 수 있다.
라. 이 사건의 경우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분쟁을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정의의 여신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분쟁의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버릴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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