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조정사례

친구 사이 욕설이 발단… 소액심판 청구서 위자료 지급판결, 항소심서 신속히 조정회부… 1심판결 유사한 금액조정 결정

민사소송/민사집행

1. 들어가면서
가. 제14대 이용훈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법원이 갈등과 분쟁을 실질적이고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명실상부한 최종 분쟁해결기관이 되어야 하며, 재판이 분쟁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거나 심지어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된다면, 그것은 국민과 국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강조하였다.
나. 우리나라의 재판제도는 헌법상 원칙적으로 삼심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삼심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취지는, 법해석과 적용에 있어 오류를 최소화하고, 통일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지, 동일한 분쟁을 되풀이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 재판이 분쟁의 근원적 해결책이 되려면, 재판제도에 대한 이해와 재판결과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토대가 마련되어야만 재판을 분쟁해결의 장으로 받아들이고, 재판결과를 수용하여 분쟁의 반복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재판제도의 실상과 이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어긋나거나 재판결과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재판을 반복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고자 하는 욕구를 견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언니가족과 함께 지내는 독신의 여자이고, 원고의 언니는 피고의 어머니와 수십년전 학창시절부터 친구관계로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그러나, 서로 성인이 된 이후에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지내왔다.
나. 그런데, 공교롭게도 양집안이 10년 정도 같은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면서 원고의 언니와 피고 어머니의 사이는 더욱 좋지 않게 되었다. 다행히 피고의 가족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이후 10년 정도는 상호 왕래없이 지내게 되었다.
다. 2008년경 원고의 언니는 피고의 가족이 다시 같은 아파트단지로 이사를 올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피고의 어머니에게 확인을 하고자 하였는데, 이 때부터 다툼이 생겨 원고의 언니는 피고의 어머니에게 부적절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었다는 사유로 벌금형을 받았고, 원고의 언니와 피고의 부모 사이에서 접근금지가처분신청이 있어 상호 접근하지 아니한다는 법정화해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라. 이후 피고의 가족은 같은 아파트단지로 이사하였고, 수개월이 지나 주차장에서 원고와 원고의 언니는 피고와 마주치게 되었는데, 이 사이에서 다시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피고가 원고의 외모와 관련된 욕설을 하였다는 이유로 약식기소되었고, 정식재판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마.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 주차장에서의 다툼을 이유로 위자료청구의 소액심판을 청구하였고, 1심 재판부는 6차의 변론기일을 진행하면서 증인신문, 기록송부촉탁 등의 증거조사를 거쳐 2백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선고하였다.

3. 조정경과
가. 피고가 위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하였고,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변론기일을 지정하기 전, 법원조정센터의 조정에 회부하였다.
나. 이 사건은 비록 소액사건이나 이미 관련 분쟁들이 수건 진행되었고, 쌍방 변호사를 선임하여 대응하여 오고 있는 상황이며, 원인된 사실관계의 존부, 손해배상액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기록은 법전의 두께를 훨씬 넘어서고 있어 조정의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쌍방의 의견접근은 어려워 보이는 사건이었다.
다. 조정기일에 양측은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에 치중하고자 하였고, 상임조정위원은 양측의 주장을 경청하면서 이 사건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양측의 목표와 실현가능성에 대한 예측에 질문을 집중하였다. 쌍방은 이 사건 진행의 목표에 대하여는 소송물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였지만, 그 목표들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모두 자신있는 의견을 제시하지는 못하였다.
라. 다행히 양측 모두 변호사인 대리인들을 선임하고 있어 재판제도의 한계에 관하여서는 쉽게 의견의 접근을 이룰 수 있었다.
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금액에 관하여는 양측의 의견접근이 어려워 그 동안의 대화를 토대로 상임조정위원이 화해를 권하면서 1심판결에 유사한 금액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고,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

4. 이 사건 조정의 의미
가. 2010년 우리나라 1심판결에 대한 항소율은 7.3%(합의사건 42.3%, 단독사건 12.7%, 소액사건 2.7%)이고, 항소심판결에 대한 상고율은 37.2%(고등법원사건 42.1%, 1심단독사건 39.1%, 1심소액사건 24.8%)에 이르고 있다.
나. 이러한 상소사건의 대부분은 당초 삼심제도의 취지에 따른 법해석과 적용의 통일을 기하고자 하기보다는, 원심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원심과는 다른 결론을 받아보고자 함에 있다.
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양측은 항소심에서 얻고자 하는 목표에 대하여서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실제 재판제도의 운영현실에 비춘 목표의 실현가능성에 대하여는 상호 한계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라. 이 사건 당사자들이 조정의 자리에서 이러한 한계에 관하여 그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였더라면, 비록 소액사건이라 하더라도 항소심판결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며, 이 사건에서 진술한 증인들에 대한 위증 여부를 놓고 다시 한 번 분쟁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 다행히 항소심 재판부의 신속한 조정회부로 양측은 사적 분쟁을 법정에서 해결함에 있어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한계에 관하여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였고, 그 결과 비록 사건 자체의 내용에 대하여 화해는 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3년에 걸친 지리한 법정싸움만은 그칠 수 있게 되었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