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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사례

재개발 사업 분진 등 피해… 가구당 1000만원 위자료 청구, 이웃 간 단절된 대화부터 복원… 대면협상으로 돌파구 열어

부동산/임대차

1. 들어가면서

가. 수년전, 어느 재벌 회장이 주택을 신축하고 있을 때, 이웃에 거주하는 다른 재벌 회장이 조망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하여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 두 재벌 회장간의 분쟁은 소송을 제기하기 이전에 이미 발생하였고, 공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으로 인하여 벽체에 균열 등이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관할구청에 민원을 제기하여 신속한 조처를 호소하면서 표면화하였었다.

나. A아파트의 입주자들은 인근에서 아파트를 신축중인 B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소음겵便퓖분진 등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그런데, 약 15년전 A아파트를 신축할 당시 현재 B재건축조합이 공사를 진행중인 부지에 있던 아파트의 입주자들이 A아파트의 신축공사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약 4억5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였었다.

다. 우리 선조들은 새로 집을 지을 때 고유제(告由祭)를 지냈다고 한다. 제사가 정통유교의 엄격한 형식을 지키는 반면, 이러한 고사는 그 형식이 한층 자유롭고 주술적 성격이 강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고사의 마지막 순서는 항상 준비한 음식과 술을 주변에 나누는 것으로 되어 있다. 고사의 종교적 의미는 별론으로 하고, 이러한 고유제는 새로 집을 지으면서 불편을 끼치게 된 사정을 미리 고사의 형식을 빌어 이웃에게 알리고, 음식과 술을 나누면서 양해를 구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당분간 불편을 겪는 이웃으로서도 미리 여러 가지 사정을 들려주면서 집을 신축하게 되었음을 알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면 일시적 불편을 감수하지 못하는 인간성 나쁜 이웃이 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교류와 양해로 언젠가 내가 새로 집을 지을 때, 이웃도 나를 쉽게 양해하여 주리라는 상호보증적인 신뢰도 쌓아가게 되었을 것이다.

2. 사안의 개요

가. 신청인들은 100m 이내의 가까운 곳에서 주택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신축공사시의 터파기 작업, 작업차량들의 고속질주 등으로 인하여 유발된 소음, 비산먼지 및 매연, 출입차량들로 인한 토사유입으로 인한 오염, 공사시 하수시설을 제대로 하지 아니하여 하수역류로 인하여 주차장의 차량 및 지하실 시설의 침수피해, 공사차량의 고속질주로 인한 아파트 앞 도로의 파손, 재개발사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항의집회시의 고성방가로 인한 소음 등으로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한다.

나. 이로 인하여, 비산먼지로 변색된 아파트 외벽도색, 주차장의 바닥 코팅 및 주차선 도색, 침수된 차량의 점검 및 세차비용, 분진으로 인한 유리창 청소, 침수된 지하 출입문 및 시설의 보수 및 교체, 침수시 발생한 폐기물 및 토사 처리 및 청소 등으로 아파트 관리비용으로 약 1억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고, 각 입주자들은 소음, 분진 등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한다.

3. 조정의 경과

가. 신청인들은 위 재개발사업의 시공자들을 상대로 위 관리비용 및 입주자들에게 각 금 1000만원씩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조정을 신청하였다.

나. 상임조정위원은 위 사건에 관하여 3차에 걸쳐 조정기일을 진행하면서 위 공사로 인한 신청인들의 피해발생 여부, 이에 대한 피해복구의 적절한 방법에 관하여 쌍방의 의견을 듣고, 조정을 시도하였으나 최종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다. 이에 상임조정위원은 조정과정에서의 쌍방의 의견을 취합하여, 피신청인들이 신청인들 아파트의 피해복구를 위하여 아파트의 외벽 및 지하주차장의 도색, 주차장 바닥 코팅 및 주차선 도색 작업, 아파트 외부 유리창 청소 등을 직접 시행하여 주고, 입주자들에게 약간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고, 쌍방이 이 결정을 받아들여 이의신청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분쟁이 해결되었다.

4. 이 사건 조정의 의의

가. 예나 지금이나, 규모가 크거나 작거나 이웃에 건물을 신축한다고 하면, 기존 거주자들이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은 굳이 묻지 않아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A아파트의 사례처럼 상호 입장이 바뀔 수도 있음을 생각한다면, 이웃의 건물신축으로 인한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나. 그러나, 건물이 대형화·고층화되면서 신축공사의 영향은 단순히 불편을 감내하는 정도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아니하고, 심지어는 안전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게 되었다. 따라서, 새로 공사를 하는 편에서는 기존 건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생활상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 문제는 기존건물 입주자들의 수인의무와 신축공사 관련자들의 주의의무의 한계, 그리고 피해복구의 방법 여하라 할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한 법적분쟁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쌍방이 그 한계에 관하여 대립하는 경우 법원에서는 일응의 기준을 가지고 한계의 일탈 여부를 판단하고, 금전적 손해배상을 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라. 이 사안의 경우 쌍방이 위 한계와 피해복구 방법에 관하여 완전히 의견의 일치를 보지는 못하였으나, 수회에 걸친 조정기일에서 상임조정위원의 중재하에 대면협상을 하면서 피해의 발생, 범위 및 복구방법에 관하여 충분히 의견을 나누었던 것이 결국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수용하여 분쟁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마. 전통사회에서는 고사라는 형식을 빌어 서로 형편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것만으로도 분쟁을 예방하기에 충분하였지만, 거대화·집단화된 현대 도시생활에서는 이러한 형식으로는 서로 형편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단순한 양해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어쩌면, 조정이라는 절차는 이러한 도시화에서 단절된 이웃간의 대화를 복원하여 문제의 본질과 해결방법을 숙의하여 분쟁을 조기에 종식시킴으로써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자리가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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