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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사례

상가 임대료 연체에 건물인도 요구… 모욕죄까지 겹쳐 소송 당사자 외 제3자와 분쟁 포함 총괄적인 합의 유도

부동산/임대차

1. 들어가면서

가. ‘3’이라는 숫자는 참 중요하게 여겨진다. 삼족오(三足烏)라는 동물을 신성시하고, 단군신화에는 풍백·운사·우사 3인이 등장하고, 훈민정음은 천지인으로 구성된 우주를 반영한다고 하며, 모든 일에 삼칠일을 중요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영향인지, 일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도 통상 세 가지를 들어 이야기한다.

나. 조정에도 그 성패를 좌우하는 세 가지 요소로, 사안의 내용, 분쟁 당사자의 성격, 그리고 조정인의 자질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사안의 내용은 조정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이미 전개되어 있고, 분쟁 당사자의 성격은 변수가 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사안의 내용 및 분쟁 당사자의 성격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결국 조정인의 몫이다.

2. 사안의 개요

가. 이 사건은 임대인인 원고가 식당을 경영하는 임차인인 피고(실제로 대부분의 계약 및 분쟁관련 행위는 피고의 남편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를 상대로 연체된 차임과 건물인도를 구하는 것으로 겉보기에는 간단한 사건이다. 하지만 실제 조정에 임하여 드러난 사정은 다음과 같이 복잡하여 분쟁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나. 원고의 주장은, 원래 보증금 1,000만원, 월차임 344만5,000원, 기간 2년으로 임대차계약을 하였는데, 피고가 장사가 안된다면서 차임감액을 요구하여 1년 정도 경과 후 보증금 3,000만원, 월차임 241만2,000원으로 감액(다만 임료 체납시 원래 임료로 지급하는 특약)하여 주었다. 그러나 1년 정도 지나자 다시 차임을 연체하여 미납차임이 1억원에 가깝게 되어 미납차임, 건물인도 및 인도완료 시까지 임료(원래의 금액)의 지급을 구한다는 것이다.

다. 피고의 주장은 차임을 미지급한 것은 맞지만 그 금액은 감액된 차임을 기준으로 계산하여야 한다. 또한, 피고는 원래 이 사건 식당의 임차인인 소외 ‘갑’에게 그 임대차보증금 3,000만원 반환청구채권을 담보로 금 2,000만원을 대여하여 주었는데, ‘갑’이 도망가는 바람에 채권을 회수할 수 없게 되어 원고에게 보증금을 달라 하니 원고는 미납차임을 공제하면 돌려줄 보증금이 없다고 하면서, 다만 이 식당에 임대차를 새로 계약하면 나중에 나갈 때 권리금이라도 받게 해주겠다고 하여 피고는 빌려준 돈을 일부 회수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원고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런데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부동산에 내놓고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구하여 권리금 등을 받으려 하였으나 원고는 특별한 이유없이 임대차계약을 거절하면서 피고의 희망을 깨버릴뿐만 아니라 전기와 가스를 끊는 등 피고가 장사를 못하도록 하면서 무조건 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는데, 결국 피고는 원고의 기망에 속아 임대차를 하게 되어 엄청난 적자와 사채 빚 때문에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음을 억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라. 그 동안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사기죄로 고소하였는데, 무혐의처분되었고, 이에 원고는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조정할 의사가 없게 되었다. 피고의 남편은 건물에 빨간 페인트칠을 하고, 모욕적인 표현의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원고는 이에 대해 모욕죄로 고소를 제기하여 피고의 남편이 벌금 300만원의 구약식 처분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태이다.
마. 피고 측은 원고 소유 건물내 다른 임차인과도 분쟁이 존재하고 있었다.

3. 조정의 경과

가. 1차 조정기일에 원고와 피고(남편이 참석하여 조정대리를 허가하였다)의 진술을 경청하여 위와 같은 입장과 상황을 파악하였는데, 양측의 감정 상태가 너무 격앙되고 거칠어 도저히 합의가 어려운 사건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사건일수록 합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인내심을 가지고 기일을 속행하기로 하였는데, 원고 측에서는 어차피 차회 기일에도 조정이 안 될 것이니 너무 늦은 기일은 의미가 없다고 하여 특별히 3일 후로 급속 기일을 지정하였다.

나. 2차 조정기일에서도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특히 원고 측은 미납 차임과 지연이자 합계액이 조정기일 기준 1억3,000만원 가량 되는 상황, 고소까지 당한 점, 건물에 시뻘건 페인트칠을 하여 훼손시키고 모욕적인 표현의 현수막까지 내걸어 이웃 보기도 너무 부끄럽고,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조정의사가 없음을 강력히 표명하였다.

다. 상임조정위원은 원고에게는, 피고로 하여금 사과문을 게시토록 하여 원고의 명예를 회복하게 하고 어차피 더 오래 끌어 미지급 차임이 증가되어도 완전히 받기가 어려운 점 등을 들면서 합의를 하도록 설득하였고, 피고에게는 모욕죄로 벌금까지 받은 상황이어서 또 다른 민사 손해배상소송을 당할 수도 있고, 횟집을 계속 운영하여도 적자가 누적되며, 미지급 차임 액수만 늘어난다면 조정을 하지 않고 판결로 하는 것이 피고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라고 설득하였다. 특히 상임조정위원은 피고의 남편이 사건의 장본인이므로 직권으로 참가명령하여 의무주체가 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라. 결국 원고와 피고측은 피고측과 다른 임차인 사이의 분쟁도 포함하여, 피고측이 사과문을 건물 외부에 게시하기로 하고, 피고측의 차임지급의무를 명시하되, 피고측이 원고로부터 이사비 700만원을 지급받고 건물을 인도해주는 경우 위 미지급차임 지급의무를 면제해주는 것으로 하고, 피고는 원고 및 다른 임차인에 대한 각종 형사고소를 취소하고 일체의 금전요구를 하지 아니하며, 원고도 피고 남편의 모욕죄에 대한 정식재판 진행과정에서 처벌불원의사를 표명하여 벌금액이 경감되도록 협조한다는 내용으로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

4. 이 사건 조정의 특성

가. 소장에 간단히 기재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상가임대차와 관련하여 다수 당사자가 관련된 복잡하고 극렬한 분쟁을 신속히, 통합하여 조정한 대표적 사례이다. 극렬한 분쟁이 합의조정되어 엄청난 평화가 찾아 올 수 있었고, 원·피고뿐만 아니라 다수 관련자가 조기에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더 나은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 궁극적인 만족과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나. 이 사건 분쟁해결을 위하여, 상임조정위원은 사건의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 분쟁의 배경과 다른 당사자가 관여된 분쟁 등을 파악한 후, 소송 당사자 외에 제3자와의 분쟁, 민사사건 뿐 아니라 관련 형사사건도 포함한 총괄적인 합의를 유도하였으며, 주된 행위 당사자인 피고의 남편을 조정기일에서 참가명령하여 참가인으로서 의무이행의 주체가 되도록 하였고, 신속한 속행기일 지정으로 양 당사자들이 집중하여 조정에 임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다. 분쟁의 배경에 깔려 있는 많은 사건들을 표면에 드러내고, 감정대립이 극에 달한 당사자들로 하여금 합의여부에 따른 득실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데에는 조정인의 인내와 끈기, 판단력과 결단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이 사건은 조정인이 사건의 내용과 분쟁 당사자들을 조정으로 이끄는 핵심적 역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절하게 수행하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라. 그 과정이 조정인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노력을 요구하는 힘든 과정이지만, 수없이 문구를 수정하는 등의 작업 끝에 결국 쌍방의 서명을 받고 조정이 성립되는 순간에는 당사자들에게 찾아오는 평화만큼의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