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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사례

부동산 매매대금 관련 6년 분쟁… 그 동안 땅값도 상승, 계약해제의 적법성 다툼보다 상호 ‘윈 윈’의 實利 도출

부동산/임대차

1. 들어가면서

가. ‘송사 3년에 기둥뿌리 남아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오랜 시간 소송에 휘말리다보면 소송비용과 시간의 낭비로 득보다 실이 훨씬 커지고, 소송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관련자들까지 감정이 상하게 되어 소송에 의한 분쟁해결을 부정적으로 보는 우리의 정서가 담긴 속담이다. 원수지간을 일컫는 ‘척’이라는 단어도 본래 송사의 상대방을 이르던 말로 같은 정서를 담고 있다.
나. 현대적으로는 이러한 정서가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권리구제 제도가 있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거나 응소하지 않음으로써 일어나는 부정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송사에 대한 전통적인 정서는 타당하지도 않고, 우리나라의 소송실태에 비추어볼 때 현실적으로 이러한 정서가 남아있는지도 의문이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사사건이 형사사건이나 다른 파생사건들을 불러 일으키고, 항소와 상고 등을 반복하면서 하나의 분쟁으로 수년씩, 심지어는 10년 넘게 소송에 휘말려 있는 경우를 본다면, 비록 경제적인 면으로는 속담과 같이 기둥뿌리 남지 않는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비방, 절차진행 및 결과에 대한 절망과 분노 등이 쌓여가면서 경제적으로는 산출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경우도 적지 않다.

2. 조정사건의 개요(분쟁의 경위)

가. 이 사건 부동산은 토지거래허가구역내에 있는 전 약 1,200평과 그 지상 주택(식당)이다. 피고는 6년전 봄,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로부터 매수하면서 계약금 3억원을 지급하고 여름에 중도금 12억원을 지급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다음해 초 건물을 먼저 인도하고, 4월말에 잔금지급과 소유권이전등기를 동시에 이행하기로 약정하였었는데, 매매대금에 관하여 원고는 35억원이라고 주장하고, 피고는 30억원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분쟁이 발생하였다.
나.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건물인도,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등의 소송을 제기하여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매매대금이 35억원임을 전제로 잔금지급과 동시에 건물인도,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 및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원고가 위 판결에 따라 위 부동산을 피고에게 인도하여 피고는 위 건물에서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가 나지 않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못하던 중 2008. 말경 토지거래허가가 나자 원고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제공하고 피고에게 위 판결금액을 지급할 것을 최고하였다. 그런데 피고가 자금사정으로 매매잔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자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
라. 한편,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는 이중의 매매계약서의 존재 및 토지거래허가 과정과 관련하여 형사고소, 별도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위 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재심청구 등 다수의 민·형사 분쟁이 있었고, 이 사건 조정시에도 상고심에 관련사건이 계속되어 있다.
마. 원고는 이 사건 본소로서 위 매매계약이 해제되었으니 피고에게 위 부동산을 명도할 것을 청구하고, 피고는 반소로서 위 해제가 부적법하므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것을 청구한다.

3. 조정경위

가. 매매계약 이후 6년 이상이 경과함에 따라 위 부동산은 가격이 많이 상승하였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소송에서 승소하게 되면 위 부동산의 소유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되므로 매우 강경한 입장이고, 피고는 이 사건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가격이 많이 상승한 위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되므로 승패 가능성을 따지기 보다는 양보를 하더라도 위 매매계약을 유지하려는 입장이다.
다. 원고는 지연손해금 등을 감안하여 피고에게 금 26억원(매매잔대금 20억원+6억원)의 지급을 요구하였다.
라. 피고는 위 금액을 깎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원고의 입장이 매우 강경하므로 결국 원고의 요구 금액에서 5,000만원을 감액한 25억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여 조정이 성립되었고, 원고와 피고는 상고심에 계속중인 관련사건에 관하여도 항소심판결을 받아들이고 상고를 취하하기로 하였다.

4. 이 사건 조정의 의미

가. 형식적으로 보면 피고가 많은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부동산의 가액이 계약시보다 많이 상승한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는 승패를 떠나 확실한 실리를 취한 조정인 것으로 생각된다. 계약해제의 적법 여부를 가려서 승패를 가리는 것보다 이 사건 조정으로 쌍방이 만족할 수 있는 win-win의 결과가 도출된 사건이다.
나. 한편, 조정이 성립되지 않아 이 사건뿐만 아니라 관련된 다른 분쟁들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면, 원고와 피고는 모두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상대방의 공격내용에 드러나는 자신에 대한 적대감을 접하면서 심리적, 정신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분쟁은 이 사건의 과거 분쟁진행기간과 민·형사 다수의 분쟁이 진행된 경과에 비추어 보면, 다른 파생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다. 분쟁에 처한 당사자로서는 사건발생 당시의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이에 따른 당부의 판단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처럼 현재의 상황에 따른 손익계산을 해보고, 분쟁의 지속으로 인한 경제외적 손해를 평가하여 보는 것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분쟁당사자들에게 이러한 기회를 가져보게 하는 것은 조정이 사회통합과 평안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