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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2)도산법

백창훈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

금년 4월1일부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소위 ‘통합도산법’)이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다만, 통합도산법 시행전에 회사정리, 화의 또는 파산의 신청을 한 경우에는 폐지된 회사정리법, 화의법 또는 파산법에 의하도록 되어 있다(통합도산법 부칙 제3조). 폐지된 회사정리법 및 파산법상의 많은 조문들이 통합도산법에 그대로 존치되었으나, 절차적으로 진일보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구법에 없었던 부분에 관한 법리연구가 활발히 일어나길 기대한다.

2005년에도 도산법에 관한 상당히 많은 판례가 나왔다. 그동안 도산법에 관한 기본적 쟁점에 대해는 상당부분 법리가 확립되었기 때문에 2005년 판례들은 좀더 세부적인 이슈들에 관하여 판시내용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산법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으로 생각된다. 이하 2005년에 나온 대법원의 도산법 관련 판례 중 몇 가지를 살펴보겠다.

1. 정리회사의 보증인의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을 정리계획에 규정한 경우 그 계획의 효력(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다48482 판결)

1) 판결요지

(1)정리회사의 채무를 보증한 보증인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과 같은 내용은 정리계획으로 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설사 그와 같은 내용을 정리계획에 규정했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은 정리계획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2) 또한,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가 정리계획안에 대해 동의 또는 부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정리계획안에 기재된 개개의 내용에 대해 사법상 법률효과의 발생을 의도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정리담보권자가 관계인집회에서 보증면제조항이 포함된 정리계획안에 대해 동의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보증인에 대해 보증채무를 면제한다는 개별적인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판결의 검토

원칙적으로 보증채무는 부종성이 있으므로, 주채무가 감경 또는 면제되는 경우 보증채무도 주채무와 같은 정도로 감경 또는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회사정리법 제240조 제2항에서는 “정리계획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가 회사의 보증인 기타 회사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해 가진 권리와 회사 이외의 자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를 위해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예외적으로 정리계획에 의한 주채무의 권리변경의 효력이 보증채무에는 미치지 아니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회사정리절차의 경우에만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제한하자 초기에는 위 회사정리법 제240조 제2항이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도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관하여 “이는 재정적 궁핍으로 파탄에 직면하였으나 갱생의 가망이 있는 주식회사에 있어서 채권자, 주주 기타 이해관계인의 이해를 조정하여 그 사업의 정리·재건을 도모하려는 회사정리법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판시(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57800 판결 등)하여 위 조항이 합헌임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정리회사의 대주주 등이 정리회사의 갱생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보증채무를 면제하여 줄 것을 요구하여 이 사건과 같이 정리계획에 대주주에 대한 보증채무를 면제하는 취지의 규정이 삽입된 경우가 있었는데, 이와 같은 정리계획상의 보증채무면제조항이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의문이 있었다. 대법원은 위 판결을 통하여 보증인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과 같은 내용은 애초부터 정리계획으로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설사 정리계획에 이를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이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회사정리법상 정리계획을 통한 권리변경에 그와 같은 권한을 부여한 바 없기 때문에 이를 정리계획에 정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효력이 발생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또한 대법원은 회사정리법 제245조 제1항은 정리계획 중 일부 내용이 당초부터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아무런 효력이 없는 정리계획에 관하여는 사후에 다툴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한편 회사정리법 제240조 제2항이 정리채권자가 회사의 보증인에 대해 개별적으로 보증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까지 금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와 같은 내용의 정리계획 자체는 무효라고 하더라도 정리채권자가 그러한 정리계획안에 대해 동의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이런 정리채권자의 행위를 보증인에 대한 개별적인 면제로 볼 수는 없는가 하는 점에 대해 대법원은 정리채권자가 위와 같은 보증채무면제가 규정된 정리계획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보증인에 대해 개별적으로 보증채무면제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는바, 사실상 정리채권자의 내심의 의사는 보증책임의 면제를 용인하는 것이었겠지만, 정리계획안 전체에 대한 동의, 부동의의 의사표시만 가능할 뿐 개별적인 조항별로 동의 여부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리채권자 집회에서 다수의 채권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의결권을 전체 계획안에 대해 동의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고 하여 이를 바로 보증책임에 대한 개별적 면제의사표시로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2. 부인권의 대상으로서 소위 ‘편파행위’의 요건(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3다271 판결)

1) 판결요지

(1) 채무자의 일반재산의 유지·확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채권자취소권의 경우와는 달리, 이른바 편파행위까지 규제 대상으로 하는 파산법상의 부인권 제도에 있어서는 반드시 해당 행위 당시 부채의 총액이 자산의 총액을 초과하는 상태에 있어야만 행사할 수 있다고 볼 필요도 없고, 행위 당시 자산초과상태였다 하여도 장차 파산절차에서 배당재원이 공익채권과 파산채권을 전부 만족시킬 수 없는 이상, 그리고 그러한 개연성이 존재하는 이상, 일부 특정 채권자에게만 변제를 한다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것은 다른 채권자들이 파산절차에서 배당받아야 할 배당액을 감소시키는 행위로서 부인권 행사를 할 수 있다.

(2)한편 위와 같은 편파행위가 고의부인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파산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함을 알 것’을 필요로 하는데, 파산법이 정한 부인대상행위 유형화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을 방지하고 거래 안전과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특정채권자에게 변제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편파행위를 고의부인의 대상으로 할 경우, 파산절차가 개시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채권자평등의 원칙을 회피하기 위해 특정채권자에게만 변제 혹은 담보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2) 판결의 검토

대법원은 2004. 3. 26. 선고 2003다65049 판결에서 “파산법 제64조 제2호에 규정된 위기부인의 대상이 되는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행위’에는 파산자의 일반재산을 절대적으로 감소시키는 사해행위 외에 채권자 간의 평등을 저해하는 편파행위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변제기가 도래한 채권을 변제하는 이른바 본지(本旨)변제 행위가 형식적인 위기시기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불평등 변제로서 위기부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편파행위의 요건까지 판단한 것으로 향후 부인권에 관한 하급심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의 사안은 피고가 파산회사에 약속어음을 담보로 자금을 대여해 주었다가 파산회사가 약속어음을 결제할 수 없게 되자 파산회사로부터 파산회사소유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받은 후 새로운 약속어음을 받는 방법으로 대여금의 만기를 연장해 주었으나, 결국 파산회사가 도산한 사건이다. 결국 피고는 파산회사에 대해 무담보채권을 갖고 있었으나, 파산회사의 도산 직전 채권의 기한을 유예하여 주는 대가로 담보물을 제공받은 것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편파행위가 파산법상의 고의부인(파산법 제64조 제1호)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으로 (i)행위당시 채무자가 반드시 부채초과상태에 있을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며, (ii)향후 파산절차에서 자산초과상태라 하더라도 향후 파산절차에서의 배당재원이 충분하지 아니하고 행위당시 그러할 개연성이 존재해야 하고, (iii)파산절차가 개시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채권자평등의 원칙을 회피하기 위해 특정채권자에게만 변제 혹은 담보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함을 명시하면서 위와 같은 담보물제공행위는 비록 당시 파산회사의 재무제표가 자산초과였다고 하더라도 파산회사의 도산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음에 비추어 이 사건 담보물제공행위는 편파행위로서 부인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3. 회사정리절차 이후 파산절차로 이행된 경우 회사정리절차상 상계금지효과(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5다27225 판결)

1) 판결요지

회사정리법 제24조 제2항, 제4항의 취지는 회사정리절차가 파산절차로 이행된 경우 중복되는 절차를 생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시키는 데 있는 것이지 양 절차가 동일한 절차임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고, 회사정리법은 제24조 제1항에서 공익채권은 파산재단채권으로 한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만 상계금지의 효과를 파산선고 이후까지 연장한다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아니하며, 파산법 제95조에서 회사정리법과는 별도로 상계금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정리절차가 진행되다가 파산절차로 이행되었다고 하여 파산선고 후에도 여전히 상계금지에 관한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1호가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2) 판결의 검토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1호는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가 정리절차 개시 후에 회사에 대해 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상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회사정리법 제24조 제2항 및 제24조 제4항은 각각 회사정리절차 도중 파산선고가 있는 경우 회사정리절차에서 행한 일정한 절차(정리채권의 신고, 조사, 이의 또는 확정, 관리인의 처분 등)가 파산절차에서도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파산회사에 대해 당초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었다가 그 정리계획인가결정이 확정되기 전 정리절차가 폐지되고 파산선고가 내려졌다. 정리채권자였던 원고가 정리절차 이후 공사대금지급채무를 부담하게 되었으나, 정리절차 당시에는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1호로 인하여 상계를 할 수 없었으나, 파산회사에 대해 파산선고가 내려진 때에는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1호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아니함을 주장하면서 상계를 하였다.

원칙적으로 회사정리와 파산은 각각 별개의 목적으로 하는 절차로서 각각 상계금지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으므로 별도의 특칙이 없는 한 회사정리절차 이후 파산절차로 이행한 경우라도 회사정리절차상의 파산금지조항이 계속 효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통합도산법도 회사정리법 및 파산법과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위 판시는 통합도산법하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정리절차 이후 채무자에 대한 현상이 고정된 상태에서 채무자에 대해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가 단지 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가 내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상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입법론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정리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해 채무를 부담하면서 그 채무는 자신의 정리채권과 별도로 이행하려 한 것이고 자신의 정리채권과 상계할 것이라는 기대를 전혀 하지 못하였다가 파산선고가 되면서 갑자기 생각지도 못하였던 상계가 가능한 상황이 된 것으로서 다른 채권자들과의 관계에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부당하게 감소시킨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4. 제3자의 정리채권 및 정리담보권 양수행위가 특별이익의 공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05. 3. 10. 자 2002그32 결정)

1) 판결요지

회사정리법 제231조는 “회사 또는 제3자가 정리계획의 조건에 의하지 아니하고 어느 정리채권자, 정리담보권자 또는 주주에게 특별한 이익을 주는 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정리채권 및 정리담보권의 양도는 회사정리절차상 용인되고 있고(같은 법 제128조 참조), 정리회사의 인수예정자 등 정리계획을 추진하는 자가 적극적으로 권리를 양수하는 것 역시 회사정리법 전체의 구조에서 시인되고 있으므로, 제3자가 정리채권이나 정리담보권을 양수하는 행위가 같은 법 제231조의 특별이익의 공여행위에 해당하려면, 양도 가격이 당해 정리채권이나 정리담보권의 실제 가치를 현저히 초과하는 경우에 한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2) 판결의 검토

통상 회사정리법 제231조(통합도산법 제219조에 같은 내용의 규정이 있다)에 의한 특별이익의 공여가 문제되는 경우는 회사가 이해관계인집회에서 정리계획안을 가결받기 위해 특정 채권자에게 정리계획에서 정하지 아니한 이익을 공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제3자가 정리채권 및 정리담보권을 인수하면서 정리계획안에서 정한 것보다 더 많은 대가를 채권자들에게 제공하고, 이해관계인집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처럼 정리회사를 인수하고자 하는 자 등이 의결권 확보를 위해 정리계획에서 정한 것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정리채권을 매수하는 것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경우에 정리계획에서 정한 바 보다 어느 정도 좋은 조건으로 정리채권을 매수한다고 해서 특별이익의 공여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실제 가치를 현저히 초과하는 가격으로 매수할 경우에는 특별이익의 공여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필자는 원칙적으로 본 판결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정리회사에 대해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정리계획안의 가결을 위해 정리채권을 매수하여 자신이 직접 정리채권자가 되는 것을 금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일 그 이해관계인과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은 정리계획안의 부결을 위해 정리채권을 매수하면 될 것이다. 그때 채권의 가격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당사자의 사적 자치의 영역에 있는 것이고, 이처럼 정리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면 채권의 가격이 올라가게 되는 것은 시장원리상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정리채권 또는 정리담보권의 양수도는 정리채권자 및 정리담보권자의 자유이므로 이를 특별이익공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위와 같이 정리채권 또는 정리담보권을 양도한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는 더 이상 정리절차에 관여하지도 않고, 이를 양수한 자도 정리계획에서 정한대로 변제를 받을 수 밖에 없으므로, 위와 같은 양수도대금의 지급이 “정리계획의 조건에 의하지 아니하고 주는 특별한 이익”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만 이처럼 매수한 다수의 정리채권을 배경으로 부당한 정리계획안을 통과시켜 나머지 소수 정리채권자들을 희생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할 수 있으나, 정리계획안에 그와 같은 부당한 점이 있다면 당연히 법원에서 계획안을 심사하여 공정, 형평하지 않음을 이유로 정리계획을 불인가하면 될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정리채권의 매매 자체를 특별이익공여의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본 판결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정리계획안의 조건보다 어느 정도 높은 가격으로 매수하면 되는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이해관계인 입장에서 본 판결을 보면 정리채권을 매수하면서 어느 정도 가격이 현저한 고가인지 따라서 그 매매가 유효인지 무효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으므로 매수 의사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법적 안정성을 위해서도 현저히 고가라는 애매한 기준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정리채권 매매행위는 특별이익 공여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되, 정말 용인하기 어려운 사례가 있다면 신의칙 등의 위반을 이유로 무효로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5. 정리채권자가 변제에 갈음하여 전환사채를 취득하는 경우 보증채무의 소멸여부(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4다27143 판결)

1) 판결요지

정리채권이나 정리담보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는 여전히 채권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단지 채권액을 감액하고 유통성을 높이고자 유가증권의 형식을 갖춘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전환권이 실제로 행사된 때에 그 주식의 시가 상당액의 보증채무가 소멸하는 것으로 봄은 별론으로 하고, 그 행사 이전에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환사채를 취득하였다 하여 이를 취득한 시점에 그 평가액만큼 주채무가 실질적으로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따라서 그 평가액만큼 보증채무가 소멸한다고 할 수는 없다.

2) 판결의 검토

대법원은 2002. 1. 11.자 2001다64035사건 등에서 “정리계획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이나 정리담보권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 상당액에 대해 정리회사의 주채무가 실질적으로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어 보증채무도 그만큼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현금 대신 주식을 준 것이므로 주식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한 평가액으로 채무가 만족을 얻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법리라고 하겠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전환사채의 경우에는 주식을 받은 경우와 달리 채권자가 여전히 채권자의 지위를 갖고 있고, 단지 채권이 감액된 상태에서 유가증권의 형식을 띄고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전환권을 행사될 때 당시의 시가에 따라 만족을 얻지 않은 이상 그 전에는 주채무가 실질적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정리채권자에게 변제에 갈음하여 전환사채를 발행하여 준 경우 출자전환과 마찬가지로 평가액 상당만큼 주채무가 만족된 것으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출자전환과는 달리 주채무가 만족된 것으로 볼 수 없을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된다. 여전히 채권의 형태로 남아 있는 이상, 실제로 사채가 상환이 되어 변제를 받거나 전환권을 행사하여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은 이상 주채무가 만족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본 판결의 내용인 것이다. 일리 있는 판결로 생각된다. 하지만 정리채권자가 전환사채를 받아 아직 정리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채권자의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정리채권자가 갖는 전환사채에 기한 채권이 정리채권과는 전혀 별개의 채권으로서 기존의 정리채권과는 달리 유통성이 보장된 사채로서 시장에 처분하여 채권액을 회수하기에 용이한 점을 놓고 볼 때 정리채권보다는 주식에 가까운 권리로 보아 주채무가 일정 부분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여지도 크다고 하겠다.

6. 정리절차에서의 정관변경(대법원 2005. 6. 15. 자 2004그84 결정 )

1) 판결요지

(1)정리회사의 수권자본의 수를 2배로 증가시키고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취지의 정관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정리계획변경은 기존 주주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회사정리법상 관계인집회의 개최 및 주주조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정리법원의 정리계획변경결정은 위법하다.

(2)원 정리계획안에서 정관변경에 관하여 “정리절차기간 중 정관변경의 필요성이 있을 때에는 관리인이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경한다”고 규정하고 있더라도, 원 정리계획상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제3자의 인수·합병에 의한 정리절차의 진행 및 종결을 위한 정관변경은 전체적인 정리계획의 기본적인 구도가 변경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이러한 정관변경을 정리계획변경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원 정리계획의 위 정관변경조항에 기한 법원의 정관변경허가결정만으로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2) 판결의 검토

정리회사의 일반적인 정리계획에는 “상법에 정한 수권주식 범위 내에서 관리인이 법원의 허가를 얻어 발행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만을 둔 정리계획에 의하면 비록 관리인이 신주발행할 권한은 있을지라도 정관에 제3자에게 주식을 배정할 근거가 없게 되면 제3자의 주식취득에 의한 M&A가 곤란해지게 되는 바, 이 경우 관리인이 “정리절차기간 중 정관변경의 필요성이 있을 때에는 관리인이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경한다”라는 규정에 근거하여 관계인집회의 의결 없이 법원의 허가만으로 정관에 수권자본확충 및 주식 제3자 배정 조항을 넣을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통하여 이에 대해 그러한 정관변경이 원래의 정리계획에서 고려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당초 정리계획을 의결할 때 제3자의 인수합병을 고려한 바 없다면 관리인이 일방적으로 정리계획에 근거하여 정관을 변경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한편, 이 사건에서는 회사정리법 제270조 제1항(통합도산법 제282조 제1항)에 의한 정리계획변경절차에 의하여 정리계획을 변경하여 정리회사의 수권자본확충 및 제3자 주식배정의 근거를 두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도 문제가 되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그러한 정리계획 변경은 주주에게 실질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관계인집회 및 주주조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원칙적으로 통상의 주식회사에 대해서는 설사 주주의 이해에 영향이 없는 사항이라도 정관변경절차를 생략할 수 없고, 정리계획에 의한 권리의 변경에 직접 관계없는 사항에 대해서까지 정리절차 중이라는 이유로 상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정관변경을 인정할만한 이유가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정관변경을 회사정리법 제270조 제1항(통합도산법 제282조 제1항)의 절차에 의하는 것을 제한한 것은 타당한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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