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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5) 엔터테인먼트

정경석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I. 머리말

국내에서 엔터테인먼트법(Entertainment Law)에 대한 인식과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 쉽지 않으나, 우리나라 법조실무에서도 엔터테인먼트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이를 별도의 법분야로 자리매김하려는 연구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률신문사의 ‘2005년 법률신문 판결뉴스집’의 판결 분류를 보면, 아직도 엔터테인먼트법 관련 사례들을 어느 자리에 놓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엔터테인먼트법과 관련된 분쟁이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중요한 의의가 있는 하급심의 판결들이 그냥 사장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목하 미국식 로스쿨 제도와 배심원 제도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데, 엔터테인먼트 관련 분쟁에 있어서는 사례법(Case Law) 체계를 운영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역사가 일천하고, 이와 관련된 분쟁과 사례가 주로 90년대 중·후반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하급심 판결이라도 유사한 사례들에서 법원이 적극적으로 인용, 비교, 대조하면서 판결을 축적, 발전시켜 나가면, 비록 성문법 국가이긴 하지만, 사례법 형식으로 판례를 발전시켜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래에서는 필자가 찾아서 정리한, 2005년에 선고된 대법원 및 각급 하급심 판결들 중에서 엔터테인먼트산업별로 나누어 소개 및 분석을 해보기로 하겠다.

II. 영화산업과 분쟁사례

1. 영화 ‘그때 그 사람들’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1. 31.자 2005카합106 결정)

2005년 벽두부터 엔터테인먼트 산업계는 ‘그때 그 사람들’ 영화의 상영금지가처분결정으로 ‘표현의 자유’ 격론을 벌였다. 표현의 자유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이념적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종종 개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등과 충돌을 일으켜 그 균형점을 찾는 데 있어 논란이 일기도 한다. 위 가처분 결정은 법원에서 그 동안 ‘보전의 필요성’ 등의 이유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던 영화의 상영금지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1) 신청인의 주장: 고 박정희 대통령의 장남인 신청인은 ‘그 때 그 사람들’ 영화가 고인의 성적 사생활 등 생활상 및 10·26 사건 당시 고인의 행적을 허위로 기술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함으로써 고인과 유족인 신청인의 인격권 또는 명예 및 추모감정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결정: 법원은 우선 실제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이른바 ‘모델영화’에 있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등의 방법으로 모델이 된 인물의 명예가 훼손된 경우에 표현의 대상이 된 인물은 명예훼손 또는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그 영화의 상영금지를 구할 수 있고, 모델이 된 사람이 이미 사망한 경우라도 사후에 망인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왜곡 등으로부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유족은 명예훼손 또는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영화의 상영금지를 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영화의 상영금지를 구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표현 및 예술의 자유와 비교형량하여 사자의 명예훼손이나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영화의 상영금지를 구하려면, “그 침해의 태양이나 정도, 악의성 여부 등을 고려하여 명예가 중대하게 훼손된 경우에만 상영금지를 인용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여 명예훼손 또는 인격권침해를 이유로 영화의 상영금지를 할 수 있는 기준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시하였다.

그리고 위와 같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고인의 행적이나 성격 등을 위 영화의 표현보다 완화하여 다르게 표현하는 등 ‘충분한 회피가능성’이 있었고, 일부 장면에서 ‘악의성’을 엿볼 수 있는 점 등을 볼 때에 고인에 대한 신청인의 명예 및 추모감정을 상당히 자극하고, 공적 인물인 고인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갖게 하여 고인 및 신청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충분히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공적 인물인 고인과 그 유족들은 그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를 어느 정도 수인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피보전권리에 대한 구체적인 소명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 다만, 부마항쟁의 시위장면과 고인의 장례식 장면과 같은 다큐멘터리 사진장면들은 위 영화가 허구가 아닌 실제 상황을 엿보는 듯한 인상을 갖게 하고, 허구의 인물이 아닌 실제 고인을 묘사한 것으로 사실과 허구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여 모델이 된 고인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하였다.

(3) 평석: 영화의 표현수단 또는 방법과 관련하여 법원이 완화하여 표현할 수 있는 다른 수단 또는 방법이 충분히 있다는 ‘회피가능성’을 내세운 점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또한, 이에서 더 나아가 표현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악의성’을 앞세우면, 모든 영화의 장면들은 표현의 수단이나 내용과 관련하여 위 두 가지 굴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법원은 피보전권리의 판단에 있어서도 침해될 우려가 있는 권리가 인격권인지, 명예훼손인지, 또는 그 주체가 고인인지 신청인인지 다소 불명확하게 설시하고 있고, 그러다가 갑자기 인격권이나 명예와 무관하게 공적인 인물들은 프라이버시의 침해를 어느 정도 수인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들고 있어, 인격권, 명예, 프라이버시를 명확한 구별 없이 혼용하여 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위 결정이 표현의 자유를 그렇게 심하게 제한하는 논리는 아니었다. 다만, 다큐멘터리 사진장면과 관련하여 이를 삭제하지 않고서는 영화를 상영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결과적으로 ‘사법검열’ 또는 ‘사법부에 의한 가위질’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초래하였다. ‘그때 그 사람들’과 같이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모델영화에서는 허구인 영화를 실제와 같은 느낌이 들도록 다큐멘터리 사진장면을 중간중간에 삽입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허구와 실제를 혼동케 하고 나아가 실존 인물의 인격상을 왜곡하고 명예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지나친 비약이었다고 본다. ‘그때 그 사람들’을 미국 영화 ‘JFK’와 한 번 비교해 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2. 영화 ‘귀신이 산다’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5. 2. 15.자 2004라362 결정)

영화에 대한 분쟁사례 중 또 하나의 유형은 바로 ‘표절’ 문제이다. 영화는 대부분이 2차적 저작물이므로, 영화의 ‘표절’ 문제는 원작인 소설 또는 시나리오 저작자들이 ‘표절’을 주장하면서 영화의 상영금지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1) 사실관계: 이 사건은 장편소설 ‘기억’의 원저작자가 영화 ‘귀신이 산다’는 자신의 소설을 무단으로 이용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영화의 제작, 배포, 상영, 광고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으나, 1심에서 그 신청이 기각되고, 영화가 상영을 종료하자, 항고심에서 위 영화에 대한 ‘대한민국 내 극장 상영 권리를 제외한 나머지 판권’들을 배포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취지로 교환적 변경을 하였다.

(2) 법원의 결정: 위 소설과 영화 사이에 저작권침해를 인정하기 위한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의거관계는 추정되나, 객관적 요건으로서의 실질적 유사성과 관련하여서는 소설에 등장하는 표현을 문장 대 문장으로 대칭될 수 있을 정도로 그대로 베낀 부분이 있어 두 작품 사이에 부분적·문자적 유사성이 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소명자료가 없다. 그렇다면, 소설과 영화 사이에 주제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줄거리, 사건의 전개, 등장인물의 성격과 상호관계 등 저작자의 창작적인 표현 사이에 포괄적·비문자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소설과 영화 사이의 공통적인 요소들은 모두 귀신 혹은 흉가를 소재로 한 기존의 문학작품이나 영화들에서 사용되어 온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이거나 대강의 줄거리 또는 통상적인 상황의 전개과정 등을 차용한 것이거나, 특정 주제의 표현에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 또는 배경에 속하는 것들로서 우선 그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두 작품 사이의 성격과 유형, 이야기 줄거리, 등장인물의 성격과 상호관계, 사건의 전개 등은 현저히 상이하며, 그러한 차이가 이 사건 영화의 창작적 표현형식에 해당함과 동시에, 지배적인 특징을 이루고 있는 까닭에, 전체적으로 볼 때 통상의 청중들로 하여금 소설과 영화 사이에서 동일한 관념과 느낌을 불러일으킨다고 하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영화는 이 사건 소설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거나 종속적인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이 사건 소설과는 별개의 창작성 있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3) 평석: 위 결정은 요즘의 국내 저작권법학에서 통용되고 있는, 저작권 침해의 성립요건으로서의 (i) 의거 요건과 (ii) 실질적 유사성 요건, 실질적 유사성의 두 가지 분류방법인 (i) 부분적·문자적 유사성과 (ii) 포괄적·비문자적 유사성, 저작권의 보호범위와 관련된 ‘필수장면’이론, 저작권침해의 판단기준으로서의 이른바 ‘외관이론’ 또는 ‘전체적인 관념과 느낌’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이유를 설시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론들의 도출근거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데, 모두 미국의 저작권법 판례를 통해서 발전된 이론들이다. 오늘날 법조인들의 미국 유학이 활발해지면서 미국의 발달된 지적재산권법의 이론들이 직수입되는 경향이 있는데, 판결이유에서 그와 같은 이론을 인용하게 된 근거가 되는 국내외 사례나 논문 등을 밝혀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III. 전속계약과 분쟁사례

연예인들의 전속계약과 관련된 분쟁도 거의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분쟁유형 중의 하나이다. 연예인들의 전속계약 관련 분쟁은 대개 소속사가 매니지먼트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였는지, 수익분배를 제대로 하였는지, 연예인이 연예활동 출연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고 전속계약 존속 중에 다른 제3의 소속사와 동종의 전속계약을 체결하였는지 등 전속계약상의 의무불이행 여부 및 그를 이유로 한 전속계약해지의 적법 여부 등이 다투어지고, 그 다툼은 연예활동금지가처분의 형태로 언론에 보도되며 자주 등장하고, 본안소송에서는 본소, 반소 형태로 연예인과 소속사가 손해배상 또는 위약벌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다. 다만, 법원에서는 연예활동금지가처분, 출연금지가처분 등의 신청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1. 박기영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1. 31.자 2004카합3858 결정)

가수 박기영이 전 소속사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제3자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음반을 출시하면서 연예활동을 하자 전 소속사가 박기영을 상대로 방송출연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한 사건이다. 가처분 법원은 박기영의 전속계약해지는 전 소속사의 의무불이행에 기해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전속계약은 당사자 상호간에 고도의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는데 이러한 신뢰관계가 깨진 경우에는 박기영에게 전속관계의 지속을 강제하기에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하였고, 박기영의 활동을 금지한다고 하여 전속계약의 본래 목적에 따른 계약의 이행을 기대하기도 곤란하다고 보았다. 더구나 박기영의 연예활동이 전면적으로 금지당하게 될 경우 그 손실은 금전적으로 환산하기 어렵고 직업 자체를 제한받게 되는 결과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유사한 사례로는 강혜정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10. 24.자 2005카합3264 결정).

2. 최진실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9. 23. 선고 2004가합93114 판결)

(1) 사실관계: 최진실은 아파트 분양회사와 위 회사가 신축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광고모델로 출연하는 광고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 내용에는 최진실이 계약기간 중 “그의 귀책사유로 사회적, 도덕적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분양회사의 제품 및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최진실은 위 광고계약기간 중 남편과의 불화로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고, 급기야 남편으로부터 폭행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게 되었으며, 기자들에게 폭행경위, 부상부위, 파손된 가재도구가 널려진 자택내부 등을 공개하였다. 이에 분양회사는 최진실이 위 광고계약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면서 위약벌 및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2) 법원의 결정: 법원은 가족간의 분쟁은 가정이 갖는 중요성에 비추어 법적인 절차에 따라 서로 상대방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는 진지하고도 조용한 처리방식을 취할 것이 요청되는데, 최진실이 언론에 적극적으로 공개한 행위는 혼인생활 중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였다기 보다는 오히려 장애를 확대시키는 행위에 해당하고, 최진실의 그와 같은 행위는 아파트 분양회사의 주택분양사업과 강한 연상작용을 일으켜 분양회사의 기업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이 경험칙상 인정된다고 보아 최진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3) 평석: 전속계약에는 연예인과 소속사가 체결하는 계약도 있지만, 연예인과 광고주가 체결하는 광고모델계약도 전속계약의 중요한 유형 중의 하나이다. 최진실 사건은 비단 광고모델계약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전속계약에서 흔히 연예인에게 부담시키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경우”와 같은 계약조항의 해석과도 맥락이 같은 분쟁사례이다. 법원은 결국 최진실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았지만, 얼마 전 선고된 항소심 판결에서는 최진실이 남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것만으로는 스스로 자신의 사회적, 도덕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명예훼손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부부간의 갈등에 있어 폭행을 일방적으로 숨기고 감내할 의무까지는 없다고 보아 최진실의 행위를 자신의 귀책사유로 사회적, 도덕적 명예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서울고등법원 2006. 5. 2. 선고 2005나89300 판결). 전속계약에 등장하는 위와 같은 조항들은 자칫 연예인들에게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으므로, 연예인이 고의로 범죄행위 등을 통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으로 한정하여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IV. 스포츠산업과 분쟁사례

스포츠산업이 성장하면서 관련 분쟁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나, 아직은 국내 스포츠산업을 둘러싼 분쟁사례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국내에도 FIFA 에이전트 자격을 갖고 있는 변호사도 있고, 이번 하인스 워드 방한 때 큰 활약을 한 변호사도 있어 앞으로는 스포츠산업에서 변호사의 역할이 점점 더 증대되리라고 기대한다.

1. 스포츠경기 독점 방송권 분쟁

(서울동부지방법원 2005. 6. 18.자 1464, 1471 결정, 2005. 9. 26. 선고 2005카합1533, 1547 판결)
‘2005년 US Golf Championship대회’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저작권을 갖고 있는 전미골프협회(USGA)는 ESPN International에게 US OPEN Golf Championship 골프대회를 케이블TV 및 위성방송으로 중계할 수 있는 독점적 방송권을 부여하였고, 위 독점적 방송권의 배급권을 갖는 ESPN STAR SPORTS는 MBC ESS SPORTS에게 ESPN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한국내 독점 방송권을 부여하였다. 따라서 MBC ESS SPORTS는 2005년 US Golf Championship대회 프로그램을 한국 내에서 독점적으로 방송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SBS가 2005년 US Golf Championship대회 프로그램을 케이블TV를 통하여 방영하자 MBC ESS SPORTS가 ESPN International 및 USGA를 대위하여 그 방영금지를 구한 사건으로 법원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위 사건은 스포츠경기 프로그램의 저작물성이나 그 귀속주체, 독점적 방송권자의 침해금지 가처분, 스포츠경기 독점 방송권에 대한 제한이나 보편적 접근권 등의 논점이 내재되어 있으나, 판결이유에서는 그와 같은 논점들을 검토하지는 않았다. 얼마 전 ‘200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orld Baseball Classic) 준결승전’과 관련하여 지상파 방송사간에 벌어졌던 방송금지가처분사건도 위와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볼 일이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06. 3. 17.자 2006카합670 결정).

2. 스포츠선수의 에이전트와 사기죄

(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도5386 판결)

프로축구 구단과 선수 사이에 입단계약을 중개하는 프로축구 선수 에이전트가 이른바 외국 용병선수들을 국내 축구구단에 입단시키면서 중간에서 계약금을 부풀려 수억원의 차액을 가로채다가 적발되어 사기죄로 기소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선수 에이전트는 순수하게 각 선수의 대리인 또는 수임인으로서 일방 당사자의 지위에 있다거나 선수들로부터 제한없이 가격협상의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축구선수 에이전트는 구단의 필요 내지 요청에 따라 외국선수를 구단에 중개하고 그 수수료를 받되 중개에 따른 책임으로서 각 선수의 계약종료시까지 선수에 관련된 제반사항을 책임지는 중개인의 지위에 있다고 보았다.

또한, 축구선수 에이전트가 피고인이 구단과 입단계약을 체결할 당시 실제로 선수에게 지급하였거나 지급하기로 약정된 금액을 알리지 아니하고 그를 현저하게 초과하는 금액을 계약금으로 구단에 제시한 행위가 기망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중개인은 쌍방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절충하고, 일정한 계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상호 조율하여 계약이 성사되면 그에 따른 수수료를 취득할 목적으로 상행위를 하는 자이므로, 그 중개를 함에 있어 일방이 원하는 가격조건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알려주어 그 가격을 기초로 계약이 성립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중개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오로지 그 차액을 자신이 취득할 목적으로 선수에게 이미 지급하기로 약정된 계약금을 구단에 알리지 아니하고 그보다 약 2.25~ 4.5배나 많은 액수를 선수가 원하는 계약금이라고 속여 구단에 제시한 행위는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의 위 판결은 축구선수 에이전트의 법적 지위와 의무를 명확히 하고, 국내 축구선수 에이전트의 잘못된 중개관행에 대해 경종을 울린 판결로 평가된다.

V. 맺음말

음반산업에 있어 ‘소리바다’ 사건도 중요한 분쟁사례이나, 이미 법률신문사의 다른 지면을 통해 소개되었고, 또한 2006년도에도 ‘소리바다5’ 사건이나 ‘벅스’ 판결이 있었으므로, 차후에 다른 지면을 통해서 소개하기로 하겠다. 또한, 영화나 음반산업 등에서 소개하지 못한 다른 사례나 그밖에 게임, 출판, 캐릭터, 패션, 프랜차이즈산업 등에서 발생한 사례들도 여럿 있었으나, 지면관계상 모두 소개하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한다. 또한, 2005년도에는 초상권 또는 퍼블리시티권과 관련된 사례들도 많았고, 퍼블리시티권의 인정여부, 양도성이나 제한 등에 관한 의미 있는 판결들도 많았으나, 이에 대한 소개와 평석은 다른 지면을 통해서 하기로 하고, 2006년 한 해에도 엔터테인먼트법이 더욱 심화되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