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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9) 민사소송법

조관행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Ⅰ. 국제재판관할권의 결정기준 :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1. 사실관계와 원심의 판단

원고는 웹디자이너로서 대한민국 내에 주소를 두고 영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미국의 도메인 이름 등록기관인 네트워크솔루션사(NSI)에 인터넷 도메인 이름 hpweb.com을 등록해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터넷주소관리기구 ICANN이 승인한 분쟁해결기구의 하나인 미국 국가중재위원회(NAF)가 원고의 위 도메인 이름을 미국회사인 후렛트 팩커드 컴퍼니에 이전하라는 이전명령을 하자 이에 불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위 도메인 이름을 원고에게 다시 이전하고, 피고에게는 상표권에 기한 침해금지청구권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 또는 이 사건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도메인 이름 등록기관 소재지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이 국제재판관할권 배분의 이념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2. 대법원판결 요지

대법원은 국제재판관할권의 결정기준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야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와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고 판시한 다음, 원고의 소에 대하여 분쟁의 내용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3. 해 설

국제재판관할권의 결정기준에 대한 학설은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逆推知說(토지관할규정유추설)로 이는 국내의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에 기준을 구해 그로부터 역으로 파악하여 국제재판관할의 유무를 정하자는 입장이다. 둘째는 管轄配分說(조리설)로 이는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는 재판의 적정과 당사자간의 공평, 소송의 신속이라는 민사소송의 이념을 고려해 조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셋째는 修正逆推知說(특단의 사정설)로 원칙적으로는 국내의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의 규정을 유추해석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정하되 다만 이 기준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재판함이 심히 부당한 특단의 사정이 있는 때에는 관할배분설의 기준에 의하자는 입장이다.

판례는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재판적이 국내에 있을 경우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본 판결(대판 1972. 4. 20. 71다248), 당사자의 의사 및 국제민사소송의 재판관할에 관한 조리에 비추어 재판관할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대판 1989. 12. 26. 88다카3991)이 있었으나 주류는 “섭외사건에 관해 국내의 재판관할을 인정할지의 여부는 당사자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신속을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이를 결정함이 상당한데,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 또한 위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위 규정에 의한 재판적이 국내에 있을 때에는 우리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다”(대판 2000. 6. 9. 98다35037 판결; 동 1992. 7. 28. 91다41897)고 판시하여 修正逆推知說에 가까운 판시를 하였다. 그에 따라 위 98다35037 판결은 외국법인 등이 대한민국 내에 사무소, 영업소 또는 업무담당자의 주소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민소법 5조에 의하여 그 사무소 등에 보통재판적이 인정되므로, 증거수집의 용이성이나 소송수행의 부담 정도 등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그 응소를 강제하는 것이 민사소송의 이념에 비추어 보아 심히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그 분쟁이 외국법인의 대한민국 지점의 영업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이 조리에 맞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2001. 7. 1.부터 시행된 국제사법은 제2조(국제재판관할)에서 「①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 ②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국제재판관할에 대한 일반규정을 신설하였다. 국제사법 제2조는 현 단계에서 완결된 내용의 국제재판관할 규정을 두기는 어려운 실정을 감안하여 과도기적인 조치로서 종래 대법원판례가 취해온 입장을 반영하여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일반원칙을 규정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개정 국제사법의 조문내용에 충실한 기준만을 제시했으므로 학설 중 어느 설을 취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보인다.

Ⅱ.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에서의 당사자적격 :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4다44971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와 원심의 판단

A 종중의 전 대표자가 총회의 결의 없이 종중재산을 처분하자 A 종중은 종중총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새 대표자로 선임하고, 전 대표자가 처분한 종중재산을 환수하기로 결의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가 보존행위로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자 원심은 원고에게 당사자적격이 있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법원판결 요지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 같은 조 제2항은 ‘각 사원은 정관 기타의 규약에 좇아 총유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공유나 합유의 경우처럼 보존행위는 그 구성원 각자가 할 수 있다는 민법 제265조 단서 또는 제272조 단서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법인 아닌 사단의 소유형태인 총유가 공유나 합유에 비해 단체성이 강하고 구성원 개인들의 총유재산에 대한 지분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데에서 나온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것이므로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은 법인 아닌 사단이 그 명의로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 하거나 또는 그 구성원 전원이 당사자가 돼 필수적 공동소송의 형태로 할 수 있을 뿐 그 사단의 구성원은 설령 그가 사단의 대표자라거나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쳤다 하더라도 그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고, 이러한 법리는 총유재산의 보존행위로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3. 해 설

법인 아닌 사단의 대표자 개인 또는 구성원 일부가 총회의 결의를 거쳐 총유재산의 보존을 위한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에 관해, 과거의 판례를 이를 인정하여 이들에게 당사자적격을 인정했었다(대판 1977. 3. 8. 76다1029, 대판 1994. 4. 26. 93다51591 등). 그런데 과거의 판례는 총유재산에 관한 민법 제276조가 공유나 합유의 경우와 달리 그 보존행위를 구성원 각자가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고, 이는 총유가 공유나 합유에 비해 단체성이 강하고 구성원 개인들의 지분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점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전원합의체 판결로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비법인 사단의 경우에는 당사자능력이 인정되므로 단체 자체의 명의로 소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조합의 경우에는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조합 명의로 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대법원 1984.2.14. 선고 83다카1815 판결은 소유형태가 합유인 “민법상의 조합에 있어서는 조합규약이나 조합결의에 의하여 자기 이름으로 조합재산을 관리하고 대외적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수여받은 업무집행 조합원은 조합재산에 관한 소송에 관하여 조합원으로부터 임의적 소송신탁을 받아 자기 이름으로 소송을 수행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하여 총유관계와 구별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Ⅲ. 석명의 대상과 한계, 특히 지적의무

1. 석명권 행사의 한계

판례는 일관되게 석명권 행사의 원칙으로서, “법원의 석명권 행사는 사안을 해명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그 주장의 모순된 점이나 불완전·불명료한 부분을 지적하여 이를 정정·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쟁사실에 대한 증거의 제출을 촉구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며,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않은 법률효과에 관한 요건사실이나 공격방어방법을 시사하여 그 제출을 권유하는 행위는 변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고 석명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 된다(대판 2005. 1. 14. 2002두7234)”고 판시하고 있다.

2. 적극적 석명과 법률적 관점에 대한 지적의무

위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종전의 소송자료에 비추어 법률상 예상되는 주장을 촉구하는 석명은 무방하나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을 유도하는 석명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변제항변이나 시효항변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석명의무가 없다는 것이 판례이다(대판 2001. 10. 9. 2001다15576, 동 1969. 1. 28. 68다1467 등).

그러나 소송자료 보충을 위한 석명은 허용된다. 판례도 당사자가 어떠한 법률효과를 주장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 요건사실 일부를 빠뜨린 경우에는 법원에 석명의무가 있다고 하였다(대판 2005. 3. 11. 2002다60207).

과거의 판례는 대부분 소극적 석명의무의 위반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1990년 민소법 개정시에 신설된 민소법 제136조 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했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규정하여 법률적 측면에서 석명권을 크게 강화했는데, 이는 당사자가 전혀 예상 밖의 법률적 관점에 기한 재판으로 불의의 타격을 받는 것을 막아 당사자의 절차적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이에 따라 판례도 ‘법적 관점에 대한 지적’을 법원의 석명의무의 한 태양으로 인정하게 됐다. 당사자 사이에서 전혀 논의되지 아니한 제소기간의 도과(대판1995. 12. 26. 95누14220), 피고적격의 흠결(대판 1994. 10. 21. 94다17109 등)에 대한 지적의무를 인정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다37676 판결[공2005. 12. 15.(240), 1950]도 같은 맥락에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말미암아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 사항이 있거나 당사자의 주장에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만약 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하였다. 위 판결은 공사금청구권을 피전부채권으로 한 전부금소송에서 피고가 상계항변으로 대항한 수급인에 대한 자동채권의 발생근거가 구상금채권인지 손해배상채권도 포함되는지 불명료할 때에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이를 명확히 한 다음 판단했어야 하는데 원심이 이를 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는 판결이다.

Ⅳ. 상계 주장의 대상이 된 수동채권이 동시이행항변으로 행사된 채권일 경우에도 상계항변에 기판력이 발생하는지 여부 :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4다17207 판결

1. 사실관계와 원심의 판단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면서, 중도금과 잔금은 10회에 걸쳐 분할하여 지급하고, 원고가 매매대금을 전액 지급하기 전에 피고의 승인하에 건물을 인도받아 사용하되 일정한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일부 중도금을 지급한 후 대금의 지급을 지체하자 피고는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소송에서 원고는 매매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중도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명도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였으나, 중도금은 모두 점유사용료로 공제되어 중도금 반환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피고의 재항변이 받아들여져 결국 원고의 동시이행의 항변이 배척됐다.

원고가 위 소송이 확정된 후 중도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원심은, 전소에서 피고가 점유사용료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중도금 반환채권과 대등액으로 상계하여 중도금 반환채권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한 부분에 기판력이 발생했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전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판결 요지

상계 주장에 관한 판단에 기판력이 인정되는 경우는, 상계 주장의 대상이 된 수동채권이 소송물로서 심판되는 소구채권이거나 그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보이는 경우(가령 원고가 상계를 주장하면서 청구이의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등)로서 상계를 주장한 반대채권과 그 수동채권을 기판력의 관점에서 동일하게 취급하여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상계 주장의 대상이 된 수동채권이 동시이행항변에 행사된 채권일 경우에는 상계 주장에 대한 판단에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을 경우 동시이행항변이 상대방의 상계의 재항변에 의하여 배척된 경우에 그 동시이행항변에 행사된 채권을 나중에 소송상 행사할 수 없게 돼 민사소송법 제216조가 예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동시이행항변에 행사된 채권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판결 이유 중의 판단에 기판력이 미치는 결과에 이르기 때문이다.

3. 해 설

민사소송법 제216조는, 제1항에서 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판결 이유 중의 판단 예컨대 사실인정, 법규의 해석·적용, 항변, 선결적 법률관계 등에 대한 판단에는 원칙적으로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하는 한편, 그 유일한 예외로서 제2항에서 상계를 주장한 청구가 성립되는지 아닌지의 판단은 상계하고자 대항한 액수에 한해 기판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소법 제216조 2항에서 판결 이유 중의 판단임에도 불구하고 상계 주장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 기판력을 인정한 취지는, 만일 이에 대해 기판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상계를 주장한 자가 자동채권을 이중으로 행사할 수 있는 불합리가 생기게 될 뿐만 아니라 상계 주장에 대한 판단을 전제로 이루어진 원고의 청구권의 존부에 대한 전소의 판결이 결과적으로 무의미하게 될 우려가 있게 되므로, 이를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상계 주장의 대상이 된 수동채권이 소구채권이거나 그와 동일시할 수 있는 소송물이 아니라 동시이행항변에 행사된 채권일 경우에도 그러한 상계 주장에 대한 판단에 기판력이 발생한다고 해석한다면 상계항변의 상대방은 동시이행항변에 행사된 채권을 나중에 소송상 행사할 수 없게 되고, 이는 민소법 제216조가 예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판결 이유 중의 판단에 기판력을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대법원 판결은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에 관한 원칙에 충실한 해석을 한 것으로 타당한 결론이다.

Ⅴ. 재심사유 :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3다55936 판결

1. 논점

가. 민사소송법 제451조 1항 8호에 정한 ‘판결의 기초가 된 재판이 바뀐 때’의 의미
나.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조서에 대한 위 규정 소정의 준재심사유와 판단 기준

2. 사실관계

피고의 보험계약자인 소외 A가 자동차 운전 중 도로에 누워있던 피해자를 역과했는데 소외 A는 일관되게 위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이미 사망하여 도로에 누워 있는 것을 역과하였다고 변소하였다. 1심 및 항소심에서 A의 유죄판결이 선고되자 피해자의 유족이 제기한 민사재판에서 법원은 보험회사인 피고에게 일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여 확정됐다. 그런데 그 후에 A에 대한 형사판결에서 사고당시 피해자가 생존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3. 원심의 판단

보험회사인 피고가 민사소송법 제461조, 제451조 1항 8호 소정의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에 해당하므로 준재심대상조서는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원심은, 확정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 대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는 것은 그것이 수소법원의 사실인정에 터잡은 종국적인 결정이기 때문이 아니라 수소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당사자가 상호 양보를 통해 분쟁을 종료하려는 의사에서 이의 신청을 하지 아니하고 이를 수용하였기 때문이므로, 수소법원의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판단에 터잡은 판결을 전제로 하는 위 재심사유는 성질상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준재심의 소를 각하하였다.

4. 대법원판결 요지

(가) 재심사유의 하나인 민소법 제451조 1항 8호에서 ‘재판이 판결의 기초로 되었다’고 함은 재판이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는 경우 또는 재판내용이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고, 그 재판의 변경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재판내용이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됐고 그 재판의 변경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이상 재심사유는 있는 것이고, 재판내용이 담겨진 문서가 확정판결이 선고된 소송절차에서 반드시 증거방법으로 제출되어 그 문서의 기재 내용이 증거자료로 채택된 경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 법원이 직권으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한 경우 이는 수소법원의 사실인정과 판단에 기초해 이루어진 것으로 만약 관련된 재판내용이 위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됐고 그 재판의 변경이 그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 당사자는 그 재판의 변경을 이유로 확정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조서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461조, 제451조 1항 8호의 준재심청구를 할 수 있다. 다만,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은 수소법원이 당해 사건의 사실인정과 판단 외에도 여러 사정들을 모두 참작하여 하는 것으로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조서에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그 결정조서에 대한 준재심사유가 있는지 여부는 판결에 대한 재심에 비하여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5. 해 설

판례는 일관되게 ‘재판이 판결의 기초로 되었다’고 함은 재판이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는 경우 또는 재판내용이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고, 그 재판의 변경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변경된 재판이나 행정처분이 재심대상판결의 재판절차에서 증거로 제출되어 사실인정의 자료로 채택된 경우에만 재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그동안의 판례가 명확한 입장으로 일관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판결 등이 증거로 제출되어 증거자료로 채택된 경우로 한정된다는 취지의 판결(대판 2001. 12. 14. 2000다12679, 동 1994. 11. 25. 94다33897 등)이 있는가 하면, “재판내용이 담겨진 문서가 확정판결이 선고된 소송절차에서 반드시 증거방법으로 제출되어 그 문서의 기재 내용이 증거자료로 채택된 경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하여 판결 등이 증거로 제출되어 증거자료로 채택된 경우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판결(대판 1996. 5. 31. 94다20570, 동 1991. 7. 26. 91다13694 등)도 있었다.

조정·화해조서에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인정을 하지 않으므로 만일 민소법 제451조 1항 8호 소정의 재심사유를 ‘판결 등이 증거로 제출되어 증거자료로 채택된 경우’로 한정한다면 위 재심사유는 이들 조서에 대한 준재심의 소에 준용될 수 없다. 화해의 성질에 관하여 소송행위설(무제한 기판력설)을 취하는 판례에 대하여 비판적인 학설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판결보다 조정·화해의 재심사유가 더 좁은 것은 이들 집행권원의 확정력에 대한 신뢰성의 차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3다55936 판결이 민소법 제451조 1항 8호 소정의 재심사유는 판결 등이 증거로 제출되어 증거자료로 채택된 경우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위 판결은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조서에 대한 준재심사유가 있는지 여부는 판결에 대한 재심에 비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후 형사판결의 범죄사실과 준재심대상사건의 청구원인사실은 모두 A가 자동차를 운행 중 피해자를 사망케 하였는지가 다투어진 사건으로서 핵심적인 쟁점을 같이하므로 형사판결의 변경이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의 사실인정과 결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조정·화해가 활성화된 시점에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준재심사유와 그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점에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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