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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7) 국제거래

유중원(변호사·국민대 교수)

1. 국제거래와 국제거래법

가. 2005년에 나온 국제거래 관련 중요 판례를 개관·분석하기 전에 우선 국제거래와 국제거래법의 개념과 대상(범위)을 개략적이나마 확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이후 각종 국제거래가 폭증하면서 국제거래법 분야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90년대 중반부터 이 분야에 대한 법학계의 연구가 비로소 일어나기 시작하였지만, 연조가 너무 짧아 아직 충분한 괘도에 올라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개념이나 대상도 논자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통일된 견해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제거래는 서로 다른 국가에 소재하는 기업 간에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는 상거래로, 대별하면 물품거래와 용역·기술거래, 자본·금융거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나 국제거래가 계속 증가하면서 그 종류와 형태, 규모도 역시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다.

물론 현재는 국제거래 중에서도 수출입(무역)거래가 그 건수와 금액 등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세계 제12위의 무역대국이어서 2005년 기준 수출입거래 총액이 미화 5,400억불에 달하였는바, 금년에는 아마 6,000억불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나. 국제거래는 계약의 체결과 이행, 대금결제 및 분쟁처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다양한 법률문제에 봉착하게 되나, 거래의 당사자가 서로 다른 국가에 소재하기 때문에 준거법의 선택이나 국제재판관할 등이 중요한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또 각국 정부 또는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관으로부터 통상과 관련한 개입과 간섭을 받게 된다.

위와 같은 국제거래에 적용되는 제반 법규범들을 그 법적 성격에 따라 구분하면, 첫째 국제거래의 당사자간 사법적 법률관계에 관한 국제계약법 또는 국제상거래법이 있고, 둘째 당사자간 분쟁의 해결에 적용될 절차법적 법규범인 국제사법이나 중재법이 있으며, 셋째 공법적 성격을 띠고 있는 국제통상법이 있다.

그러므로 대략 국제거래법은 국제거래를 규율하는 법규범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국제거래의 범위가 워낙 다종 다양하고 포괄적이어서 그 개념과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제거래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다종 다양한 주장과 이론이 있을 수밖에 없다. 논자에 따라서는 국제거래법을 아주 포괄적으로 정의하여 국제간 상거래에 적용되는 공법과 사법을 포함하는 법의 전체로 보기도 하고, 아주 좁게 국제간 상거래관계를 규율하는 국제적인 사법적 법규의 총체라는 견해도 있지만, 공법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국제통상법을 제외한 국제상거래법과 국제거래상의 분쟁해결을 위한 광의의 국제사법을 포괄하는 국제법 체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국제거래 관련 중요 판례 분석

가. 개관

(1) 국제거래와 관련하여 2005년 대법원에서 선고된 법조실무가들이 주목할 만한 판례는 3건 정도이다. 그 중 2002다59788 판결은 국제재판관할 결정시 판단 기준에 관하여, 2002다3754 판결은 신용장통일규칙 제42~43조가 각기 규정하고 있는 선적서류의 제시와 관련한 신용장의 유효기간과 선적서류의 제시기간 등에 관하여, 또한 2002다59528, 59535 판결은 영국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상의 영국법 준거약관의 효력 등에 관하여 판시하고 있다.

차제에 법조실무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국제거래 관련 중요 판례들을 망라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사법상의 국제재판관할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로는, 1972. 4. 20. 72다249 ; 1973. 9. 26. 73마815 ; 1975. 7. 22. 74므22 ; 1983. 3. 22. 82다카1533 ; 1985. 5. 28. 84다카966 ; 1988. 10. 25. 87다카1728 ; 1989. 12. 26. 88다카3991 ; 1992. 1. 21. 91다14994 ; 1992. 7. 28. 91다41897 ; 1994. 1. 28. 93다18167 ; 1995. 11. 21. 93다39607 ; 1996. 2. 9. 94다30041 ; 2004. 3. 25. 2001다53349 ; 2005. 1. 27. 2002다59788 판결 등이 있다.

둘째, 국제사법상의 준거법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로는, 1977. 1. 11. 71다2116 ; 1979. 11. 13. 78다1343 ; 1983. 3. 22. 82다카1533 ; 1987. 3. 24. 86다카715 ; 1988. 2. 9. 84다카1003 ; 1988. 2. 9. 87다카1427 ; 1988. 12. 13. 87다카1112 ; 1989. 7. 25. 88다카22411 ; 1990. 4. 10. 89다카20252 ; 1991. 2. 22. 90다카19470 ; 1991. 5. 14. 90다카25314 ; 1991. 12. 10. 90다카9728 ; 1992. 7. 28. 91다41897 ; 1994. 1. 28. 93다18167 ; 1994. 6. 28. 93마1474 ; 1994. 11. 14. 94므11133 ; 1995. 2. 14. 93다53054 ; 1995. 12. 5. 95다32198 ; 1996. 2. 9. 94다30041 ; 1996. 3. 8. 95다28799 ; 1996. 12. 6. 96다31611 ; 1997. 5. 9. 95다34385 ; 1998. 7. 14. 96다39707 ; 2000. 6. 9. 98다35037 ; 2003. 1. 10. 2000다70064 ; 2003. 4. 25. 2001다17101 ; 2003. 11. 28. 2001다26828 ; 2004. 6. 25. 2002다56130 ; 2005. 11. 25. 2002다59528, 59535 판결 등이 있다.

셋째, 민소법 제217조, 민사집행법 제26조의 외국판결의 승인·집행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로는, 1968. 12. 3. 68다1929 ; 1971. 10. 22. 71다1393 ; 1987. 4. 28. 85다카1767 ; 1988. 4. 12. 85므71 ; 1989. 3. 14. 88므184, 191 ; 1990. 4. 10. 89다카20252 ; 1992. 7. 14. 92다2585 ; 1992. 7. 28. 91다41897 ; 1995. 11. 21. 93다39607 ; 1997. 9. 9. 96다47517 ; 2004. 10. 28. 2002다74213 판결 등이 있다.

넷째, 중재법과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집행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로는, 1988. 2. 9. 84다카1003 ; 1990. 4. 10. 89다카20252 ; 1995. 2. 14. 93다53054 ; 2003. 2. 26. 2001다77840 ; 2003. 4. 11. 2001다20134 ; 2004. 12. 10. 2004다20180 판결 등이 있다.

(2) 특히 우리나라 대법원의 경우 1990년대에 들어와서 비로소 신용장거래와 관련한 판결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였는데, 지금까지 우리 법원에서 나온 신용장거래와 관련한 주요 판례는 다음과 같이 대별해 볼 수 있다.
첫째, 신용장통일규칙 제3~4조가 규정하고 있는 독립·추상성의 원칙과 그 예외와 관련한, 매입은행인 프랑스계 은행과 개설은행인 우리나라 은행 간에 진행된 소송사건의 판례들이 있다(1993. 12. 24. 93다15632 ; 1997. 8. 29. 96다37379 ; 1997. 8. 29. 96다43713 ; 1994. 12. 9. 93다43873 ; 1977. 4. 26. 76다956 ; 2000. 7. 6. 99다 51258 판결 등).

둘째, 은행의 서류조사의무와 엄격일치의 원칙과 관련한, 대부분 매입은행과 개설은행간에 진행된 소송사건의 판례들이 있다(1977. 4. 26. 76다956 ; 1979. 5. 8. 78다2006 ; 1992. 2. 25. 91다30026 ; 1993. 12. 24. 93다15632 ; 1978. 5. 8. 78다2006 ; 1980. 1. 15. 78다1015 ; 1980. 11. 11. 80다1696 ; 1985. 5. 28. 84다카696·697 ; 1989. 3. 14. 87다카2968 ; 1980. 8. 28. 88다카30085 ; 1990. 8. 28. 88다카30085 ; 1992. 2. 25. 91다30026 ; 1997. 8. 29. 96다37879 ; 1997. 8. 29. 96다43713 판결 등).

셋째, 신용장통일규칙 제13조 c항과 관련한 비서류적 특수조건과 관련한, 역시 매입은행과 개설은행간 진행된 소송사건의 판례들이 있다(2001. 11. 24. 2000다12983 ; 2000. 6. 9. 98다35037 ; 2000. 5. 30. 98다47443 ; 2000. 5. 30. 99다1338 ; 2000. 5. 26. 2000다3651 ; 2002. 7. 26. 2000다51414 ; 2002. 5. 28. 2000다50299 판결 등).

넷째, 소위 국방부 포탄 도입 사건으로 알려진 수입자인 국방부와 신용장 개설은행인 외환은행과 그 당시 주택은행간 법률관계와 관련한 판례들이 있다(1998. 6. 26. 97다31298 ; 1998. 3. 27. 97다16114 ; 2002. 2. 21. 99다49750 판결 등).

다섯째, 신용장 개설의 경우 개설은행은 개설의뢰인으로부터 상환받아야 할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확보하기 위하여 수입 화물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을 설정하고 운송증권에는 그 수하인을 개설은행으로 특정하게 되는데, 도착지에서 화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 운송인 등은 수하인인 개설은행의 동의나 지시 없이 무단으로 실수입자에게 화물을 인도하여 멸실시키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때 개설은행은 불법행위 또는 운송계약의 위반을 원인으로 하여 운송인 등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게 되는데,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지금까지 대략 20여건 정도 나왔다(1977. 7. 26. 76다2914 ; 1989. 3. 14. 87다카1791 ; 1991. 12. 10. 91다14123 ; 1999. 4. 23. 98다13211 ; 1998. 9. 4. 96다6240 ; 2001. 4. 27. 99다71528 ; 2001. 3. 27. 99다17890 ; 1996. 9. 6. 94다46404 ; 1995. 6. 13. 92다19293 ; 1995. 9. 15. 94다61120 ; 1991. 4. 26. 90다카8098 ; 1990. 2. 13. 88다카23735 ; 1991. 8. 27. 91다8012 ; 1988. 9. 27. 84다카1629 ; 1999. 7. 13. 99다8711 ; 2001. 4. 10. 2000다46795 ; 1997. 9. 9. 96다20093 ; 1996. 2. 9. 94다27144 ; 2001. 1. 16. 99다67192 ; 1999. 10. 26. 99다41329 ; 2001. 10. 30. 2000다62490 ; 2000. 11. 14. 2000다30950 ; 2000. 3. 10. 99다55052 ; 2004. 4. 28. 2002다33540 ; 2004. 5. 14. 2001다33918 판결 등).

나.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시 판단 기준에 관한 2005. 1. 27. 2002다29788 판결

(1) 위 판결은, “국제재판관할의 문제는 섭외적인 요소를 갖는 분쟁의 해결에 관하여 국가를 단위로 어느 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갖느냐를 결정하는 문제인데, … 국제재판관할을 직접 규정하는 법규가 없고 또한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조약이나 일반적으로 승인된 명확한 국제법상의 원칙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결국 이 사건에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존재하는지 여부의 문제는 국제재판관할의 배분에 관한 기본이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당사자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야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와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국제사법 제2조가 제1항에서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조항의 내용 역시 위와 같은 일반원칙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시하면서, 우리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고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즉 우리나라에 주소를 두고 영업을 영위하는 자가 미국의 도메인 이름 등록기관에 등록·보유하고 있는 도메인 이름에 대한 미국 국가중재위원회의 이전 판정에 불복하여 제기한 소송에 관하여 분쟁의 내용이 우리나라와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고 보아 우리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였다.

(2) 위 판결은 비록 구 섭외사법이 2001년 현행 국제사법으로 바꿔지면서 신설된 규정인 국제재판관할(제2조)이 적용되기 이전의 사건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당사자 또는 분쟁과의 실질적인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위 제2조의 해석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제2조는 종래 대법원 판례(91나41897 ; 93다39607 판결 등)가 견지해 온 견해를 충실히 반영하여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일반원칙만을 규정하고 있고, 각칙인 채권의 장에서는 사회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개별조항을 별도 마련하여 규정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 선적서류의 제시와 관련한 신용장의 유효기간과 선적서류의 제시기간 등에 관한 2005. 5. 27. 2002다3754 판결

(1) 위 판결은, 첫째, 선적서류의 제시와 관련한 신용장의 유효기간과 선적서류의 제시기간에 관하여 “신용장통일규칙 제42조 a항은 “모든 신용장은 지급, 인수를 위하여 서류를 제시하여야 할 유효기간과 장소, 또는 일반매입신용장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입을 위한 서류제시의 장소를 명시하여야 한다. 지급, 인수 또는 매입을 위하여 명시된 유효기간은 서류제시를 위한 유효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규칙 제43조 a항은 “서류제시를 위한 유효기간에 관한 규정에 추가하여, 운송서류의 제시를 요구하는 모든 신용장은 신용장 조건과 일치하는, 선적일 이후부터 기산되는 서류제시를 위한 특정기간을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서류제시를 위한 신용장의 유효기간과 운송관련 서류의 제시기간에 관한 신용장통일규칙의 위 각 규정은 일반적인 매입신용장의 경우 그 유효기간과 제시기간의 기준이 되는 신용장에 규정된 서류제시장소에서 수익자가 매입은행에게 신용장과 그 관련 서류를 제시하는 기간에 관한 것으로서, 그 서류의 신용장 조건과의 일치 여부에 대한 기준시점은 수익자가 신용장이 정한 정당한 서류제시은행 혹은 지정은행에 서류를 제시한 시점이 된다”라고 판시하였고,
둘째, 매입은행이 수익자의 매입 요청에 대하여 매입하지 않고 단순히 추심을 한 경우에 관하여 “통일규칙 제10조 b항에 의하면 자유매입신용장의 경우 모든 은행이 서류를 제시받을 수 있는 지정은행이 되고, 같은 조 c항에 의하면 지정은행이 명시적으로 합의하고 수익자에게 통보한 경우가 아닌 한 그 지정은행이 서류를 수령, 조사 또는 발송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은행에게 지급, 연지급, 환어음의 인수 또는 매입의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바, 이러한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수익자로부터 신용장 관련 서류를 제시받은 은행으로서는 자신이 직접 이를 매입하여 매입은행으로서 개설은행에 대하여 상환을 구할 수도 있고, 그 서류를 매입하지 않은 채 직접 그 서류를 개설은행에 송부하여 서류제시은행으로서 수익자를 위하여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구할 수도 있으며, 후자의 경우라 할지라도 지정은행이 추심을 구한다는 의사, 즉 개설의뢰인이 대금을 결제하는 경우에 한하여 대금을 지급받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 한 전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신용장통일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2) 신용장거래에 관여하는 은행 중에서, 특히 매입은행이나 개설은행 등은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선적서류를 조사할 의무가 있다(통일규칙 제13조 a항). 또 개설은행은 7은행영업일 이내에 서류를 심사하여 서류를 수리하던가, 아니면 거절하던가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동조 b항).

수익자가 서류를 제시하는 시점과 은행이 서류를 조사한 후 지급, 인수 또는 매입을 완료하는 시점에는 상당한 시간적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간단한 서류라면 제출 당일 심사를 마칠 수 있겠지만 복잡한 서류라면 그 조사에 며칠이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익자는 은행의 서류심사를 위한 상당한 시간을 고려하여 미리 서류를 제시하여야 한다.

그래서 1962년 2차 신용장통일규칙의 개정시 신용장의 유효기일은 서류제시의 기한인 것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은행들은 유효기일까지 지급, 인수 또는 매입을 완료하여야 한다고 오해하고 그렇게 업무처리를 하고 있었으므로, 1994년의 4차 개정에서는 이를 더욱 명확히 규정하게 되었다.

위 판결은 제42~43조의 규정과 입법취지에 충실하게 해석하고 있다. 다만 개설은행은 당해 신용장상에서 제시 장소를 매입은행 기준이 아니라 개설은행 기준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수익자나 매입은행은 서둘러 일을 처리하여 유효기일 이내에 개설은행에 서류를 도착·제시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신용장조건 위반으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당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신용장에 따라서는 제시 장소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아니하고 침묵을 지키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 때 매입은행 측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개설은행 측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이 경우 국제금융계의 일반적인 해석과 업무처리 관행은 매입은행 쪽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한편, 서류의 매입이 특정은행으로 제한된 매입제한 신용장이건, 어느 은행이건 매입이 가능한 자유매입 신용장이건 간에 매입은행은 수익자의 매입 요청에 응할 수도 있고 거절할 수도 있다. 즉 은행은 서류의 매입 여부에 관하여 완전한 자유재량권이 있는 것이다. 이는 서류의 매입을 일종의 여신행위로 간주하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최근의 국제금융계에서의 서류의 매입과 관련한 업무처리를 보면 수익자의 신용상태가 약하거나 서류에 조그마한 하자사항이 있어도 매입에 응하지 않고 바로 추심 처리한다는 점이다.

하여간에 서류를 매입하건, 추심하건 간에 신용장통일규칙이 적용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라. 영국 협회선박기간 보험약관상의 영국법 준거약관의 효력에 관한 2005. 11. 25. 2002다59528, 59535 판결

(1) 위 판결은 외국법 준거약관의 효력에 관한 기존 판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즉 1991. 5. 14. 90다카25314 판결은, “보험증권 아래에서 야기되는 일체의 책임문제는 외국의 법률 및 관습에 의하여야 한다는 외국법 준거약관은 동 약관에 의하여 외국법이 적용되는 결과 우리 상법 보험편의 통칙의 규정보다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된다고 하여 상법 제663조에 따라 곧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고 동 약관이 보험자의 면책을 기도하여 본래 적용되어야 할 공서법의 적용을 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거나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된다고 판단되는 것에 한하여 무효로 된다고 할 것인데, 해상보험증권 아래에서 야기되는 일체의 책임문제는 영국의 법률 및 관습에 의하여야 한다는 영국법 준거약관은 오랜 기간 동안에 걸쳐 해상보험업계의 중심이 되어 온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라 당사자간의 거래관계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공익규정 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라거나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유효하다”라고 판시하였고, 1996. 3. 8. 95다28779 판결과 위 판결 역시 똑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2) 국제계약에서 준거법을 지정하는 경우에는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의 대립이 있다. 다수의 입법례가 채택하고 있는 주관주의는 계약의 준거법을 당사자의 의사라는 주관적 요소에 따라 결정하는 입장을 말한다. 그래서 당사자자치의 원칙 또는 의사자치의 원칙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국제계약에서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 준거법의 선택에 관한 조항을 준거법조항(applicable law clause)이라고 한다.

국제사법 제25조는 이에 관하여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구 제5조를 더욱 명확히 규정한 국제사법 제10조는 “외국법에 의하여야 하는 경우에 그 규정의 적용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위반되는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범위 내에서 당사자자치의 원칙은 제한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위 판결들은 준거법의 선택에 있어서 당사자자치의 원칙과 그 한계에 관한 국제사법의 규정에 충실한 판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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