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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4) 가사

민유숙 부장판사(대법원 재판연구관)

이 글에서는 2005년에 선고된 대법원판결 중 민법 친족·상속편의 쟁점을 포함하고 있는 판결들을 소개하되, 중요한 법개정 내용을 같이 소개하기로 한다.

1. 친족

친족제도의 대 변혁은 종중구성원과 관습법에 관한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2006. 3. 9.자 법률신문 10쪽 참조)과 더불어 헌법재판소 결정 및 법개정으로 나타났다.

헌법재판소 2005. 2. 3. 선고 2001헌가9 등 결정은 호주제도가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이라고 보아 개정 전 민법 제778조(호주의 정의),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父가 외국인인 경우 子의 姓·本과 입적), 제826조 제3항 본문(妻의 夫의 家로의 입적)에 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그 직후인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민법은 호주제도를 폐지하여 호주와 가족의 관계 및 호주를 중심으로 하는 호적에의 입적 등에 관한 제778조 내지 제795조의 조문들을 삭제 또는 변경하는 한편 호주승계에 관한 민법 제980조 내지 제996조를 삭제하였다.

2. 이혼과 그 효과

가. 재판상이혼 사유

1) 대법원 2005.12.23. 선고 2005므1689 판결

[ 요지 ]

상호간의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부부 관계에 있어서 폭력의 행사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 폭력이 혼인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혼인당사자들의 혼인의 경위 및 혼인생활의 과정, 당사자들의 성격, 학력과 경력 등에 비추어 다른 것이므로, 법원으로서는 폭력 행사가 혼인관계에 미친 영향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원·피고 사이의 혼인관계가 폭력 행사 이래 그 바탕이 되어야 할 애정과 신뢰가 상실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볼 여지가 있는지의 여부를 따져 본 다음 원고의 이혼청구를 인용하여야 할 것이다.

[ 해설 ]

민법 제840조 제6호에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의미에 관하여 대법원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하여 왔다.

대법원은 “피고가 파탄 위기의 부부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어야 함에도 오히려 두 차례 원고에게 폭력을 가하고 결국 원고가 자식을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가 소를 제기하였으며 현재까지 이혼의사를 굽히지 않은 채 재판 결과 여하에도 불구하고 피고와 재결합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히고 있다면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2) 그 외의 판결들

‘2004년 친족·상속편 중요판례분석’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대법원 판례는 이혼사유의 인정 여부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안별로 유연하게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므1023 판결은, 혼인 1년 4개월 여만에 이혼소송이 제기된 사안에서 이혼 등 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피고가 서너 차례 폭언을 하였지만 유형력의 행사는 없었으며 상호 신혼 초기 적응과정에서 겪는 일시적인 장애에 직면하였던 정도라면 앞으로 두 사람이 원만한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회복할 여지가 많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5므464 판결은 쌍방 재혼한 고령 부부의 이혼소송에서, 원고를 유책배우자라고 보고 이혼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피고가 여러 차례 원고에게 비정상적으로 고액(수십억원)의 지불각서를 요구하여 받아내고 원고의 여자관계까지 의심한 나머지 원고의 제자를 끌어들여 미행을 하게 하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면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원고와 피고에게 대등한 정도로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시하였다.

나. 이혼의 효과

앞서 본 2005. 3. 31.자 개정 민법은 이혼시 양육·친권자 결정에 있어서 국가의 개입을 확대하기 위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양육·친권에 관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즉, 협의이혼 또는 재판상이혼의 모든 경우에 이혼 당사자 사이에서 자의 양육에 관한 사항이 협의되지 않은 경우 가정법원은 직권으로 양육에 관한 처분을 하거나 면접교섭권의 제한·배제처분을 할 수 있다(제837조 제2항, 제837조의2 제2항, 제843조). 나아가 가정법원은 재판상 이혼의 소에서는 직권으로 친권자를 정한다(제909조 제2항).

3. 상속과 한정승인

가. 2차례의 헌법불합치결정과 2차례의 개선입법 경과

헌법재판소 1998. 8. 27. 선고 96헌가22 등 결정은 구 민법 제1026조 제2호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으며 이에 따라 2002. 1. 14. 법률 제6591호로 개정된 민법(“1차 개선입법”)은 제1019조 제3항으로 이른바 특별한정승인제도(단순승인을 하거나 단순승인으로 간주된 후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였다. 그런데 부칙 제3항에서 그 소급적용의 범위를 “1998년 5월 27일부터 이 법 시행(2002. 1. 14.) 전까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자”로 제한한 결과 개선입법으로 구제되는 범위가 지나치게 좁았고 다시 헌법재판소 2004. 1. 29. 선고 2002헌가22 등 결정으로 위 개정민법 부칙 제3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되었다.

2005. 12. 29. 법률 제7765호로 공포·시행된 개정민법(“2차 개선입법”)은 앞서 본 2001. 1. 4.자 개정민법 부칙에 제4항을 신설하여, 1998. 5. 27. 전에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알았으나 상속채무 초과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다가 1998. 5. 27. 이후 안 자는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그리고 부칙 제2항을 신설하여 법 시행 전에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법원에 계속 중이거나 수리된 경우 한정승인의 효력을 부여하였다.

나. 2차 개선입법에 따른 유형별 처리

1) 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3다28880 판결

1998. 5. 27. 전에 상속이 개시된 상속인들이 2차 개선입법 시행 전에 한 한정승인신고가 불수리(각하)되었고 본안에서 이를 이유로 단순승인으로 처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헌법불합치 결정과 2차 개선입법에 의하여 신설된 부칙 제4항 제1호에 따라, 상속인들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다가 1998. 5. 27. 이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면 개정민법의 시행일로부터 3월 이내에 한정승인신고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2차 개선입법의 시행일부터 3월 이내에 한정승인신고를 할 수 있고 또 이와 같이 한정승인신고를 한 상속인만이 개정민법에 따른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2)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3다29562 판결

1998. 5. 27. 전에 상속이 개시된 상속인들이 2차 개선입법 시행 전에 한 한정승인신고가 수리되었으나 본안에서 효력이 부정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2차 개선입법에 따를 때 피고(상속인)들이 1998. 5. 27. 이전에 상속개시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상속채무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알지 못하다가 1998. 5. 27. 이후 비로소 이를 알게 되었다면, 피고들은 개정민법에 의하여 신설된 개정 전 민법의 부칙 제4항 소정의 한정승인에 관한 특례대상자에 해당하여, 피고들의 한정승인신고를 이미 수리한 가정법원의 심판은 개정민법 부칙 제2항에 따라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라고 판시하였다.

다. 적용법률의 정리 도표

(*) 대법원 2005. 4. 14. 선고 2004다56912 판결

“상속인이 1998. 5. 27. 이후 상속개시 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개정 민법 시행 이후에야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채무 초과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개정 민법 제1019조 제3항의 규정에 따라 3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라. 한정승인의 요건

1) 중대한 과실의 의미 : 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4다51740 판결

특별한정승인을 하려면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채무초과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바, 그 의미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2004. 3. 12. 선고 2003다58768 판결 등)는 “상속인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함으로써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이라고 판시하였고 나아가 이에 관한 입증책임은 상속인에게 있다”고 하였다.

위 2004다51740 판결은 피상속인이 약 35년간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아니하고 피고(상속인)들의 보조로 생활을 영위하여 왔으며, 그 후 뇌경색이 발병하여 간병인의 도움을 받다가 2000. 10. 사망하였던 사안에서 대법원은 “원고가 2002. 5. 8. 피고들 중 일부에게 피상속인의 연대보증채무를 변제할 것을 통지하였고 피고들이 위 통지를 받은 직후인 2002. 5. 14. 상속한정승인을 신고하였다면 피고들은 원고의 통지 이전에는 소외 망인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와 같은 거액의 채무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원고의 통지 이후에야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2) 단순승인이 의제되는 경우

민법 제1026조 제3호는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에는 단순승인이 의제되고 특별한정승인 대상에서 제외하므로 상속인이 한정승인신고 후 재산을 처분한 경우 부정하게 소비하였는가 여부 및 한정승인신고 당시 첨부한 재산목록에서 일부 재산이 누락된 경우 고의성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가) 부정소비 : 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4다52071 판결

상속인들이 상속개시일 3월 내에 문제의 부동산을 상속재산으로 기재하여 적법하게 한정승인 신고를 한 다음 상속재산 협의분할을 원인으로 하여 일부 상속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안에서 대법원은 “위와 같은 경위를 거쳐 그 중 일부 부동산은 강제경매 또는 임의경매절차가 개시·진행되었으나 그 낙찰대금이 피상속인이 설정한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채권금액에 훨씬 미치지 못하였다면 일부 상속인 앞으로만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것이 실질적으로 상속채권자들의 강제집행 등을 통한 권리행사에 어떤 불이익을 주거나 일부의 특정 상속채권자 등이 부당한 이득을 얻는 것도 아니라 할 것이므로, 이를 두고 정당한 이유없이 상속재산을 써서 없앰으로써 그 재산적 가치를 상실시킨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나) 재산목록 누락 : 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4다51740 판결

위 판결은 상속인들이 재산목록에 누락한 데에 고의가 있다는 점의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게 있다고 판시하면서, 상속인들이 채권자로부터 채무이행 통지를 받은 직후 한정승인신고를 하면서 첨부한 상속재산목록에 상속재산인 아파트 또는 아파트 매각대금을 기재하지 않았으나, 아파트 매각대금은 8,500만원에 불과하고 상속채무는 25억 원이 넘으며 달리 고의를 인정할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상속인들이 거액의 상속채무를 부담하게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고의로 누락하였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고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4. 상속 포기

가.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 포기와 “상속개시를 안 날”: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3다43681 판결

[ 요지 ]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라 함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의 발생을 알고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말한다고 할 것인데, 통상적인 상속의 경우에는 상속인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앎으로써 그가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도 알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나, 종국적으로 상속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과정에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어려운 문제가 있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바로 자신의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러한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을 확정함에 있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뿐 아니라 더 나아가 그로써 자신의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까지도 심리, 규명하여야 마땅하다.

[ 해설 ]

위 사건은 피상속인이 사망하자 상속인인 처와 자녀들 전원이 상속개시 3월 내에 상속포기신고를 하여 피상속인의 손자녀들(대부분 미성년자)이 상속인이 되었는데, 위 손자녀들의 법정대리인인 그의 부모들(위 선순위 상속인인 피상속인의 자녀들) 등이 상속개시 후 3월이 도과한 이후에야 그들을 위한 상속포기신고를 한 사안이다.

선순위 상속인으로서 피상속인의 처와 자녀들이 모두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손(孫) 등 그 다음의 상속순위에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는 것이나(대법원 1995. 4. 7. 선고 94다11835 판결, 1995. 9. 26. 선고 95다27769 판결 등 참조) 일반인이 이러한 상속순위를 사실을 안다는 것은 오히려 이례에 속할 것이고 경험칙상 상속포기로써 채무 상속을 면하고자 하는 사람이 그 자녀 이름으로 상속포기신고를 다시 하지 않으면 그 채무가 고스란히 그들의 자녀에게 상속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법정대리인 등은 당초 자신들이 상속포기를 함으로써 자신의 자녀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소제기 후 그 자녀들이 상속인으로 표시된 당사자표시정정신청서를 수령한 때에 비로소 이를 알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과 상속 포기 :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3다38573,38580 판결

[ 요지 ]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9조 제1항에 의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그 직접청구권의 전제가 되는 위 법 제3조에 의한 피해자의 운행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등 특별한 경우에는 혼동으로 소멸하고 그 결과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도 소멸하지만, 상속포기는 자기를 위하여 개시된 상속의 효력을 상속개시시로 소급하여 확정적으로 소멸시키는 제도로서 피해자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되어 가해자가 피해자의 자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함으로써 그 손해배상청구권과 이를 전제로 하는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이 소멸하였다고 할지라도 가해자가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하면 그 소급효로 인하여 위 손해배상청구권과 직접청구권은 소급하여 소멸하지 않았던 것으로 되어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되고, 그 결과 위 손해배상청구권과 이를 전제로 하는 직접청구권은 소멸하지 않는다.

[ 해설 ]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9조 제1항에 의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그 직접청구권의 전제가 되는 위 법 제3조에 의한 피해자의 운행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비록 위 손해배상청구권과 손해배상의무가 상속에 의하여 동일인에게 귀속되더라도 혼동에 의하여 소멸되지 않고 이러한 법리는 위 법 제3조에 의한 손해배상의무자가 피해자를 상속한 경우에도 동일하지만, 예외적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청구권과 손해배상의무가 혼동으로 소멸하고 그 결과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도 소멸한다는 법리는 이미 대법원 1995. 5. 12. 선고 93다48373 판결, 2003. 1. 10. 선고 2000다41653, 41660 판결에 의하여 판시되었다.

위 사건은 피해자를 상속한 손해배상의무자(피해자의 모)가 상속을 포기한 사안으로서 대법원은 상속포기의 효과로 ‘법률관계의 소멸’이라는 법률효과가 다시 소급하여 소멸하는 결과 종전의 법률관계가 소급하여 부활한다는 법리를 충실하게 적용하였다. 당사자가 혼동의 결과를 회피하기 위하여 상속포기제도를 이용한 듯한 측면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원래 상속포기제도는 거래안전을 해하고 피상속인의 채권자들의 정당한 기대와 이해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옴에도 불구하고 상속인을 위하여 상속인의 지위에서 이탈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강행규정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위 판시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5. 그 외

가. 유류분의 방법 등 :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

[ 요지 ]

우리 민법은 유류분제도를 인정하여 제1112조부터 제1118조까지 이에 관하여 규정하면서도 유류분의 반환방법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바, 다만 제1115조 제1항이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 등에 비추어 반환의무자는 통상적으로 증여 또는 유증대상 재산 그 자체를 반환하면 될 것이나 위 원물반환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가액 상당액을 반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유류분액을 산정함에 있어 반환의무자가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하고, 당해 반환의무자에 대하여 반환하여야 할 재산의 범위를 확정한 다음 그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가액반환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 해설 ]

유류분 반환 청구사건에서 일부 피고가 증여받은 주식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였다가 담보가 실행되어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였는바, 대법원은 “문제된 피고가 원칙적으로 주식 중 소정의 수량을 취득하여 원고에게 양도함으로써 원물반환의무를 이행할 수 있고 만약 어떠한 사정으로 인하여 원물반환이 불가능하다면 그 반환하였어야 할 주식의 원심 변론종결일 당시의 시가 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류분반환의 방법으로서 원물반환은 “통상적”인 반환방법이라고 판시하였을 뿐 이것이 “원칙적”인 반환방법이라고 판시하지는 아니하였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나. 개명허가의 기준 : 대법원 2005. 11. 16.자 2005스26 결정

[ 요지 ]

이름(성명)은 특정한 개인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식별하는 표지가 됨과 동시에 이를 기초로 사회적 관계와 신뢰가 형성되는 등 고도의 사회성을 가지는 일방, 다른 한편 인격의 주체인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기 스스로를 표시하는 인격의 상징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고, 나아가 이름에서 연유되는 이익들을 침해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관리와 처분 아래 둘 수 있는 권리인 성명권의 기초가 되는 것이며, 이러한 성명권은 헌법상의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것이어서 자기결정권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본인의 주관적인 의사가 중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명허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이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와 기능, 개명을 허가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 등 공공적 측면뿐만 아니라, 개명신청인 본인의 주관적 의사와 개명의 필요성, 개명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와 편의 등 개인적인 측면까지도 함께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개명을 허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어 있는 등 개명신청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 해설 ]

위 결정은 헌법상 기본권과의 관련 하에 개명허가의 요건을 완화하였다. 위 사건에서는 이름 중에 사용된 글자(“”)가 통상 사용되는 한자가 아니어서 잘못 읽히거나 컴퓨터 등을 이용한 문서작성에 있어 어려움이 있고 성별(性別)이 착각되는 경우가 적지 않는 등 일상생활에 있어 많은 불편이 있다는 점을 개명을 허가할 만한 이유의 하나로 들고 나아가 개명 신청인이 신용불량자로 등록되어 있다는 점만으로는 개명을 불허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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