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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3) 민법총칙·물권법

김재형 교수(서울대 법대)

2005년에는 새로운 분쟁유형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많이 나왔다. 무엇보다도 여성이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는 판결은 남녀평등의 구현에 더 이상의 성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인격권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판결들이 나왔다.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과 관련해서 인격권에 기한 금지청구권의 요건을 명확히 밝혔고, 위 종중 판결의 별개의견 등도 인격권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개명허가신청 사건에서는 이름을 바꿀 권리를 넓게 인정하면서 인격권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판결들은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가치를 발견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인격적 이익이라는 표현대신 인격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인격권을 법적으로 보호할 이익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하나의 권리로 정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 관한 판결 등 개별 분야에서 중요한 판결들이 많이 나왔다.

1. 성년 여성의 종원으로서의 지위 : 대판(전) 2005. 7. 21, 2002다1178(공 2005, 1326)

(1) 대법원은 성년여성도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성년 여자후손을 일률적으로 종원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종중에 가입하기를 희망하는 성년 여자후손만을 종원으로 보아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였다. 다수의견은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 제한하는 종래 관습법의 효력”을 부정한 다음,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고 한다.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만으로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은 이제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고 선언하고, “이 판결 선고 이후의 종중 구성원의 자격과 이와 관련하여 새로이 성립되는 법률관계”에서 성년 여자를 종원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별개의견은 성년 여자 중에서 종원이 될 의사를 표명한 사람만이 종원이 된다고 한다. 성년 여자인 원고들이 피고 종회에 가입할 의사를 표명하였으면, 원고들이 공동선조의 후손이 아니라는 등 그 가입을 거부할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이상 종원 자격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종중 분야에서 남녀평등의 실현에 기여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러 각도에서 다의적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흥미롭다. 종종의 단체로서의 성격, 종중에서 남녀평등의 실현 문제,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 종중재산의 분배문제, 판결의 소급효 등 여러 문제에 대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다(김재형, “단체로서의 종중”, 민사재판의 제문제 제14권, 민사실무연구회, 2005, 340면 이하 참조).

(2) 여자후손도 종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종중가입을 원하지 않는 성년 여자도 종원으로 취급하여야 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는 남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헌법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있고, 양심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자녀에게 무조건 아버지의 성(姓)만을 쓰도록 강제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할 수 있는데(헌재 2005. 12. 22, 2003헌가5등), 이와 동일한 논리로 모든 사람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단체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위와 같은 헌법규정에 배치될 수 있다.

다수의견은 종중이 자연발생적 단체라는 견해에 입각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발생적 단체설은 일제시대의 관습조사를 통하여 확립되었고, 해방이후 대법원도 이를 따르고 있다. 그 결과 종중은 공동선조의 사망과 함께 곧바로 성립하고, 그 후손 중 성년남자는 당연히 종원이 된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다수의견은 여기에서 나아가 종중이 자연발생적 단체이기 때문에, 그 구성원도 후손들로 자동적으로 정해져야 하고, 성년여자도 당연히 종원이 된다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고 본 것이다. 결국 자연발생적 단체설과 남녀평등의 원칙은 다수의견을 뒷받침하는 두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중이 자연발생적인 단체라는 것은 혈연관계에 있는 후손들이 공동선조에 대한 제사를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종중이라는 단체를 형성하였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종중에 인위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후손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 것 자체가 인위적인 행위이고, 종중규약, 즉 종약을 작성하는 것 역시 조직체로서의 인위적인 활동이다. 종중은 자연발생적 요소와 인위적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데, 다른 단체에 비하여 월등하게 자연발생적 요소가 강한 단체일 뿐이다. 따라서 자연발생적 단체설에 토대를 두고 있는 대법원 판결은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동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종중이 성립하고, 그 후손이 자동적으로 구성원이 된다는 판례는 개인으로 하여금 너무 많은 단체 소속원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문제점이 있다. 사법상의 단체인 종중에 대하여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적용된다. 공동선조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그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종중에 소속하게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율성이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또한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종중이라는 단체에 가입을 강제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취지에 반할 수 있다.

(3) 종중 사건에서 종중재산의 분배는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판례는 종중재산을 총유로 파악하고 있다. 종원들이 종중총회에서 종중재산을 분배하는 결정을 할 수 있고, 종중재산을 분배받을 수 있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종원에 한정된다. 미성년자는 종원이 아니므로, 종중재산의 분배에서 배제되거나 불리한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별개의견은 종원 자격과 종중재산의 분배 문제를 분리함으로써, 종중재산분배에 관하여 새로운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종중재산을 분배할 때 신탁의 법리를 유추하여 후손 전원에게 합리적으로 분배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종중재산 분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 인격권에 기한 금지청구권 : 대결 2005. 1. 17, 2003마1477(공 2005, 391)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금지청구권이 인정된다(대판 1996. 4. 12, 93다40614(공 1996, 1486)). 이 때 어떠한 요건 하에서 금지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하급심판결 중에는 명예훼손에 기한 금지청구에 관하여 손해배상의 경우와 유사한 방식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고, 사전금지는 손해배상의 경우보다 엄격한 요건 하에서 허용된다는 경우도 있었다.

대법원 2005. 1. 17. 결정은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한 다음, “출판물에 대한 발행·판매 등의 금지는 위와 같은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에 해당”하고, “그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금지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한다. 다만 “그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또한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표현행위는 그 가치가 피해자의 명예에 우월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하고, 또 그에 대한 유효적절한 구제수단으로서 금지의 필요성도 인정되므로 이러한 실체적인 요건을 갖춘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사전금지가 허용된다”고 하였다.

명예훼손에 기한 금지청구권의 인정 여부는 손해배상청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표현행위의 가치와 명예의 보호 사이의 이익형량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나 금지청구의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함으로써, 손해배상의 경우보다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대법원은 명예와 프라이버시를 포괄하는 인격권에 기한 금지청구권의 요건을 일반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 결정의 내용이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해서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명예훼손 경우와 프라이버시 침해의 경우에 그 금지청구의 요건을 개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프라이버시의 경우에는 보도사실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금지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그 침해가 중대한 경우에 한하여 금지청구를 허용해야 한다.

또한 사전금지를 명하는 가처분은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에 해당하므로 그 심리절차에서 원칙적으로 변론기일 또는 심문기일을 열어 피신청인에게 주장·입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러나 사전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인격권을 침해하는 보도 또는 공표 자체를 막기 위하여 변론기일이나 심문기일을 열지 않고 신속하게 가처분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일정한 사항을 보도한 것에 대하여 이를 금지하거나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이나 결정이 나온 다음에, 이와 동일한 내용을 보도하거나 공표하는 경우에도 변론기일이나 심문기일을 열지 않고 가처분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총유물의 보존행위 : 대판(전) 2005. 9. 15, 2004다44971(공 2005, 1597)

이 사건에서 종중의 구성원이 총유물의 보존행위에 기하여 원인무효의 소유권이전등기에 대한 말소청구를 할 수 있는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은 법인 아닌 사단이 그 명의로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 하거나 또는 그 구성원 전원이 당사자가 되어 필수적 공동소송의 형태로 할 수 있을 뿐 그 사단의 구성원은 설령 그가 사단의 대표자라거나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쳤다 하더라도 그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고, 이러한 법리는 총유재산의 보존행위로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라고 하면서 이에 배치되는 종전의 대법원 판결들을 변경하였다.

총유물의 보존행위를 인정할 것인지 논란이 제기되었고, 판례도 혼란스러운 모습을 띄었다. 법인 아닌 사단의 대표자 또는 구성원 일부가 합유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총유재산의 보존을 위한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었고,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은 권리능력 없는 사단 명의로 하거나 또는 그 구성원 전원이 당사자가 되어 할 수 있을 뿐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필요적 공동소송이라는 판결도 있었다.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각 사원은 정관 기타의 규약에 좇아 총유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공유(민법 제265조 단서)나 합유(민법 제272조 단서)의 경우처럼 보존행위는 그 구성원 각자가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따라서 총유물의 보존에 관하여는 공유물의 보존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수 없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276조 제1항 소정의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총유물의 보존에 관하여 공동소유의 다른 형태인 공유나 합유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 문제되나, 대법원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총유의 경우에 보존행위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하여 당연히 공유나 합유의 경우와 다르게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대법원은 총유가 공유나 합유에 비하여 단체성이 강하고 구성원 개인들의 총유재산에 대한 지분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가하고 있다.

대법원은 공유자 1인이 무단점유자에 대하여 명도청구를 하거나 원인 무효의 등기에 대한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것이 보존행위에 속한다고 보았으나, 필자는 공유자의 말소등기청구나 명도청구를 공유물의 보존행위로 볼 수 없고, 공유자의 지분권에 기한 청구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에 찬성하였다. 총유의 경우에는 구성원이 총유재산에 대한 지분권이 없으므로, 지분권에 기한 명도청구나 말소등기청구도 할 수 없다.

법인이 아닌 사단이나 재단은 대표자 또는 관리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단이나 재단의 이름으로 당사자가 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52조). 법인 아닌 사단에서 사단 명의의 소송과 구성원 전원에 의한 필수적 공동소송이 인정되는 상태에서 대표자나 그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종중의 대표자가 소를 제기하였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종중 이름으로 소를 제기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대법원 판결의 결론에 수긍할 수 있다.

한편 조합에 관한 소송에서는 법인 아닌 사단에 관한 소송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대법원은 조합에 관한 소송은 원칙적으로 필수적 공동소송이지만, 업무집행조합원 이름으로 소송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합유물의 보존행위에 속하지 않는 경우에도 업무집행조합원에 의한 소송을 허용하고 있다. 초기에는 임의적 소송신탁으로 이론구성하였으나, 최근에는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법원 판결은 조합의 소송과 법인 아닌 사단의 소송을 엄밀하게 분리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합에 관한 소송과 법인 아닌 사단에 관한 소송을 엄밀하게 구분하여 접근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관해서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

4.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 : 대판 2005. 4. 29, 2005다3243(공 2005, 837)

(1) 민법 제370조에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 관한 제214조의 규정을 저당권에 준용하고 있다. 이 규정은 민법 제정 당시 신설된 조문이다. 우리 민법에서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은 위 법률 규정의 해석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그런데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 문제는 가치권으로서의 저당권이 소유자의 이용권능을 어느 정도로 제약할 수 있는지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저당권을 가치권으로 파악하는 것은 독일에서 유래된 것이고, 독일의 토지채무는 가장 발달된 형태의 가치권이라고 한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저당권이나 토지채무에 기하여 침해행위의 배제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 가치권 개념을 발전시킨 콜러(Kohler)도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하였다. 저당권의 본질이 가치권이라는 명제와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채무자가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경우에 저당권자는 경매절차를 통하여 경매목적물을 환가하고 위 환가대금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우선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 경매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소유자는 여전히 저당목적물을 관리, 이용할 수 있지만(민사집행법 제83조 제2항), 이러한 권능은 환가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제약을 받는다(민사집행법 제83조 제3항). 경매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 저당목적물의 훼손하는 경우에는 저당권자가 경매법원에 민사집행법에 따른 조치를 청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법 제370조에 따라 침해행위의 제거 또는 중지를 청구할 수 있다(김재형,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인정범위”, 저스티스 2005년 6월호, 101면 이하).

(2) 大判 1996. 3. 22, 95다55184(공 1996, 1353)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 관한 중요한 판결인데, 공장저당권의 목적 동산이 저당권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설치된 공장으로부터 반출된 경우에 저당권자는 원래의 설치 장소에 원상회복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대판 2005. 4. 29. 판결은 저당권 침해의 요건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다. “저당권자는 원칙적으로, 저당부동산의 소유자가 행하는 저당부동산의 사용 또는 수익에 관하여 간섭할 수 없다”고 한 다음, “저당부동산에 대한 점유가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키거나, 점유자에게 저당권의 실현을 방해하기 위하여 점유를 개시하였다는 점이 인정되는 등, 그 점유로 인하여 정상적인 점유가 있는 경우의 경락가격과 비교하여 그 가격이 하락하거나 경매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등 저당권의 실현이 곤란하게 될 사정이 있는 경우”에 저당권의 침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저당권 침해를 주장하는 자로서는 상대방이 저당부동산의 본래 용법에 따른 사용, 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교환가치를 감소시켰다는 점 등을 주장입증하고, 법원도 이 점을 심리하여야 할 것이다.

(3) 최근 대법원은 좀더 진전된 판단을 하고 있다. 대판 2006. 1. 27, 2003다58454는 저당권자가 대지의 소유자 또는 제3자를 상대로 한 공사중지청구를 허용하였는데, 저당권자는 저당권 설정 이후 환가에 이르기까지 저당물의 교환가치에 대한 지배권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저당목적물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목적물을 물리적으로 멸실·훼손하는 경우는 물론 그 밖의 행위로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는 등 저당권자의 우선변제청구권의 행사가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저당권자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여 방해행위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5. 집합동산 양도담보설정계약의 효력 : 대판 2005. 2. 18, 2004다37430(공2005, 470)

(1) 양돈업자 A가 원고 또는 피고로부터 양돈 사료를 공급받던 중 그 사료대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농장에서 당시까지 사육하고 있거나 장래에 사육하게 될 모든 돼지(이하 ‘이 사건 돼지’라 한다)를 목적물로 하여 다음과 같이 순차로 유동 집합물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고, 채무불이행시 이 사건 돼지에 대한 강제집행이 개시되더라도 이의가 없음을 인낙하는 취지의 공정증서도 함께 작성하였다. 먼저

① 2000. 12. 21. 피고와 사이에 피담보채권액을 1억 원으로 정한 양도담보계약을, 그 후 ② 2002. 1. 28. 원고와 사이에 피담보채권액을 2억 원으로 정한 양도담보계약을, 다시 ③ 2002. 10. 25. 피고와 사이에 피담보채권액을 2억 원으로 정한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 후 유체동산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돼지가 소외 B에게 1억 3,160만 원에 일괄 매각되자 집행법원은 그 매각대금에서 집행비용을 뺀 나머지 131,451,600원을 피고에게 모두 배당하기로 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이 사건에서 피고가 1억 원만을 배당받고 그 나머지는 원고가 배당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피고가 모두 배당받아야 하는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동산의 이중양도담보의 경우에 나중에 설정계약을 체결한 채권자로서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한다. 판례에 의하면, 채무자가 담보목적으로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되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한 경우 그 동산의 소유권은 신탁적으로 이전되고, 제3자가 채무자로부터 양도담보를 설정받더라도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나중에 A와 사이에 이 사건 돼지에 관하여 이중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을 뿐인 원고는 이 사건 돼지에 대하여 적법하게 양도담보권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 A의 일반 채권자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점은 종래의 판례(대판 2004. 10. 28, 2003다30463; 대판 2004. 12. 24, 2004다45943)를 따른 것이다.

여기에서 피고와 A 사이의 2002. 10. 25. 양도담보계약(위 ③부분)의 효력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이를 그들 사이의 최초의 양도담보계약(위 ①부분)에서 약정하였던 피담보채권액을 증액한 것이라고 보았다. 동산양도담보에서 피담보채무액을 증액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2) 양도담보에서 유동, 교체하는 채무를 담보할 수 있는데, 이는 근담보의 일종인 근양도담보에 속한다. 이 사건에서도 양돈업자가 사료를 계속 공급받고 그 대금채무를 담보하기로 하였으므로, 특정되지 않은 채무를 담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담보는 특정채무를 담보할 수도 있고, 불특정채무를 담보할 수도 있다. 저당권은 특정채무를 담보하고, 근저당권은 불특정채무를 담보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질권, 양도담보, 가등기담보에서 특정채무와 불특정채무를 모두 담보하고 있다. 담보의 기능을 수행하는 소유권유보부매매, 금융리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의 근저당권을 제외하고는 많은 국가에서 법률로 담보권의 피담보채무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 사건에서 양도담보설정계약에서 피담보채무로 정한 금액은 최고액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동산양도담보는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피담보채권이나 그 최고액은 계약에 정해져 있을 뿐이고 대외적으로 공시되지 않는다. 양도담보설정계약의 당사자들은 피담보채무의 범위나 그 최고한도액을 변경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이 사건에서와 같이 나중에 동산양도를 설정받은 사람은 양도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한 일반채권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는다. 다만 피담보채무가 확정된 경우라든지, 파산 등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피담보채무의 범위 등을 변경하는 것이 제한될 것이다.

판례에 따르면 처음에 동산양도담보를 설정받은 사람은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나중에 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사람은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동산의 경우에는 우선순위를 정하여 담보로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부동산저당에 비하여 동산담보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동산담보의 경우에도 등기 또는 등록제도를 도입하여 순위를 정하여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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