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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디지털경제와 민법의 현대화

- 디지털콘텐츠 계약규정의 신설을 제안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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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경제로의 전환과 (계약)법적 대응의 필요

방송, 음원, 영화, Software, App과 같은 디지털콘텐츠의 이용은 필수불가결한 생활요소가 되어 있다. 콘텐츠의 이용 역시 거래를 통하여 얻어지며, 콘텐츠 거래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법질서는 디지털콘텐츠의 제공을 위한 계약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을 갖고 있지 않으며, 콘텐츠산업진흥법과 그에 따른 이용자보호지침이 있을 뿐이다. 행정적 편리함 등의 사정이 있겠지만, 개인의 거래관계가 고시에서 규율되는 낯설음과 함께 그 지침의 민사법적 완결성이 만족스러울 수 없음은 수권법률의 목적에서 이미 자명하다. 본고는 민법 전형계약의 하나로 디지털콘텐츠 계약규정의 신설을 제안하는데, 최근 디지털콘텐츠 계약에 관한 비교법적 경향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즉, 유럽연합은 역내 디지털제품에 대한 계약관계의 통일화와 소비자보호를 위하여 2019년 '디지털콘텐츠와 디지털서비스 제공의 계약법적 측면에 대한 지침'을 공표하였고, 유럽연합 국가들은 이를 국내법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 중 독일은 위 지침에 따라 올해 민법전에 디지털제품 제공계약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개관한 후 우리 민법을 위한 시사점을 제시하려 한다.


2. 2021년 독일민법의 디지털제품 제공계약 신설
(1) 디지털제품 제공계약의 구성위치와 적용범위

개정 독일민법은 민법 제2편 채권 제3장 '계약에 기한 채권관계' 제2절 쌍무계약의 다음에 제2a절 '디지털제품에 관한 계약(이하 디지털계약)'을 신설하였다. 그리고 그 아래 제1관은 제327조 이하의 20여개 조문에서 디지털소비자계약을, 제2관은 사업자간의 계약에 관한 특별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디지털계약에 관하여 계약총론에 배치하여 매매 등 개별 유형에 따른 규정보다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즉, 디지털계약이 당사자 합의에 따라서는 콘텐츠의 종국이전, 한시이용, 노무제공 등 다양한 급부를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급부내용의 유형에 따른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있다. 그 대신에 독일민법은 제327조 이하에서 우선 디지털제품의 제공이라는 급부의무의 내용 내지 이행방식을 규정한 다음, 디지털제품의 제공내용을 매매, 증여, 임대차, 도급의 유형으로 나누어 물건중심의 전래적 개별 계약 유형의 규정을 디지털제품의 특성에 따라 적용·수정·배제하는 입법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편 디지털계약에 관한 독일민법 제327조 이하 규정은 디지털제품, 즉 디지털콘텐츠와 디지털서비스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소비자계약에 적용되는데, 디지털콘텐츠는 '디지털 형태로 생성, 제공되는 데이터'이며, 디지털서비스는 '소비자에게 1. 디지털 형태로 된 데이터의 생성, 처리, 가공 또는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 또는 2. 소비자 또는 다른 서비스 이용자에 의해 디지털 형태로 업로드 또는 생성된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그 외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뜻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디지털서비스에 대한 명시에 의하여 SAAS를 포함해 클라우드 또는 SNS를 통해 콘텐츠의 공유를 가능케 하는 서비스제품 역시 디지털계약에 관한 민법규정이 적용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독일민법은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소비자계약에 관한 규정을 원칙적으로 적용하면서, 이를 디지털소비자계약에서 재차 확인,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통하여 독일민법은 개인정보의 제공이 디지털제품을 제공받기 위한 반대급부에 해당하는지의 논란을 피하면서도 개인정보 제공에 따른 소비자의 구제수단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제품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소비자계약에 대한 독일민법 제327조 이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계약들도 있는데, 전자통신서비스, 무료 및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등이 해당한다.

(2) 디지털제품 제공사업자의 주요 의무

디지털계약에 관한 독일민법 제327b조 이하는 사업자의 디지털제품 제공의무와 계약적합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제327b조 제2항에 따르면 소비자는 합의가 없는 한 사업자에게 계약체결 직후 지체없이 디지털제품을 제공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제3항에서는 디지털콘텐츠의 제공방법에 대하여 '디지털콘텐츠 또는 디지털콘텐츠에의 접근을 위한 적절한 수단 또는 디지털콘텐츠의 다운로드가 소비자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또는 소비자가 설치한 설비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제공되거나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4항은 디지털서비스의 이행제공에 대해서는 '디지털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또는 소비자에 의하여 설치된 설비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업자가 이러한 제공의무의 이행을 지체하는 경우에는 소비자는 원칙적으로 최고한 후 사업자의 불이행이 지속될 때에는 계약을 종료할 수 있으며 사업자의 귀책사유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 등을 물을 수 있다. 그리고 독일민법 제327d조 이하에서는 사업자로 하여금 제품 또는 권리의 하자가 없도록 제품을 제공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품의 하자는 다시 주관적, 객관적 요청 이외에 소비자의 디지털환경과의 조응(Integration)에 관한 요청으로 나누어진다. 주관적 요청은 디지털제품이 당사자가 합의한 성상(수령 외에 기능성, 호환성, 상호운용성)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며, 객관적 요청은 디지털제품이 사용되는 통상의 목적, 테스트제품 또는 미리보기에 의하여 제공된 제품의 성상에 부합할 것 등을 포함하고 있다. 더 나아가 독일민법은 사업자가 제공하는 디지털제품이 이를 제공받는 소비자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또는 네트웨킹 등의 디지털환경에 조응할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도 제품의 하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계약에서 사업자는 제3자의 지적재산권 등을 침해하지 않아서 소비자가 디지털제품을 온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권리의 하자). 한편 독일민법 제327f조는 사업자로 하여금 소비자에 대하여 소정의 기간 동안 디지털제품의 업데이트를 제공할 것을 의무지우고 있으며, 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품의 하자라고 전제하고 있다. 이때 사업자와 소비자는 하자의 객관적 기준, 업데이트 의무 등에 관하여 면책을 합의할 수 있는데, 이러한 합의는 엄격한 요건에서 인정되고 있다.

(3) 디지털계약의 의무위반에 따른 구제수단과 그 외의 규정

소비자는 디지털제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추완이행, 계약해제·해지 또는 대금감액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소비자의 구제수단은 2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대체로 디지털제품의 제공시점에 시효가 기산한다. 하자의 증명과 관련하여 디지털제품의 제공 후 1년 내에 제327e조, 제327g조에서 정한 요청에 부합하지 않는 상태가 발생한 때에는 디지털 제공 시에 이미 하자가 있었다고 추정된다. 그리고 제327l조~제327n조는 하자에 따른 추완이행, 계약종료와 손해배상, 대금감액에 관하여, 더 나아가 제327o조~제327p조는 디지털제품 제공계약의 종료에 따른 반환 등의 법률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독일민법은 디지털계약의 체결 등을 위하여 소비자가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관련하여 소비자가 동의철회 등과 같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계약의 유효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면서 사업자로 하여금 일정한 요건에서는 소비자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끝으로 디지털제품의 계속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의 경우에는 사업자가 제공하는 디지털제품을 변경하는 데에 준수해야 할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 외 독일민법은 사업자 사이의 디지털계약에 관한 특별규정을 두는 한편, 물건을 목적으로 하는 전래적 민법규정이 디지털제품에 대한 소비재매매계약, 교환계약, 임대차계약, 제작물공급계약에서 각각 수정 또는 배제되는 내용을 밝히고 있다.


3. 우리 민법의 개정에 관한 시사점

거래의 목적은 종래 재화(물건)와 용역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디지털사회로의 전환과 함께 여기에 포함하기에 무리가 있는 디지털콘텐츠의 거래가 일상화되고 있으며, 이에 관하여현행 민법전은 명시적 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사적자치의 합의, 민법 전형계약 규정의 탄력적 적용, 디지털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 등에 의하여 디지털거래가 규율되고는 있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를 위한 바람직한 규준의 마련, 디지털제품의 특성에 따른 물건 중심의 민법규정의 수정·변경(이행의 방법과 하자판단 기준 등), 그리고 디지털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이 적용될 계약과 의무내용에 대한 구체화 등을 위하여 민법전 내에 디지털콘텐츠 제공계약에 관한 규정을 조속하게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디지털계약에 관한 민법규정 신설은 디지털계약이 이미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 물건·용역→디지털콘텐츠→데이터로 변화하는 사회, 산업발전에의 대응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디지털계약에 관한 민법규정을 신설함에 있어서 2021년 독일민법 개정내용은 그 기원이 된 유럽연합 지침과 함께 아주 주요한 참고요소가 될 것이다. 참고로 독일민법은 2022년 디지털제품의 판매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민법규정의 신설을 제안하고 있다.


김상중 교수(고려대 로스쿨)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