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연구논단

북한의 여성·아동·장애인 법제 및 남북 교류협력방안

- 북한 인권개선 관점에서 -

173260.jpg

I. 여성·아동·장애인 문제에 대한 북한의 반응

북한의 여성·아동·장애인 문제는 노인 문제와 함께 북한 내 취약계층을 대표하는 사안으로 취급된다. 북한은 최근 이 문제들이 인권 문제로 취급되건, 인도지원 또는 개발협력 문제로 취급되건, UN 등 국제사회와 이를 논의하는 데 있어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즉,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대화·협력이 가능한 사안으로 여성·아동·장애인 등 '취약계층' 또는 '특별그룹' 문제를 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 및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의 당사국이자, 아동권리협약 및 여성차별철폐협약의 당사국이기도 하다. 2016년에는 장애인권리협약에 비준하였으며, 2014년에는 아동매매·아동성매매·아동음란물에 관한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에도 비준하였다. 즉, 북한은 여성·아동·장애인 인권 문제를 다루는 주요 조약들에 모두 당사국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관련 국가보고서 제출 및 의견 제시에도 적극적이다. 참고로, 한국 또한 상기 북한이 당사국인 국제인권조약 모두에 당사국 지위를 가지고 있어 양자 간 공통적 논의의 기준 및 장을 국제적으로 확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국제인권레짐이 제기하는 북한인권 문제 중 대개 사회권 및 취약계층 문제를 중심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덜 예민한 문제일 뿐 아니라 국제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분야라는 방증일 것이다. 북한에 대한 UN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개발협력 분야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관련해서도 북한은 국제회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SDGs의 논의 주제들은 그 상당수가 인권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으며 여성·아동·장애인 문제도 자연스레 연결된 부분들이 많다. 이에 아래에서는 북한의 관련 법제를 간단히 살펴보고, UPR 및 SDGs 등 국제사회에서의 논의 내용을 토대로 북한 여성, 아동, 장애인 보호를 위한 남북 교류협력의 구체적 분야 및 실행방안의 일단을 고찰한다.


Ⅱ. 북한의 여성·아동·장애인 법제 실태

북한은 자신의 '사회주의헌법' 및 각종 법령을 통해 남녀평등 및 여성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그 실태는 다양한 차원에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최근 여성 관련 분야에서 UN 등 국제사회와 소통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고 관련하여 국내 법제 개선작업도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 2010년 제정되어 2015년 최종 개정된 '녀성권리보장법'이 대표적인데, 한국의 대표적 여성 관련 법률인 '양성평등기본법' 등과 비교해 봐도 원칙적인 부분에서는 국제조약의 영향도 받아 동일한 내용이 상당수 발견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도 발견되는데, 이는 향후 국제사회 및 남북 간에 협력하며 논의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북한의 녀성권리보장법 제9조가 국제교류 및 협력을 강조하고 제10조에서는 국제조약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점과 함께, 한국의 양성평등기본법 제40조가 구체적으로 양성평등을 위한 국제개발협력 사업 추진을 규정하고 제41조에서는 보다 특정해서 통일 추진과정에서의 여성 참여 및 관련 활동 지원에 대해 규정한 점이 주목된다.

여성 관련 교류협력에 있어, 남북이 직접 대화하며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아마도 사회권과 관련된 모성보건, 관련 교육 및 지원 등의 분야일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의 녀성권리보장법 제33조에서 산전 60일, 산후 180일간의 산전산후휴가를 보장해 주는 등 여성근로자의 건강권 관련 조치들이 규정돼 있기는 하지만, 모자보건법 등 남한의 관련 법령과 비교해 보면 모성, 영유아, 산후조리, 미숙아나 선천성이상아 등에 대한 치료나 지원에 대한 규정은 부재하여 관련 남북 법제협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권 관련해서도, UN 등 다자기구와의 기술협력을 추진함은 물론, 북한의 수용 가능성 있는 부분을 잘 선별하여 남북 간에도 교류협력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남한의 양성평등기본법 제30조부터 제32조에는 '성희롱'과 관련된 내용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는데 반해, 북한의 녀성권리보장법 제5장의 내용들은 주로 여성 신체에 폭력 등으로 피해를 가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다. 성희롱 개념 및 관련 방지조치 등을 포함한 여성폭력 법제 전반에 대한 체계를 정비하고 개선하는 데 있어, 북한이 호응한다면, 남북 법제협력도 충분히 가능하다.

북한은 여성 문제와 마찬가지로 아동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UN 등 국제사회와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관련된 국내 입법 개선작업도 '아동권리보장법' 제·개정 등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북한 아동들의 인권 실태 또한 매우 열악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코로나 상황을 포함한 북한의 경제여건상 식량권, 건강권, 교육권 등 사회권과 관련된 부분들은 외부의 적극적 협력이 없다면 실질적 진전에 큰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서 녀성권리보장법과 마찬가지로, 아동권리보장법 제9조에서 "국가는 아동권리보장 분야에서 다른 나라, 국제기구들과의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킨다"고 국제협력을 강조하였다. 자유권, 사회권 구별 없이 남북 간에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추진하되, 사법절차, 아동 강제노동 등 자유권 부분에서 북한이 적극 호응하지 않는다면 이는 일단 UN 등 국제기구에서의 다자 간 논의로 역할을 넘기고, 보건, 교육 등 북한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분야에서 법제 협력 및 기타 교류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장애인 분야는 북한이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추진하는 분야이다. '장애자보호법' 등 역시 사회권을 중심으로 주요 논의들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투표권, 피선거권, 의사표현의 자유, 공직 활동, 사회단체 가입, 신소권과 청원권 등 자유권 영역에서도 북한이 관련 입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하는 등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비록 북한의 장애인권리 실태가 근본적으로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북한이 2019년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무장애건축설계기준을 채택하고, 최근 장애인권리위원회 및 UN 인권이사회 UPR, 장애인권리 특별보고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장애인 보호 분야에서 국제적 협력을 추구하며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남북 및 국제 협력을 위한 좋은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Ⅲ. 북한의 여성·아동·장애인 관련 남북 교류협력방안

북한은 인권조약 감독기구인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아동권리위원회에서 자신이 2016년 제출한 국가보고서에 대해 2017년 검토 및 권고를 받았다. 장애인권리위원회에도 2018년 국가보고서를 제출하였다. 또한, 북한은 2019년 인권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UN 인권이사회 UPR에서 다수의 권고를 수용하였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이 성평등, 아동권, 취약계층 지원 및 건강권, 교육권, 식량권 등 사회권적 내용이었다. 물론 이례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자유권 분야의 권고를 일부 수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활동 및 관련 국내법령의 제·개정 등은 모두 국제사회의 건설적 비판에 대한 북한의 일부 긍정적 반응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개발협력, 환경보호와 함께 인권 문제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 UN SDGs 회의에 북한이 2021년 보고서를 제출하고 참석한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여성·아동·장애인 분야는 북한이 국제적 지원 및 협력을 얻기 위해 국내법 제·개정 등 나름 최선을 다하는 영역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이 호응하고 실제 협력이 필요한 이들 분야에서 남북한 간 혹은 UN까지 포함한 3자 간에 어떻게 관련 인권 문제 및 인도지원, 그리고 개발협력 이슈까지 포함한 복합적 문제를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마도 북한과 더욱 협력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아동·장애인 문제를 다루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령 정비 등 기술협력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UN 등 국제기구가 일단 법제협력 등은 주도하고, 남북 간에는 기타 실질적·인도적 교류협력 차원에서의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이 다소 예민하게 반응하는 자유권 내용은 다자 인권무대에서 주로 처리하고 남북 양자 간에는 사회권 관련 이슈들을 중심으로 협력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남북 법제협력 가능성에 대한 준비도 착실히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북한의 아동 법제의 경우 현재의 법규정 내용이 상대적으로 양호하여 국제협력을 포함한 실제 이행이 더 중요해 보이는 반면, 여성 법제에서는 성폭력 관련 법제 정비 및 모자보건에 대한 세밀한 규정의 마련이 필요해 보였으며, 장애인 법제의 경우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입법 필요성과 함께 전반적으로 누락된 자유권 분야의 보완이 시급히 요구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정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