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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신개념 가상자산에 관한 법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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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어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금싸라기 땅을 매수했다. 내일은 미국으로 날아가 LA 비버리 힐스의 고급 주택 부지를 계약할 예정이다. 어느 재벌의 일기가 아니라, 메타버스에 기반한 가상부동산 거래 플랫폼 '어스(Earth) 2'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다. 토종 보드게임 '부루마블' 정도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번 달 기준 어스 2의 가상부동산 거래대금 합계는 약 2000억 원으로, 그 중 약 100억 원이 한국 국적 유저의 투자금이다.

2017년 3월에 발매된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노래 '롤린'은 올해 한 유투버가 편집 영상을 소개한 이후 해체 위기에 놓인 브레이브걸스를 단숨에 올해 최고의 걸그룹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에 따라 인터넷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인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롤린'의 저작권을 매수한 경우 최고가 기준 약 5000%의 수익이 발생하였다.

마치 비트코인의 초기 모습과도 닮은 어스 2와 뮤직카우는 특히 기존 투자상품에 피로감을 느낀 MZ세대 투자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옴과 동시에 금융 당국과 입법자에게는 가상화폐에 이은 또 다른 골칫덩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가상화폐와 구분되는 의미의 '신개념 가상자산'의 유형과 특징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법적 규제의 방향을 고찰한다.


2. 메타버스로 날개를 단 신개념 가상자산

올해를 뜨겁게 달군 두 가지 테마를 꼽으라면 단연 메타버스와 가상자산이다. 전술한 어스 2는 양자를 아우르는데, 본질적으로는 거래의 대상으로 지구상의 모든 토지를 구글의 지도 프로그램 '구글 어스'에 기반을 둔 메타버스에서 구현한 다음 이를 10㎡ 크기의 타일로 나누어 어스 2가 제공하는 자체 온라인 거래소(market place)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다.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발생한 가상자산이 현실세계의 플랫폼(인터넷 사이트)에서 현실세계의 화폐로 거래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메타버스는 단순히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장(場)에서 나아가, 그 자체로부터 특정한 가상자산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발생한 가상자산은 메타버스로 구현 가능한 우리 모든 일상의 면면을 매개로 더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가상자산은 다른 가상자산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는데, 바로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특정 대상을 그대로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에 투영한 다음 거래를 위한 특정 단위(수량)로 나누어 소유하는 것이다. 전술한 '어스 2'가 그 대표적인 예로, 현실세계에서는 매수할 엄두를 내기 어려운 금싸라기 땅을 별다른 시공간적 제약 없이 비교적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다. 다른 가상자산에 비하여 현실세계의 제약으로 억눌린 욕망을 자극하기 쉽고, 이로 인하여 전통적인 투자상품에 비하여 투심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3. 신개념 가상자산의 무한한 확장성

전술한 '뮤직카우'의 경우, 메타버스 등 신기술과는 무관하게 기존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음악 저작권이나 저작인접권에 연동된 무형의 가상자산을 '뮤직카우'가 제공하는 온라인 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게 된다. 이처럼 가상자산은 기존에 현실세계에 존재하던 특정 재화나 용역으로부터도 파생될 수 있다. 이와 같이 기존 제도권 투자상품에 포섭되지 않는 신개념 가상자산의 거래대금 총액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필자의 지난 기고문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규제(법률신문 2021년 6월 14일자 12면 연구논단)'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이러한 신개념 가상자산의 대두는 현재 진행형인 금융시장을 규율하는 공권력과 자산시장 참여자 사이의 패권다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산시장 참여자가 결제기능을 중심으로 한 비트코인과 송금기능을 중심으로 한 이더리움을 위시한 각종 가상화폐를 거래하면서 기존 금융 공권력의 패권에 도전한 것이 현재의 활발한 가상화폐 시장의 성공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메타버스 등 4차 산업혁명에 수반하는 신기술이나, 기존에 현실세계에 존재하던 특정 재화나 용역 등을 매개로 화폐와 무관한 영역에서 자발적으로 자산시장을 형성하여 거래하는 것이다.

결국, 신개념 가상자산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기존 법제로 포섭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게 될 것이고, 계속하여 전통적인 투자상품의 아성을 넘볼 것으로 보인다.


4. 신개념 가상자산의 부작용-개인 투자자 보호의 측면에서

필자는 지난 기고문에서 가상화폐로 인하여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를 크게 가상화폐 상장(ICO)을 빌미로 매수자금 자체를 편취당하거나 상장 이후 내부자거래 등 불공정거래로 인하여 투자손실을 입는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신개념 가상자산의 경우 보다 본질적인 부작용이 존재하는데, 그 무한한 확장성의 이면에는 거래대상인 가상자산 그 자체의 존부와 영속성이 위협받는 경우가 존재한다. 전자지갑을 통해 자유로운 전송이 가능한 대부분의 가상화폐와 달리, 신개념 가상자산은 특정 서비스 제공자가 구축한 플랫폼에서만 거래되고, 이를 벗어나서는 거래나 보유 자체가 어렵다. 나아가, 그 서비스가 예기치 못하게 종료될 경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가상자산을 헐값에 급처하지 않는 한 그 신개념 가상자산을 계속 보유하거나 환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위와 같은 문제는 마치 파산한 은행의 예금자를 보호하는 것과 유사한데, 예금의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대 5000만 원까지 원금 확보가 가능한 반면, 가상자산의 경우 그러한 보호장치가 부존재한다. 또한, 거래소 자체가 운영되지 않는 이상 그 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수치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이 중단된 이후에 투자자들에게 그 손실을 일정 정도 보전해주는 사후적인 접근이 아닌, 애초에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이 중단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구비하는 것이 요구된다.


5. 신개념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규제의 방향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함)'라고 정의하고 그 예외를 하위법령에서 열거적으로 규정한다. 특정금융정보법을 위시한 가상자산에 대한 현행 법적 규제는 가상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를 위한 거래소 규제에 그 방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도 가상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과세하는 기본 방침에는 동의하나, 가상자산의 무한한 확장성에 비추어 모든 종류의 가상자산을 과세와 이를 위한 규제 일변도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애초에 금융 공권력이 시장에서 형성된 모든 자산시장을 빠짐없이 통제한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오히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의 선결조건은, 개인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으로부터 사기, 거래소 폐쇄 등 투자에 수반하는 위험부담과 무관한 재산상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구축이다. 그리고 이는 중앙 행정부처가 일괄적으로 정한 규제책을 개별 가상자산 사업자에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닌, 개별 사업자로 하여금 그 제도적 장치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현재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의무를 규정한 특정금융정보법 제7조는 가상자산 사업자로 하여금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하고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사용할 것을 요하는 등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내용을 규정하고,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동법 제17조에 따라 형사처벌 된다. 다만 예비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형사처벌을 수반한 일방적인 규제가 가상자산 시장에의 신규 진입을 꺼리게 하는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는 개별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의 거래대금 총액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일괄적으로 적용되므로, 예비 사업자로서는 기존 가상자산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화한 선발주자에 비하여 위와 같은 규제 이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오히려, 위와 같이 먼저 의무를 일괄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로 제재하는 것보다는, 거래대금 총액을 급간으로 구분하여 의무이행 기간, 의무의 내용, 미이행시 불이익 등에 차등을 두어 예비 사업자로 하여금 시장진입을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사업을 확장할 경우 한층 강화된 의무를 자발적으로 이행하도록 함으로써 투자자 보호뿐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의 독과점 방지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6. 결론

가상자산의 대두는 이미 거스르기 어려운 메가 트렌드가 되었다. 제도권의 투자상품과 투트랙으로 성장해나갈 것으로 보이므로, 형평의 원칙에 따라 각 트랙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적정한 과세를 하되, 가상자산의 무한한 확장성에 비추어 예비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개인 투자자 보호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면서도 가상자산 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영훈 검사 (수원지검 평택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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