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설 우리의 상속법제는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당연히 상속이 개시되는 법정의 당연승계를 택하고 있으며, 피상속인의 권리 및 의무는 포괄적으로 상속인에게 승계되는 것이 원칙이다. 상속채무 청산을 위한 법 제도로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이하 법명 생략)상의 상속재산파산, 민법상의 한정승인 및 재산분리가 있다. 각 별개이나, 기능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 중 상속재산파산은 상속재산에 대해 파산능력을 인정하고 채무초과 상태에 놓인 상속재산을 파산절차를 통해 공정하게 청산함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민법상의 한정승인이나 재산분리에 비해 상속재산파산은 종래 거의 이용되지 않았다. 서울회생법원과 서울가정법원은 2017년 7월부터 상속재산파산의 적극적 이용을 도모하고 있는데, 이하에서는 상속재산의 청산을 위한 법 제도를 개관하고 상속재산파산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관하여 검토해보기로 한다.Ⅱ. 상속채무 청산을 위한 제도와 법률상황1. 한정승인과 재산분리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상속으로 인하여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의사표시이다(민법 제1028조). 재산분리란 상속이 개시된 이후 상속채권자나 수증자 또는 상속인의 채권자의 청구에 의하여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분리시키는 것을 말한다(민법 제1045조 제1항). 상속재산이 채무초과여서 재산분리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한정승인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 (1) 한정승인한정승인을 한 자는 일반 상속채권자와 수증자에 대하여 한정승인의 사실 및 그 채권 또는 수증의 신고를 공고·최고하여야 하나(민법 제1032조),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상속재산이 부동산인 경우 한정승인의 사실이 등기를 통해 공시되는 것도 아니다. 한정승인에서는 별도의 관리인이 선임되지 않으며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 스스로 청산절차를 이행하여야 한다. 별도로 상속재산에 대한 파산선고가 있지 않는 한, 한정승인의 효력이 발생했다고 해서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인의 처분권한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 결과 한정승인에 의해 분리된 상속재산에 관하여도 상속채권자가 상속인의 채권자보다 열후한 지위에 놓이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대법원 2010. 3. 18. 선고 2007다7778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2) 재산분리재산분리가 이루어지면 상속인은 상속재산을 처분할 수 없다. 다만 상속재산이 부동산인 경우에는 재산분리 사실을 등기해야 제3자에 대항 가능하다(민법 제1049조). 상속채권자나 상속인의 채권자가 재산분리를 청구하더라도, 상속채무를 변제하고 청산하는 것은 상속인의 몫이다. 재산분리시의 법률효과를 고려하면 상속인의 채권자 입장에서 재산분리를 청구할 실익이 극히 적으며, 실제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2. 상속재산파산채무자가 채무초과의 상태에서 파산절차 신청 전에 사망한 경우 이후 신청에 의하여 채무자의 재산, 즉 상속재산에 대해 이루어지는 파산절차이며(제307조), 파산절차상의 채무자는 상속재산 그 자체이다. 일반적인 파산사건의 경우와는 달리, 상속재산파산의 경우 제도의 취지상 그 신청기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제300조). 특별한정승인의 경우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가 문제인데, 상속재산파산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함이 타당할 것이다.상속재산에 대한 파산선고가 있는 때에는 원칙적으로 상속인은 한정승인한 것으로 본다(제389조 제3항. 민법 제1026조 제3호에 의해 상속인이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는 제외). 상속채권자와 수증자는 파산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며, 상속채권자의 채권은 수증자의 채권에 우선한다(제443조). 반면에 상속인의 채권자는 파산재단에 대하여 파산채권자로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제438조). 상속재산파산에 의해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 엄격히 분리되고, 각 채권자들의 권리행사 대상 및 범위가 획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Ⅲ. 상속재산파산의 효용성한정승인이나 재산분리와 비교하여, 상속재산파산에 의하는 경우 어떠한 실익이 있는가. 한정승인의 경우 상속인이 직접 일체의 청산절차를 진행하여야 하고, 상속채권자들의 개별 소송이나 강제집행 등에 대해 개별 대응하여야 한다. 상속채권자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피상속인의 경제활동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생전 경제활동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한 경우일수록 위 문제 상황은 더욱 커질 수 있다.반면에 상속재산파산에 의하면 상속재산에 속하는 모든 재산이 파산재단을 구성하고, 법원에 의해 선임된 파산관재인이 파산재단에 대한 관리·처분권한을 갖고 청산절차를 진행한다. 권리관계가 복잡하더라도 그 순위에 따라 공정한 변제를 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 파산재단을 구성한 상속재산이 상속인에 의해 제3자에게 양도되거나 담보로 제공될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다. 상속채권자의 입장에서는 파산관재인이 진행하는 청산절차를 보다 신뢰할 수 있고, 상속인 중 일부가 상속포기를 하더라도 후순위 상속인을 순차로 찾아 소송수계를 하는 등의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상속재산파산은 상속채무의 청산을 위한 현행 법 제도 중 가장 엄격하고 공정한 절차라 할 수 있다. 상속재산에 대한 파산선고가 있더라도 별도로 한정승인이나 재산분리를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파산취소 또는 파산폐지의 결정이 확정되거나 파산종결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는 그 절차가 중지된다(제346조). 상속재산파산이 한정승인이나 재산분리에 우선하는 것이다. Ⅳ. 상속재산파산의 활성화 방안무엇보다도 상속재산파산이라는 제도를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상속인 등의 입장에서 상속재산파산을 신청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지만, 제도를 이용할 경우의 장점이 더욱 크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1) 상속채무의 청산 제도: 상속재산파산으로의 일원화한정승인과 재산분리를 통합하여 상속재산파산으로 제도를 일원화하면서 상속인의 채권자에게도 파산신청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 간소한 청산절차로 한정승인과 재산분리를 유지하여 상속인 등에게 제도 이용에 관한 선택권을 보장하고 상속재산파산을 신청할 의무를 규정하는 채무자회생법 제299조 제2항은 삭제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있다.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분리하여 공정하게 상속채무를 청산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그에 가장 적합한 상속재산파산으로 상속재산의 청산절차를 통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2) 간이한 절차의 필요성상속채무의 청산절차를 상속재산파산으로 일원화한다는 전제 하에, 상속재산의 규모가 크지 않거나 권리관계가 단순한 경우에는 보다 간이한 절차를 보장하여 한정승인이나 재산분리에 의한 청산을 대체하는 효과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채무자회생법상의 간이파산제도(제549조 내지 제555조)가 상속재산의 파산에 대해서도 적합한 제도인지에 대하여는 추가적인 검토를 요한다. 일단 간이파산제도의 적용 요건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재산액 기준을 상향하거나, 상속채무액 또는 상속채권의 유형 등에 관한 요건을 선택적으로 추가하여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 경우 파산재단에 속하는 상속재산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3) 상속재산파산 절차 종료 후 상속채권자의 권리행사상속재산파산 절차가 폐지 또는 종결되었음에도 상속채권자가 상속인에 대해 상속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경우 법원은 어떠한 판단을 하는지 문제된다. 이에 관하여는 해석상 각하설, 인용설, 기각설을 상정할 수 있는데, 하급심은 상속인이나 상속재산에 대한 파산선고가 한정승인 또는 재산분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한 채무자회생법 제346조 본문을 근거로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을 책임의 한도로 한 전부 이행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부당하다. 상속채권자가 상속인에 대해 전부 승소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상속재산파산 절차가 종결된 이상 상속재산에 대해 집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면에 피고인 상속인은 상속채권자가 제기한 소송에 대응하여야 하고, 패소시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 위 판결례는 상속재산파산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노력과도 부합하지 않는다.Ⅴ. 결어법정의 당연·포괄승계에 기초한 우리의 상속법제 하에서 상속재산파산은 상속채무의 청산을 위한 기본 절차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현재의 법률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될 수 있는 법적 쟁점을 검토하는 한편 입법적 해결을 모색해가야 할 것이다. 김영주 변호사 (법무법인 우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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