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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한국과 독일 헌법재판소의 과소보호금지원칙 적용에 대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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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연방헌재의 기후보호법 결정과 과소보호금지원칙 적용에 대한 비판

국가의 기후정책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그에 대한 대답은 2021년 3월 24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내놓았다. 연방헌법재판소는 2019년 연방의회가 제정한 기후보호법의 일부 조항 중 2031년부터 기후중립이 달성되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재하여 헌법소원 심판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헌법불합치결정과 함께 2022년 12월 31일까지 이를 보완하는 법률 개정을 촉구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기후보호법이 2020년부터 2030년까지는 연도별,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정하고 있지만 2031년부터 2050년 기간에는 이와 관련한 충분한 보호조치를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성년자들인 심판청구인들이 2031년 이후 상대적으로 보다 많은 감축 의무를 강요당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후보호법 제3조 제1항 제2문 및 제4조 제3항이 이들의 자유를 과잉적으로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청구인들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법률로 규정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다하므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가 해태되어 위헌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하여 연방헌법재판소는 이 부분 입법자의 보호조치가 위헌이 아니라고 보면서 과소보호금지원칙 중 이른바 명백성 통제기준을 심사기준으로 적용하여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전혀 아니다(uberhaupt nicht)', '명백하게 부적절(offensichtlich ungeeignet)', '전적으로 부족(vollig unzulanglich)', '보호목적에 현저히 미달(erheblich hinter dem Schutzziel)'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서 명백성 통제(Evidenzkontrolle)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연방헌법재판소가 낙태결정 II (BVerfGE 88, 203) 등에서 언급한 과소보호원칙에 비해 상당한 정도로 후퇴한 것이다. 연방헌법재판소는 낙태결정 II에서 과소보호원칙의 내용으로서 명백성 통제기준을 넘어서서 입법자가 태아의 생명권 보호 등을 위한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보다 엄격한 효과성 내지 실효성 통제(Wirksamkeitskontrolle)기준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입법자의 형성권 행사가 위헌이 아니고, 결과적으로 헌법소원 심판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밝히는 과정에서 과소보호금지원칙의 내용에 대하여 기존의 결정보다 후퇴한 심사기준을 적용하고, 보다 진전된 입장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이는 "입법자가 일정한 수준으로 소정의 성의를 다했다면 헌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과소보호금지원칙의 사법적 심사범위 내지 그 밀도를 둘러싸고 독일에서는 적지 않은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가의 기후정책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기후보호법에 대한 사법적 심사는 역사적 사건임에 분명하지만 연방헌법재판소가 적용한 위헌심사기준이 퇴행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기후보호법 결정에 대한 상세한 평석은 곧 학회지에 논문 형식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2. 한국 헌법재판소는 과소보호금지원칙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기후보호법에 대한 위헌심사기준으로서 명백성 통제기준과 비례의 원칙을 교차로 적용하는 등 다소 일관성을 상실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명백성 통제기준과 과소보호금지원칙의 이동(異同)에 대하여도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아프게 받아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 헌법재판소는 2019년 공직선거법에 대한 위헌확인사건(2018헌마730 공직선거법제79조 제3항 등 위헌확인. 공직선거 선거운동 시 확성장치 사용에 따른 소음 규제기준 부재 사건)에서 2008년 유사한 선례를 제시하면서 과소보호금지원칙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때에는 국가가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어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였는가 하는 이른바 '과소보호금지원칙'의 위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헌재 2008. 7. 31. 선고 2006헌마711)."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과거에 과소보호금지원칙에 실효성 통제기준('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을 포함시켜 이야기 하면서도 실제로는 명백성 통제기준('그 보호조치 위반이 명백하여야 할 것이다')을 위헌심사기준으로서 관례적으로 적용하였다(헌재 2008. 12. 26. 선고 2008헌마419;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등에 대한 헌법소원, 헌재 1997. 1. 16. 선고 90헌마110; 담배사업법 위헌확인, 헌재 2015. 4. 30. 선고 2012헌마38 등).


3. 한국과 독일 헌법재판소의 심사기준에 대한 평가

헌법재판소는 2019년 사건에서 역시 심사기준으로서 과소보호금지원칙을 2008년 결정과 동일하게 설시하고 있지만, 다음과 같이 그 내용에 있어서 미묘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즉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때에는 국가가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어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였는가 하는 이른바 '과소보호금지원칙'의 위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2006헌마711)"는 선례의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그 뒤에 2008년과는 달리 "그 보호조치 위반이 명백하여야 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이를 대신하여 "그런데 어떠한 경우에 과소보호금지원칙에 미달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일반적·일률적으로 확정할 수 없다. 이는 개별 사례에 있어서 관련 법익의 종류 및 그 법익이 헌법질서에서 차지하는 위상, 그 법익에 대한 침해와 위험의 태양과 정도, 상충하는 법익의 의미 등을 비교 형량하여 구체적으로 확정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하였다.

헌법재판소가 2008년과 2019년에 과소보호금지원칙의 내용으로서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공통적으로 언급한 것은 적어도 과소보호금지원칙이 명백성 통제기준과는 달리 실효성 통제기준으로서 한 단계 입법자의 보호수준에 대하여 보다 엄격한 심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과거에 "그 보호조치 위반이 명백하여야 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사실상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명백성 통제기준을 동일시하는 입장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우리 헌법재판소가 2008년과 달리 2019년에 '명백성'이라는 표현을 삭제하였다는 것은 과소보호원칙을 효과성 내지 실효성 통제기준으로 한 단계 상향조정하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동물보호법이 동물장묘업의 지역적 등록제한사유를 불완전·불충분하게 규정함으로 인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2017헌마1281) 다시 한 번 과소보호금지원칙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2019년과 동일하게 앞서 언급한 2006헌마711 사건과 2018헌마730 사건을 선례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 결정에서도 역시 2008년에 사용한 "그 보호조치 위반이 명백하여야 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2019년 이후에는 과소보호원칙을 의도적으로 명백성 통제기준과 달리 보고 입법자의 보호의무에 대하여 실효성 통제라는 보다 엄격한 사법심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여전히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명백성 통제기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에 비하여 우리 헌법재판소는 과소보호금지원칙의 내용과 실제적인 적용에 있어서 보다 진일보 하고 세련된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평가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앞으로도 헌법재판소가 과소보호금지원칙을 심사기준으로 적용하면서 명백성 통제기준과 영원히 그리고 명백하게 결별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경우에 과소보호금지원칙에 미달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일반적·일률적으로 확정할 수 없으며, 개별 사례에 있어서 관련 법익의 종류 및 그 법익이 헌법질서에서 차지하는 위상, 그 법익에 대한 침해와 위험의 태양과 정도, 상충하는 법익의 의미 등을 비교 형량하여 구체적으로 확정하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서 다시 명백성 통제기준이 부활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파리기후협약에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과정에 있고, 이 법률이 헌법재판소의 판단 대상이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헌법재판소는 쉽사리 명백성 통제기준으로 회기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는 이제 명백하고 현존할 뿐만 아니라 증명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CPVID(Clear, Present, Verifiable, Irreversible Danger; 이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고 아직 국내외 학계와 실무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된 심사기준은 아니다)와 같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넘어서서 특히 개인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 환경권에 대한 위험이 증명 가능하고 불가역적이라면 입법자는 위험을 제거하고 예방하기 위하여 과거보다 기본권 보호를 위해 더욱 촘촘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사법부와 학계는 과소보호금지원칙을 명백성 통제(Evidenzkontrolle), 실효성 통제(Wirksamkeitskontrolle), 완전하고 엄격한 내용적 통제기준(volle Inhaltskontrolle)으로 단계적인 구분을 하고, CPVID와 같은 새로운 심사기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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