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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판례

동성애자에 대한 헌법상 보호 범위에 관한 일본 판결

- 札幌地方裁判所 令和 3年(2021) 3月 17日 平成 31 (ワ) 267 判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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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경위]

원고들은 동성 간의 혼인신고서를 제출하였는데, 현행 민법, 호적법에서는 이성 간의 혼인만을 인정함을 이유로 그 수리를 거절당하자, 관련 규정(이 사건 규정)헌법 제24조 제1, 13조에서 보장한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 제14조 제1항에서 금지한 성별,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에 해당하는데, 국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 개정, 폐지 등 입법 조치를 게을리한 이상,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의 적용상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국가를 피고로 삼아 1인당 위자료 1백만 엔(1천만 원 상당)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헌법]

13모든 국민은 개인으로서 존중받는다. 생명, 자유, 행복추구에 대한 국민의 권리는 공공의 복지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한, 입법과 그 밖의 국정상 최대한 존중할 필요가 있다.

14모든 국민은 법 아래에 평등하여 인종, 신조, 성별, 사회적 신분, 가문에 따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관계에서 차별받지 아니한다.

24혼인은 양성의 합의만에 터 잡아 성립하고, 부부가 동등한 권리를 지님을 기본으로 삼아 상호 협력에 의하여 유지되어야 한다.



[쟁점 및 판단]

삿포로지방재판소 민사 제2(재판장 武部知子)는 이 사건 규정이 헌법 제24조 제1, 13조에 어긋나지 아니하나, 헌법 제14조 제1항에 어긋나고, 다만 국회에서 이 사건 규정을 개정, 폐지하지 아니한 것이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의 적용상 위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청구기각). 쟁점별 판단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헌법 제24조 제1항, 제13조 위반 여부(소극)

동성애는 1896년 민법 제정 당시 정신질환으로 취급하였고, 이러한 취급은 1947년 현행 헌법이 제정, 시행될 당시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혼인이란 남녀 간의 그것만을 의미하였고, 헌법 제24조 또한 '양성', '부부'라는 남녀를 전제한 문언을 사용하였다. 그렇다면, 헌법 제24조 제1항의 '혼인'이란 이성혼을 말하고, 혼인의 자유 또한 이성혼에만 미치는 것으로 풀이함이 타당하다.

 

또한, 헌법 제24조 제2항은 혼인과 가족에 관한 사항은 구체적 제도의 구축을 제1차적으로 국회의 합리적인 입법재량에 맡기고, 1항은 그 한계를 그은 것일 뿐, 특정 제도를 구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는 풀이할 수 없다. 혼인과 가족에 관한 개별 규정이 그러하다면, 포괄적 인권을 규정한 헌법 제13조의 해석 또한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도 혼인이란 가족의 다양한 신분 관계를 형성, 공증하는데, 민법에서는 생식을 전제로 삼은 규정(733조 이하), 친자녀에 관한 규정(772조 이하) 등 동성혼에서 이성혼과 다른 신분 관계를 만들지 검토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따라서 동성혼 제도를 헌법 제13조 해석만으로 끌어내기는 곤란하다.


2. 헌법 제14조 제1항 위반 여부(적극)

헌법 제14조 제1항은 합리적 근거 없는 법적 차별 취급을 금지하는 취지이다. 이 사건 규정에 따르면, 동성애자끼리는 혼인을 원하더라도, 혼인신고를 할 수 없고, 그에 따른 법률효과 또한 누릴 수 없다. 따라서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사이에는 구별 취급이 있다(이 사건 구별 취급).

 

반면, 피고는 동성애자여도 이성과 혼인할 가능성이 있어 성적 지향에 의한 구별 취급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성애자가 성적 지향이 합치하지 아니하는 이성과 혼인할 수 있어도, 본인에게는 혼인의 본질을 동반하지 못할 경우가 많을 것이어서 헌법 제24조나 이 사건 규정에서 예정한 혼인이라고 풀이하기 어렵다. 둘 사이에서 진정한 혼인 의사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성적 지향이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는 개인의 성질로서 성별, 인종 등과 마찬가지이고, 이처럼 사람의 의사로 선택, 변경하지 못하는 사항에 기초한 구별 취급이 합리적 근거를 지니는지를 검토할 때는 진실로 불가피한 구별 취급인지 하는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한다.

 

여전히 국민 사이에는 사실혼과 달리 법률혼을 존중하는 의식이 폭넓게 침투해있다. 법령에서 사실혼을 법률혼처럼 보호할 경우가 다수 있고, 사실혼 당사자에게 법률혼 당사자와 같은 권리,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법 기술적으로 가능한데도, 혼인 제도를 유지하는 점에서도 법률혼에 대한 존중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혼인의 법적 효과를 누리는 것은 법적 이익이라고 풀이할 것이다.

 

그런데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차이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는 성적 지향의 차이일 뿐이므로, 혼인의 법적 효과를 누릴 이익의 가치에 차이를 둘 이유 또한 없고, 이러한 법적 이익은 동성애자나 이성애자나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으로 풀이할 것이다.

 

이 사건 규정이 동성혼을 정하지 아니한 것은 과거 입법 당시 동성애는 정신질환이었고, 사회통념에 합치한 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꾸려나가지 못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견해가 완전히 부정되기에 이른 현재에 이 사건 규정이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처럼 혼인의 본질을 동반한 공동생활을 꾸려나갈 경우, 이에 대한 법적 보호를 일절 부정하는 취지, 목적까지 지닌다고 해석함은 부당하다.

 

우리나라(일본)에서는 201510월 도쿄도 시부야구를 필두로 동성 간의 관계를 공증하여 일정한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등록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한 지방공공단체가 증가해서 현재 약 60개에 이르는데, 해당 지방공공단체 주민만도 3,700만 명을 넘었다. 또한, 연령층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동성혼을 법률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국민의 의견은 계속 증가 중이고, 비교적 젊은 세대일수록 그 비율이 높다. 동성애자 커플에게 어떻게든 법적 보장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데에 긍정적인 회답은 75%를 웃돌고, 권리 존중, 차별금지 등 성적 소수자(LGBT)에 대한 기본방침을 책정한 기업 또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배로 늘었다.

 

외국의 경우에도 1989년 덴마크를 필두로 상당수 국가에서 등록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하였고, 2014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혼인과 다른 형식으로 동성애자 커플 간의 권리, 의무를 적절히 정하는 제도가 없음은 위헌이라고 판단하였으며,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 2017년 대만 사법원(司法院)에서 각각 동성혼을 부정한 법률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피고는 동성애자 커플이어도 계약이나 유언에 따라 혼인과 같은 법적 효력을 누릴 수 있으므로 불이익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혼인은 계약, 유언 등 개별 채권 관계로 대체하지 못할 신분 관계를 창설하는 제도이고, 민법 또한 계약, 유언을 혼인의 대체 수단으로 규정하지 아니한다. 동성애자가 유증이나 사인증여로 재산을 이전받을 수 있어도, 배우자로서 상속권(민법 제890)이 없어 유류분 감쇄 청구(민법 제1046)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 사건 규정은 이성애자에게 혼인 제도를 이용할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동성애자에게는 혼인의 법적 효과를 일부조차 누릴 법적 수단을 제공하지 아니하는 점에서 입법부의 폭넓은 입법재량을 전제로 보더라도, 그 재량권 범위를 넘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구별 취급은 그 한도에서 합리적 근거가 없는 차별 취급에 해당한다.


3.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의 적용상 위법 여부(소극)

법률이 위헌임이 명백한데도 국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 개정, 폐지 등 입법 조치를 게을리하였다면,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의 적용상 위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식의 다수가 동성혼, 동성애 커플에 대한 법적 보호를 긍정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고, 동성혼은 2015년에 이르러서야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었다. 또한, 1947년 민법 개정 이후 현재까지 동성혼 제도 부재의 합헌 여부에 대한 사법판단도 없었다. 그렇기에 국회로서는 이 사건 규정이 헌법 제14조 제1항에 어긋나는 상태에 이르렀음을 바로 인식하기가 쉽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 개정, 폐지 등 입법 조치를 게을리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시사점]

이 판결은 일본 헌법상 '혼인'이란 양성의 결합만 의미하므로 민법 등에서 동성혼 제도를 인정하지 아니하여도 위헌이 아니나, 이성 간 혼인의 다양한 법적 효과 중 일부조차 동성 간에는 보장하지 아니한 점이 평등원칙 위반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일본은 헌법재판소가 따로 없기에 법률의 위헌 여부도 재판소에서 판단한다). 다만, 동성애에 대한 의학적, 사회적 인식의 변천 및 국회 논의 경위, 종전 사법판단의 부재 등을 이유로 국회에서 해당 규정을 개정, 폐지하지 아니한 것이 국가배상법상 위법까지는 아니라고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같은 쟁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없는데, 앞으로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이 있을 경우, 관련 규정이 비슷한 일본의 판결은 비교법 검토 대상으로 음미할 가치가 있다고 보이기에 이 자리를 빌려 소개해보았다.



백광균 연구위원(사법정책연구원)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