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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해외증권시장의 다크풀(Dark Pool) 규제 동향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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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다크풀'은 증권 매매 체결 전에 주문 가격과 수량 등의 거래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증권거래소이다. 비공개 주문 거래는 대체거래소(ATS)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투자매매업자나 투자중개업자 등 금융투자업자가 대체거래소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다크풀을 '비공개주문대체거래소(이하 '비공개거래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비공개거래소가 없지만, 미국 등 주요 외국 증권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비공개거래소가 형성돼 와서 규제당국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도 2011년 '비공개주문거래 시장에 관한 원칙(Principles for Dark Liquidity)'을 발표하여 6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비공개거래소에서는 매매 체결 전(前) 주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대량 매매' 주문이 가능하고, 고빈도거래자 등의 '약탈적 거래 행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서 거래 비용이 절감되는 등 순기능이 있는 반면, 증권 시장에 필요한 '가격 발견' 기능을 저해하고, 비공개거래소를 운영하는 금융투자업자의 '내부 거래'에 의해서 고객과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해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문제점도 있다(2011년 미국에서 발생한 파이프라인(Pipeline) 사건이 있다). 우리는 2013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서 대체거래소인 '다자간매매체결회사'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인가를 받은 다자간매매체결회사가 없어 비공개거래소 시장은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향후 인가를 받은 다자간매매체결회사가 출범하면 비공개거래소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매매 주문 정보를 공개하길 꺼려하는 투자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도 고빈도거래(HFT)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고빈도거래자에 의한 증권 매매 가격의 왜곡 발생을 원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시장의 수요에 비추어볼 때 비공개거래소를 운영하려고 하는 금융투자업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법제 정비를 할 필요가 있는데, 비공개거래소에 대한 국제적인 원칙과 주요국의 비공개거래소 시장에 대한 규제 조치를 고찰함으로써 향후 비공개거래소 규제 체계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해외증권시장의 다크풀 규제 현황과 시사점', 증권법연구(제22권 1호, 2021) 107면 이하를 참고하길 바란다.



2. 국제증권감독기구의 비공개주문거래 시장 규제 원칙

국제증권감독기구가 발표한 '비공개주문거래 시장에 관한 원칙'은 6가지이다. 원칙 1은 규제당국이 예외적으로 일정한 유형의 주문의 경우에는 매매 체결 전 주문 정보를 비공개하도록 정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규제당국이 비공개 거래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하고 있다. 원칙 2는 비공개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매매 체결 후의 거래 정보는 공개되어야 하며,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와 방법 등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고 있다. 원칙 3은 기본적으로 주문 정보 공개를 더 우선하는 규제 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지만, 비공개 주문 거래를 무조건 억제하는 정책을 취할 필요도 없다고 하면서, 주문 내역의 공개가 '적절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원칙 4는 규제당국이 비공개 거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하고 있다. 원칙 5는 비공개거래소에 관한 정보를 시장 참가자에게 충분히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원칙 6은 규제당국이 비공개거래소 시장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3. 주요국의 규제 동향
(1) 미국

미국에서는 1975년 '증권법'이 개정되어 복수 증권거래소 체제가 탄생되면서 대체거래소인 비공개거래소 시장이 성장하였다. 비공개거래소에 대해서는 증권거래위원회가 제정한 1998년 '대체거래소규정(Regulation ATS)' 및 2005년 '전국증권시장제도규정(Regulation NMS)'이 적용되며, 증권시장자율규제기구인 금융산업규제원(FINRA)이 제정한 규칙도 적용된다. '대체거래소규정'에 따라 비공개거래소는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투자중개업자나 투자매매업자로서 금융산업규제원(FINRA)에 등록해야 한다. 증권거래위원회는 비공개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매매 주문 정보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조치와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가격으로 매매가 체결되도록 하여 투자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고, 비공개거래소의 운영 현황 보고 및 공시 의무 강화 등의 투명성 강화 조치를 취했다.

 
(2) 유럽연합
유럽연합이 제정한 '금융상품시장지침(MiFID)'과 '금융상품시장규정(MiFIR)'이 비공개거래소에 대한 규제의 근거가 된다. 2007년 시행된 제1차 지침으로 대체거래소인 다수당사자매매거래소(MTF) 제도가 도입되면서 비공개거래소가 유럽 각국에서 등장하였다. 제1차 지침은 원칙적으로 매매 체결 전 매매 주문 가격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나, 예외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는 4가지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① 선행 매매에 공격당하기 쉬운 '대량 매매', ② '외부 가격'을 이용한 거래, ③ 거래자들 사이에서 직접 거래 가격을 협상하여 이루어지는 거래, ④ '주문관리체계'를 이용하는 주문의 경우이다. 한편 '금융상품시장규정(MiFIR)'은 매매 주문 가격 공개 의무에 대한 예외가 적용되는 거래에 한도를 부과하여 비공개 거래량이 많아지는 것을 막고 있다.


(3) 캐나다
캐나다증권감독청(CSA)과 증권자율규제기구인 캐나다투자산업규제원(IIROC)이 비공개거래소 시장에서 유동성, 투명성, 가격 발견 기능, 공정성,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비공개거래소에서 매매 체결 전 주문 공개의 예외가 되는 '최소 주문 수량 기준'을 설정하였고, 매매 체결 후의 거래 내역 공개 및 보고 체계도 강화하였다. 비공개거래소는 캐나다증권감독청이 제정한 '증권시장운영규정(National Instrument 21-101 Marketplace Operation)' 및 '증권거래규정(National Instrument 23-101 Trading Rules)'의 적용을 받는다. 또한 캐나다투자산업규제원이 제정한 '통일시장건전성규칙(Universal Market Integrity Rules)'의 적용을 받아 가장 유리한 가격으로 매매를 체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비공개거래소는 체결된 거래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비공개되는 거래 정보를 제외하고는 매매 체결 전 주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정보처리기구에게 보고해야 한다.

 
(4) 호주
호주에서는 금융투자업자가 운영하는 비공개거래소를 'Crossing System'이라고 한다. 비공개거래소 규제의 근거가 되는 규정(規程)은 '2017년 증권시장건전성규정(Market Integrity Rules (Securities Market) 2017)'이다. 이 규정은 원칙적으로 거래소에서 매매 체결 전 주문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면서 6가지 예외를 두고 있는데, ① 대량 매매 거래, ② 초대량 매매 거래, ③ 거래자에게 더 유리한 가격으로 체결되는 '가격 향상'이 있는 거래, ④ 정규거래시간 종료 후에 허용되는 거래, ⑤ 정규거래시간 시작 전에 허용되는 거래, ⑥ 정규거래시간 외 시간에 이루어지는 거래의 경우이다. 호주증권거래위원회는 비공개거래소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 비공개거래소 운영자인 금융투자업자로 하여금 거래 주문의 처리 절차나 가격 결정 방법 등을 호주증권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4. 시사점

위에서 살펴본 국제원칙과 주요국의 규제 동향을 살펴보았을 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매매 체결 전 주문 정보의 비공개 사유를 자본시장법령이나 감독규정에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비공개거래소의 거래 현황에 관해서 규제당국에 대한 보고 체계를 잘 구축해서 규제당국이 비공개거래소의 거래 현황을 상세히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자본시장법령에 비공개거래소를 운영하는 금융투자업자의 이해상충 방지 체계 구축 의무 조항을 두어야 한다. 넷째, 비공개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비공개거래소의 운영 현황을 정확히 공시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비공개거래소를 효율적으로 감시하기 위해서 독립된 자율증권시장감시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5. 결론

아직 우리는 대체거래소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지만, 대체거래소에 대한 법적 근거가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하여 마련된 이상, 향후 증권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비공개거래소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비공개거래소 시장에 대한 적절한 규제 조치도 함께 이루어져야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건전한 증권시장을 육성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서 비공개거래소 시장 고유의 특성과 장점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적인 규제 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

 

 

고동원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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