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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쿠팡은 한국 회사인가

-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을 계기로 본 국제회사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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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머리말

근자에 '로켓배송'과 '쿠팡이츠'로 유명한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이 2021년 2월 12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이하 '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기업공개(IPO)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는 2014년 9월 알리바바 후 최대 규모의 외국 회사 기업공개(IPO)인 탓에 주목을 받는 모양이다. 다만 알리바바는 뉴욕 증시에 상장하였으나 케이만 아일랜드 회사인 Alibaba Group Holding Limited가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데 반하여 쿠팡은 주식을 상장한다. 언론은 상장 주체가 한국 회사인 쿠팡 주식회사인 것처럼 보도하나 부정확하다. 창업자인 미국 국적의 김범석 대표 보유 주식(수퍼주식. Class B 주식)에 'Class A 주식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하여 실질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게 한다는데 한국 상법상 그런 주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면 상장 주체와 상장 대상은 무엇인가. 미국 SEC에 제출한 신고서와 예비투자설명서를 보면 쿠팡 주식회사의 주식 전부를 보유하는 델라웨어주 유한책임회사 'Coupang, LLC'가 델라웨어주 회사 'Coupang, Inc.'로 전환하고 상호를 변경하면서 주식(Class A 주식)을 상장하는 것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Coupang, Inc.가 한국에 주된 사무소를 두는 점인데 여기에서는 그로 인해 제기되는 국제사법(國際私法) 쟁점을 다룬다(Ⅲ.). 그에 앞서 대중의 관심사인 쿠팡의 국적을 언급한다(Ⅱ.).


Ⅱ. 쿠팡의 국적

한국에서 영업을 하는 쿠팡 주식회사는 한국법에 따라 설립되고 한국에서 주된 영업을 하는 한국 회사인데 그 주식 전부는 델라웨어주 회사인 Coupang, Inc.가 가지고 있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한 탓에 쿠팡이 일본 국적이 아닌가라는 논란이 있었다. 기업의 국적 결정에 관하여는 다양한 견해가 있는데 흔히 설립준거법, 주된 사무소 소재지, 정관상 본점 소재지, 경영중심지, 주주의 국적, 경영자와 근로자를 포함한 구성원들의 국적, 공장 소재지, 기술·인력·자금 등 기업의 핵심자원의 소재지, 납세지 나아가 기업문화와 풍토를 비롯한 경영 메커니즘의 성향 등이 기준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두루뭉술한 기준은 대중의 애국심 등 감성에 호소할지 모르나 법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한편 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활동의 글로벌화를 강조하면서 회사의 국적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도 옳은 것은 아니다. 자연인의 국적을 정하는 국적법은 회사에는 적용되지 않고 회사의 경우 보편타당한 국적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의 국적 개념을 사용하자면 대상이 어느 회사인지 나아가 민법, 회사법,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세법(조세조약 포함), 외국인투자촉진법, 국제법과 국제투자법 등 맥락별로 달리 판단해야 하는데 다양한 회사법적 쟁점을 규율하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국제사법이 특히 중요하다. 200개가 넘는 국가법(주법을 감안하면 더 많다)으로 형성된 바다를 항해하자면 항해술이 필요한데 어떤 쟁점을 어느 국가법이 규율하는지를 가르쳐줌으로써 항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국제사법이기 때문이다.



Ⅲ. Coupang, Inc.의 준거법(속인법)과 국제사법 제16조 단서
1. 회사의 속인법의 지정
회사의 속인법 결정에 관하여 국제사법 제16조는 설립준거법설을 원칙으로 채택하면서 한국에 본거지를 둔 의사(擬似)외국회사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본거지법설을 결합하는 절충적 태도를 취한다. 따라서 외국에서 설립된 회사가 한국에 주된 사무소를 두거나 한국에서 주된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한국법에 의한다. 이런 단서에 해당하는 사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Coupang, Inc.'는 단서에 해당하는 명백한 사례라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신고서에 따르면 Coupang, Inc.는 델라웨어주법에 따라 설립되는 회사이나 주된 사무소(principal executive office)를 서울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Coupang, Inc.는 국제사법 제16조 단서에 해당하므로 델라웨어주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상법의 적용을 받는데 Coupang, Inc.는 한국 상법상 설립된 바 없으므로 법인격을 인정받기 어렵다. 상법 제617조(외국에서 설립된 회사라도 한국에 본점을 설치하거나 한국에서 영업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한국에서 설립된 회사와 동일한 규정에 의한다는 취지)에 따르면 다소 애매하나 제16조 단서의 논리적 귀결은 위와 같다{다만 이론(異論)의 여지가 있고 단서와 상법 제617조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쿠팡에는 다행스럽게도 한미조약이 문제를 해결한다. 즉 1957년 11월 7일 발효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우호·통상 및 항해조약' 제22조 제3항은 "일방체약국의 영역내에서 관계법령에 기하여 성립한 회사는 당해 체약국의 회사로 인정되고 또한 타방체약국의 영역내에서 그의 법률상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사법과 상법의 특별법인 위 조문에 근거하여 Coupang, Inc.는 한국에서 델라웨어주 회사로 취급되고 (아마도) 주식 기타 회사법적 사항에 대하여 델라웨어주법의 규율을 받는다. 한미조약이 아니라면 Coupang, Inc.가 한국에 주된 사무소를 두면서 쿠팡 주식회사를 통하여 수익을 올리는 구조는 애당초 불가능하며 기업공개도 생각할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쿠팡이 한국 증시에 상장하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모집하려는 주식 총수의 20%를 우리사주조합원에게 배정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상장 주체는 Coupang, Inc.이므로 한국 증시에 상장하더라도 자본시장법에 따른 우리사주조합원 배정의무는 없다. 한편 Coupang, Inc.는 델라웨어주 회사인데 한국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 뉴욕 증시에 주식을 상장하므로 회사법상 쟁점은 델라웨어주법에, 상장 관련 쟁점은 뉴욕주법에, 그리고 한국내 영업활동은 대체로 한국법에 따를 것이다. 델라웨어주법상 차등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고 주식의 내용도 동 법이 결정할 사항이나 한국 증시에 상장하자면 한국법상 가능해야 한다. 상장요건도 문제인데 우리 법상 생소한 주권(주식)의 상장은 한국거래소의 방침상 어렵다고 하나 그 법적 근거는 불분명하다.


2. 유럽연합에서 논의되는 '법상태의 승인'에 의한 해결
종래 광의의 국제사법 체제는 '지정규범으로서의 국제사법(협의의 국제사법)'과 '개별 고권적 행위의 승인(외국재판의 승인)'이라는 두 개의 지주(支柱)를 가지고 있다. 첫째 지주를 보면 외국법에 따라 외국에서 형성된 법상태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당해 법상태가 우리 국제사법이 지정하는 준거법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2002년 Uberseering 사건에서 유럽사법재판소는 유럽공동체설립조약(현재는 EU기능조약)이 영업소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므로 독일은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회사의 법인격과 당사자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비록 독일의 준거법 통제에 반하더라도 독일은 다른 EU회원국에서 형성된 '법상태를 승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석광현, '한국에서 주된 사업을 하는 외국회사의 법인격과 당사자능력', 선진상사법률연구 제90호(2020. 4.), 38면 이하 참조}. 다만 법상태의 승인을 통하여 설립준거법설이 관철되는 것은 EU회원국에서 설립된 회사에 한정된다. EU규범이 보장하는 영업소 설립의 자유가 국제사법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흥미롭지만 조약과 같은 상위규범이 없는 우리는 EU와 사정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국제사법이 지정한 준거법에 반하는 법적 효과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한미조약이 없다면 Coupang, Inc.을 둘러싼 국제회사법의 문제를 법상태의 승인을 통하여 해결할 수는 없다.



Ⅳ. 맺음말

쿠팡은 명백히 국제사법 제16조 단서에 해당되는 사례라 주목할 만하다. 21세기에 국제사법은 무시해도 되는 법분야가 아니다. 쿠팡은 뉴욕 증시에 상장하고 근자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사건에서 보듯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된 LG와 SK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소송전을 벌였다. 이런 현상이 우리 법제와 법률가들에게 던지는 함의를 숙고해야 한다. 근자에 국제상사법원을 설립하자는 말도 있는데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국제상사사건을 유치하지 못하는 것은 법원이 없어서가 아니다. 쿠팡이 뉴욕 증시로 가는 이유는 다양하나 한국 증시가 제2의 쿠팡을 유치하자면 차등의결권 기타 회사법제와 상장요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요한 것은 거래구조상 상장 주체와 상장 대상을 특정하고 어느 국가법이 그의 준거법인지를 판별하는 일이다. 그 뒤에 비로소 개선 착안점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 어쨌든 이제 쿠팡 주식을 원하는 민초들은 '서학개미'가 되어야 할 판이다.

 

 

석광현 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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