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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검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의 상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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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검찰권의 중립성과 독립성의 길항관계

미국 검찰총장과 연방대법관을 지낸 로버트 잭슨(Robert H. Jackson)은 "검사는 피고인을 고를 수 있다. 거기에 검사의 가장 위험한 권력이 있다. 그는 기소할 사건을 고르기보다 기소할 사람을 고른다. (중략) 지배그룹이나 권력자의 마음이 들지 않거나 정치적으로 바르지 않은 견해를 가졌다거나 개인적으로 불쾌감을 준다거나 검사에게 방해가 되는 것이 진짜 범죄로 변하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권은 법과 원칙에 따라 실체진실을 규명하고 절차의 공정을 보장하는 요소와 수사와 기소에 내재된 재량적 요소로 구성된다. 검찰권은 통상 법관의 재판권과 유사한 준사법적 성격을 지닌다고 설명되지만 이미 확정된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조사와 법률적 판단이 이루어지는 재판과 달리 증거를 수집하여 사실을 구축하고 법리를 형성해가는 수사와 기소의 영역에서 '누구를, 무엇을, 언제, 얼마나'라고 하는 재량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사와 기소에 내재된 이러한 재량적 속성이야말로 로버트 잭슨이 지적한 검찰 권력의 근본 원인이 된다.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검찰을 외부의 정치적·당파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시켜서 검사의 의사결정이 최대한 중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검찰의 독립성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 검사의 중립적 의사결정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검사의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검사의 의사결정이 가능한 한 중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만드는 다양한 객관적 제약조건들을 검사에게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책임을 지운다는 의미에서 검사 의사결정의 책임성(accountability)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문제는 검찰의 제도적 독립성 보장이 검사의 중립적이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의 보장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의 의사결정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치적·당파적 영향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지만 검찰의 조직적 독립이 보장된다고 해서 검사의 의사결정의 중립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는 조직적 독립을 누리면서도 법과 원칙이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와 편견 그리고 정치적 이익을 위하여 재량권을 남용할 수 있다. 형사사법제도의 개혁 방향을 고민할 때에는 검찰권의 재량적 요소 그리고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사이에 존재하는 이러한 상쇄관계 내지 길항관계(trade-off)의 존재를 인식하여야 한다.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되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보장할 것인지 여부는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사건과 증거를 선택할 수 없는 사법부의 독립과 사건과 증거의 선택에 있어서 재량권을 보유하는 검찰의 독립의 의미가 동일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검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의 상호관계에 관한 연구-미국의 검찰제도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법학논집(이화여대) 제25권 제2호 통권 72호(2020. 12.)를 참조하길 바란다.



2. 미국 검찰제도에서의 검찰권의 광범위한 재량적 요소

미국 검찰은 대륙법계 국가나 우리나라의 검찰에 비하여 훨씬 더 광범위한 재량권을 보유한다. 그들은 수사 개시 및 종결 여부, 기소 여부, 어떤 죄명으로 기소할 것인지 여부, 검찰 측에 유리한 증언을 대가로 면책이나 낮은 형량을 부여할지 여부 등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며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경우와 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이러한 결정에 대하여 법원의 사법심사를 받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검찰권을 순수한 행정권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그에 내재된 재량적 속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연방행정권의 수장인 대통령에게 연방검찰권의 제약 없는 지휘·감독권을 인정한다. 한편 지방검찰은 검사장이 선거를 통해 선출됨으로써 지방행정부와 의회로부터 그 독립성이 보장된다.


선거를 통해 검찰권을 정치적으로 직접 통제함으로써 사법자원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관하여 선거인의 의사를 직접 반영시킬 수 있다는 점, 즉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관점에서 검사장 선거제도와 대통령의 제약 없는 지휘, 감독권에 우호적인 견해도 있다. 또한 의회가 과도하게 형사범죄를 중하게 입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검찰이 재량권을 합리적으로 사용하여 한정된 사법자원을 적정하게 사용하고 양형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재량권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 연방검찰은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유착되어 있다는 강력한 비판을 받는다. 선거로 선출되어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받는 지방검사도 자신의 정치적 후원자를 보호하는데 검찰권을 사용하여 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법의 지배보다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앞세움으로써 선거권을 행사하는 중산층의 엄격한 법질서 요구에만 부응하여 빈민계층과 소수인종에 대한 억압적인 형사법 집행, 경찰 폭력에 대한 묵인과 과밀수용의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인하여 검찰권의 정치권력 예속 문제가 불거지자 검찰권의 독립성 보장을 위하여 1978년 독립검사 제도(Independent Counsel, 현재 존속하는 Special Counsel과는 다른 제도임)가 도입되었다. 독립검사 제도는 연방법무장관의 요청에 의해 연방법원이 독립검사를 임명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만 연방법무장관이 독립검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독립검사의 임면 절차에서 대통령을 배제한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었다. 위헌 여부가 문제되었으나 연방대법원은 독립검사의 임명과 해임절차에 있어서 법무장관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삼권분립원리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독립검사제도는 클린턴 대통령이 관련된 화이트워터(Whitewater) 스캔들 조사를 위하여 임명된 케네스 스타(Kenneth Starr) 독립검사의 월권과 과잉수사 문제가 논란이 된 후 1999년 폐지되고 말았다.


독립검사는 대중들의 관심이 높은 정치적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자신의 정치적 동기에 의하여 검찰권을 행사하는 경향이 높다는 점, 견제가 전혀 없는 재량권을 보유하고 고위급 인사에 대해 일반 시민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 권한을 남용할 수 있다는 점, 처음부터 수사대상인 표적이 정해져 있으므로 사법자원의 적정한 배분과 형평을 고려하지 않고 그 표적 수사가 성공할 때까지 별건 수사 등 과도한 수사를 할 동기를 가지게 된다는 점, 독립검사의 수사사례를 실증적으로 살펴볼 때 대중의 관심이 없고 정치적 유착위험이 크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독립검사 제도가 과도하게 활용되었지만 정작 대중의 관심이 높은 고위급 인사 관련 사건에서는 독립검사에 대한 정치권의 개인적 공격이 격화되어 그 중립성에 의문을 일으킴으로써 그 제도가 원래 의도하였던 검찰권행사의 중립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였다는 점에서 비판적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서 검찰권이 가진 재량적 속성의 문제, 검찰권의 독립성과 중립성 사이의 길항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3. 나가는 글

검찰개혁의 방향은 검찰권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면 근본적으로 수사권을 포함한 검찰권에 내재된 재량적 속성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이 불거진 근본 원인은 우리 형사사법체계가 검찰권의 재량적 속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였다는 것에 있다. 검찰권에 내재하는 이러한 재량적 속성을 관리하지 않은 채 단순히 검찰권을 경찰과 공수처로 분산하는 것은 행정권 내에 수사 및 검찰 재량권의 총량을 증가시킴으로써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

한편 검찰의 조직적 독립을 강화하면 검사의 책임성이 약화되고 그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외부의 감독과 견제를 강화하면 검사의 중립성이 약화되는 길항관계가 존재한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공수처는 이러한 길항관계의 성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제도적 독립만을 추구함으로써 미국 독립검사가 겪었던 실패의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검찰의 조직적 독립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검사 의사결정의 중립성과 책임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수사권과 검찰권은 상위 국가정책의 수행도구로 활용되어 왔고 우리 형사사법구조도 이에 부합하는 형태로 조직되어 있다. 이러한 국가주도형 사법기능에 대한 정부의 활용의지나 국민들의 기대도 여전히 높은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필연적으로 검찰권이 정치적 통제를 받게 되며 상당한 재량권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적인 배경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검찰권을 분산하는 것은 검찰의 문제를 경찰의 문제로 혹은 공수처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에 불과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국가정책에 활용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프레임이 바뀌지 않는 채 행정부 내에서 단순히 검찰권을 분산하고 그 재량은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 보다 나은 결과를 산출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이창온 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