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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판례

본인이 소유한 토지의 오염정화·복원에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가?

- CERCLA 해석과 미국 연방대법원의 정책적 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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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경 및 사실관계 

가. 배경
악명 높은 러브캐널사건 등 유해폐기물 매립지에서 누출된 독성물질로 인한 환경오염과 건강피해가 빈발하자 미국은 1980년 종합환경대응보상책임법(Comprehensive Environmental Response, Compensation, and Liability Act, 이하 CERCLA)을 제정한다. 오염정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Hazardous Substance Superfund를 설치했기 때문에 CERCLA는 슈퍼펀드법이라는 별칭으로도 자주 불린다. 미연방 환경보호청(EPA)은 CERCLA에 근거해 미국 전역의 오염부지 정화·복원 작업을 수행해오고 있는데 위해도평가에 기초한 전국오염부지목록(National Priorities List) 작성, 오염정밀조사 및 그 결과를 반영한 환경오염정화계획 수립과 함께 '잠재적 책임 당사자(Potentially Responsible Party, 이하 PRP)'를 확정하여 비용을 청구하고 환경오염정화계획 이행을 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환경오염에 관한 위험책임을 부담하는 PRP에는 유해물질 생산·가공·저장시설의 소유자·운영자 및 운송·폐기·매립 등에 관여한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나. 사실관계
오늘 소개하는 판례는 CERCLA 해석과 관련해 올해 4월 20일 연방대법원에서 확정된 Atlantic Richfield Company vs. Gregory A. Christian, et al.(140 S.Ct. 1335, No. 17-1498) 판결이다. 미국 몬태나 주 남부에 위치한 Anaconda Smelter 지역은 1884년부터 원석정광 및 금속제련 시설이 운영되며 한때 산업화의 상징으로 손꼽혔던 곳이나 경영실적 악화로 1980년 사업장 운영이 종료되었다. 100년 가까이 운영된 사업장에서 비소·납·카드뮴·구리 등 독성물질이 배출되어 인근 300평방마일 이상의 환경을 오염시킨 데다 폐쇄된 사업장에 유해폐기물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EPA는 사업장 폐쇄 당시의 소유주인 Atlantic Richfield Co.(1977년 Anaconda Smelter 인수, 이하 ARCO)와 함께 오염현황을 조사하고 1983년 이 지역을 슈퍼펀드 관리부지로 등록한다. PRP로 확정된 ARCO는 오염정화와 환경복원을 위하여 현재까지 4억7000만 달러가 넘는 비용을 지출했는데 폐기물제거 및 사업장 설비해체와 안전한 봉인, 토양·수질 정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녹화사업·습지조성 등 환경복원이 2025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그런데 인근 토지소유자 98명은 그간의 오염정화작업이 불충분하다 여기고 본인들이 직접 원상복구를 할 것이니 ARCO가 소요비용 약 5800만 달러를 지급할 것을 청구한다. 이에 ARCO는 당사는 1983년 이래 환경오염정화계획을 충실히 이행해 왔으며 EPA가 수립한 계획을 벗어나는 청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답했다. 또한 이미 오래 전 땅속에 묻힌 비소 등을 함부로 파헤치면 독성물질이 대기로 비산되는 역효과도 지적했다.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토지소유자들은 2008년 주법원에 제소한다. 커먼로 불법행위 법리에 따라 무단침범(trespass), 생활방해(nuisance), 사용이익상실 및 거래가치하락 보상 등이 청구이유가 되었다. 몬태나 주최고법원은 토지소유자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ARCO가 불복하여 2019년부터 연방대법원이 본 사안을 심사하게 된다.


2. 쟁점 및 결론

본 사안의 핵심쟁점은 토지소유자들이 CERCLA가 말하는 PRP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CERCLA 제122(e)(6)조에 따라 비록 본인 소유지라도 오염정화작업을 위하여 EPA 허가를 얻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토지소유자들은 본인들은 PRP가 아니며 오염정화작업에 EPA 허가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률은 통상적 어의로 해석되어야 하는데 오염에 귀책사유가 없는 토지소유자들은 당연히 PRP가 아니며 재산권 행사는 커먼로를 따른다는 논변을 전개했다. 이에 반해 ARCO는 토지소유자들은 PRP이며 EPA가 수립한 환경오염정화계획은 법적구속력이 있는 행정명령으로서 그 일관된 집행을 위하여 토지소유자들도 오염정화 허가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정부 법무차관실 역시 독단적인 오염정화작업은 오히려 환경질 악화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토지소유자들의 주장은 수용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연방대법원은 토지소유자들은 PRP에 해당하며 EPA 허가 없이는 오염정화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다만 Gorsuch 대법관과 Thomas 대법관은 CERCLA를 다수의견처럼 해석하면 커먼로의 전통적 권리를 박탈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유해물질이 폐기된(disposed) 시설(facility)의 소유자는 PRP에 해당하는데 시설의 대상범주에는 부지(site)와 장소(area)까지 포함되므로 유해물질이 축적된 토지의 소유자 역시 PRP에 해당한다는 해석이었다. 또한 연방대법원은 PRP는 CERCLA에 따른 일정한 법적 지위(status)로서 환경오염에 대한 배상책임 존부와 별개로 이해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EPA의 전문적 역량이 투입된 환경오염정화계획과 상충될 우려가 있는 정화작업은 환경복원을 교란·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토지소유자들은 EPA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만약 EPA가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허가를 거부하면 행정심판이나 소송 등 구제방안이 보장되어 있음도 판단 배경이 되었다.


3. 판결의 의의 분석

본 사안의 표층에서 발견되는 의의는 환경문제의 효과적 해결을 위해서 행정청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광범위한 파급력을 지니므로 전문성을 보유한 EPA가 총괄·관장함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달리 바라보면 재산권 행사에 일정한 제약이 가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토지소유자들은 작년의 법정변론에서 PRP라는 이름표가 붙는 순간 마당에서 흙을 한 삽 떠내는 행위조차 일일이 허가를 구할 우려가 있다며 재산권 제약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오염정화작업은 개인의 재산권 영역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제약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고 통상적 행위까지 승인을 받으라는 것이 아니라 토양형질을 변경하는 오염정화작업의 경우에 허가가 필요함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본 사안을 보다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법학방법론의 단초가 발견된다. 논증에서 입법자의 의도(congressional intent)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할 만큼, 연방대법원은 CERCLA 입법목적을 중요하게 검토했다. 입법취지를 살피건대 환경오염처럼 심각한 문제에 대처하는 법을 제정하면서 효과가 미약한 대응방안을 입법자가 설계했으리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판단이유였다. 반대의견 역시 입법목적을 중시하여 자발적인 정화노력 증진이 CERCLA 입법취지인데 다수의견은 그에 부합되지 않는 법해석이라고 비판했다. 토지소유자들의 청구가 CERCLA 입법목적에 위배된다는 ARCO나 의회가 EPA에게 과도한 통제권한을 부여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 토지소유자들 역시 같은 맥락의 접근방식을 보인다. 본 사안과 별개로 CERCLA 소급효가 논란이 된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법률의 전반적 내용과 입법배경 및 목적 등을 검토하면 소급적용이 입법자 의도로 추단되므로 CERCLA는 소급효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Ohio ex rel. Brown v. Georgeoff 등). 이처럼 CERCLA 해석에는 목적론적 접근방법이 두드러지게 관찰된다. 

 

이와 함께 법원의 판단에 정책적 사고가 작용함도 특기할 만하다. 두 가지 대안, 토지소유자들이 EPA 허가를 얻은 다음 정화작업을 수행하는 1안과 자유롭게 정화작업을 진행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EPA가 개입하는 2안 중 연방대법원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비전문가들이 산발적으로 환경복원을 추진하는 2안에 비해 연방정부에서 체계적으로 환경복원을 추진하는 1안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즉 연방대법원은 정답을 '발견'했다기보다는 허용된 결정영역 내에서 합리적 대안을 '선택'한 판결을 산출했다. 물론 모든 판결에 이러한 정책적 검토가 반영된다고 할 수 없으나 환경법해석에서는 정책적 사고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여타 법률에 비하여 새로운 법규범이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는 환경법은 입법과정에서 의회가 미처 정밀하게 그리지 못했던 부분, 법률 설계도면에서 비어있는 부분이나 불명확한 부분을 법원이 '틈새입법'에 해당하는 판결로 채워나가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의회와 법원이 협력관계에서 환경법을 정립해나가는 과정으로 이해되는데 미국 연방대법원은 CERCLA의 구체적 내용을 직조하는 법해석을 통해 환경 거버넌스를 정립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홍보람 연구위원(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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