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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5.보험

백승재 변호사

I. 머리말

2004년도 보험관련 판례들은 보험통칙적인 사안에 대한 것들보다는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보증보험 등 구체적인 보험계약에 대한 것들이 많았다고 본다. 그중에서도 자기신체사고 보험규정상 공제약관의 효력과 설명의무에 대한 판결과 보험회사에서 자보수가를 적용하여 향후치료비를 산정하던 종전의 관행을 뒤집고, 일반수가를 적용하여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은 보험회사로서는 많게는 수백 수천억 원의 보험금이 추가로 지급될 가능성도 있어 보험업계에서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그밖에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운행의 개념을 명확히 한 판결도 있었으며 보험실무상 문제되는 휴업손해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도 있었는바, 이하에서는 이를 살피고자 한다.

II. 보험계약의 성립과 효력

1. 자기신체사고보험 규정과 보험약관의 설명의무

우리나라 자동차종합보험은 대인배상책임보험 I, II, 대물배상책임보험, 자기신체사고보험,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보험 및 자기차량손해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자기신체사고보험에 대해 우리나라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은 “자기신체사고 보상액에서 공제액(다른 차량과의 사고로 상대차량이 가입한 대인배상 I, II에 의하여 보상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그 금액)을 공제한 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공제조항을 두어 가해자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거나 지급할 개연성이 크면 피해자보험회사에서는 자기신체사고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공제조항은 ‘자기신체사고보험’과 같은 상해보험에 있어 보험자대위를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와 인보험에서 보험자대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상법규정에 반할 뿐만 아니라(상법 제729조), 그 지급방식에 있어서도 정액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보험금을 일부 공제하는 것이 상법 제729조 및 약관규제에관한법률 제6조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약관이 아닌지가 ‘자기신체사고보험 공제약관의 적법성 문제’로서 제기 되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대법원 2004. 11. 25. 선고 2004다28245판결을 통해 “자기신체사고보험의 개발취지가 피보험자가 피보험차량을 운행하던 중 자기의 단독사고 또는 무보험차량과의 충돌사고 등으로 인하여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다른 차량과의 보험사고에 있어서 보험금의 지급내용을 규정한 것이지 제3자에 대한 보험자대위를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상법 제729조 및 약관규제에관한법률 제6조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는 한편 “이와 같은 약관조항은 구체적인 보험금 산정방식이 아니라 보험금의 지급여부 및 내용에 관한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으로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므로 구체적 사정에 따라 보험모집인 등이 보험계약자에게 이러한 공제약관의 내용을 명시하고 설명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명시·설명이 없었을 경우에는 보험금공제를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그러나 동 판결은 정액보험이란 일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를 감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모집당시 모든 약관규정을 제대로 설명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실제로 곤란하다는 보험실무상 문제와 보험계약은 보험자집단 전체에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으로 개별 보험계약자별로 그 내용이 달라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이는 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보험이론상 문제로 인해 보험계약자, 보험회사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판결로 보인다.

2. 수개의 운전자 보험의 경우 고지의무와 통지의무

실손보상을 원칙으로 하는 손해보험 뿐만 아니라 인보험과 같은 정액보험에서도 보험계약자가 다른 보험자와 보험계약을 맺고 있는 사실은 위험측정상 중요한 사항에 속한다. 손해보험의 경우에는 ‘동일한 보험계약의 목적과 동일한 사고에 관하여 수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정’은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에게 통지해야할 의무의 대상으로(상법 제672조 제2항), 의무위반시 바로 해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험계약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그 통지의무를 게을리 하였을 경우에는 사기의 추정을 받아 그 계약이 무효로 될 수 있다(상법 제672조 제3항, 제669조 제4항). 하지만 인보험의 경우에는 손해보험과 같이 수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정을 보험계약자에게 통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하여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런데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에게 아무런 통지나 고지를 하지 않고 다수의 생명보험 등에 가입하여 보험계약의 선의성이 의심되는 경우 명확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하여야 하는 지에 대하여 논란의 여지가 많다.

대법원은 “손해보험에 있어 중복보험을 체결한 사실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되지 않으며(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1다49623 판결), 통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때에 해당되지 않는다(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1다49630 판결)”는 2003년도 손해보험에 관한 판례들에 이어 2004년도에는 자동차사고로 인한 운전자의 인적손해와 일정금액을 한도로 운전자가 부담할 벌과금 또는 구속된 경우에 방어비용을 보상하도록 하고 있어 인보험적 성격이 강한 운전자 보험을 다수(총 24개 보험에 보험금액 총 17억8천여만원의 보험에 가입)가입한 보험계약자가 보험가입당시 타보험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다른 보험자에게 새로 보험가입을 한다는 사실을 통지하지 않아 보험회사들이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위반과 통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한 사안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3다18494 판결). “상해보험계약 체결 후 다른 상해보험에 다수 가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보험자가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여부에 관한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려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를 알고 있는 외에 그것이 고지를 요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여 고지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사실을 입증하여야 한다. 본건에 있어 보험청약서 앞면에는 해당사항이 없는 항목에 대하여도 계약자가 표시한 바가 있음에 반하여 그 뒷면 타보험계약사항란에는 아무런 기재가 되어 있지 아니하여 실제로 그에 관한 질문을 하였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아니하므로 보험계약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같은 본 판결에 반대하면서 보험계약자가 상법 제672조 제2항에 의한 통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는 한편 망인이 청약서에 확인서명하였다는 사실에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양승규, 손해보험 2004년 11월호). 하지만 손해보험상 중복보험의 경우에도 통지의무위반에 대하여 계약해지와 같은 명백한 제재규정이 없는데 아무런 명문의 규정이 없는 인보험인 상해보험에 유추적용 하더라도 바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지급을 거절하는 것도 곤란하다는 점, 청약서에 확인서명이 되어 있더라도 반드시 보험계약자에게 타보험가입 여부가 보험금 지급을 받지 못할 수 있는 중대한 사실이라는 점을 알고도 혹은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과 아직 우리나라의 보험가입행태가 친구 친지 등 지인에 의한 권유로 가입하게 되어 본의 아니게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보험자가 함부로 고지의무위반 등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여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을 허용하기에는 아직 무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각 사안에서의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기 위해 입증책임의 문제로 파악하여 법관의 자유심증에 맡긴 대법원의 판단을 지지하는 바이다. 참고로 본 사안에 있어 보험계약자인 망인의 재산이 10억 원대에 채무가 3억이며 별다른 자살동기나 자살흔적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월 총 보험료가 147만원 가량에 불과해 망인의 자력으로 충분히 보험료 납부가 가능하였던 경우였다.

3. 유효한 보험계약의 책임개시전 보험사고 발생시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의무

보험자는 보험계약에 의하여 보험의 목적에 불확정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일정한 보험금액 기타의 급여를 한다는 약정에 따라 책임을 지게 되는데, 보험자의 책임을 구체화시키는 불확정한 사고를 “보험사고”라 한다. 이러한 보험사고는 보험계약의 성립시에 그 발생여부와 그 시기 및 정도를 확정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보험계약당시에 객관적으로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거나 또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인 때에는 보험계약을 무효로 한다(상법 제644조 본문). 다만 당사자쌍방과 피보험자 모두가 이를 알지 못한 때 그 보험계약은 유효하다(상법 제644조 단서). 따라서 대법원은 “암 진단의 확정 및 그 확진된 암으로 한 사망을 보험사고의 하나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일 이전에 암진단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약관조항은 상법 제644조 규정의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이러한 암진단이 확정되면 전체 보험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취지일 뿐 단지 보험사고가 암과 관련하여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보험계약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바 있다(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다50091판결). 그런데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당사자 쌍방과 피보험자가 선의라서 상법 제644조 단서가 적용되어 보험계약자체가 유효하다고 할 경우에도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보험계약당시에는 뇌성마비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는 데, 책임기간이 개시된 이후 뇌성마비 제1급의 진단을 받은 사안에서 “보험계약의 당사자 쌍방 및 피보험자가 모두 선의이어서 상법 제644조 단서가 적용되어 보험계약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그 보험계약에서 정한 책임개시시기 이후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자에게 보험금지급의무가 인정될 수 있을 뿐이고, 보험계약에서 정한 책임개시시기 이전에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는 보험자가 인수하지 아니한 위험에 해당하므로 보험금지급의무가 인정될 여지는 없다.”고 판시하여 이를 확인하였다. 타당한 판결이라고 본다.

III. 자동차보험

1.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조 제2호상 “자동차의 운행”의 의미

운행의 개념에 대해 ‘당해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1999. 2. 5. 법률 제5793호로 전면개정되기 전의 것)과 관련하여 i) 원동기설, ii) 주행장치설, iii) 고유장치설, vi) 차고출입설, v) 차자체존재설 등의 학설대립이 있어 왔고 대법원은 “당해장치란 당해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장치로서 자동차의 구조상 설비되어 있는 당해 자동차의 고유의 장치를 말하고 이와 같은 각종 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운행’이라고 하여(대법원 1997. 1. 21. 선고 96다42314판결 등), 적어도 고유장치설의 입장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였다. 하지만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는 자동차의 운행에 관하여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자동차의 용법에 따른 사용”에 대한 정확한 의미에 관하여는 명확한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명확히 설시한 대법원판례도 아직 없었다. 하지만 구급차 침대에서 추락한 환자에 대해 구급차를 피보험차로 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사안에서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다20340, 20357 판결은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한다는 것은 자동차의 용도에 따라 구조상 설비되어 있는 각종의 장치를 각각의 장치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자동차가 반드시 주행상태에 있지 않더라도 주행의 전후단계로서 주·정차 상태에서 문을 열고 닫는 등 각종 부수적인 장치를 사용하는 것도 포함하는 것인데, 자동차의 용도에 따라 구조상 설비되어 있는 각종의 장치는 원칙적으로 당해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사용되는 것이지만 당해 자동차에서 분리하여야만 그 장치의 사용목적에 따른 사용이 가능한 경우에는 ① 그 장치가 평상시 당해 자동차에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서 그 사용이 장치목적에 따른 것이고, ② 당해 자동차의 운행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며, ③ 시간적·공간적으로 당해 자동차의 사용에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라면 그 장치를 자동차에서 분리하여 사용하더라도 자동차를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구급차의 들것으로 환자를 하차시키던 중 추락하여 발생한 뇌출혈 등의 상해사고는 자동차 운행중 발생한 사고로 보았다. 본 판결은 운행의 의미를 명확히 설시한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과 함께 자동차의 용도에 따라 구조상 설비되어 있는 각종의 장치를 자동차에서 분리해야만 그 장치의 사용목적에 따른 사용이 가능한 경우에는 어떠한 요건이 충족되어야 자동차를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기준을 설시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2. 향후치료비의 산정기준

현재 자동차운행으로 인하여 사고를 당한 자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음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비용을 보험회사측이 보험금에서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및 그에 따라 건설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에 의하여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기왕의 치료비는 보험회사에서 직접 치료병원에 지급하기 때문에 위 기준에 따른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이하 “자보수가”라 한다)로 지급함에 별 문제가 없으나 향후치료비부분은 소송이 끝난 다음 보험회사에서 피해자에게 지급하므로 피해자가 향후치료를 받고 병원에 치료비를 지급할 경우 병원에서 어떤 수가로 받느냐가 문제된다. 왜냐면 현행 자보수가는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일반수가(일반 진료비)의 70%정도에 불과하므로, 피해자가 향후치료를 받으려면 30%정도는 자기 돈을 보태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대법원 2004. 11. 25. 선고 2004다47895판결(공보불게재)에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3조가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으로서 건설교통부장관이 진료수가의 인정범위, 청구절차 등 기타 건설교통부장관이 정하는 사항을 포함시켜 고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 기준은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적절한 진료를 보장하고 보험사업자 등과 의료기관간의 교통사고 환자의 진료비에 관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피해자가 사고로 인하여 입은 치료비 손해액 산정의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는 한편 “설사 건설교통부장관이 정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에 피해자가 보험사업자 등에게 손해배상을 직접 청구하는 경우에도 자동차보험진료수가기준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더라도 이 부분은 법령의 위임에 벗어난 것이어서 법원이나 피해자를 직접 구속하는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현 보험실무상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여 보험회사가 지불보증을 중단한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자보수가에 의하지 않고 일반수가기준으로 피해자로부터 치료비를 지급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치료비 산정기준으로서 자보수가만을 고집할 수는 없으며 불법행위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있는 일반수가에 의하여도 향후치료비가 산정되어야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자보수가가 피해자가 사고로 인하여 입은 치료비 손해액 산정의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을 뿐 명시적으로 일반수가에 의하여 손해액을 산정하라고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보험회사의 추가적 보험금지출은 불가피해 보인다. 여하튼 이번 대법원 판결은 보험회사와 피해자간에 첨예하게 다투고 있던 치료비 산정기준에 대하여 일응의 기준을 설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판결이라고 본다.

IV. 보험약관상 면책사유인 “피보험자 등의 고의”의 입증정도
 
상법 보험편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상법 제659조; 다만 상법 제732조의 2, 제739조에 따르면 사망보험과 상해보험에 있어서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사고에 대하여도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책임이 있다), 보험약관상 ‘피보험자 등의 고의’에 의한 사고를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보험사고 발생에 기여한 복수의 원인 중 피보험자의 고의행위가 존재할 때 단지 피보험자의 고의행위가 경합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보험회사가 보험금의 지급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피보험자가 유발한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은 동승자인 피보험자의 자식을 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종교적인 이유로 동승자에 대한 수혈을 거부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다26075 판결은 “보험회사가 피보험자 등의 고의행위임을 주장하여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단순히 공동원인의 하나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피보험자 등의 고의행위가 보험사고 발생의 유일하거나 결정적 원인이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이건 사고로 인한 상해가 중하여 망인에게 1,600cc가량의 피를 수혈하였다 할지라도 생존을 보장할 수 없었고 따라서 그 수혈거부가 사망의 유일하거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 피보험자의 수혈거부행위가 사망의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였다는 점만으로는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동 판결은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인정되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의 입증정도에 대한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다49234 판결과 함께 ‘면책사유로서 피보험자 등의 고의’에 대한 판결로 주목할 만하다고 본다.

V. 영업용 물건 멸실시 발생하는 휴업손해를 통상손해로 본 판결

불법행위로 영업용 물건이 멸실된 경우, 영업용 물건을 새로이 구입하여 영업을 개시하게 되는 때까지의 필요한 기간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하는 소위 휴업손해도 교환가치 상당액 이외에 배상할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종래 판례는 불법행위로 물건이 멸실되어 그 교환가격을 배상할 경우 그 가격에는 당해 물건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사용·수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포함되어 있으므로(대법원 1990. 10. 16. 선고 90다카20210 판결), 교환가격의 감소액 이외에 대용차 임료를 따로이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한 판례가 있기도 하였고(대법원 1991. 7. 12. 선고 91다5150 판결), 통상기간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 인하여 발생한 영업손실 상당의 손해는 통상의 손해로서 당연히 배상하여야 한다는 판례도 있었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7다8526 판결). 이처럼 정리되지 아니한 대법원 판결을 대법원 2004. 3. 18. 선고 2001다82507 전원합의체판결에서 정리하여 “불법행위로 영업용 물건이 멸실된 경우, 이를 대체할 다른 물건을 마련하기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동안 그 물건을 이용하여 영업을 계속하였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휴업손해는 그에 대한 증명이 가능한 통상의 손해로서 그 교환가치와는 별도로 배상하여야 하고, 이는 영업용 물건이 일부 손괴된 경우, 수리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동안의 휴업손해와 마찬가지라고 판시”하는 한편 유통업에 이용되던 건물이 완전 파손되어 휴업손해를 구하는 사안에서 대법원은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다20909, 20916 판결을 통하여 휴업손해의 범위에 대하여도 판시하였다. 동 판결에서는 불법행위로 영업용 물건이 파손된 경우 휴업손해의 산정기준은 임대료 상당액이 아니라, 그 건물을 이용하여 유통업을 계속하였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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