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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0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3. 언론

박선영 교수(가톨릭대 법학부)

I. 2004년도 판례의 유형과 특성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눈에 띠는 언론관련판결은 정치적 의견표명과 뉴미디어, 특히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관한 것들이다. 정치적 의견표명은 지난 2002년도의 제16대 대통령선거와 2004년도의 제17대 국회의원선거 때문으로 보이고, 인터넷 강국답게 홈페이지에 탑재된 글을 통한 명예훼손을 비롯하여, 인터넷언론사의 보도를 둘러싼 법리논쟁도 예년에 비해 많아졌다. 그밖에 일반적인 명예훼손사건들도 출판물에 의한 경우와 방송보도로 인한 경우, 정보제공에 의한 경우, 피의사실공표로 인한 경우 등 다양한 사건들이 판례로 집적되었으며, 표현매체가 다양화되면서 음반·비디오·게임물을 비롯하여 방송광고에 대한 사전심의가 검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도 문제되었다.

II. 정치적 의견표명 사건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선법’이라 한다)이 규정하고 있는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낙선운동이나 사전선거운동, 허위사실공표 또는 후보자비방 등도 많았지만,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기된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도 사실은 정치적 발언으로 인해 촉발된 사건이었다.

1. 대통령의 정치적 의견표명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인 대통령탄핵소추의 요지는 ‘국법질서문란’과 ‘권력형부정부패’, ‘경제파탄’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바, 이 가운데 본고의 주제와 관련된 ‘국법질서문란’은 대통령이 기자회견이나 특정단체의 모임 등에서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정치적 발언을 하였고, 이러한 정치적 발언이 결국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유지와 공선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전선거운동금지에 위배된다는 것을 그 골자로 하고 있다.

(1) 헌재의 결정요지(2004헌나1)

헌재는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경우에도 대통령직의 중요성과 자신의 언행의 정치적 파장에 비추어 그에 상응하는 절제와 자제를 하여야 하며,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직무 외에 정치적으로 활동하는 대통령이 더 이상 자신의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수 없으리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아니된다”고 전제하면서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성위반은 인정하였으나,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대통령의 각종 선거발언내용은 “특정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목적성‘이 인정되지 않는, 단순한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표명에 불과하다”며 기각결정을 하였다(헌재결 2004. 5. 14. 2004헌나1).

(2) 평석

정치인으로서의 대통령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공무원임을 명백히 인정하면서도 헌재는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누리는 정치의견표명의 자유 또한 넓게 인정하였다. 다시 말해 상호양립하기 어려운 두 지위에서의 기본권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이론은 제시하지 못한 채 헌재가 단순히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의견표명의 자유의 범위에 속한다”라고 판시한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특히 헌재가 설시한 바와 같이 “대통령이라는 절대적인 지명도로 말미암아 그의 사인으로서의 기본권행사와 직무범위 내에서의 활동의 구분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사인으로서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 정당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그에게 부과된 대통령직의 원활한 수행과 기능유지라는 관점에서는 사인으로서의 기본권행사보다 공무원으로서의 의무부과가 더 강조되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2. 선거와 정치적 의견표명

(1) 헌재의 결정요지(2002헌마467)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 본부재정관리실 직원인 청구인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및 대통령선거에서 특정정당의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하고자 하였으나, 공선법(제53조, 제60조, 제80조 등)이 상근직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헌재는 “공단은 전국적 규모의 방대한 조직을 가지고 있고, 보험가입자 약 4,700만명을 그 대상으로 관리하는 등 공익적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그 구성원들이 각종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를 위한 선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국민전체가 아닌 특정집단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하거나 관련업무의 집행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력을 가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하였다(헌재결 2004. 4. 29. 2002헌마467).

(2) 평석

정당법상 공단의 상근임직원들은 정당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동시에 그 직을 유지하면서 공직선거의 입후보자도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제6조), 공선법은 ‘보험가입자에 대한 영향력’을 이유로 이들에 대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정당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활동의 자유와 정치적 의견표명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 등을 공선법은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헌재는 이와 같은 정당법과 공선법의 관계를 정확하게 밝혓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합헌결정을 하였다. 더욱이 위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영향력이 지대한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당원으로서의 정치적 의견표명의 자유와 권리를 인정하면서, 공단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이를 금지한 것은 논리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3. 정치적 의견표명과 허위사실공표

(1) 관련사건

1) 99도5190

지난해에는 16대 대통령선거와 17대 국회의원선거만이 아니라, 15대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판결도 있었는바, 정치평론을 주로 하는 한 월간지가 15대 대통령직 입후보자였던 김대중씨의 전력을 문제삼는 기사를 게재하여 그 발행인겸 편집인이 공선법상의 허위사실공표와 형법상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에 관한 상상적 경합범으로 기소되었다.(서울고법판 1999. 11. 9. 99노1875).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행위당시의 배경적 상황을 살펴볼 때 “정치평론가의 입장에서 김대중후보의 공산주의에 관한 내면적 사상 또는 이념이 어떠했었는지에 관하여 주관적으로 평가한 ‘의견’이어서 허위사실공표죄나 명예훼손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라고 하여 포괄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대판 2004. 2. 26. 99도5190).

2) 2002도315

부적격후보자에 대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처벌하는 공선법에 대해 이미 2001년도에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하였지만(헌재결 2001. 8. 30. 선고 2000헌마121·202), 각종 선거철만 되면 이 문제가 여전히 논란을 야기하는바(대판 1990. 8. 14. 90도870; 1999. 4. 23. 99도646; 2004. 2. 13. 2003도3090), 대법원은 헌재나 기존의 대법원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여 “제3자가 당선의 목적없이 오로지 부적격 후보자의 낙선만을 목적으로 하여 벌이는 낙선운동이 공선법상의 선거운동에 포함된다”며 유죄를 인정하였다. 다만 대법원은 공선법 제18조 제3항이 선거범의 양형은 형법상의 경합범 처벌례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해서만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3) 2003도7423

2002년도에 실시된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입후보자의 학위논문이 표절된 것”이라는 허위사실을 공표(공선법 제250조)한 사건(대판 2004. 6. 25. 2003도7423)에서 대법원은 “허위사실공표죄에서 말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함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을 말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평석

구체적 사실과 의견표명이 섞여 있을 경우 “그 표현의 전후문맥과 그 표현이 이루어진 당시의 상황을 종합하여 그 표현이 비유적·상상적이어서 다의적이고 구체적인 내용과 일시·장소·목적·방법 등이 불특정되어 일반적으로 수용될 핵심적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없고 의견 또는 평가의 표명”이라고 함으로써, 사실에 터잡은 의견표명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그동안 “사실이 전제되지 아니한 의견이 있을 수 없으므로 의견표명을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학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된다.

4. 후보자비방

(1) 2004도3919

야당 정치인인 피고인은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입후보자 노무현의 낙선을 목적으로 당원들에게 “노후보의 장인이 빨치산출신이기 때문에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후보자비방죄(공선법 제251조)로 기소되어 유죄를 인정받았으나, 대법원은 “후보자비방행위라 하더라도 적시된 사실이 진실에 부합하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대판 2004. 10. 27. 2004도3919).

(2) 평석

대법원은 후보자비방죄도 허위사실공표죄와 마찬가지로 그 구성요건과 법적 기준·법리를 형법상의 명예훼손죄와 동일하게 해석·적용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입장은 결국 “선거기간동안의 흑색선전과 무분별한 폭로를 미연에 방지하고 피해자를 구제한다”는 공선법상의 목적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로서 형법의 특별법으로서 공선법이 별도로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일으킨다.

III. 뉴미디어

1. 사전검열과 사전심의

(1) 음반·비디오·게임물(2004헌가8)

대법원은 외국비디오물을 수입할 경우에 반드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수입추천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하 ‘음비게법’이라 한다) 제16조가 “표현행위의 허용여부를 행정기관의 결정에 좌우되게 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는 자들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강제하도록 하고 있어, 우리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며 위헌제청을 신청하였다{대결 2004. 4. 13. 2001초472(2001도3495)}.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올해 초 “사전검열에 해당하므로 위헌”이라고 판시하였다(헌재결 2005. 2. 3. 2004헌가8).

(2) 방송광고

현행 방송법 제32조는 방송광고에 대해 사전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대해 한 광고물제작회사가 사전검열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결여되었다”며 각하결정을 하였다(헌재결 2004. 12. 21. 2004헌마945).

(3) 평석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매체들에 대한 표현의 자유의 법리가 아직은 정립되지 않아 많은 법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지나치게 엄격한 청구요건을 적용하고 있어 뉴미디어가 표현의 자유영역에서 숨쉴 공간이 기존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실정이다. 방송광고의 경우 현행 방송법이 사전심의를 요구하고 있고, 방송광고판매를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대행하고 있어, 실제로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서는 방송광고를 판매할 수 없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요건불비를 문제삼아 각하결정을 내린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2. 가상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

(1) 청소년보호와 표현의 자유(2001헌마894)

우리나라는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제도를 가상공간에서도 동일하게 ‘전자적 표시’를 하도록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망법’이라 한다)에서 규정하고 있는데(제42조), 이에 대해 동성애관련 웹사이트 ‘엑스존’의 운영자가 표현의 자유 및 헌법 제75조상의 포괄위임입법금지조항 위배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헌재는 “청소년보호를 위해 전자적 표시를 하게 한 후 차단프로그램을 설치한 경우에 한 해 이들 매체물에의 사후접근을 기술적으로 막는 것일 뿐, 망법이 원천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므로 합헌”이라고 하였다(헌재결 2004. 1. 29. 2001헌마894).

(2) 인터넷언론(2004도1497)

지난해 주로 고등법원에서 인터넷언론과 관련된 사건이 변론종결되었으나, 선고는 올해 1월에 이루어졌기 때문에(서울고법판 2005. 1. 11. 2004나44089; 2005. 1. 25. 2003나82497; 2005. 1. 25. 2004나14422) 본고에서는 논외로 한다. 다만 특정 제약회사를 비방하는 취지의 내용을 국회의원이나 언론사, 다른 제약회사 등 11곳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게재된 글 중에는 특정 제약회사의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 일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회사를 비방하는 취지가 주조를 이루고 있어 공익성을 인정할 수 없고,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홈페이지에 게재하여 그 제약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며 상고를 기각하였다(대판 2004. 5. 28. 2004도1497).

(3) 인터넷상의 명예훼손(2004도1616)

현재 군인인 피고인이 인터넷상의 게시판 등에 ‘강남 현대백화점 근처에 있는 k비뇨기과’라는 표현을 하며 그 병원에 대해 좋지 않은 내용의 글을 게재하자, 군검찰관이 망법상의 인터넷명예훼손죄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지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단지 ‘… 근처에 있는’이라는 표현만으로는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결정을 하였다(대판 2004. 5. 28. 2004도1616).

(4) 평석

가상공간은 현실세계와는 달리 익명성과 전파성, 상호작용성이 강하기 때문에 인터넷상에서의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는 일반 매체로 인한 경우와 다른 법리가 적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과 동일한 기준과 법리를 적용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뉴미디어에 대한 표현의 자유제한형식이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고시나 공고에 의해 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어떤 기본권보다도 우월적 지위를 갖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모법에서는 원칙만을 정하고 대통령령에서도 분명한 범위와 한계를 명시하지 아니한 채 다시 고시에 위임하는 것은 엄격심사의 관점에서 봤을 때 그자체로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IV. 명예훼손

1.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1) 공적 관심사(2001다53387)

M방송사는 9시 뉴스데스크 시간에 ‘한심한 검찰’이라는 제목으로 “검사가 피의자에 대한 전과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이중기소했다”고 보도하여 명예훼손죄로 원심에서 유죄가 확정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보도내용이 공적 관심사에 관한 것으로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볼 수 없고, 공직자의 업무처리의 공정성여부에 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기능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허용될 수 있는 범위 내의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파기환송하였다(대판 2004. 2. 27. 2001다53387).

(2) 개인의 비위사실보도(서울고법판 2004나24047)

M방송사는 PD수첩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대전법조비리사건을 보도하자 당사자인 변호사가 방송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비위사실의 진위여부를 떠나 보도내용에 포함되는 어휘·표현 등은 신중하게 취사선택하여 보도대상의 인격이나 명예감정을 존중하여야 하고, 단지 시청자의 이목을 끌거나 시청율을 높이기 위하여 욕설이나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표현, 비유 등을 써서는 안되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그 보도내용이 공익에 관련된 사실로서 진실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보도는 정당한 언론의 자유의 한계를 이탈한 것”이라며 유죄를 인정하였다(서울고법판 2004. 12. 21. 2004나24047).

2.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1) 진실성과 공익성은 비방목적 부인

임금착취·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등을 행하고 있는 청소대행업체에 대해 한국노총 지역본부가 정책건의서를 작성한 후 이를 유력 지방신문사에 팩스로 전송하고 그 내용이 신문에 보도된 사건에서 1심과 2심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인정하였다(춘천지법판 2003. 9. 19. 2003노43). 그러나 대법원은 “신문사에 제공한 내용이 허위사실이 아니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목적이 부인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대판 2003. 12. 26. 2003도6036).

(2) 언론사에 허위정보제공(2003도5370)

아파트 동대표 선거에서 자신이 당선되고도 선거가 무효로 된 경위에 대하여 신문사에 허위사실을 제공하고, 제보받은 기자는 그 내용을 진실한 것으로 오신하여 기사를 게재한 경우, 언론사에 허위정보를 제공한 자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판 2004. 5. 14. 2003도5370).

(3) 비판의 가치인정(2002다46423)

한 대학교수가 한국인에게 뿌리 깊은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시민사회의 성숙을 저해하는 문화적 폐쇄요인이라며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펴내자 비법인사단인 성균관이 이 책은 “공자와 유교를 훼욕하는 표현을 담고 있다”며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책의 제목이 비판적인 문구를 사용했고 책의 내용에 다소 과장되고 신랄하며 가혹한 비유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받아야 할 범위”라며 무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하였다(2004. 11. 12. 2002다46423).

(4) 신문간지에 의한 명예훼손(2003도3124)

사립대학 설립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교육부 ○○대 관선이사 파견 적극검토’라는 제목으로 ‘○○대학교 설립자는 학생등록금으로 땅투기를 하고 학교장사에만 몰두하는 사기꾼’이라는 내용의 인쇄물을 제작하여 주요일간지 사이에 끼워 배부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비록 인쇄물의 제작과 배포의 목적이 대학발전과 그 구성원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표현방법과 정도, 공표의 범위, 피해자의 명예침해정도 등을 비교·교량하면 비방목적이 인정된다”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하였다(대판2004. 5. 28. 2003도3124)

3. 피의사실공표로 인한 명예훼손

(1) 원조교제(2004다322)

피의자들이 원조교제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에서 경찰출입기자들에게 검거보고서 및 수사기록을 열람하게 하고 인터뷰요청에도 협조하는 등 취재편의를 제공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국민의 정당한 관심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는 등 그 내용이나 표현방법에 대해서도 유념하여야 한다”며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하였다(대판 2004. 5. 28. 2004다322).

(2) 피고인의 실명보도(2004나49923)

세무서 법인계장으로 재직하였던 자가 교회목사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기소된 사실을 공소장 및 수사책임자로부터 확인하고 ‘목사 등 20억 탈세혐의 적발’, ‘교회신축 탈세 목사구속’ 등의 제목으로 두 신문사가 기사를 게재하였으나, 2003년 대법원에서 법인계장에 대한 뇌물죄가 무죄로 확정되자(대판 2003. 8. 22. 2002도4161) 법인계장이 두 신문사를 상대로 피의사실공표로 인한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범죄보도는 익명보도가 원칙이지만 공적 인물인 경우 신원을 밝힐 수도 있는바, 수사가 종결되어 구속기소된 후에 공소장을 열람하고 수사담당 검사로부터 구속기소사실과 피의사실에 관하여 설명을 듣는 등 취재내용을 확인한 후 기사를 작성하였고, 뇌물수수액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 질 중한 범죄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보도는 공적 인물로서 수인해야 할 범위 내의 것”이라며 언론사에 대해 무죄를 인정하였다(서울고등판 2004. 12. 28. 2004나49923).

4.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사건(2004도6408)

의료과실로 인해 피해를 본 자가 병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업무를 방해하면서 여러 날에 걸쳐 喪服을 입고 1인 시위를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해자를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고소하여 형사처벌을 요구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며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하였다(대판 2004. 11. 25. 2004도6408).

5. 평석

다양한 명예훼손사건 중 대체로 공적 관심사에 대해서는 진실성이나 상당성이 인정되면 위법성이 조각되었지만 일관성이 부족해 보인다. 예컨대 검찰의 이중기소보도사건(2001다53387)이나 청소대행업체사건(2003도6036)에서는 진실성과 상당성을 인정하였고, 문화비평서사건(2002다46423)의 경우에는 비판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여 무죄를 인정하면서도, 대학운영과 재정문제를 공익적 차원에서 제기한 신문간지사건(2003도3124)에서는 진실성여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익형량만 하였다. 이는 다른 사건과의 형평이라는 차원과 법논리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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