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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6. 형사소송법

변호인 되려는 자도 자신의 기본권으로서 접견교통권 가져
항소심에서 심판하지 않은 사항은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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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머리에

2019년 형소법 분야의 판례들에서는 절차적 권리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보다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은 '검찰개혁'을 기치로 한 입법활동이었다. 2020년 초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의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일단락되었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축소와 직접수사권의 제한, 경찰의 제한적 수사종결권 부여, 공수처의 설치가 요체이다. 입법과정은 소리 없이 시끄러웠다.


II. 수사법
1.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헌법재판소 2019. 2. 28. 선고 2015헌마1204 결정)
가. 결정의 요지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은 피의자·피고인(이하 피의자 등)을 조력하기 위한 핵심적인 권리로서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한다.


나. 결정의 의미
헌법은 체포나 구속을 당한 사람은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고(헌법 제12조 제4항), 헌법재판소는 이를 불구속 피의자에게 확대한 바 있다(2000헌마138). 피의자 등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적 권리로 보장된다. 이에 대응하여 변호인이 피의자 등을 조력할 권리도 헌법적인 권리인가. 대법원은 법률상의 권리라고 파악한다(2000모112, 2006모656). 헌재도 처음에는 법률상의 권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89헌마181), 변호인의 열람·등사권을 피고인의 기본권을 토대로 인정하였다가(94헌마60), 변호인이 조력할 권리 중 그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들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다는 것이 유명무실하게 되는 핵심적인 부분을 변호인의 변호권이라 하면서 변호인 자신의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였다(2000헌마474, 2016헌마503). 그렇다면 아직 변호인으로 선임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경우는 어떠한가. 대법원은 이들의 접견교통권도 법률상의 권리로서 보호하고 있다(2013도16162, 2016다266736). 대상결정은 이를 헌법상의 기본권 차원으로 고양시킨 것이다. 사안은 체포되어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의 가족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피의자를 접견하려 하였으나 접견하지 못하고 결국 변호인으로 선임되지도 못한 변호사가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이다. 대상결정의 논리는 체포나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기 때문에 변호인으로 선임되기 전에도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가 있고, 이 단계에서는 변호인선임권이 조력을 받을 권리의 출발점이자 가장 기초적인 구성부분이므로 변호인 선임을 위하여 피의자 등이 가지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의 접견교통권 역시 헌법상의 기본권인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은 그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피의자 등의 조력받을 권리가 유명무실하게 될 수밖에 없는 핵심적인 부분으로서 피의자 등이 가지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의 접견교통권과 표리의 관계에 있어 헌법상의 기본권이라는 것이다. 이 결정에는 법률상의 권리에 불과하다는 3인의 반대의견이 있는데, 헌법재판소 1991. 7. 8. 선고 89헌마181 결정과 정확히 다수와 소수가 뒤바뀐 모습이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항소법원이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한 뒤 사선변호인이 선임된 경우에는 다시 통지할 필요가 없다고 한 바 있지만(2015도10651), 통지 전에 선임된 경우에는 국선변호인 선정을 취소하고 사선변호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했다(2019도4221). 또한 객관적 자료가 없더라도 소송기록에 드러난 제반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의 심신장애가 의심되어 효과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고 하여(2019도8531), 재판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려 노력하였다. 


2. 판사날인 없는 영장(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0504 판결)
가. 판결의 요지
법관의 서명날인란에 서명만 있고 날인이 없는 영장은 가사 법관의 진정한 의사에 의하여 발부되었더라도 적법한 영장이 아니다.


나. 판결의 의미
영장주의는 제헌헌법이래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헌법제정권자가 변함없이 채택해온 원칙으로서 수사기관의 강제처분권 남용을 방지하고 인권보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헌재나 대법원 모두 다른 어떤 것보다 영장주의만큼은 매우 엄격하게 관철하려는 의지를 보여 왔다. 형사소송법은 영장에 판사가 서명날인을 하도록 하고 있다(제200조의6, 제209조, 제75조, 제219조, 제114조 제1항). 대상판결은 서명만 있고 날인이 없는 압수·수색영장에 관한 것이다. 원심은 판사가 영장에 야간집행 허가문구를 자필로 기재하고 날인하였으며 간인도 한 점을 들어 판사의 진정한 의사에 기하여 발부되었다는 이유로 영장이 유효하다고 하였다. 원심은 일종의 실질설을 취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대법원은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적법하지 않다고 하는 형식설을 취하면서 진정한 의사에 기하여 발부되었다는 사유만으로 영장이 유효한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다만 원심이 든 사유는 진정하게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분명한 외관을 만들어 수사시관이 적법하다고 신뢰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고 영장주의를 회피할 의도가 있었다고 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압수물의 증거능력은 인정하였다. 대상판결이 형식적으로는 영장주의의 엄격성은 유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수사기관의 신뢰와 회피의도를 증거능력 판단의 고려요소로 들여옴으로써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선언했던 초기(2007도3061)의 결기는 다소 아련해 보인다.

 

3. 기타
그밖에 피해자의 변호사는 피해자를 대리하여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거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는 판결(2019도10678), 일부를 먼저 기소하고 약 3개월 후 나머지를 추가로 기소한 것이 공소권남용이 아니라고 한 사례(2018도14295), 공직선거법위반의 공소시효인 선거일 후 6개월은 당내경선운동의 경우에도 당내경선 투표일이 아니라 공직선거의 투표일이라는 판결(2019도8815)이 보인다. 또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 사후영장도 필요없다거나(2019도13290), 압수조서에 기재된 범행목격 경찰관의 압수경위 진술은 압수의 적법여부와 무관하게 독립적인 증거이며(2019도13290), 전화통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감청에 해당하지 않지만 제3자의 경우는 설령 당사자 일방의 동의를 받았더라도 감청에 해당하여 위법하고 증거동의해도 증거능력이 없다(2015도1900)는 기존의 법리를 확인한 판결들이 있다.


III. 증거법
1. 정당하지 않는 증언거부와 진술불능(대법원 2019. 11. 21. 선고 2018도13945 전원합의체 판결).
가. 판결의 요지

증언을 거부하여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정당한 증언거부권 행사가 아니라도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소법 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에서는 피고인이 A에게 필로폰을 매도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로 제출된 A의 검찰조서가 문제되었다. 위 매수로 따로 재판을 받고 있던 A가 증언을 거부하였는데 이것이 원진술자의 진술 없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예외에 해당하는가의 문제이다. A 자신의 재판은 공소사실이 위 매수에서 A가 B에게 필로폰을 매도하려 하였다는 사실로 변경되었고 이에 대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었다. 대상판결의 재판에서 A는 공소장변경 전, 후, 확정판결 후의 3회에 걸쳐 증언을 거부하였다. 대상판결은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가 있는 때가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1,2차 증언거부는 정당한 증언거부권의 행사라고 하였다. 이에 비하여 3차 증언거부는 판결확정 후이므로 증언거부가 정당하지 않다고 하였다. 제314조가 규정한 예외사유는 2007년 개정으로 '사망·질병· 외국거주 기타 사유'에서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개정되어 그 범위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되었다. 이에 대법원은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가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한 종래의 입장(2004도3619)을 변경하여 정당하게 증언을 거부한 경우는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2009도6788). 이에는 증언거부권의 보장도 상당히 고려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정당하지 않은 증언거부는 예외사유에 해당하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 사이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판례가 있었다(2013도16001). 대상판결은 증언거부가 정당한지 여부를 묻지 않고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증언거부권의 보장은 더 이상 논거가 될 수 없는데 대상판결은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반대신문권의 보장에서 핵심적 논거를 찾고 있다. 대상판결의 별개의견은 정당하지 않은 증언거부는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 부분 다수의견의 법리에 반대하면서 다만 이미 정당한 증언거부권 행사로 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된 다음에는 증언거부 사유 소멸 후 재차 소환되어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않는다고 하였다. 결국 대상사안의 조서가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점에서는 전원일치였다.


2. 증언 예정인에 대한 참고인조사(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3도6825 판결)
가. 판결의 요지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신청하여 신문할 수 있는 사람을 특별한 사정 없이 미리 수사기관에 소환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없다.


나. 판결의 의미
공소제기로 절차의 주재권이 법원으로 넘어가지만 임의수사마저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지는 않는다. 판례는 공소제기 후에 작성된 피고인에 대한 진술조서를 피의자신문조서와 같이 취급하여 그 자체의 적법성은 인정한다(2008도8213). 기소 후 참고인조사도 그것만으로 위법하지는 않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입장이다. 나아가 판례는 증언을 마친 증인을 소환하여 증언을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도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했었다(92도1555). 그러나 2000년 판례를 변경하여 이러한 조서는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의 소송구조에 어긋나고 피고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더라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였고(99도1108), 그 후 이 입장은 확고하다(2012도534, 2013도13665). 대상판결은 이 법리를 증언번복이 아닌 경우에까지 확장한 것이다. 사안은 항소심에서 증인신청 예정인 사람을 미리 불러 작성한 진술조서에 관한 것이다. 대상판결이 미치는 범위에 관하여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 우선 증거동의를 한 경우에는 증거능력이 있다는 점, 항소심의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공소제기 후이면 1심에서도 같다는 점, 진술조서와 같은 취지로 한 증언이 증거능력은 있지만 진술의 신빙성을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은 대상판결이 비교적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그런데 증인신문할 예정임을 알려주고 조사한 경우, 증인신청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한 경우,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아닌 경우, 참고인이 수사기관에 임의 출석한 경우 등에도 증거능력이 없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대상판결의 주요논거인 당사자대등주의를 강조한다면 이러한 모든 경우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다. 나아가 다수의 학설과 달리 기소 후 피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현재 판례의 정당성도 흔들리게 된다.


3. 정황증거를 통한 전문증거(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2738 전원합의체 판결)
가. 판결의 요지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서류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에 그 서류는 전문증거에 해당한다. 

 
나. 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에서는 대통령(P) 수석비서관(A)의 업무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전문증거인가가 문제되었다. 일반론으로 진술의 진실성이 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이지만 진술의 존재 자체 또는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가 아니다(2012도2937, 2012도16001). 대상판결은 그 중 후자에 관하여 정황증거라는 통로를 통하여 결국 진술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전문증거라는 보완된 법리를 제시한 것이다. 업무수첩에는 P가 L과 대화한 내용을 불러준 내용(대화내용)과 P가 A에게 지시한 내용(지시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1심은 P가 불러주는 대로 A가 가감 없이 기재하였다는 점을 들어 업무수첩이 그 내용을 인정할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로서 본래증거라고 하였다. 2심은 이는 결국 업무수첩의 내용의 진실성에 대한 증거로 사용하는 것으로서 전문증거라고 하였다. 대상판결은 대화내용에 대한 증거로는 위 요지와 같은 논리로 전문증거이지만 지시내용에 대한 증거로는 본래증거라고 하였다. 두 부분 모두 결국 P가 A에 한 진술의 내용이다. 대화내용은 그런 대화를 했다고 하는 P의 진술이 진실한 전제에서 의미가 있고 지시내용은 그런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어쨌든 정황증거라는 우회로로 전문법칙을 회피하지 말라는 메시지에서 대상판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4. 기타
공범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의 형식 포함)는 내용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없다는 법리가 재확인되었다(2019도11552).


IV. 재판법
1. 상고이유의 제한{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6593-1(분리) 전원합의체 판결}
가. 판결의 요지

항소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한 사항 이외의 사유는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나. 판결의 의미
위 법리는 기존의 판례에 의하여 이미 확립된 상고이유 제한 법리이다. 대상판결에서는 피고인들은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으로만 항소하였고 검사는 양형부당으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이 형을 높인 경우, 피고인들이 법령위반 등의 사유로 상고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었다. 대상판결은 상고심이 사후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위 경우에도 상고할 수 없다고 하여 종래의 법리를 더욱 확고하게 확인하였다. 이 법리에는 위와 같은 경우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아니었던 사유라도 적법한 상고이유가 된다는 4인의 반대의견(주문은 같아 별개의견)이 있다. 이 의견은 상고이유 제한 법리 자체는 유지하면서도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항소심에서 판단하지 않은 사유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다는 것으로서 상고심이 사후심이라는 것은 항소심판결이 상고심의 심판대상이 된다는 의미일 뿐 항소심에서 판단한 사유만 상고이유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하면서 다수의견은 주문을 주된 관심사로 하여 상소 여부를 결정하는 통상의 피고인에게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위 반대의견 중에는 법령위반 등 항소이유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였던 경우라도 1심 판결보다 불리한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다른 사유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있다는 1인의 보충의견이 있다. 나아가 상고이유 제한 법리 자체가 법적인 근거가 없고 타당하지도 않다는 1인의 반대의견(주문은 같아 별개의견)이 있다. 대상판결은 피고인의 상고권을 확대하기 위한 판례변경의 시도가 미수에 그친 형국이다.


2. 여순사건 재심(대법원 2019. 3. 21.자 2015모2229 전원합의체 결정)
가. 결정의 요지

재심대상판결의 판결서가 작성되지 않았거나 작성된 다음 멸실되어 존재하지 않더라도 판결이 선고되었다면 판결은 성립하여 존재한다고 보아야 하며, 그것이 유죄 확정판결이라면 재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 결정의 의미
여순사건으로 사형판결이 확정되어 집행된 피고인들의 유족들이 당시 관여 사법경찰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였는데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유죄판결을 얻을 수 없다고 하면서 재심을 청구한 사건이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재심대상판결의 판결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자료에 의하여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되어 집행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판결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판결서가 없더라도 판결의 성립이 있다면 재심을 허용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대상판결에 이견은 없었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직무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재심이유)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하거나 이를 대신할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증명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하는 2인의 반대의견과 당해사안에서 재심대상 판결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고 설령 인정되더라도 판결의 내용(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재심은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는 2인의 반대의견이 있다. 대상판결은 법리에서는 큰 이견이 없었으나 재심의 엄격성과 역사에 대한 시각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재심심판의 범위(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8도20698 전원합의체 판결)
가. 판결의 요지

재심심판절차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심대상사건과 별개의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을 하거나 일반절차로 진행 중인 별개의 형사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할 수 없다.


나. 판결의 의미
사안을 단순화하면 피고인은 상습절도(절도①, 절도②, 절도③)와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여)을 저지른 사람이었는데, 절도②와 절도③이 대상판결의 범죄사실이었다. 이들 사건은 판결확정(여)→판결확정(절도①)→범행(절도②)→재심판결확정(절도①)→범행(절도③)→재심판결확정(여) 순으로 사건이 진행되었다. 여기서 절도②가 절도①의 재심판결 기판력을 받는가 및 절도③이 재심판결이 확정된 여전법위반과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인가가 문제되었다. 판결요지의 법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대상판결은 재심절차에는 그 특성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만 일반절차의 규정이 적용된다는 입장에서 재심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재심대상판결이 확정판결로서 유효하게 존재하므로 절도①과 절도②는 상습범이지만 포괄일죄를 이루지 않고 분단되어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상습범이 된다. 따라서 절도①의 재심절차에서 절도②를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을 할 수 없고 양자를 동시에 심리할 가능성도 없으며(판결요지 법리), 절도①에 대한 공소제기의 효력이 절도②에 미치지 않아 절도①의 재심판결 기판력이 절도②에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유죄). 또 같은 이유에서 절도②, 절도③은 여전법위반와 동시에 판결할 수 없었으므로 후단 경합범이 되지 않고 따라서 형평을 고려한 형의 감면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이에는 2인의 반대의견이 있다. 반대의견은 재심절차는 일반절차와 다르지 않으며 공소장변경이나 사건병합이 허용된다고 한다. 따라서 절도① 재심절차에서 공소장변경을 통하여 절도②를 함께 심리할 수 있었고 절도①의 재심판결 기판력은 절도②에 미친다고 한다(면소). 같은 이유에서 재심절차에서 을 병합하여 동시에 판결할 수 있었으므로 후단 경합범으로서 형의 감면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수의견이 재심절차를 원래 범죄에 국한시켜 개별적으로 해결하려는 형식적 입장이라면 반대의견은 보다 융통성 있게 절차를 운용하려는 실질적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대상판결 후 동지의 판결이 이어졌다(2016도756).


4. 기타
재판분야에서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다수의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은 △범죄일시를 다소 달리 인정하는 경우는 공소장변경이 요구되지 않으나 그 간격이 길고 유무죄에 중대한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변경절차를 밟아야 한다(2018도17656). △전문심리위원을 소송절차에 참여시키는 경우 당사자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적시에 통지하여 당사자가 참여할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2018도19051). △피고인이 공시송달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선고된 판결에 대해 검사가 항소하였는데 항소법원이 별건으로 구속된 피고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서와 항소이유서를 송달하였다면 상소권회복청구의 사유가 종지되었으므로 그 때부터 상소제기기간이 진행한다(2018도15109). △즉결심판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서에는 날인 없이 서명만 하여도 적법하며 이 때 경찰서장의 즉결심판청구는 공소제기와 동일한 소송행위이므로 검사가 다시 약식명령을 청구하면 이중기소가 된다(2017모3458).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은 주문을 개별적·형식적으로 고찰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실질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는 법리에서 제1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하면서 취업제한기간을 늘리는 경우는 불이익변경이 아니지만(2019도11609) 동일한 형을 선고하면서 취업제한기간을 늘리는 경우는 불이익변경이다(2019도11540). △집행유예의 형이 선고된 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재심판결이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 그 유예기간의 시기는 재심판결 확정일이다(2018도13382).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제출하는 전화번호는 어느 것이든 연락이 가능한 것을 제출하면 충분하고 반드시 모든 전화번호를 제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2018도2446)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형사피해자를 약식명령 고지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있는 형소법 제452조(2008헌마1015), 수형자의 텔레비전 시청을 제한하는 법령(2017헌마736)에 대한 헌법소원을 기각하였다. 그밖에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들이 있었는데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형이 무거운 조항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다(2019도4608). △항소심 불출석 재판 사유인 피고인 2회 불출석은 연속 불출석을 의미한다(2019도5426). △판결내용 자체가 아니고 구속 등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반된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본질적으로 침해되고 판결의 정당성마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이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그것 자체만으로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2018도19034). △경합범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1개의 형이 선고된 확정판결에서 그 중 일부 범죄사실에 대하여만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 형식적으로는 그 판결 전부에 대하여 재심개시결정을 할 수밖에 없지만 재심사유가 없는 범죄사실에 대하여는 다시 심리하여 유죄인정을 파기할 수 없고 다만 양형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심리할 수 있다(2018도6185). △재심사유의 하나인 '원판결의 증거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하여 변경된 때'에서 '원판결의 증거된 재판'이라 함은 원판결에서 범죄사실의 증거로 인용된 다른 재판을 뜻한다(2018도17909)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V. 맺으며
우리 형사사법제도는 1995년의 영장실질심사제도와 2007년 공판중심주의 형사소송절차 도입으로 적법절차원칙이 확대되면서 대부분 전문가들의 환영을 받았고 국제적으로도 자랑스러웠다. 이러한 노력에는 많은 법리논쟁도 뒷받침되었다. 2019년 검찰개혁은 법리논쟁보다는 정치투쟁의 결과로 이루어진 측면이 강하다. 앞의 두 개혁에 비하여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우리 제도가 가는 곳이 과연 어디인지에 관한 합의가 매끄럽지 못했다. 그 와중에 사법부는 원래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였다고 하나 스러지는 타이타닉호의 인테리어를 멋지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기를 소망한다.

 

 

이상원 교수 (서울대 로스쿨)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