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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선거법의 위헌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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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선거운동의 자유를 규제하는 공직선거법은 복잡하다. 금지하고 처벌하는 대상과 범위가 모호하다. 위법성의 인식을 행위규범으로 삼기 어렵다.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거나 사람을 살해하는 행위는 위법하다는 인식처럼, 선량한 보통사람의 직관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금권과 관권 개입, 허위사실 공표와 같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해하는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방식이 아니다. 할 수 있는 행위가 무엇인지 들여다볼수록, 사건에 휘말리기 싫은 평범한 유권자는 침묵하는 관객이 되고 만다.


Ⅱ. 원칙적 금지 구조의 위헌성

헌법재판소는 일찍이 정치적 표현과 선거운동에 대하여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해야 하고, ‘금지를 원칙으로, 허용을 예외로’ 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헌법재판소 2011. 12. 29. 선고 2007헌마1001 결정 등). 그럼에도 여전히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의 자유에 대한 금지를 원칙으로 삼는 위헌적인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제7장을 보면, 허용되는 경우를 촘촘하게 나열한 뒤에 그 외 행위는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모양새다. 예를 들어, 후보자에 대한 지지와 반대 토론 모임이 가능한 경우를 예외적으로 열거한 뒤, 그 밖에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고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이다.

어떤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명찰, 마스코트, 그 밖의 소품은,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선거사무장 등 한정된 사람들만 옷에 붙이거나 지닐 수 있다. 어깨띠는 길이 240센티미터 너비 20센티미터 이내여야 하고, 명찰이나 소품은 옷에 붙이거나 한 손으로 지닐 수 있는 크기가 되어야 한다. 이처럼 한정된 허용 사항 뒤에는 폭넓은 금지 조항이 이어진다. 즉,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지지 내지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문서 등과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나누거나 게시할 수 없다고 포괄하여 금지한다(법 제93조).

광범위한 금지에 대한 비판이 있을 때마다 예외를 조금씩 넓혀왔다. 가령, 예비후보자 등록을 한 사람이 명함을 직접 주는 행위는 허용하는 식이다. 헌법재판소는, 위 제93조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조항 중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하는 선거운동, 정치 표현의 예외가 확대됐다.

예외의 확대는 선거운동의 자유 증진이라는 취지와 달리 도리어 위축효과를 낳는 태생적인 한계를 보였다. 원칙적 금지 구조를 유지한 채 중첩하여 산발적으로 예외를 추가하다보니 금지와 허용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복잡해졌다. 금지되고 처벌되는 범위를 미리 예측하기가 더 어렵게 된다. 굳이 처벌을 감수하지 않을 평범한 유권자들은 괜히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스스로 자제하며 선거라는 공론장에서 입을 닫고 멈춰 선다.

선거의 자유를 해하는 행위를 명확하게 열거하여 금지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 금권 내지 관건 개입, 매표행위와 같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침해하는 행위, 위법성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행위들을 명확하게 적시해 금지함으로써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유권자가 주권을 행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으면 국가권력의 정당성이 담보되기 어렵다.


Ⅲ. 예외적 기간 허용의 위헌성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시기 역시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인 기간만 허용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대통령선거는 23일, 국회의원선거는 14일과 같이 기간을 특정하고, 벗어나는 경우 선거운동기간위반죄로 처벌한다. 비록 짧은 기간만 허용하지만, 그 시기는 명확해서 모호성 문제는 없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기제한은 행위제한보다 더 불명확하다. 특정시기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제하려면 금지되는 행위, 즉 선거운동이 무엇인지부터 판단해야하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해당여부는 논란이 분분한 쟁점, 사건에서 공방이 치열한 전선이다. 법 제58조 제1항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선거운동이라고 정의하면서 단서에 예외를 두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통상적인 정당활동’과 같은 경우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정한다. 정의조항만 보더라도, 선거운동과 준비행위를, 당선되게 하려는 행위와 단순한 의견개진을 쉽게 구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법원은, 당선 내지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를 판단할 때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히면서 지지를 부탁하는 등의 명시적인 방법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의사표시 당시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선거인의 관점에서 특정 선거에서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를 쉽게 추단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 경우에도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대법원 2016. 8. 26. 선고 2015도11812 전원합의체 판결). 어떤 행위를 한 시기가 선거일에 가까울수록 명시적인 표현 없이도 다른 객관적 사정을 통하여 목적의사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으나, 선거가 실시되기 오래전에 행해져서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행위라면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당해 선거에서 당락을 도모하는 의사가 표시된 것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고도 한다.

이러한 전원합의체 판결은 금지되는 선거운동의 범위를 일응 축소하는 판단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선거운동 목적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하려면,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다거나 선거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특정 선거에서의 당락을 도모하는 행위임을 선거인이 명백히 인식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에 근거하여야 한다고 제한한다. 그럼에도 판단기준의 모호성을 온전히 해소하지는 못한다.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사유무는 행위의 태양, 즉 행위가 행하여지는 시기·장소·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해 판단해야 한다는 추상성의 한계, 선거운동 기한제한에서 비롯되는 근원적인 불합리를 넘어서지 못한다.

비교법적으로도 선거운동 기간제한은 매우 드문 입법례다. 미국과 대부분 유럽 국가들에서는 기간제한 조항을 찾아보기 어렵다. 벨기에가 3개월의 제한을 두고 있는 정도다. 우리 법처럼 짧은 기간으로 제한하는 규제는 단지 일본에서만 발견되는데,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보장할 제도를 모색할 때 일본의 예를 모범으로 삼기는 어렵다. 우리 중앙선거관리위회도 2013년에 이미 선거운동 기간제한 폐지를 권고했다. 자의가 개입할 여지가 많은 기간제한보다 선거비용 통제방안이 훨씬 합리적이다.


Ⅵ. 나오며

헌법불합치결정으로 야간집회가 허용되었을 때 많은 우려가 쏟아졌다. 당시 신문 사설을 보면, 해가 진 후 집회가 열리면 도심 곳곳에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리라는 확신에 또 다른 규제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실을 모르는 책상물림의 결정이 초래할 야간집회의 무질서를 걱정하는 비평에는, 자율은 혼돈, 규제는 안전이라는 의식이 깊게 배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였다. 자유가 무질서로 이어진다는 훈계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야간집회가 풀리면서 생겨난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성숙한 시민의식에 외신의 찬사가 넘쳐났다. 자율에 터 잡은 야간집회는 해외에서도 부러워하는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다.

자유가 불법과 혼돈으로 귀결된다는 구시대 가부장적인 우려는 선거법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복잡한 규제를 그물처럼 얽어 매 원칙적 금지 구조를 지탱한다. 규제에 부합하는 똑같은 옷을 입고 장갑을 낀 사람들만 손을 흔들 수 있는 제도에서, 선거는 도저히 축제가 될 수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자의적인 법집행 가능성이다. 금지하고 처벌하는 행위의 대상과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면, 공권력의 자의적 해석과 집행의 여지가 늘어난다. 법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 수사기관의 자의가 스며들 공간이 넓어진다. 명확한 용어로 금지대상을 분명히 규정함으로써 유권자와 후보들이 처벌대상을 미리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동시에 법 집행자에게 객관적 판단지침을 제시해 차별적이거나 자의적인 법해석을 예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해석과 적용의 재량은 민의를 바꾸는 국면에서도 쉽게 작동한다. 가령 독일에서 당선무효의 요건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만한 특정 유형의 위반으로 한정되는 것과 달리, 우리 제도에서는 조항을 가리지 않고 선거법 위반 100만 원 이상 여부가 기준이 될 뿐이다.
정치적 의사표현은 해로운 행위가 아니다. 원칙적 금지는 옳지 않다. 선거가 유권자들의 축제가 되려면, 예외적 허용 방식의 위헌성이 제거되어야 한다.


박성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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