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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상급심 재판의 기속력에 관한 小考

- 법원조직법 제8조의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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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9도1939 ‘폭행’ 사건의 판시요지

【“폭행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죄를 물을 수 없는 사건에서 피해자는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제1심판결 선고 전까지 철회할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 장홍 :은 2017. 9. 11. 제26기계화보병사단 보통검찰부에 ‘대대장이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합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진술서를 제출하였으나, 제1심판결 선고 전인 2018. 6. 7. 제1심 제2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규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 장홍 :은 제1심판결 선고 전에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였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폭행 부분에 대하여는 군사법원법 제382조 제6호에 따라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 그런대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에서의 처벌희망 의사표시의 철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대법원은 이상과 같이 판시하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다.


2. 파기환송 후 원심의 판단

파기환송 후 원심에서는
【“파기환송 판결의 기속력에 의하여 환송받은 법원으로서는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력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 할 것이므로 폭행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위 판결은 군형법 제60조의6에서 정하고 있는 군사기지, 군사시설, 군용항공기에서 군인 등을 폭행 또는 협박한 경우 형법 제260조 제3항 및 제283조 제3항을 적용하지 아니하는 ‘군인 등에 대한 폭행죄, 협박죄의 특례’를 간과한 것이 너무나도 명백하여, 만일 기속력에 따라 공소기각의 판결을 할 경우 군 검사의 상고에 의한 대법원의 파기환송판결을 다시금 피할 수 없게 되어 무용한 절차만을 반복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므로, 당심에서는 파기환송판결의 기속력에도 불구하고 군형법 조항에 따라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지 아니하고 본안에 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라고 한 연후 본안판단에서 폭행혐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결했다. 그리하여 이 사건은 법원조직법 제8조 위반이라는 이유로 피고인이 또다시 상고하였다.


3. 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9도15117 ‘폭행’ 사건의 판시요지

또다시 상고된 사건에서 상고이유인 ‘환송판결의 기속력 위반 주장’에 대한 판단은 다음과 같다.

【“법원조직법 제8조는 ‘상급법원의 재판에 있어서의 판단은 당해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라고 규정하고,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 후문도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은 하급심을 기속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법률심을 원칙으로 하는 상고심도 형사소송법 제383조 또는 제384조에 의하여 사실인정에 관한 원심판결의 당부에 관하여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조리상 상고심판결의 파기이유가 된 사실상의 판단도 기속력을 가진다. 그러나 상고법원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아 심리하는 과정에서 상고법원의 기속력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에 변동이 생긴 때에는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법률적 판단의 기속력이 미치지 않는다.”

“환송 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폭행 부분의 장소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에 해당하는 곳이고, 피해자가 그 당시 군인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 군형법 제60조의6에 따라 형법 제260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사건 공소사실 중 폭행 부분의 본안판단으로 나아갔다.

결국 환송 후 원심에서 기속력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에 변동이 생겼으므로 환송 후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폭행 부분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환송 후 원심의 판단에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기속력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의 변동인가

환송 후의 원심에서 기속력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에 변동이 생겼는가를 보기로 한다. 또다시 상고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환송 후의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폭행 장소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에 해당하는 곳이고, 피해자가 그 당시 군인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을 기속력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본 것 같으나, 폭행 장소는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부흥로 소재 26사단 영내 혹한기 훈련장 보급중대장 천막에서”인데 이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에 해당하는 곳”이라고 표시했더라도 이는 하나의 특정 장소의 표시를 다르게 표현 한 것일 뿐, 별개의 다른 장소를 표시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기속력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에 변동이 생긴 것이라고 할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원심에서는 환송판결이 “군형법 제60조의6에서 정하고 있는 ‘군인 등에 대한 폭행죄, 협박죄의 특례’를 간과한 것이 너무나도 명백하다”며 파기환송판결의 기속력에도 불구하고 군형법 제60조의6에 따라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지 아니하고 본안에 관하여 판단하였다.


5. 상급심 재판의 기속력
가.
법원조직법 제8조(상급심 재판의 기속력)는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당해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下級審)을 기속(羈束)한다.’는 규정이다.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9도1939 ‘폭행’ 사건에서의 판단은 당해사건에서 마땅히 적용되어야할 군형법 제60조의6인 특례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판단이다. 그 특례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실수이다. 그 과실은 중대한 과실이지만 고의로 그 특례규정의 적용을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하자있는 판단은 상급법원의 판단이라도 당해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형법 제60조 의6인 특례규정을 看過한 판단은 당해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羈束하는 힘(羈束力)이 생기지 않는다고 본다.

나.
그런데 또다시 상고된 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9도15117 ‘폭행’ 사건에서의 판단은 “환송 후 원심에서 기속력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에 변동이 생겼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폭행 부분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환송 후 원심의 판단에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파기환송 판결의 기속력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에 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속력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해 변동이 있다고 억지로 왜곡한 것이라고 본다.

환송판결은 군형법 제60조 의6인 특례규정을 看過한 판단이므로 당해 사건에 관한 기속력이 생기지 않았다고는 하지 않고, “기속력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에 변동이 생겼으므로, 환송 후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폭행 부분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고 하였다. 기발한 발상이라고 할 것이다.

다.
여기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관한 이야기가 연상된다.


※ 토끼와 거북이의 競走 - 법률신문 legalinsight (2018.04.18.)

토끼가 100m 가는 동안에 거북이는 50m 기어간다고 가정한다. 그러한 토끼와 거북이가 400m인 트랙을 일주하는 競走를 한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 거북이의 출발지점을 토끼의 출발지점 보다 100m 앞에 지정하더라도 토끼는 거북이를 쉽게 追越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常識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의 常識과는 다른 견해도 있다. 위의 경우 토끼가 거북이의 출발지점까지 100m 가는 동안에 거북이는 그 앞으로 50m 기어갈 것이고, 그 다음 토끼가 50m 다가오는 동안에 거북이는 그 앞으로 25m 기어갈 것이고, 그 다음 또 토끼가 25m 다가오는 동안에 거북이는 그 앞으로 12.5m 기어갈 것이다. 그리고 보면 토끼는 앞서 기어가는 거북이에 점점 더 근접할 수는 있어도 끝내 거북이를 追越할 수는 없다는 말이 된다.


강해룡 변호사 (서울회)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