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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5. 의료법

'제3자 인공수정'으로 출산한 자녀도 남편의 친생자 추정
'의료법 위반' 사정만으로 병원에 요양급여지급 거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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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민사판례

1. 인과관계 추정과 개연성 담보(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1) 사건개요

의사 A는 B에게 전방경유요천추추간판수술(이하 '전방경유술'이라 한다)을 하였다. 전방경유술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역행성사정(정액이 외부로 배출되지 않고 사정시 정액이 음경의 요도를 경유하여 방광으로 역류하는 현상)이 있는데 척추수술 중 요추체 전면에 있는 상하복교감신경총이 손상되면 역행성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 B는 수술 이후 '사정장애와 역행성사정'이 영구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고 A가 이 사건 수술을 하면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문제된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대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


의료행위로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는 때에도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거나 그 합병증으로 2차적으로 발생될 수 있다면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시술 과정, 합병증의 발생 부위·정도, 당시의 의료수준과 담당 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그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한 후유장해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


(3) 평석
대법원은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피해자의 증명책임을 완화하면서도 최소한도의 개연성의 담보를 요구함으로써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하지는 않고 있다. 대상판결은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대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2. 도시일용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
(1) 사건개요

망 A(4세)는 가족들과 함께 인천시 소재 수영장에 놀러갔다가 깊은 풀(pool)에 빠졌고 안전요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저산소성 뇌손상 및 뇌부종으로 사망하였다. A의 가족들은 위 수영장을 설치·운영하고 있는 B 주식회사와 수영장의 안전관리책임자인 C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쟁점은 A의 가동연한을 몇 세로 인정할 것인가 여부였다. 


(2) 판결요지
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이하‘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에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55세라고 본 기존 견해를 폐기하고 만 60세로 보아야 한다고 선고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위 경험칙의 기초가 되었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하였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


(3) 평석
본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가동연한을 63세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별개의견,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65세·63세 등으로 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별개의견 등도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 평균여명이나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가 대폭 늘어났다는 점, 공무원이나 민간부문에서의 정년도 종전보다 늘어났다는 점, 각종 사회보장법령 및 고령자 관련통계에서 고령자 내지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가동연한을 65세로 연장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본다.


3. '제3자 인공수정'자녀와 친생추정(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1) 사건개요

A와 B는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였다. 남편 A는 결혼 후에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 이에 아내 B는 남편 A의 동의를 얻어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을 통한 인공수정 방법으로 임신한 다음 C를 출산하였다. 이후 남편 A는 아내와의 이혼 과정에서 아내 B와 C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민법 제844조)을 적용하여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부자관계는 민법 규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이고 혈연관계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심사하여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친생추정 규정은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적용되는데,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도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자녀의 복리를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부모에게 자녀와의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된다.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과정과 이를 둘러싼 가족관계의 실제 모습에 비추어 보더라도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에 사회적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정상적으로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 사이에서 인공수정 자녀가 출생하는 경우 남편은 동의의 방법으로 자녀의 임신과 출산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것이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하였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이러한 동의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던 사정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친자관계가 부정된다거나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볼 것도 아니다.


(3) 평석
친생추정 규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이는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출생과 동시에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하여 법적 보호의 공백을 없애고자 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하는 부부의 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도 혼인 중 친생추정규정을 적용함으로써 자녀복리를 충실히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타당한 판결이라고 본다.


II. 형사판례
4. 의료법(1인 1개소)위반 병원의 요양급여비용수령과 사기죄 성부(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9도1839 판결)
(1) 사건개요

치과의사인 A는 의료법위반죄 등으로 입건되어 영업정지의 행정처분을 당할 염려가 발생하자 치과의사인 B와 함께 B의 면허를 빌려 B 명의로 치과의원을 개설하여 운영하기로 하고 매달 일정금액을 B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치과의원을 운영하면서 위 치과의원이 의료법에 위반한 의료기관임에도 마치 B가 실질적으로 위 치과의원을 운영한 것처럼 B명의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총 57회에 걸쳐 합계 2억1646만5770원을 B명의의 계좌로 송금받았다. A와 B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위 공단으로부터 2억1646만5770원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사기) 등으로 기소되었다.


(2) 판결요지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면 설령 그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개설·운영되어 의료법 제4조 제2항(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을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서 제외되지 아니하므로 달리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 내지 요건이 흠결되지 않는 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


(3) 평석
의료법은 의료인들의 자격을 규정하고 의료기관의 설립 절차나 의료인들이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방식 등을 정함을 목적으로 하는데 반해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로서 그 입법목적을 달리하고 있으므로 단지 의료법 위반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기에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의료기관이 실시한 의료급여와의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한 대상판결의 결론을 지지한다.


III. 행정판례
5. 예방접종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대법원 2019. 4. 3. 선고 2017두52764 판결)
(1) 사건개요

A는 보건소에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맞았는데 같은 날 저녁부터 발열증상을 느끼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였고 좌측 안면에 마비증상이 나타났다. A는 위 예방접종을 받기 나흘 전에 양측 귀 이명 및 안면부 벌레 기어 다니는 느낌으로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당시 안면마비 증상은 없었다. 


A는 질병관리본부장인 B에게 예방접종 피해보상를 청구하고 B는 예방접종과 증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예방접종 피해보상 거부처분(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을 하자 A는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의 예방접종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책임은 무과실책임이지만 질병·장애 또는 사망(이하 '장애 등'이라 한다)이 그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예방접종 후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을 근거로 현대의학상 예방접종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는 없다.
특히 피해자가 해당 장애 등과 관련한 다른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다거나 해당 예방접종이 오랜 기간 널리 시행되었음에도 해당 장애 등에 대한 보고 내지 신고 또는 그 인과관계에 관한 조사·연구 등이 없다면 인과관계 여부를 판단할 때 이를 고려할 수 있다.


(3) 평석
제1심 및 제2심 법원은 이 사건 예방접종과 A의 안면마비 증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폐렴구균 백신은 20년 이상 세계적으로 무수히 접종이 시행되었는데 안면마비를 주장한 사례 및 상관성을 분석한 연구를 찾기 어렵다는 점, 안면마비의 위험인자로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이 알려져 있는데 원고는 예방접종 당시 만 75세의 남자로서 그러한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인과관계가 추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는 바 예방접종과 장애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단함에 있어 그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써 의미가 있다.


6. 네트워크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 청구 가부(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두36485 판결)
(1) 사건개요

A는 여러 지역에 병원을 순차 설립하여 운영하는 의료인이다. 그 중 하나인 B병원은 A명의에서 C명의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C명의로 변경된 후에도 실제로는 A가 위 병원을 운영하였고 C는 A에게 고용된 의사일 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C에게‘B병원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위반되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지급을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이에 C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건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였다면 설령 이미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의료인이 위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하였거나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위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이어서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사정만을 가지고 위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인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 지급을 거부하거나 위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하여 요양급여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을 환수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3) 평석
앞서 2019도1839 판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은 그 입법목적을 달리하고 있으므로 단지 의료법 위반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기에 대상판결의 결론이 지극히 타당하다.


7. 혈맥약침술이 비급여 의료행위인 약침술에 포함되는지 여부(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6두34585 판결)
(1) 사건개요

A는 자신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에서 항암혈맥약침 등의 치료를 받은 환자로부터 항암혈맥약침 치료에 관하여 본인부담금을 수령하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혈맥약침술의 치료 원리와 방법은 기존의 약침술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으며 신의료기술평가 신청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항암혈맥약침술 비용을 '과다본인부담금'으로 확인하고 환급을 명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그러자 A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기존에 널리 적용·시행된 의료기술에 대하여는 이미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된 것으로 보아 새로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지만 기존 의료기술에서 벗어나며 아직 그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지 아니한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에 대하여는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그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어야 한다. 

 

혈맥약침술은 기존에 허용된 의료기술인 약침술과 비교할 때 시술의 목적·부위·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 변경의 정도가 경미하지 않으므로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수진자들로부터 비급여 항목으로 혈맥약침술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3) 평석
약침술은 한의학의 핵심 치료기술인 침구요법과 약물요법을 접목하여 적은 양의 약물을 경혈 등에 주입하여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의료기술이므로 침구요법을 전제로 약물요법을 가미한 것인 반면 혈맥약침술은 침술에 의한 효과가 없거나 매우 미미하고 오로지 약물에 의한 효과가 극대화된 시술이라는 점에서 혈맥약침술은 기존의 약침술과는 다른 새로운 의료기술이라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신의료기술평가절차를 거쳐서 본인부담금을 받아야 한다고 본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IV. 헌법재판소 결정
8. 자기낙태죄 및 의사낙태죄 조항에 관한 헌법소원(헌법재판소 2019. 4. 11. 선고 2017헌바127 결정)-헌법불합치-
(1) 사건개요

A는 산부인과 의사면허를 취득한 자인데 67회에 걸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업무상 승낙낙태) 등으로 기소되었다. A는 재판 계속 중 자기낙태죄조항(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의사낙태죄조항(제270조 제1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같은 취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결요지
[재판관 4인의 헌법불합치의견]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임신종결 결정가능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이유로 낙태갈등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없이 전면적·일률적으로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하여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함으로써 법익균형성의 원칙도 위반하였으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다.


다만 각각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되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함이 타당하다.

 

[재판관 3인의 단순위헌의견]
심판대상조항들은 '임신 제1삼분기(first trimester, 대략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무렵까지)'에 이루어지는 안전한 낙태조차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위헌성이 명확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야 한다.

 

(3) 평석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순위헌 결정을 하는 경우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되는 것을 우려하여 각각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늦어도 2020년 12월 31일까지) 계속적용을 명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전에 2012. 8. 23 선고 2010헌바402 결정에서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의 의견으로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고 조산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조산사'에 관한 부분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이나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한 바 있었다.
법규범은 문화의 소산으로서 사회일반인의 법의식에 따라 변화한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에 대하여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국민의 의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이라 하겠다.


9. 응급진료 방해행위 관련조항에 관한 헌법소원(헌법재판소 2019. 6. 28. 선고 2018헌바128 결정)-합헌-
(1) 사건개요

A는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진료 중 간호사들에게 욕설을 하며 소란을 피우고 채혈 중인 간호사에게 팔을 휘두르며 막무가내로 주사기를 제거할 것을 요구하여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A는 상고심 계속 중 응급진료 방해행위를 금지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함과 동시에 청구인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 이에 A는 위 조항‘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폭행·협박·위계·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부분 중 '그 밖의 방법'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결요지
'폭행·협박·위계(僞計)·위력(威力), 그 밖의 방법'으로 응급진료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중 '그 밖의 방법'이 규율하고 있는 대상은 '폭행', '협박', '위계', '위력'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것으로 응급의료종사자에게 유·무형의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에 지장을 주거나 지장을 줄 위험을 발생하게 할 만한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그 밖의 방법'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 평석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는 급박한 상태에 있는 응급환자의 생명 내지 심신에 치명적인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고 응급실에서의 응급진료 방해행위는 다른 응급환자에 대한 생명·신체의 위험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응급 상황에 있는 환자의 신체와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폭행·협박·위계·위력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행위 유형으로 포섭되지 않는 '그 밖의 방법'에 의한 방해 행위까지 규율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한 것은 타당하다.

 

 

김재춘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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