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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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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설

4·15 총선이 코앞이다. 그런데 얼마전 공무원 A씨는 자신의 SNS 계정으로 지인들에게 특정 후보자를 지지해달라는 글을 보내고 선거 관련 게시글에 '좋아요'를 반복해서 클릭하는 일을 계속하다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고발당했다. 군청 기획감사실에서 일하는 B씨는 군정 기획·평가업무를 담당하며 작성한 자료를 특정 후보자 측에 이메일로 보냈다. 이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함으로써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인정돼 B씨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의 공직선거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인 '공무원이 지켜야 할 행위기준'을 발간·배포하였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일반 국민에 비해 공무원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제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 의한 집단행위금지 의무, 동법 제63조에 의한 품위유지의무 그리고 동법 제65조 정치적 중립성 유지의무 등에 의해 그 자유가 제한된다. 공무원은 공익을 실현하는 사명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공무원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과 공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민간에의 부당한 개입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공무원은 사인으로서의 지위도 가지는바 사적 영역에서의 표현의 자유까지 만연히 넓게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지 문제될 수 있다. 



Ⅱ. 관련 외국의 입법례
1. 독일

독일은 연방행정법원 최근 결정(BVerwG 2 C 25. 17 - Urteil vom 17. Nov. 2017)을 통해 공무원의 정치 표현행위와 관련하여 종래 문제가 되어온 직무영역과 직무 이외의 영역인 사적영역의 구별에 의하여, 사적 영역에서의 이념의 표시나 정치적 표현이 문제된 경우에 독일연방행정법원은 행위 주체로서의 가치를 평가하여 충실의무 위반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즉, 정보제공행위에서 공무원이 표시한 정치의사가 적법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음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먼저, 해당 공무원의 표현행위(정보제공행위)는 공무원의 직무관할의 제한을 받는다. 둘째, 이러한 정보제공행가 타인에 대한 기본권의 침해로 평가되지 않아야 한다. 끝으로 한계기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 원칙과 객관적 사실성의 원칙이 적용된다. 물론 사적영역에서의 공무원의 의사와 표현이 제한되는 법리가 과도하게 확장되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즉, 사적영역에서 공무원인 개인의 기본권 행사가 위축되거나 형해화될 우려가 있거나, 직무영역에서 공무원의 필요적인 가치평가가 불합리하게 공격받을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보았다. 종합해 보면 공무원은 정부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갖고, 적절한 선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있다. 단지, 이로 인해서 자신의 직무수행이나 헌법에 대한 충실의무를 제약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허용된다는 한계가 있을 뿐이다. 여기서 이러한 충실의무는 직무행위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외적 행위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국가나 개별 직무수행자들에 대해 행하는 비판은 완전히 허용되고 기본법에 의해 보호된다.

2. 미국

미국은 1939년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포괄적으로 제한한 '햇치법(Hatch Act)'을 제정하였고, 1993년 개정 햇치법은 '선거에 개입할 목적,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자신의 권한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등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을 원칙적으로 보장'하였다. 특히 개정법에서는 공무원의 모든 정치적 문제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할 권리도 인정하였다[제9조(a)항2문 이하]. 또한 불명확성을 보충하기 위한 해석규칙(5 Code of Federal Regulations)을 신설하여 1) 선거인으로 등록하고 투표하는 행위, 2) 정치적 문제와 후보자에 대한 개인 견해를 특정 소수인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표명하는 행위, 3) 정치적 표찰, 스티커, 뱃지. 단추를 제시하거나 부착하는 행위, 4) 정당 기타 정치 조직의 멤버가 되고 법령위반이 아닌 한 그 활동에 참여하는 행위, 5) 정치적 집회, 대회, 자금모집 기타 정치적 집회에 참석하는 행위, 6) 정치적 청원에 개인적으로 서명하는 것, 7) 정당 또는 정치적 조직에 대하여 기부하는 것, 8) 헌법개정, 레퍼랜덤, 조례의 지지 기타 유사문제와 관련하여 정당과 명확한 결부가 없는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 9) 기타 공무원으로서 능률, 청렴 또는 소속기관의 중립성, 능률성을 실질적으로 해하지 않은 한도에서 공적 관심사에 참여하는 행위 등은 모두 허용되었다. 결국 미국은 공무원의 사인으로서 정치활동 즉, 정치적 의사표현은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단지 선거 등에 영향을 미칠 목적을 가진 직무상의 영향력 행사(use their official authority or influence to affect the outcome of an election)만이 금지된다. 특히 동법은 직무와 관련된 요건(on duty)에 해당하는 정치활동을 금지하여 시간, 장소, 방법 등에 구체적인 제한을 명확히 두고 있다.

3. 프랑스

프랑스는 공무원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법 제25조, 제26조, 제27조(1983년 7월 13일, 법률 제83-634호)에 공무원의 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① 성실한 업무수행 의무, ② 복종 의무, ③ 겸직 및 영리업무 금지 의무, ④ 비밀엄수 의무, ⑤ 품위유지 의무, ⑥ 신중 의무, ⑦ 행정정보공개 의무 등 7가지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품위유지의무를 '공무원은 직무수행의 내외를 불구하고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특히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있어서는 엄격한 중립의무가 요구되며 직무영역 이외의 경우라도 공무원은 국가 등에 한 비난에서 위 품위유지의무에 따라 최소한도의 존중(un minimum de loyalisme)을 지키는 선에서 표현을 할 것이 요구되고, 직종에 따라 준수의 정도가 차이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즉, 공무원의 (국가에 대한) 비난 표현 그 자체가 지나치지 않더라도 공직사회를 벗어나 행해지고 널리 유포된 경우에도 사실상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본다.


Ⅲ. 결론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계없이 시민적 지위에서 행한 정치적 표현행위까지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어, 발전된 민주주의국가의 인권보장 수준 및 선진적인 정치제도와 사회·문화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의 가장 핵심적인 기본권인 것인 동시에 민주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본질적 기본권이며, 지금은 공무원의 의식 수준 및 정치 환경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숙된 만큼 우리나라도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에 관하여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체적인 입법안으로는 첫째,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직접 직무를 수행하는 시간과 장소 및 내용에 영향이 없는 경우 정치적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란 신분상의 제한이 아닌 직무에 따른 의무로 보기 때문이다. 둘째, 공무원의 의사 표현이, 개인적 표현 또는 집단적 표현인지, 언어적 표현 또는 상징적 표현인지, 정부정책을 찬성하는 표현인지 또는 반대하는 표현인지, 정당활동과 관련된 표현인지, 선거운동에 관련된 표현인지 등을 나누어서 정부정책과 관련된 개인적 표현 등은 원칙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치활동과 관련된 공무원의 기본권 행사의 경우에도, 선거출마, 선거운동, 정당의 설립·가입, 당비·후원금 납부,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다음 공무원의 정당에 대한 단순 참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보다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하려면 휴직이나 사직 등을 전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판례의 태도도 보다 전향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공무원법 위반여부를 검토할 때 종래 법원은 집단행위의 여부, 공익에 반하는 목적의 여부(정치적 중립성 침해 여부), 직무전념의무 해태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 왔는바, 정치적 중립성 침해 여부를 보다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즉, ① 당해 공무원의 특정 표현행위가 업무의 일환이 아닌 시민 개인의 지위에서 표현행위가 이루어져야 하고, ② 또한 그 표현이 내용이나 형식, 맥락에 비추어 단순히 개인적 이슈나 사안이 아닌 넓은 의미에서의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지 우선 검토하고, ③ 다음 단계로, 그 내용에 공적 관심사가 포함된 경우에는 국가가 그 표현행위를 금지해야 하는 이익과 공무원이 표현행위를 하고 그것을 일반인이 들어야 하는 이익을 형량한 후 이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는 널리 보호되며, 표현행위를 금지하여야 할 공익이 더 크다면 그때 비로소 제한이 정당화되는 구조를 도입함이 상당하다.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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