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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9. 형법(각칙)

의료인이 타인 명의로 병원 개설 후 요양급여 청구는 사기죄 성립 안돼
기망행위로 국가·공공적 법익 침해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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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험사기의 기수시기(대법원 2019. 4. 3. 선고 2014도2754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은, 갑에게 이미 1997년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병한 상태임을 숨기고, 1999년 12월 3일 을 생명보험 주식회사와 피고인을 보험계약자로, 갑을 피보험자로 하는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다음,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을 회사로부터 일방적 해약이나 보험금 지급거절을 당할 수 없는 이른바 면책기간 2년을 도과한 이후, 2002년 12월 6일부터 2012년 1월 6일까지 사이에 갑의 보험사고 발생을 이유로 을 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4회에 걸쳐 보험금 1억1805만원을 수령하였다. 2003년 4월 을 생명보험 주식회사는 피고인들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게 되었고, 2003년 5월 9일에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고 기왕 지급된 보험금의 환수조치를 취하지도 아니하였으며, 형사조치(고소)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2) 사건의 경과
1심은 피고인에게 보험사기죄의 실체적 경합범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면소 판결을 선고하였는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최초 보험료가 납입된 1999년 12월이나 을 생명보험 주식회사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더 이상 해지할 수 없게 된 2001년 12월, 또는 늦어도 법정추인이 인정되는 2003년 5월 9일에는 피고인들이 사기죄에서 정하는 재산상의 이익으로서의 보험계약자 내지 피보험자로서의 권리를 취득함으로써 이 사건 사기 범행의 결과가 발생하여 기수에 이르렀다"라는 이유에서 이 사건 공소제기 당시에는 10년의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았다.


(3) 대법원 판결요지(파기환송)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그 보험금은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여야만 지급되는 것이다.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더 나아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또는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같이 그 행위가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위와 같은 고의의 기망행위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위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다.

(4) 판례평석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기망행위가 인정된다고 보아, 사법상의 고지의무 위반만으로 바로 기망행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판례(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6910 판결,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도1405 판결)이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기망행위가 인정된다고 할 때, 언제 기수에 이르는지가 문제된다. 위와 같이 '보험사고의 우연성'이라는 보험의 본질을 해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사고가 발생되었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았을 때에 기수에 이른다고 본 것이 대상판결이다. 이에 대하여 2심 판결은 그와 같이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가 아니라, 재산상의 이익으로서의 보험계약자 내지 피보험자로서의 권리를 취득한 시점, 즉 보험계약에 의하여 보험회사에서 보험금 지급이 불가피하게 된 시점을 기수시기라고 보았다. 즉 대법원은 이 사건 사기행위를 재물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2심 판결은 재산상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본 것이다. 어느 것이 실체에 더 부합할까? 소송사기의 경우에도 견해에 따라서는 그로 인하여 실제로 재물을 취득하여야 기수에 이른다고 보는 입장도 있으나, 통상적으로는 판결의 확정에 의하여 기수에 이른다고 보는 것이 판례이다(대법원 2006. 4. 7. 선고 2005도9858 전원합의체 판결). 이는 소송사기는 '판결에 의하여 부여되는 권능 내지 지위'라는 재산상 이익을 얻는 것이 행위자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보험계약 체결도 마찬가지로 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그러나 고지의무 위반이 사기에 해당하는 경우 통상 보험계약에서 취소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민법 일반원칙에 따라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기 때문에(대법원 2017. 4. 7. 선고 2014다234827 판결), 보험계약자인 행위자가 그러한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기도 어렵다. 물론 소송사기의 경우에도 확정된 판결에 대하여 재심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산상 이익이 확정적으로 부여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반론이 가능하지만, 소송사기의 경우에는 재심사유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나 재심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 보험금을 지급받는 때에 기수에 이른다고 보더라도, 대상판결의 경우 보험회사가 피고인의 기망행위를 인지하고서도 보험금을 지급하였기 때문에, 과연 기수에 이른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교부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미수이다. 그렇다면 미수행위는 행위시인 보험금 청구시로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아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2002년 12월 6일부터 2012년 1월 6일까지 사이에 14회에 걸쳐 보험금 청구가 이루어진 행위를 포괄일죄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실체적 경합범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이다. 10년가량에 걸쳐 14회 청구를 하였기 때문에,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 방법 역시 동일하다고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모두 고혈압과 당뇨병을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한 것이라서 포괄일죄로 인정하여야 하는지 문제될 수 있다(포괄일죄 개념을 인정할 것인지는 별론으로 한다). 파기환송후 2심은 모든 행위를 기수로 인정하고 전체를 포괄일죄로 보아 최후 보험금을 지급받은 2012년 1월 6일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되고 이 사건 공소제기는 2013년 이루어졌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 항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의 상고에 대하여 대법원은 상고기각하였다(대법원 2019. 10. 22. 선고 2019도12303 판결). 그러나 죄수평가를 잘못한 결과 처단형의 범위에 차이가 생긴 경우에는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것이 판례이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6288 판결). 1심이 실체적 경합범으로 인정한 것을 포괄일죄로 파악한 파기환송후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지 아니하고 항소기각하였고, 대법원은 상고기각하였다. 파기환송후 2심 및 대법원 판결은 미수의 문제 및 죄수평가에 관하여 오류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2. 타인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의 요양급여 청구와 사기죄의 성립 여부(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9도1839 판결)
(1) 사실관계

자신의 이름으로 치과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피고인(치과의사)은 다른 치과의사 A의 명의를 빌려 치과를 개원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위 치과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요양급여(의료행위)를 실시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았다. 검사는 위 치과는 타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된 것으로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고,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는데, 피고인은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였으므로 이는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제기하였다.


(2) 사건의 경과
1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①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한편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고, 의료법은 의료인들의 자격을 규정하고 의료기관의 설립 절차나 의료인들이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방식 등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위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은 그 입법목적을 달리하고 있으므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이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기준의 어떤 내용을 위반하였는지를 살피지 않은 채 단지 의료법 위반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③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등으로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사는 다른 의사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운영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의료법 제4조 제2항에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의료기관 개설·운영에 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의료인이 고령이거나 신용상태가 나쁜 의료인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의료법 위반행위를 저지르는 등 의료법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방지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적인 이유 때문이다. ④ 의료법은 제33조 제2항 위반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4조 제2항 위반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의 경우만 개설허가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명령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4호의2), 제4조 제2항 위반에 대해서는 개설허가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명령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⑤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는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한 요양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57조 제2항 제1호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의료인의 면허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대여받아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개설자에게 연대하여 그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운영한 경우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명문 규정들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⑥ 따라서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은 정책적 입법에 위배된 것에 불과하므로, 그곳에서 이루어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에 관한 법률관계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2심은 1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아 항소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상고기각)
1심의 판결 내용을 대체로 받아들였다. 


(4) 판례평석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의료행위)가 실시되고, 이에 대한 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것이 사기죄의 기망행위가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몇 개의 판례가 있다. 먼저 비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설사 의료인이 요양급여를 실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것은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4도13649 판결). 다음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되어 개설된 것이라는 사정은 해당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회사의 실손의료비 지급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라고 보아야 하고, 설령 해당 의료기관이 보험회사 등에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채 보험수익자에게 진료사실증명 등을 발급해 주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7도17699 판결). 실질적으로 위 두 개의 선례는 다소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다. 왜냐하면 보험회사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마찬가지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한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에 대하여는 이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의 본질은 의료질서의 실체 왜곡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그러한 왜곡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왜곡행위(가령 요양급여비용을 부풀려 청구하는 행위 등)는 국가가 입증하여야 한다. 대상판결도 같은 취지에서 이해될 수 있다. 고령·질병 등의 이유로 실질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없어 중단한 의료인이라면, 비의료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 부모(비의료인)가 아들(의사)에게 병원을 차려주고, 아들이 병원 운영 수입의 일정 부분을 부모에게 지급하기로 하였다고 하자. 그 아들의 요양급여비용 청구를 기망행위로 보아야 할까? 실제 의료행위를 행한 사람이 의료인이고, 그 의료행위 즉 요양급여가 적절하게 실시된 것이라면, 그 요양급여비용 청구행위는 기망행위로 평가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3. 뇌물수수죄와 제3자뇌물수수죄의 구별(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2738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공무원 갑이 뇌물공여자에게 A에 대한 승마 지원에 관한 뇌물을 요구하고, 비공무원 을은 승마 지원을 통한 뇌물수수 범행에 이르는 핵심 경과를 조종하거나 저지·촉진하는 등으로 공무원 갑과 자신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정도에 이르렀다. A에 대한 승마 지원과 관련된 뇌물이 비공무원 을에게 모두 귀속되었다. 검사는 공무원 갑과 비공무원 을을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였다.

(2) 사건의 경과
1심과 2심은, 피고인들이 용역대금을 송금하기 전에 공무원의 승마 지원 요구가 비공무원의 딸 A에 대한 승마 지원이라는 점과 용역대금이 뇌물이라는 점을 알았으므로 뇌물수수에 관한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뇌물수수죄 공동정범 관계를 인식하였기 때문에, 공무원과 비공무원 사이에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다수의견] 

공무원이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공무원과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의 성질상 공무원 자신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은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제3자가 될 수 없고,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경우에는 공무원과 함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제3자뇌물수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의 논리 중 공무원과 비공무원 사이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성립에 관한 일반론 부분에 대하여는 동의하지만,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전적으로 귀속시키기로 모의하거나 뇌물의 성질상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인데도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경우까지도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법관 조희대·안철상·이동원의 반대의견]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으면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미리 모의하거나 뇌물의 성질에 비추어 비공무원이 전적으로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 공무원이 증뢰자로 하여금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였다면 형법 제130조의 제3자뇌물수수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될 뿐이며,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4) 판례평석
형법 제129조 제1항의 자기뇌물수수죄(제3자뇌물제공죄와 대비하여, 편의상 '자기뇌물수수죄'라 함)와 형법 제130조의 제3자뇌물수수죄(형법전 표제상으로는 제3자뇌물제공죄임)의 구별에 관하여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형법 제130조의 제3자뇌물제공죄가 아니라, 형법 제129조 제1항의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8077 판결). 즉 사회통념상 제3자가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령 부부관계, 가족관계 등)에 있을 경우에는 뇌물을 받은 주체가 공무원이 아니라 제3자라고 하더라도 제3자뇌물수수죄가 아니라 자기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러한 관계에 있지 않지만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수수 관련하여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경우는 어떠한가? 대상판결 다수의견은, 이러한 경우 비공무원에게 뇌물이 모두 귀속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범죄성립 이후의 단순한 뇌물의 분배에 불과하다고 보아 자기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이에 반하여 반대의견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애초부터 비공무원에게 뇌물이 귀속되도록 하였다면, 그러한 사안에서는 제3자뇌물제공죄의 성립 여부만이 문제될 뿐, 자기뇌물수수죄의 성립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형법 제129조 제1항의 자기뇌물수수죄로 의율되는가, 형법 제130조의 제3자뇌물제공죄로 의율되는가는 피고인에게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구성요건에 있어 '부정한 청탁'의 존부 때문이다. 대법원은 "제3자뇌물제공죄의 경우 '부정한 청탁'을 범죄성립의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고 이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하려는 데 취지가 있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청탁의 부정성을 규정짓는 대가관계에 관한 양해가 없었다면 단지 나중에 제3자에 대한 금품제공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어떠한 직무가 소급하여 부정한 청탁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될 수는 없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2313 판결)"고 하여 제3자뇌물제공죄로 의율될 경우 막연한 대가관계의 존재를 바라고 뇌물을 제공하는 행위는 제3자뇌물제공죄로 처벌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가족관계 등 공무원과 동일시할 수 있는 관계에 있지도 아니한 사람에게 이익이 전부 귀속되는 상황이라면, 이는 원칙적으로 제3자뇌물제공죄로 의율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4. 행정법규 위반과 사기죄의 성립 여부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
(1) 사실관계

문화재수리업을 하기 위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요건(문화재수리기술자 4명 보유 등)을 구비하고 있어야 하는데(문화재수리에 관한 법률 제14조), 피고인은 그러한 요건을 구비하고 있지 않으면서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건설(문화재수리기술자 한○○ 1명 보유)이 그러한 요건을 구비하도록 하기 위하여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 등을 빌려 부정한 방법으로 문화재수리업 등록을 한 다음,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문화재수리에 관한 공사를 낙찰받았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이 문화재수리업을 하기 위한 자격이 없음에도 지방자치단체를 기망하여 낙찰을 받아 공사를 진행한 후 공사대금을 편취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을 사기죄로 공소제기하였다.


(2) 사건의 경과

1심은 유죄를 선고하였다. 2심은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그 이유는 "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 당사자 사이에 특약이 있거나 일의 성질상 수급인 자신이 하지 않으면 채무의 본지에 따른 이행이 될 수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수급인 자신이 직접 일을 완성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행보조자 또는 이행대행자를 사용하더라도 공사도급계약에서 정한 대로 공사를 이행하는 한 계약을 불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중략) 이 사건 문화재수리공사의 경우, 비록 하도급 제한을 규정한 문화재수리등에관한법률 위반에는 해당되어 그에 대한 형사책임이 따를 수는 있지만, ○○건설이 직접 문화재수리공사를 시행하지 않으면 채무의 본지에 따른 이행이 될 수 없다는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문화재수리업계의 오래된 고질적인 관행에 좇은 명의대여나 현장전도금의 지급, 사실상 하도급 등의 행위를 문화재수리등에관한법률위반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건설이 한○○을 통하여 이 사건 공사약정에서 정한 내용과 기한에 맞추어 그 공사를 제대로 이행하는 한, 이를 공사계약을 불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상고기각)

대법원은 "사기죄의 보호법익은 재산권이므로, 기망행위에 의하여 국가적 또는 공공적 법익이 침해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공사도급계약 당시 관련 영업 또는 업무를 규제하는 행정법규나 입찰 참가자격, 계약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러한 사정만으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그 위반으로 말미암아 계약 내용대로 이행되더라도 공사의 완성이 불가능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그 위법이 공사의 내용에 본질적인 것인지 여부를 심리·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2심 판결의 내용을 타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다.


(4) 판례평석

행정법규를 위반한 것 자체로 기망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본질적으로 사기죄는 타인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행위인데, 그러한 침해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사기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상판결도 앞서 살펴본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9도1839 판결과 기본적으로 같은 사고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식 교수 (서울대 로스쿨)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