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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8. 형법(총칙)

항거불능 상태 이용 간음하려다 미수… 준강간죄 불능미수 성립
사후적 경합범도 형기의 2분의 1미만으로는 감경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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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관한 사례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1) 사건의 경과

피고인(군인)은 "2017년 4월 17일 22:30경 자신의 집에서 피고인의 처,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다음 날 01:00경 피고인의 처가 먼저 잠이 들고 02:00경 피해자도 안방으로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들어간 뒤, 누워 있는 피해자의 옆에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다가, 몸을 비틀고 소리를 내어 상황을 벗어나려는 피해자의 입을 막고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1회 간음하여 강간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제1심 군사법원은 예비적 죄명으로 준강간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피고인은 위 일시, 장소에서 술에 취하여 누워 있는 피해자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1회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였다. 제1심은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주위적 공소사실인 강간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준강간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만 항소하였다. 2심은 예비적 죄명으로 준강간미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피고인은 위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가 실제로는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술에 취하지 아니하여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강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여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오인하여 누워 있는 피해자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1회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하려 하다가 미수에 그쳤다"와 같은 내용을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였다. 2심은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준강간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준강간의 불능미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상고기각)
[다수의견]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 


[대법관 권순일·안철상·김상환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구성요건해당성 또는 구성요건의 충족의 문제와 형법 제27조에서 말하는 결과 발생의 불가능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

 

(3) 판례평석
강간죄를 준강간죄로 공소장 변경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서, 실체관계상 과연 준강간행위 자체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나, 그러한 사실적인 문제는 논외로 한다. 법리적으로 대상판결은 2가지 관점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먼저 총론적으로 불능미수의 성립 가능성에서, 다음으로 각론적으로 준강간죄의 보호법익이 무엇인가에서이다. 

 

먼저 불능미수에 있어 행위의 위험성은 규범적으로, 결과(기수)의 불발생은 사실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즉 행위 자체는 규범적으로 위험하다고 평가되어야 하는 반면, 결과의 발생은 사실상 불가능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의 경우 결과의 발생(준강간의 기수)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다. 상대방이 간음행위 도중 의식을 잃어 항거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고 그러한 경우 준강간의 기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결과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없다. 

 

다음으로 준강간죄의 보호법익 관점에서 접근해 본다. 보호법익은 구성요건요소의 제한원리로 작용하기 때문에 보호법익의 침해가 없다면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준강간죄와 함께 대표적인 성범죄인 강간죄에 관하여 먼저 살펴보자. 

 

강간죄는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처벌되는 범죄가 아니다. 강간죄가 가벌적인 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 즉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뿐만 아니라 그에 더하여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행위자의 폭행·협박이 존재하여야 한다. 즉 입법자는 상대방의 현실적 내지 잠재적 저항행위를 염두에 두었다고 보인다. 상대방이 자신과의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고 하더라도, 폭행·협박 없이 성관계를 한다면 그러한 행위는 가벌적인 행위가 될 수 없다. 물론 간음행위 자체를 유형력의 행사, 즉 폭행으로 포섭하려는 견해도 있으나 찬성하기 어렵다(아래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6도16948, 2016전도156 판결 참조). 즉 성적 자기결정권뿐만 아니라 폭행·협박에 의한 간음행위에 대항하려는 의사결정의 자유 및 신체의 건재, 온전성도 그 보호법익으로 보아야 한다. 그것이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형법상의 폭행·협박에 이를 수 없는 유형력 내지 해악이 고지되었는데, 상대방이 자신의 의사에는 반하지만 귀찮아서 성관계에 응하였다고 가정하자. 이와 같이 보호법익 침해가 없어 결과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 행위자가 자신은 폭행·협박을 하였다고 생각하지만, 그 행위가 불능미수에 이를 정도의 위험성이 있다고 평가되지 않는다면, 강간죄의 불능미수는 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준강간죄는 어떠한가? 준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준강간죄는 강간죄와 달리, 단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하면, 그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준강간죄 내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는가? 준강간죄의 보호법익 역시,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만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자신의 법익이 침해당하는 상황에 대항할 수 있는 권리의 침해 내지 박탈 또한 보호법익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라서 자신의 법익이 침해당하는 상황에 대항할 수 있는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음에도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간음행위를 하는 행위자에 대한 처벌이다. 

 

따라서 만약 상대방이 그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황, 즉 대항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준강간죄의 보호법익 침해는 없다고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대상판결 사안은 범죄가 성립할 수 없는 경우라고 보는 반대의견이 타당하다. 다만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범죄의 성립 가능성을 검토해 본다. 대법원은 강간죄에 있어서는 간음행위 외에 폭행, 협박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고 보아 간음행위 자체를 폭행으로 인정하지는 않는 듯하나(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6도16948, 2016전도156 판결), 기습추행에 있어서는 추행행위 자체를 폭행으로 보는바(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판결. 기습유사강간행위도 성립될 수 있다는 2심 판단을 상고기각한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도14099 판결도 있다), 간음행위 자체도 추행의 개념에 포섭된다고 본다면, 상대방이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갑작스레 이루어지는 간음행위 역시 기습 강제추행 내지 준강제추행에 해당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기습추행에 있어서는, 상대방이 그 추행행위에 대항할 수 있는 시간적 간격이 없다는 점에서, 대항할 수 있는 권리의 박탈을 전제하는 준강제추행은 성립될 여지가 별로 없고, 대부분 강제추행으로 의율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습추행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가 타당한 것인지는 별론으로 한다. 또한 대상판결에서는 상대방이 대항할 수 있는 시간적 간격이 있으므로 대항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도 기습추행 사안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2.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의 형의 감경 범위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7도14609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6년 12월 9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2017년 2월 10일 확정되었다. 그 범죄내용은 피고인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1항 제3호, 제3조 제5호, 제2조 제3호 가목 위반행위(에이비 크미나카 매매)를 하였다는 것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법률 제58조 제1항 제3호의 법정형은 무기징역형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피고인은 2017년 2월 9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1항 제3호, 제3조 제5호, 제2조 제3호 가목 위반행위(에이비 크미나카 매매)로 기소되었다. 기소된 범죄행위(2015년 10~11월경 행위)는 위 확정판결 범죄사실(2015년 3월경 행위)과 함께 재판받을 수 있었던 행위로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에 해당되었다.


(2) 사건의 경과
1심은 유기징역형을 선택한 후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법률상 감경을 하고(형법 제39조 제1항, 제55조 제1항. 따라서 하한 2년 6월 이상), 다시 작량감경을 하여(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따라서 하한 1년 3월 이상)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다.


2심은 "형법 제37조 후단의 금고 이상의 형(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경우를 제외한다)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범한 죄가 법정형의 하한이 정해져 있는 범죄이고, 그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이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인 경우,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함에 있어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고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에게 6월을 선고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파기환송)
[다수의견]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이하 '후단 경합범'이라 한다)에 대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에 의하여 형을 감경할 때에도 법률상 감경에 관한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어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 미만으로는 감경할 수 없다. 


[대법관 김재형·안철상·김선수의 반대의견] 

후단 경합범을 감경할 때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법률상 감경한 형의 하한인 '그 형기의 2분의 1'보다 낮은 형으로도 감경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감경'과 '면제'가 함께 규정된 경우에 '감경 또는 면제'는 분절적인 의미가 아니라 일체로서의 단일한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감경 또는 면제'에 의한 처단형의 범위는 그 하한은 '영(0)'이 되고, 그 상한은 장기나 다액의 2분의 1로 되며, 달리 그 중간에 공백의 여지는 없다.

 

(4) 판례평석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법률상 감경과 작량감경을 거쳐 법정형 하한의 4분의 1 이상을 선고하거나 아니면 형 면제를 선고하여야 하고, 그 사이의 영역은 선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6도6627 판결). 이러한 해석이 타당할까? 확정판결 범죄사실과 그 이후 기소된 범죄사실이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구체적인 사안을 두고 검토해 본다. 

 

먼저 확정판결 범죄사실이 법정형 하한이 없는 범죄(가령 상한 1년 이하의 징역형인 범죄)로, 징역 1월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 후 기소된 범죄행위는 대상판결과 같이 징역 5년 이상이 법정형 하한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기소된 범죄행위에 대하여 형 면제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제37조 후단을 전제한 제39조 제1항은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이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하여야 한다. 그런데 만약 함께 기소되었더라면, 법률상 감경사유가 1개만 있다고 할 경우, 적어도 1년 3월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되었어야 할 피고인이(1회의 법률상 감경 및 작량감경),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의 면제의 판결을 선고한다면 이는 형평에 맞다고 볼 수 없을 것인바, 징역 1월만 집행될 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반대의 경우(확정판결 범죄사실이 하한 5년 이상의 징역형이고 기소된 범죄행위가 상한 1년 이하의 징역형인데, 2년 6월이 선고되어 확정된 경우)라면 형의 면제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확정판결 범죄사실과 기소된 범죄행위가 함께 재판받아 두 범죄행위가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리될 경우 처단형의 상한과 하한에서 확정판결 범죄사실에 대한 선고형을 차감하여 기소된 범죄행위에 대한 처단형의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재량적으로 선고형을 정하면 될 것이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도9109 판결 참조). 가령 상한 1년 이하의 징역형인 범죄행위를 3개 저지른 피고인이 2개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나머지 1개의 범죄행위는 확정판결 범죄사실과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고, 이 경우 기소된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상한이 징역 0월(하한은 음수)이 된다. 즉 형을 면제하여야 한다. 2개의 범죄행위나 3개의 범죄행위나 경합범 가중을 하면 상한의 2분의 1을 가중하므로(제38조 제1항 제2호) 징역 1년 6월이 상한이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징역형 2년 이상 5년 이하인 범죄행위(가령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를 3개 저지른 피고인이 2개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7년 2월을 선고받았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나머지 1개의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처단형이 상한 4월(하한은 음수)이 된다. 경합범 가중을 하면 7년 6월이 상한이 되는데 이미 7년 2월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4월 이상을 선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에 의하면, 법률상 감경사유가 1개 있을 경우 4월을 선고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하한 2년을 법률상 감경 및 작량감경하면 6월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데, 4월은 그 이하이므로 형을 면제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타당하지 아니하다. 입법자가 의도한 바도 아닐 것이다.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범죄사실이 같이 기소되었는가, 아니면 따로 기소되었는가가 피고인에게 행운 또는 불운으로 작용하여서는 아니된다. '대는 소를 포함한다'는 명제를 따를 경우, 법원에 형을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면, 형을 면제하지 않으면서 소량의 형을 부과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아니, 이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기보다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유기징역형에 있어서 실체적 경합범 가중이 2분의 1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귀결이다. 제39조 제1항의 '감경'이라는 용어가 제55조 제1항에서 사용되었다 하여 동일한 의미로 볼 필요는 없다. 가령 형법에 있는 '위험'이란 용어가 의미단일성을 갖는지 생각해 보라. 즉 제39조 제1항의 '감경'의 해석에 관하여 반대의견이 타당하다.



3. 집행유예 기간의 시기 (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8도13382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4년 8월 17일 19:40경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고 침을 뱉은 후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여 도망갔고, 이에 피해자가 피해자의 차량을 운전하여 피고인을 쫓아가 피고인 차량 앞에 정차시켜 피고인 차량을 세운 후 차에게 내려 피고인에게 항의하게 되었다. 이에 피고인은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을 진행시켜 앞바퀴 부분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발가락 부위를 역과하여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고, 앞에 정차되어 있던 피해자 차량의 측면 부위를 충격하여 피해자 차량을 손괴하였다. 당시 피고인은 무면허로 혈중알콜농도 0.198% 상태였다. 검사는 피고인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상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재물손괴등),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으로 기소하였다. 법원은 2015년 5월 21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항 제3호, 형법 제257조 제1항(위험한 물건 휴대 상해의 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366조(위험한 물건 휴대 재물손괴의 점),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 제2호, 제44조 제1항(음주운전의 점), 도로교통법 제152조 제1호, 제43조(무면허운전의 점)를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였고, 그 판결이 2015년 5월 29일 확정되었다(재심대상판결인 원판결 확정). 그런데 피고인은 2015년 9월 18일 23:59경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피해자의 신고 때문에 피고인이 위와 같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면서 피해자를 협박하는 말을 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협박등)죄로 2015년 12월 18일경 공소제기되어 2016년 4월 8일 징역 6월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이 2017년 1월 5일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위 집행유예가 실효되었다. 그런데 위 집행유예 판결에 적용되었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이 위헌결정되었고[헌법재판소 2015. 9. 24. 선고 2014헌바154·398, 2015헌가3·9·14·18·20·21·25(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이에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6항, 제47조 제4항에 따라 위 집행유예 판결에 대하여 재심절차가 개시되었다.

 

(2) 사건의 경과
1심은 2017년 9월 7일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검사는 집행유예 판결의 개시일은 재심 후 판결의 확정일이 아니라 재심대상판결의 확정일(2015년 5월 29일)로부터 기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항소하였다. 왜냐하면 당시 피고인은 집행유예 실효에 따라 1년 6월을 복역하고 있었는데, 재심 후 판결에 의하면 집행유예 실효가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피고인에 대하여 형 집행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 2심은 항소를 기각하였고, 이에 검사가 상고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상고기각)
재심심판절차는 원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종전 소송절차의 후속 절차가 아니라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판하는 완전히 새로운 소송절차로서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원판결은 당연히 효력을 잃는다. 이는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그 판결의 확정력으로 유지되는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사건 자체를 다시 심판하는 재심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재심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원판결이나 그 부수처분의 법률적 효과가 상실되고 형 선고가 있었다는 기왕의 사실 자체의 효과가 소멸하는 것은 재심의 본질상 당연한 것으로서, 원판결의 효력 상실 그 자체로 인하여 피고인이 어떠한 불이익을 입는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재심에서 보호되어야 할 피고인의 법적 지위를 해치는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5도15782 판결 등 참조).

 

 한편 우리 형법이 집행유예 기간의 시기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형사소송법 제459조가 '재판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확정한 후에 집행한다'라고 규정한 취지나 집행유예 제도의 본질 등에 비추어 보면 집행유예를 함에 있어 그 집행유예 기간의 시기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 확정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도4637 판결).

 

(4) 판례평석
대법원이 참고한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도4637 판결의 요지는 "집행유예기간의 시기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 확정일로 하여야 하고 법원이 판결 확정일 이후의 시점을 임의로 선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그 판결의 집행유예기간의 시기를 그 판결 선고일보다 앞선 일자로 할 수 있을까?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검사는 집행유예 기간의 시기를 그 판결 선고일보다 앞선 일자(즉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었던 2015년 5월 29일)로 하여 달라고 주장하였다. 그렇게 하여야 피고인에 대한 징역 6월 및 집행유예 실효되는 1년 6월(합계 2년)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재심대상판결인 원판결의 효력이 상실된다. 이는 재심의 본질상 불가피하다. 즉 징역 6월을 선고받은 판결과 재심대상이 되는 범죄사실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게 된다. 2심이 "재심판결인 원심판결에서 새로운 형을 정하고 원심판결 확정일을 기산일로 하는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재심대상판결의 집행유예 기간 경과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하더라도 재심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원판결이나 그 부수처분의 법률적 효과가 상실되고 형 선고가 있었다는 기왕의 사실 자체의 효과가 소멸하는 것은 재심의 본질상 당연한 것으로서, 원판결의 효력 상실 그 자체로 인하여 피고인이 어떠한 불이익을 입는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재심에서 보호되어야 할 피고인의 법적 지위를 해치는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더욱이 검사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재심판결의 집행유예 기간 기산에 관한 검찰 실무례에 의하면 재심대상판결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후 재심판결에서 새롭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더라도 종전의 확정판결을 근거로 진행된 집행유예 기간은 유효한 형의 집행으로 보아 새로운 집행유예 기간에서 해당 기간만큼 공제하는 것이 집행 실무라고 하므로 원심판결 확정일을 집행유예 기산일로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심판결이 정한 형이 재심대상판결의 형보다 중하지 않은 이상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나 이익재심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한 것도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보인다.


4. 문언의 해석 관련 사례 (대법원 2018. 11. 15. 선고 2018도11387 판결)
(1) 사실관계 (음주운전 부분에 한정)

피고인은 2008년 3월 1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로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2017년 2월 2일 23:30경 혈중알코올농도 0.125%로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였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으로 단속되었다. 피고인은 2017년 2월 27일 02:10경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상호를 알 수 없는 통닭집 앞부터 같은 시 용금로 562에 있는 저지치안센터 앞 도로까지 약 1㎞ 구간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77%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였다. 구 도로교통법(2018년 12월 24일 법률 제160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1항은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48조의2 제1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으로 한정한다)으로서 다시 같은 조 제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의 2017년 2월 2일 및 같은 달 27일 음주운전 행위에 대하여 공소제기를 하면서, 2017년 2월 2일 음주운전 행위에 대하여는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 제2호, 제44조 제1항을 적용하고, 2017년 2월 27일 음주운전 행위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2008년경 음주운전을 한 전력 및 2017년 2월 2일 음주운전을 한 전력이 있으므로 피고인이 음주운전 규정을 2회 위반한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하였기 때문에 구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1호, 제44조 제1항을 적용하여 공소제기하였다.


(2) 사건의 경과
1심은 검사가 공소제기한 대로 법령을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2심은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이란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을 의미하는데, 피고인의 경우 2017년 2월 2일 음주운전 행위는 유죄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2017년 2월 27일 음주운전 행위에 대하여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1호, 제44조 제1항을 적용할 수 없고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 제2호, 제44조 제1항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자판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파기환송)
법 제148조의2 제1항 제1호는 행위주체를 단순히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람으로 정하고 있고, 이러한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으로 형을 선고받거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사람의 반규범적 속성, 즉 교통법규에 대한 준법정신이나 안전의식의 현저한 부족 등을 양형에 반영하여 반복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음주운전으로 발생할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며 교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판례평석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공소사실의 위법행위는 무죄로 추정된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형벌 법규의 엄격해석의 원칙을 강조한다면 법문의 규정은 가능하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 가령 영미법에서는 형사법에 있어 문언의 해석이 명확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을 경우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원칙(Rule of Lenity)이 있다(물론 이 원칙이 현재에도 유효한 것인지는 분명하지는 않다). 또 대법원은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3호에서 부착명령청구 요건으로 정한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하여(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를 포함한다)'에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이를 소극적으로 해석하였다(대법원 2012. 3. 22. 선고 2011도15057, 2011전도249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문의 해석은 반드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할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법령 해석 방법에는 문리적 해석, 체계적·논리적 해석, 목적적 해석, 역사적 해석 등이 있는바, 원칙적으로 법문의 일반적 어의, 문법 등에 따라서 문리적 해석을 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다른 조문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체계적·논리적 해석을 하며, 입법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법문을 규정하였는지를 궁리하는 목적적 해석을 하고, 법이 변천되어 온 과정을 살펴 역사적 해석을 한다. 대법원 판결 요지에 나와 있듯, 음주운전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하였을 경우에 무겁게 가중 처벌하려는 입법자의 의사를 고려하고, 특히 단기간에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여 일시에 재판을 받게 되는 피고인을 생각하여 보면(음주운전이 포괄일죄가 아닌 이상, 검사는 재량에 의하여 각 행위를 분리하여 기소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함께 기소되는가 따로 기소되는가에 따라서 법령의 적용이 달라지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위 법문에서의 '위반'의 의미를 유죄의 확정판결의 경우만으로 한정하여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용식 교수 (서울대 로스쿨)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