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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일본의 유언서 보관제도 신설을 계기로 한 유언등록부 제도의 구체적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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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피상속인에게 유언이 존재하는가의 여부는 상속인이나 수유자가 될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유언의 존재가 사후에 이들에게 반드시 공개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만약 피상속인에게 유언이 존재하는 사실을 모른 채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절차를 진행하여 상속재산의 협의분할을 마치고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였는데, 이와 상충되는 내용의 유언이 훗날 발견되었다면 이 혼란을 법적으로 어떻게 정리하여야 할 것인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일본도 유언의 존재가 사후 불명확한 문제점은 마찬가지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민사특별법으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였다. 유언의 공적 보관을 위한 '법무국에서의 유언서의 보관 등에 관한 법률(法務局における遺言書の保管等にする法律 平成 30年 7月 13日 法律 第73; 이하 유언서보관법)'이 그것이다. 일본의 이 특별법은 우리나라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Ⅱ. 일본의 유언서 보관제도의 분석
1. 긍정적 평가

일본의 유언서 보관제도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첫째는 자필증서 유언을 국가기관인 법무국의 유언서 보관소라는 공적인 시설에서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로 유언서 보관소가 유언자의 자필증서를 맡아서 보관하면서 접수 시점에 유언서 이미지 파일을 생성하여 보존하고 이를 보관된 자필증서와 대조함으로써 자필증서의 무결성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로 유언서 존재의 객관적 증명이다. 끝으로 유언서의 보관신청에서부터 유언서의 폐기에 이르는 모든 절차와 과정을 질서 있게 체계화하였다.

 

일본의 유언서 보관제도는 단순히 유언서를 보관하는데 그치지 않고 '유언서에 관한 정보'라는 유언서의 메타데이터 파일을 작성하는 점에 특징이 있다. 전자적인 방법으로 디지털 정보를 생성해서 유언서와 함께 보관하여 유언서의 보관 사실에 대한 질의에 회신을 할 수 있는 중간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유언서에 관한 정보'라는 메타데이터가 수행하고 있다. 또 유언서 보관사실증명서와 유언서 정보증명서를 도입하고 있는 것도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문제점

위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유언서 보관제도는 다음과 같은 다수의 문제점이 있다. 첫째로 누구에게나 공평한 인적 관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마다 범위가 달라지는 물적 관할을 별도로 인정하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둘째로 유언서에 관한 정보에 유언에 의해 지정된 미성년 후견인이 나타나 있지 않은 것처럼 유언서에 관한 정보의 기재 항목이 다소 부실하다. 셋째로 유언서 보관사실증명서는 유언서 정보증명서의 발급이나 유언서를 열람하기 위한 전 단계에 불과한데 굳이 이를 별도의 증명서 제도로 운영할 필요가 있는가는 의문이다. 넷째로 유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능동적으로 통지하는 제도가 없어서 유언서 보관제도에도 불구하고 유언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을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 끝으로 유언서를 상속인에게 반환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우리 법제에 적합한 유언서 보관제도를 고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Ⅲ. 우리나라의 유언서 보관제도 제안
1. 유언증서의 보관

우리나라는 사법부인 법원에서 가족관계등록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유언증서의 보관업무도 가정법원이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의 5종의 유언 중 자필증서는 유언의 성립에 증인이 개입하지 아니하므로 유언의 존재가 유언자 이외의 사람에게는 알려지지 않을 위험이 있으므로 유언의 공적 보관이 필요성이 높다. 녹음과 비밀증서에는 증인이 개입하므로 자필증서만큼 공적 보관이 절실하지는 않지만 증인이 유언자보다 먼저 사망할 가능성도 있고 증인이 생존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유언의 존재가 공개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녹음이나 비밀증서의 경우도 보관할 수 있도록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공정증서와 구수증서는 공적으로 보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유언증서의 보관 신청은 무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반드시 유언자가 직접 방문하여 유언보관신청서를 작성하고 유언증서와 함께 제출하여 접수시켜야 한다. 만약 대리인이나 사자를 통해 제출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유언자에게 받아서 법원에 신청 접수하는 도중에 유언증서가 변조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2. 유언등록부

유언증서의 보관신청을 수리하면 이와 관련된 사항을 기재할 공부로 유언등록부를 둔다. 유언등록부는 유언과 관련된 일종의 메타데이터로 유언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을 기재하여 두고 이를 통하여 유언의 존재를 확인하고 또 유언자 사후에 일정한 사람에게 유언의 존재를 통지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유언등록부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유언의 작성과 보관에 관한 사항으로 ①유언자의 인적 사항 ②유언증서의 작성 일시 ③보관 신청 일자 ④유언서를 보관하고 있는 법원과 보관번호를 반드시 기록하여야 할 것이다.

 

유언의 내용과 관련된 사항으로서 유언증서에 명시되어 있는 ⑤수유자의 인적 사항 ⑥유언집행자의 인적 사항 ⑦미성년자 후견인의 인적 사항을 반드시 기록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람들은 상속인 이외의 유언의 존재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자이므로 유언보관증명서의 발급 신청이나 유언증서의 열람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유언의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녹음이나 비밀증서의 경우에는 유언의 내용과 관련된 사항은 기재하지 아니한다.
임의적인 기록사항으로서 유언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유언증서 보관사실의 통지나 유언증서의 반환을 위해 ⑧유언증서 보관사실을 통지받을 자 ⑨유언증서를 반환받을 자를 기재할 수 있을 것이다.

3. 유언증서의 전자화문서

유언등록부의 작성과 동시에 자필증서는 스캔하여 전자화문서를 생성하고 이를 파일로 보존하여야 한다. 자필증서를 전자화문서로 생성함으로써 유언증서의 보관시점 이후 무결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러나 녹음은 종이문서로 작성된 것이 아니므로 이를 전자화문서로 생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유언등록부의 작성과 동시에 녹음의 복제파일을 생성하는 방법을 채택하여야 할 것이다. 비밀증서의 경우에는 엄봉날인되어 있어서 그 자체로 무결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유언등록부 작성시점에 전자화문서로 변환하여 생성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

4. 유언증서 보관의 효력

유언증서 보관은 유언의 유효한 성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단지 유언의 존재를 공적으로 확인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 보관신청 시점에 형식적인 심사를 거치고 무결성이 확보된 상태로 보관되어 있는 유언증서는 검인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유언등록부에 기재되어 공적으로 보관되지 아니한 유언이라도 민법이 정하는 성립요건을 갖추었다면 법률상 유언으로서 유효하게 성립됨은 물론이다. 


유언등록부에 기재되어 공적으로 보관된 유언증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법상 성립요건을 완전히 갖춘 또 다른 유언이 존재하는 경우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두 유언 모두 유효하지만 민법 제1109조가 적용되어 전후의 유언이 저촉되는 경우에는 저촉된 부분의 전 유언은 이를 철회한 것으로 간주된다.

 

유언자는 보관된 유언증서를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유언증서를 회수하였다고 해서 그 이유만으로 유언이 철회된 것으로 다루어져서는 아니되고 단지 유언증서 보관의 효력만을 소멸시킬 뿐이다.

5. 유언증서 보관의 문의와 통지

유언증서 보관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신과 관계있는' 내용의 유언을 '사망한 특정인'이 보관시킨 바 있는가를 가정법원에 문의할 수 있어야 한다. 사망한 사람이 자신과 관계있는 유언을 보관시켰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람은 유언보관증명서의 발급을 요청할 수 있고 유언증서의 열람 및 사본의 교부를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유언자가 유언증서의 보관 신청하면서 보관사실을 통지받을 자를 지정한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유언자가 사망한 사실을 인지하면 지체없이 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유언자가 유언증서의 보관사실을 통지받을 자를 지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상에 나타난 상속인들에게 유언증서의 보관사실을 통지하고, 또 수유자나 유언집행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에게도 유언증서의 보관사실을 통지하여야 할 것이다.

6. 유언증서의 반환

유언 보관의 목적을 달성한 후, 즉 유언증서의 열람 또는 사본이 교부된 이후에는 언제든지 유언증서를 반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언에서 유언증서의 귀속을 지정하였다면 일종의 특정적 유증으로서 그 수유자가 유언증서의 반환청구권자가 된다. 유언증서의 귀속을 지정하지 아니하였다면 상속인이 유언증서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만약 상속인이 수인이라면 반드시 공동으로 반환청구를 하여야 할 것이다.


Ⅳ. 결론

개인의 유언증서를 가정법원이 보관하여 두었다가 유언자의 사망 이후에 이해관계자들이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유언의 보관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유언자 사후에 유언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아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병철 교수 (연세대 로스쿨)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