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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전대차를 통한 상가건물의 활용 방안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을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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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의 출발점 - 임차목적물을 더 잘 활용할 수 없을까?

우리 법체계는 민법상 임대차 관련 조항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택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주택임대차법'), 상가의 경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을 마련하였다. 임차인이 주택과 상가를 안정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두 법률의 기본적인 지향으로 그 핵심 내용은 '유지(대항력)'와 '회수(우선변제권)'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상가임대차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제10조)과 권리금에 관한 규정들(제10조의3 등)을 두어 유지와 회수라는 두 측면에서 추가적인 보호 수단도 마련하였다. 그런데 임차목적물의 활용에 있어서는 어떠한가? 아직 우리 법은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예컨대 임차인이 주점영업을 위해 임차한 상가를 영업 준비와 영업으로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 사용한다고 하자. 임차인은 체력적·시간적 한계로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후 5시까지는 그 상가를 사용할 수 없다. 이 시간 동안 다른 사람이 주점의 식기를 사용하여 상가를 식당 영업에 사용할 수는 없을까? 주점 손님이 많지 않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는 상가의 일부분을 사용하여 간단한 식사를 판매하도록 할 수는 없을까? 임차목적물을 임차인이 활용하되 임차인이 사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른 사람에게 활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나누어보면 ① 일정 부분을 사용하게 하는 것 ② 일정 시간을 나누어 사용하게 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임차목적물의 활용은 일종의 전대차이다. 그렇다면 전대차를 통해 임차 목적물을 활용할 수 있을까?


2. 현행법의 태도와 기존의 논의

우리 민법은 임대인의 동의 없는 전대차를 금지하고 이에 반한 임대차는 임대인이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민법 제629조), 전대차에 있어 임대인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이른바 '제한주의').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전대차를 할 수는 있으나 임대차가 해지될 가능성이 있어 전차인으로서는 불안한 법적 지위에 놓이게 된다.

 

주택임대차법에는 전대차에 관한 규정이 없고 상가임대차법은 상가임차인의 보호규정 중 일부가 전차인에게 적용되도록 하는 규정은 두고 있으나(상가임대차법 제13조) 적극적으로 전대차의 가능성을 다루고 있는 규정은 없다. 오히려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4호에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한 경우'가 규정되어 임차인이 무단 전대하는 경우 임대인은 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임대인의 동의 없는 전대의 경우 임대인은 민법 규정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해지를 하지 않더라도 추후 기간만료 시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문제는 임차한 상가의 일부를 전대한 경우이다. 민법은 소부분의 전대에 있어서 동의 요건을 면제하여(민법 제632조) 임차인의 소부분 전대에는 특별한 불이익이 없는 반면 상가임대차법은 일부의 전대 역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로 두고 있어 오히려 전대차를 보다 강력하게 제한하고 있다.

 

한편 상가건물에 관한 예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판례는 우리 입법 하에서도 소위 '배신행위론'을 사용하여 예외적인 경우 전대차와 임차권의 양도를 허용해왔다. 대법원은 이 이론을 한 차례 수용하지 않았다가(대법원 1972. 1. 31. 선고 71다2400 판결), 최근에는 계속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101275 판결 등). 이는 일정한 경우에는 임차인을 보호하면서도 임대인의 이익을 해하지 않으므로 임대인의 해지를 허용하지 않는 편이 구체적 타당성이 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우리 입법이 가지는 한계를 인식하고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판례는 배신적 행위 여부의 판단에 있어 '인적 신뢰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지를 핵심 요소로 보고 있는데 전대차와 같이 기존의 임차인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핵심은 경제적 이익에 있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임대인의 경제적 이익에 관한 침해가 없는 경우, 임차인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전대차에 있어 임대인의 동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이해할 수 있다. 

 

우리 학설 중에도 임차인의 투하자본 회수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임차권의 양도와 전대차의 허용을 주장하는 견해가 상당하다. 임차권의 강화 혹은 물권화 경향에 비추어 입법론으로서 재고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법의 태도를 옹호하는 견해도 존속보장이 우선 과제라는 입장으로 이해되므로 존속보장에 관한 규정들이 정리되어 가는 현재 시점에는 재고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3. 외국의 입법례

입법례는 우리와 같이 제한주의를 취하는 경우와 전대차를 허용하는 허용주의를 취하는 경우로 구별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민법의 경우가 제한주의를 취한다. 다만 일본의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에서는 일정한 경우에 있어 허용 가능성을 명시해두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제한주의 입법에 속하는데 임대인이 승낙을 거절하면 임차인에게도 해지권이 부여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영국의 경우에는 변화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양도·전대에 관하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임대인의 이익을 고려하여 일부 제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경우에는 전대차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허용주의로 파악된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임대차목적물이 주거용이나 주거업무겸용인 경우 특별법으로 제한하는 측면도 있다. 미국은 부동산임차권을 일종의 부동산권으로 파악하여 처분가능성을 넓게 본다. 

 
여기서 주목하여야 할 것은 임차권 자체가 물권적 성격을 가진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우리와 마찬가지로 임대차를 채권 계약의 일종으로 보는 입법례 중에도 허용주의를 취하는 예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주택임대차법이나 상가임대차법을 마련한 것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실제 생활상의 필요에 따라 전대차를 허용하는 것은 충분히 상정 가능하다. 한 가지 더 참고할 점은 전대차와 관련하여 일부 입법례에서 상가와 주택을 준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4. 제도 개선의 방안

그렇다면 어떻게, 어떠한 범위에서 전대차가 활용되도록 제도를 마련할 것인가? 현행법의 태도에 비추어 해석론으로 이를 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례에서의 접근은 그야말로 예외 사안에 한정된 논의이다. 다만 현재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법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전대차를 통한 임차목적물 활용을 가능하게 할 수는 있다. 

 

먼저 민법 개정을 통하여 토지를 포함한 모든 임대차의 경우를 대상으로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일반법을 개정하는 어려움을 고려할 필요가 있거니와 전세권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등의 문제도 예상된다. 또한 현재로서는 주택의 경우에도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주택의 경우 에어비앤비와 같은 사업이 있기는 하지만 주거는 내밀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시간을 구분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실제 많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주택의 전대차 방식은 소부분 전대일 경우가 많을 텐데 이는 현행 민법에 따라 허용된다. 따라서 주택임대차를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할 수는 있으나 시간적 분할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경우 당장 주택임대차법을 개정할 유인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상가임대차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방식으로 전대차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의 입법례에서 보듯 상가와 주택의 활용 방식이 달라 나누어 생각할 수 있고 전대차에 한정한다면 임차인의 변경이 없어 '배신적'이지 않고 임대인의 경제적 위험이 크지 않다. 오히려 안정적인 차임 지급이 가능해져 임대인에게도 유익하다. 다만 개정에 있어 일정한 업종 제한 등을 통하여 임대인이 상가의 활용방법과 관련하여 임차인과 형성한 신뢰가 유지되도록 할 필요는 있다. 안정적인 전대차가 가능하다면 전차인도 저렴한 차임으로 상가를 활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상가임대차법 제13조에 전대차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면서 업종제한 등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삽입하는 것이 비교적 효율적인 방향이 아닌가 싶다. 아울러 위에서 지적한 갱신거절권에 관한 규정에서의 일부 전대 부분은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5. 나가며

임차목적물의 활용을 통해서 임차인의 수익 제고가 가능하도록 법률을 개정하여 전대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보았다. 임대인·전차인의 보호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개정은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만 이러한 것이 상생을 꾀하는 소위 공유경제가 아닌가 한다. 위 방안은 되도록 신속하게 가능성을 열어주도록 최소한의 개정을 상정한 제안에 불과하므로 그 내용을 기초로 점차 논의가 확대되고 다듬어져서 보다 정밀한 개정안이 마련되고 그를 바탕으로 입법에도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승수 교수 (중앙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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