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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가족관계의 유형 확장을 제의(提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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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사람은 집단을 이루어 살아간다. 가장 기초적인 집단이 가족이다. 민법 등 각종 법령이 가족의 구성과 이의 보호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필자는 위 법령 등에 규정된 가족관계의 유형을 살펴보고, 그 유형 확장을 제의하려 한다.


Ⅰ. 친족법상의 가족

민법 친족편에 친족과 가족에 관한 규정들이 들어 있다. 자신의 배우자, 혈족, 인척이 친족이다(민법 제767조). 이에 더하여 입양을 통하여 친생이 아닌 자녀를 혈족과 똑같은 관계로 만들 길이 열려 있다(민법 제866조 이하). 이런 신분관계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약칭함)에 따라 신고와 등록을 요한다. 친족 중 생활공동체의 구성원이 가족이다. 가족은 생활공동체에 관한 개념이라는 점에서 신분관계인 친족과 구분된다. 가족이 가장 견고하고 친밀한 관계이다(김수정 '가족의 탄생과 입법적 대응' 가족과 법 vol 12, 2017. 6~15면). 건강가족기본법 제3조에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규정되어 있다. 가족은 주민등록법에 따라 신고와 등록을 요한다. 가족의 유형은 현재 아래의 세 가지이다.

  

1. 부부
혼인으로 두 사람이 친족이 되고(민법 제767조) 또한 가족이 된다. 혼인이란 민법 제806조 이하의 규정에 의거 남녀가 맺는 정신적 및 육체적 결합관계로서 가족관계등록법에 의거 등록한 관계를 말한다(대법원 1982.7.13. 선고 82므4 판결 등). 혼인의 합의가 혼인의 실체적 요건이고, 위의 등록이 혼인의 형식적 요건이다. 법률적으로 승인된 혼인이므로 이를 법률혼이라 말한다.

 

법률혼의 실체적 요건은 갖추었으나 가족관계등록법에 등록하지 아니한 관계를 사실혼이라 칭한다. 사실혼에 대하여 판례와 학설이 모두 법률혼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한다(대법원 1979.5.8. 선고 79므3 판결 등, 이소영 '사실혼 보호에 관한 연구(고려대학교. 2016.)', 사실혼은 가족관계의 유형 중 법률혼과 함께 혼인의 유형에 속한다. 그래서 사실혼을 준혼(準婚)이라고도 칭한다.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인관계로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주민등록부에 두 사람이 한 가족으로 등재하고 한 가족으로 대우받을 길을 주민등록법에 확실하게 열어주어야 한다.

 

2. 부모, 자녀, 형제자매와 그들의 배우자
직계혈족과 인척이 친족이 된다. 자신과 배우자의 부모가 직계혈족 중 직계존속이다. 부부가 자녀를 두면 그 자녀가 직계혈족 중 직계비속이다. 직계혈족의 배우자, 자신과 배우자의 형제자매,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 역시 친족이 된다. 이 친족관계는 혈연과 인척으로 인한 것이므로 신고 이전에 성립되고 신고는 절차적인 것에 그친다. 직계혈족은 당연히 가족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직계혈족의 배우자 등은 생계를 같이할 때에 한하여 가족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민법 제779조).

 

3. 양친자(養親子)결연
양친이 될 사람과 양자가 될 사람 사이의 양친자연으로써 친자관계가 성립된다. 혈연관계인 친자관계와 똑같은 가족관게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관계를 법정혈연관계라고도 말한다. 우리 민법의 양친자 결연은 보호를 요하는 아동에게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가정을 마련하여 주기 위한 제도, 즉 자를 위한 제도로 정립되어 있다.

 


Ⅱ.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가족관계의 보호·가족관계의 유형 확장

대한민국의 국가목적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는 것이다(헌법 전문).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동 제10조 전단. 동 제34조 1항). 국가가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호한다(제36조 1항). 사람들이 이런저런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때에 그 관계가 좋은지 여부가 행복한지 여부의 중요한 요소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Soria Lyubomirsky, 캐나다 심리학자 Elizabeth Dunn 등 여러 학자가 이를 강조하고 있다. 행복추구권의 내용 중에는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대법원 1992.5.8. 선고 91누7552 판결). 만나는 데에서 나아가 공동으로 생활할 권리가 당연히 포함된다.

 

UN이 2012년부터 각국의 행복지수(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의 측정 기준 중에 가족과 친구관계가 들어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연구팀이 35년간의 연구 결과 가족관계가 인간생활의 행복 여부을 산정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라고 발표하였다(George E. Vailant 행복의 조건, 이덕남 역, 프런티어, 2018. 12.). 다른 분야에서 아무리 크게 성공하더라도 가족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행복하지 못하다. 행복의 시작과 끝은 가정에 있다.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이 혼자 사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 가족관계의 보호는 곧 국민의 행복추구권 보호이다.

 

건강한 가정생활의 영위와 가족의 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건강가족기본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장관이 건강가족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는가 하면, 그 산하에 한국건강가족진흥원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가족부장관을 두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뿐이다. 가족관계를 보호하고 나아가 가족관계의 유형을 확장하면서 확장된 유형의 가족관계 역시 보호하는 것이 국가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길이다.


Ⅲ. 확장하기를 제의하는 가족관계의 유형

현재 친족을 기초로 좁혀져 있는 가족관계의 유형을 그 틀 속에서도 조금 늘리고 나아가 그 틀을 벗어나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도 남녀 구분 없이 모여 가족을 구성할 수 있도록 가족관계의 유형을 확장하기를 필자는 제의한다. 필자 외에도 이런 의견을 표한 논자가 있으나(김수정 전게), 확장할 유형을 구체적으로 제의하는 데에는 이르지 않았다. 필자는 이 기회에 구체적으로 아래의 다섯 가지 유형을 확장할 가족관계의 유형으로 제의한다.

1. 형제자매의 직계혈족(조카)

현행 친족법은 자신의 형제자매와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만 가족의 구성원에 포함시키고 있을뿐 그들의 자녀, 즉 조카까지는 가족의 구성원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다. 조카도 구성원에 포함시켜야 한다. 형제자매를 가족의 구성원에 포함시켰을 때에 그 자녀를 떼어 놓을 수 없다.

2. 동성결연(同姓結緣)
혼인이란 양성간의 결합이다(헌법 제36조 1항). 대법원이 동성혼의 허용 여부를 정면으로 다룬 판결은 아직 내놓지 않았지만, 혼인이란 이성간의 결합임을 여러 차례 설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9.2.12. 선고 97므612 판결 등). 그런데 이 지구상에는 태생적인지 그 밖의 사정인지 동성간에 결합하여 살아가는 사람들도 꽤 많은 모양이다. 2013년도에 두 남성이 결혼식을 올리고 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하였다가 거부당한 사례도 있다. 동성간의 결합에 혼(婚)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필자는 동성결연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여러나라가 2004년부터 동성결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동반자의 관계로 혼인에 준하는 대우를 하는 시민동반자법을 제정하여 시행하였다. 동성간에 결합하여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세계적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동성혼이 아니라 동성결연으로 가족을 구성하여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인정하고 국가가 이를 보호하여야 한다(성중탁 '동성혼에 대한 법적 쟁점과 전망' 법률신문 2017. 7. 9. 13면).

 

3. 이성결연(異姓結緣)
현재는 법률혼이던 사실혼이던 남녀가 혼인하여야만 가족관계를 이룰 수 있는데, 혼인보다 조금 느슨한 결연만으로 가족관계를 이룰 길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결연관계로 출발하거나 혼인하였다가 결연관계로 변경할 수도 있다. 혼인하여 자녀까지 두고 살다가 이혼하면서 이혼 후에도 가족처럼 지내기로 한 부부가 실제 있다. 남녀가 동반자로 살아가는 길을 혼인만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다.

 

4. 친을 위한 양친자결연
지금 우리 사회에는 젊은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현재 자를 위한 제도로 설계되어 있는 양친자결연제도를 젊은 사람들이 노인을 부모처럼 모시는 결연, 즉 친을 위한 결연으로서도 활용되도록 새롭게 설계하기를 제의한다.


5. 의형제자매결연(義兄弟姉妹結緣)

혈연인 형제자매가 아니면서도 의형제자매로 가족관계를 맺고 지내는 사람들이 적지않게 있다. 소설, 영화 등에서 그런 관계로 삶을 영위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을 종종 접한다. 이런 관계도 주민등록부에 등록하고 가족관계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하여 주면 좋을 듯싶다. 외국에 이런 입법례가 없으므로, 우리 가족법에 이런 유형을 둔다면 이것은 세계에서 선도적 유형의 창설이다.


[맺는말]

근래 1인 가구가 증가하여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30%에 달한다. 건강한 사회는 여럿이 한 가구를 이루어 살아가는 사회이다. 1인 가구의 증가 추세를 멈추게 하는 데 가족관계의 유형 확장이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그런 입법이 이루어져 여러 사람이 가족을 구성하여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하루 속히 보게 되기 바란다.

 

 

김교창 변호사 (법무법인 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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