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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AI와 법률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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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인간의 편리함에 대한 욕구는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과학의 발전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수많은 획기적인 기술들은 인간이 수동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길고 긴 시간을 투여하여야만 하는 작업을 순식간에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거의 오차 없이 이루어내고 있다.


거기다가 이제는 인간의 판단력까지도 대신해주는 존재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기술들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힘 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과학의 발전은 인간에게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었는데, 이제는 과연 그 편리함과 풍요로움의 끝은 어디일까 싶은 생각이 조금씩 떠오른다. 과연 편리함과 빠름의 끝판왕은 어디일까? 인공지능이 끝까지 발전하면 인간과 동일한 존재가 완성되고, 결국 바로 인간 자체의 불필요성으로 가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과학이 결국 인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은 모순되어 보이지만,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이러한 모순된 두려움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2. 인공지능 개념의 등장과 빅데이터의 발전

1956년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학문적 분야로 들어온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을 기계가 처리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성장해왔지만, 그것이 더 깊은 인간의 판단력 부분까지는 도달하지 못하는 한계와 하드웨어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한동안 좌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하드웨어적인 한계가 극복되기 시작하였는데, 물론 그 이후에도 몇 차례 우여곡절을 거치긴 했지만 결국 복잡해진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한 경험적 또는 귀납적인 방식의 기술이 발전하는 기반이 마련되었고,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로 극복되는 초고속의 데이터 처리를 통하여 인간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단계 더 높은 편리함 속에 살 수 있게 되었다.


3. '고도의 자동화'의 모습인 '약인공지능'

인공지능은 사람의 지능을 자연생성이 아닌 사람이 다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를 존 설이라는 교수가 1980년 약인공지능과 강인공지능이라는 개념으로 세분화했다. 약인공지능은 '도구'로서 설계된 인공지능, 강인공지능은 '인간을 완벽하게 모방'한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인공지능은 모두 '약인공지능'으로서 '미리 정의된 알고리즘'과 '방대한 데이터', 즉 '빅데이터'를 그 전제로 하고 있다. 알파고 역시 약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의 '지능'이라는 개념을 우리 인간이 가진 그것과 동일한 정도로 본다면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위의 분류 중 강인공지능에 한정되고 약인공지능은 일종의 '고도화된 자동화 기술'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약인공지능의 발전은 산업혁명 시대의 기계의 발전에 다름 아닌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4. 최근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약인공지능'의 능력평가

최근 인공지능과 인간이 법률관련한 분석 대결을 한 이벤트가 있었고, 거기에 필자도 참가하여 인간 팀에서 태스크를 수행하였다. 하지만 이 역시 '약인공지능'에 불과할 뿐이고, '도구'로서 설계된 인공지능에 불과한 것이다. 즉, '도구'보다 인간이 더 빠르고 나은 결과를 도출한다면 그것은 '도구'로서 역할을 전혀 못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 대회에 참가하기 전부터 이 대회는 인간을 편리하게 만드는 도구와 인간 자체의 대결이기 때문에 인간이 지는 게임이라고 생각했고, 그 결과는 당연하게도 인간의 패배였다.

 

약인공지능은 강인공지능보다 빠를 수는 있지만 여전히 강인공지능보다는 낮은 단계로서 강인공지능의 도구로서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고,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는 존재일 뿐이다.

 


5. 강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의 전제 조건

인간의 뇌를 그대로 구현한 강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을 느낄 수 있거나 강인공지능이라는 것의 개발이 성공하였다고 선언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우리의 뇌가 어떻게 구성되고 돌아가는 것인지가 완벽하게 밝혀져야 할 텐데 사실 아직 우리의 뇌가 어떻게 판단이라는 것을 하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지 파악이 다 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 때문인지 강인공지능의 개념은 그 접근의 실마리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있고, 그 개념도 사실 포괄적인 내용으로만 알려져 있으며 그에 대한 기준 역시 모호하다. 그렇다면 강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은 아무래도 빛의 속도를 넘어서는 타임머신 같은 존재를 만든다는 것처럼 허구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인간을 궁극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어주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언가를 대신해주는 지치지 않고 노화되지 않는 존재와 이를 이용하여 남게 되는 시간을 조금 더 즐거움에 사용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산업혁명부터 시작해서 현재 인공지능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이 편리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유는 인간 생명의 유한함과 노화로 인한 두려움, 그로 인한 시간의 가치성, 그리고 후손을 남기고자 하는 본능에 따른 호르몬적인 효과로서의 사랑과 같은 '감정'이라는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버트 드레이퍼스라는 전문가는 인간의 '신경망(neural network)'이나 그 유사한 매커니즘을 이용하는 로보틱 시스템에서는 강인공지능의 실현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필자는 신경망 매커니즘에서의 강인공지능 실현가능성도 사실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죽음과 노화에 대한 두려움, 사랑, 자신과 닮은 자녀를 출산하는 기쁨이라는 것이 모두 포함된 '감정'이 존재해야만 인간과 동일한 강인공지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인데, 단순 신경망은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6. 법률가의 미래 - 강인공지능에 대한 대비

법률 인공지능이 초안을 작성해주고 이를 인간이 마지막에 일부 보정하여 제출해도 될 정도의 상황까지 온다면 인간 법조인은 단순히 가치판단의 결과만 첨가하는 정도의 작업만 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법조인 자체가 많이 필요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장 흔한 걱정이다. '약인공지능'이 발전하는 것은 이를 도구로서 지배하는 '강인공지능' 입장에서는 단순작업과 같이 쓸모 없이 소모되는 시간을 줄여주는 역할을 수행해줌으로써 단순노동은 감소하고 형이상학적인 요소의 발전에 조금 더 집중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일 수 있다. 일례로 '약인공지능'은 전자화된 소송기록의 본문을 읽어 그 논리구조를 파악하는 데까지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법률은 인간의 유한함과 그로 인한 두려움, 거기서 탄생한 욕심들의 충돌 속에서 발전한 개념이다. 이는 '약인공지능'으로 커버되지 않는 일종의 '강인공지능'의 영역이다. 인간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라는, 데이터의 축적을 통한 논리적인 귀결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욕심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논리에 비판적 의식을 가지고 이를 깨면서 법조의 발전에 기여한다. 자료를 찾고 분석하는 것조차도 사실은 가치판단이 묻어나 있는 것이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을 가진 도구들은 초기 인공지능이 크게 발전하던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새로운 기술에 대한 '놀라움' 정도는 선사해줄지 몰라도 강인공지능으로의 이행에 영향을 주기에는 아직은 미미하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도구가 어느 정도의 발전을 가져오더라도 인간 법률가가 처리하는 비판적 사고가 섞인 '단순업무'는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단순노동의 감소로 인하여 여러 가지 법률가로서의 단순업무 자체의 프레임이 변화될 것이라는 생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인공지능' 도구를 가진 자가 막대한 부를 축적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것도 빅데이터가 공공으로 풀리게 되면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약인공지능으로부터의 위기감보다는 실제로 강인공지능의 개발이 성공했다는 주장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강인공지능이 개발에 성공하였다면, 결국 이를 인간과 동일하게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평가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인간과 동일하게 본다는 것은 결국 강인공지능에 대하여 인간의 출생과 동시에 취득되는,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권리를 포함한 '권리능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감정이 배제'된 '완벽한(?)' 의미의 강인공지능을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 '권리능력'을 부여했다가는 정말 터미네이터 같은 존재가 나올 수도 있다.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의 강인공지능은 잘못하면 수많은 인간을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신중해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뇌과학자 미치오 카쿠는 '마음의 미래'라는 저서에서 결국 강인공지능이 인간과 동일한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법조계'가 하게 될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는 한 마디로 '법조계'가 인공지능을 인정함으로써 자기부정에 이르게 되고, 결국 가장 마지막으로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뜻일 것이다. 결국 과학의 발전의 끝점은 법조계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법조계는 이러한 강인공지능 시대의 시작에 앞서 인공지능이 결국 인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일시적인 우려에서 벗어나 강인공지능이라는 것의 기준에 대한 이론적인 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할 것이다.

 

 

허왕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윈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