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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세금계산서 관련 제재규정의 위헌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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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우리 세법에는 세금계산서와 관련한 수많은 제재규정이 있다. 먼저, 부가가치세법에서는 세금계산서의 미교부나 허위교부 등의 경우에는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부가가치세법 제60조), 가공거래가 아닌 경우의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대해서는 매입세액 불공제(부가가치세법 제39조)라는 행정상 제재를 인정하고 있다. 이들 가산세나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대한 매입세액 불공제(이하 통칭하여 '세금계산서 관련 행정질서벌'이라 한다)의 성격은 과태료와 유사한 행정질서벌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세법상 행정형벌로 조세범처벌법 제10조에는 세금계산서의 허위교부나 수취 등에 대해 형사처벌 규정을 두었고 일정한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8조의2가 적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금계산서에 대한 가산세, 매입세액불공제, 조세형벌 등 세금계산서 관련 여러 제재규정들은 서로 결합되면서 그 위헌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고 이 글에서는 그러한 문제를 다룬다. 이 글은 '권형기·박훈, 세법상 행정질서벌과 조세형벌의 중복적용 여부와 그 위헌성·부당과소신고 및 세금계산서 관련 제재규정을 중심으로-, 법조 제68권 제5호, 2019.10.'를 기초로 작성된 것임을 밝혀 둔다.


Ⅱ. 세금계산서 관련 제재규정의 위헌성에 관하여
1. 세금계산서 관련 제재규정의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배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하여, 일사부재리 원칙 및 이중처벌 금지 원칙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재의 목적과 성격이 전혀 다른 경우(형벌과 신상공개, 형벌과 운행정지처분, 이익환수 성격의 과징금과 형벌)에는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국가시스템의 운용을 위해서 바람직할 수 있다. 반면, 제재의 목적과 성격이 중복되는 처벌규정이 하나의 의무 위반행위에 대해 적용된다면 이중처벌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바, 이는 주로 행정형벌과 행정질서벌 간의 관계에 있어 쟁점이 된다. 이때 헌법재판소 1994. 6. 30. 선고 92헌바38 결정은,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처벌'은 원칙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을 모두 그 '처벌'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다만, 행정질서벌로서의 과태료는 행정상 의무의 위반에 대하여 국가가 일반통치권에 기하여 과하는 제재로서 형벌(특히 행정형벌)과 목적·기능이 중복되는 면이 없지 않으므로, 동일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형벌을 부과하면서 아울러 행정질서벌로서의 과태료까지 부과한다면 그것은 이중처벌금지의 기본정신에 배치되어 국가 입법권의 남용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은 처벌 또는 제재가 '동일한 행위'를 대상으로 행해질 때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그 대상이 동일한 행위인지의 여부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 여부에 의하여 가려야 할 것"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위 설시는, 독일 질서위반법(OWiG) 제21조에서 질서위반행위와 범죄가 경합되는 경우 형벌만이 적용되며 형벌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만 질서위반행위로 제재할 수 있다는 규정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하나의 행위에 대해 행정형벌이나 행정질서벌 가운데 어느 규정으로 제재할 것인지는 시대적 상황과 법감정 등에 따른 입법자의 재량일 수 있지만(헌법재판소 1997. 8. 21. 선고 93헌바51 결정) 이를 동일한 목적으로 둘 이상의 제재규정을 두어 절차만을 달리 하여 중복하여 제재하는 것은 이중처벌금지원칙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중처벌금지원칙의 판단 기준은 동일한 행위에 대한 제재인지 여부가 관건인데, 동일한 행위가 다른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경우라면 이중처벌이라고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폐기물관리법은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린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도로교통법은 자동차 등에서 밖으로 물건을 던진 경우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에서 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하나의 행위로 각기 다른 보호법익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기에 중복 제재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역시 임시운행기간을 도과한 것에 더하여 무등록차량으로 운행한 자에 대한 과태료 처분과 행정형벌을 병과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도158 판결). 결국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가의 여부는 그 규범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한 채 순수하게 사회적, 전법률적(前法律的)인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는 없고, 그 자연적, 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의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대법원의 입장(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판결)을 따른다면, 당해 행위로 인해 침해되는 보호법익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헌법재판소는 부가가치세법상 가산세에 대하여 "세금계산서 교부 의무의 성실한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그 의무불이행에 대하여 일종의 행정벌적 제재조치로서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설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6. 8. 29. 선고 92헌바46 결정). 또한, 부가가치세법상 매입세액 불공제 규정에 관하여 "세금계산서의 내용이 사실대로 기재되지 아니할 때에는 부가가치세법상 납부세액을 산정하는 계산서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전단계 세액공제 방식을 취하고 있는 우리 부가가치세제가 적절히 운영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 특히 재화 등의 실제 공급자와 세금계산서상 기재된 공급자가 다른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법인세·소득세 등의 세금을 탈루하거나 비자금 조성 등의 불투명한 거래가 가능하게 되어 세제 전반의 기초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와 같은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서…(중략) 이사건 법률조항은 위와 같은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설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3. 5. 30. 선고 2012헌바195 결정). 조세범처벌법 제10조의 목적은 세금계산서의 불성실한 발급과 수취에 대해 형벌로써 처벌하여 성실한 발급과 수취를 담보하기 위함이며(안대희 외, 조세형사법), 판례도 그 취지가 세금계산서 관련 범죄를 처벌함으로써 세금계산서 수수질서의 정상화를 도모하려는 데 있고, 조세포탈 여부가 구성요건이 되는 규정과는 달리 세금계산서가 갖는 증빙서류로서의 기능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2도7768 판결).


그렇다면 세금계산서 관련 행정질서벌과 세금계산서 수수 관련 형벌 규정은 모두 세금계산서 제도를 정상화하여 국가의 조세징수권 행사 등을 원활하게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제재적 규정을 입법하였다고 볼 수 있을 뿐, 양자 간에 다른 입법 목적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이들은 사실적으로도 하나의 행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규범적으로 보더라도 하나의 행위로 인하여 동일한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부가가치세가 처음 도입된 유럽 국가들은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엄격한 형식의 세금계산서 제도 자체가 없기에 이에 대한 형사처벌규정이나 세금계산서에 관한 가산세 규정도 없다. 그렇다면 세금계산서 관련 행정질서벌 규정과 세금계산서 수수 관련 형벌규정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에 해당하므로 위헌에 해당한다고 본다.

2. 세금계산서 관련 제재규정의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배

헌법재판소는 "부가가치세법 제22조 제2항에 의한 가산세는 산출세액의 일정비율이 아닌 공급가액의 일정비율이어서 기준금액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가산세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산세율의 측면에서 보면…(중략)…구 부가가치세법 제22조 제2항에 의한 가산세는 공급가액에 대하여 100분의 1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위와 같은 일반적인 가산세율보다 낮게 책정되어 있다"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매입세액 불공제와 비슷한 효과를 가지면서 이보다 덜 침해적인 수단이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헌법재판소 2015. 11. 26. 선고 2014헌바267 결정). 그러나 세금계산서 관련 행정질서벌은 하나의 보호법익을 위하여 비단 가산세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제재수단을 사용하고 있기에 최소침해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매입세액 불공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의·과실이라든가 조세포탈의 결과 등과는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전액을 불공제하고 있으며, 형벌 규정 역시 조세포탈범과 비교해보더라도 더욱 과중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즉, 개별 제재수단을 살펴본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는 것이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으나, 하나의 목적으로 입법한 제재수단을 모두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이와 같은 규정들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본다.


Ⅲ. 마치며

우리 법제는 세금계산서에 관하여 다양한 제재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는 위헌적인 측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관한 매입세액 불공제 규정은 행정질서벌적 성격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국세기본법상 신고·납부불성실 가산세까지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질서벌에 대한 자기신고를 강요하는 것으로 해석되기에 이 역시 위헌적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발전되기 이전 시점에는 부가가치세제도의 정착을 위해 강제적인 수단이 필요하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제재규정을 일원화하여 간명하게 정비할 시기이다.

 

 

권형기 변호사 (법무법인 평안)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