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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판례

근로계약관계에서 반대급부위험의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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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며

근로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인 근로자는 ‘노무급부’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채권자인 사용자는 그 반대급부로서 ‘임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때 양 당사자의 의무는 쌍무적 견련관계에 놓이게 되고, 노동법의 대원칙인 ‘무노동 무임금 원칙(ohne Arbeit kein Lohn)’에 따라 사용자의 임금지급은 근로자의 노무급부에 대한 ‘대가’로서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양 당사자 모두에게 고의 또는 과실 없이 사용자 측에 ‘경영 장애(Betriebsstorung)’가 발생함으로써 근로자의 노무급부가 현실적으로 이행될 수 없는 경우, 그에 따른 반대급부위험인 임금위험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문제된다. 이 사례에서 노무급부는 ‘시간적 확정성, 정기채무성, 추후급부불가능성’으로 인해 종국적으로 ‘급부불능’이 되고, 계약법의 일반 원칙인 채무자위험부담주의가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에 근로자는 임금청구권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근로계약관계에서 ‘노무급부’와 ‘반대급부로서 임금’이 가지는 특수성은 그러한 결론에 강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 무엇보다 임금이 근로자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논쟁은 독일에서 1900년 민법 제정 당시부터 꾸준히 판례이론을 통해 다루어진 민법과 노동법 분야의 주요논의대상 중 하나이다. 요컨대 이 논쟁의 중심에서는 사용자에게 임금위험이 귀속되어야 한다는 결과적인 측면보다, 이른바 경영위험부담론(Betriebsrisikolehre)에 기초한 책임귀속의 ‘근거구성’에 집중되어 왔다. 독일은 1900년 제정민법에서 경영장애에 따른 임금위험부담에 관한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입법화를 시도한 바 있었으나, 직접적인 실정법규정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이후 판례이론에 따라서 이 문제가 다루어져왔다. 결과적으로 한 세기에 걸쳐 축적된 판례이론이 2002년 채권법현대화법을 통해 독일민법 제615조 제3문으로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이하에서는 현행 독일민법 제615조 제3문의 이론적 근거이자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경영위험부담론’에 관하여 판례이론의 창설과 발전양상에 따라서 소개한다.


II. 독일의 영역설과 경영위험부담론
1. 독일 제국법원과 제국노동법원의 판례

경영위험부담론의 출발점은 부분파업에 관한 제국법원의 1923년 2월 6일 “Kieler Straßenbahn” 판결이다(RGZ 106, 272). 제국법원은 이 사건을 통해 파업으로 인한 경영장애에 있어서 경영위험부담의 문제는 불능에 관한 이론뿐만 아니라, 이행지체 또는 수령지체의 이론들에 의해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였다. 이에 제국법원은 종래 이론들이 아닌, 독일민법 제정 및 특히 경영협의회법(Betriebsrategesetz) 발효 이후의 사회적 관계(사용자와 개별 근로자의 관계, 사회와 기업과 근로자집단의 관계)가 어떻게 인정되어왔는지를 고려했다(BAG AP Nr. 1 zu Art. 9 GG Arbeitskampf). 요컨대 제국법원은 ‘연대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였고, 결과적으로 노무단절이 파업 등 근로자의 행위로 인해 야기된 경우에 임금청구권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후 제국노동법원이 제국법원의 입장을 보다 진전시켰으나(RAG 3, 116), 다른 한편 제국법원과 다르게 경영 장애에 있어서 임금위험부담에 관한 독일민법전 내의 공백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민법규정으로부터 ‘순수한 일반적 법사고’를 도출할 수 있음을 전제로, 근로자는 단순한 노무제공 의무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그 운영·유지 및 경제성에도 이바지해야 함을 판시했다. 이 같은 기본적 견해에 근거하여 제국노동법원은 책임영역, 즉 ‘영역설(Spharentheorie)에 따른 위험분담 이론’을 발전시켰다. 영역설에 의하면 근로자의 행위, 즉 노동쟁의로부터 야기되는 결과의 위험은 근로자에게 귀속되고, 이는 노동쟁의에 참가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에 반해 사용자는 근로계약상 예정된 적절한 시기에 충분한 사업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사용자는 처음부터 고려될 수 있었던, 일반적으로 또는 사업운영의 특별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장애의 결과에 대해서 그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2. 독일 연방노동법원의 판례
오랫동안 제국법원과 제국노동법원에 의해서 생성·발전되고 유지되었던 경영위험부담론의 근거인 ‘영역설’은 이후 연방노동법원을 통해서 ‘근로자의 노동쟁의로 인한 경영장애’의 사례와 관련하여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우선 초기의 연방노동법원은 제국노동법원의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즉 초기의 연방노동법원도 노동쟁의로 인한 경영장애의 사례에서 임금위험부담의 문제를 영역사상과 연대사상에 근거하여 판단하였다. 따라서 노동쟁의로 인한 취업불가능성이 근로자의 행위에 근거하는 경우, 그것으로부터 야기된 결과인 임금위험은 근로자에게 귀속된다고 한다. 결국 초기 연방노동법원은 ‘영역설에 근거하여’ 파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근로자 및 파업과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취업이 불가능하게 된 ‘다른 사업장’의 근로자도 취업청구권 및 임금청구권을 상실한다고 판시했다(BAG AP Nr. 2 und Nr. 4 zu § 615 BGB Betriebsrisiko).

 

그러나 최근의 연방노동법원은 노동쟁의로 인한 경영장애의 사례와 관련하여 영역설을 비판했다. 즉 당해 사례에서 근로자에게 인정되는 ‘영역 내지 연대성’은 ‘책임귀속원칙’에 근거할 때 완전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어느 1인 근로자에 의한 방화와 같이, 다른 근로자의 책임으로 전가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에게 그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정당하게 보이는 경우에는 영역사상 내지 연대사상이 결코 다른 근로자들의 책임부담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러한 견지에서 연방노동법원은 이른바 ‘쟁의위험부담론(Arbeitskampfrisikolehre)’에 따라 ‘쟁의대등성의 원칙’에 정당성의 근거를 두고 동일한 결과를 도출하였다(BAG AP Nr. 70 und Nr. 71 zu Art. 9 GG Arbeitskampf). 다시 말해 파업으로 인해 사업이 계속될 수 없거나 경제적으로 무의미한 경우에까지 사용자에 대하여 임금계속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쟁의당사자들 사이의 쟁의대등성에 부당한 장애를 야기한다는 것이다(BAG AP Nr. 64 und Nr. 65 zu Art. 9 GG Arbeitskampf). 후술하는 것처럼, 연방노동법원은 노동쟁의로 인한 경영장애 이외의 ‘일반 경영장애’에 있어서는 결과적으로 경영위험부담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3. 일반 경영장애와 경영위험부담론

일반 경영장애에 있어서 경영위험부담론과 관련해서는 (i) 사용자가 경영체를 조직·운용·관리하고, 그러한 점들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며, 그 경영체로부터 근로자의 노무에 기초하여 직접 이익을 취득한다는 점과, (ii) 그러한 이유에서 사용자는 경영체가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일환으로서 무엇보다 근로자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며, 그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청구가 가능하도록 하고, 특히 노무제공을 위한 환경, 말하자면 근로자가 작업도구 등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원칙적이고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이른바 사용자에 의한 노무기초위험의 부담, BAG AP Nr. 2 und Nr. 3 zu § 615 BGB Betriebsrisiko). 그리고 경영위험부담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당해 경영장애가 사업장의 물적·인적 결함에 근거하는지, 또는 그 밖의 원인들로부터 기인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아가 경영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사용자에게 즉시해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로 인한 경영위험이 근로자에게 전가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BAG AP Nr. 28 zu § 615 BGB Betriebsrisiko). 그러나 예외적으로 임금을 계속 지급하는 것이 사업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경영위험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그 결과는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BAG AP Nr. 2 und Nr. 5 zu § 615 BGB Betriebsrisiko).


III. 나오며

사용자 측의 경영장애로 인해 근로자가 노무급부를 실현할 수 없는 경우에 독일은 ‘경영위험부담론’에 따라서 임금위험을 사용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이러한 결론에 대해서는 우리법질서 또한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근거구성에 있어서 우리법제와 독일법제가 특히 채권자지체에 대해 그 구성요건을 달리하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고려해볼 수 있는 실정법근거로는 우리민법 제538조 제1항 후단과 근로기준법 제46조가 가능하고, 다만 두 규정이 적용상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성대규 연구위원 (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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