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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저작인격권의 양도·포기·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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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저작인격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서 가지는 인격적 이익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 저작자가 자기의 저작물에 대하여 가지는 인격적·정신적 권리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저작인격권으로 공표권(제11조), 성명표시권(제12조), 동일성유지권(제13조)을 규정하고 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가 그 저작물에 관하여 갖는 인격권으로, 저작권과 인격권이 교차하는 지점에 존재한다.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을 단순한 물건이나 상품이 아니라 저작자의 인격이 투영된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고에 기초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저작인격권의 일신전속성이 저작물의 이용과 유통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된다. 이에 따라, 저작인격권을 일반적 인격권과 구별되는 다른 성격의 권리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들이 주장되고 있다. 그러나 저작인격권은 일반적 인격권과 동일한 성격의 권리이며, 이렇게 보더라도 저작물의 이용에 관한 실무적 요청을 충족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2. 인격권의 특수한 형태로서의 저작인격권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저작권법 제2조 제1호)로서, 여기에는 저작자의 인격이 구체화되어 있다고 이해되고 있다.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직접 표현되므로 저작자의 인격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저작물을 이와 같이 이해하면, 저작인격권은 저작물과 관련된 인격의 발현을 보호하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인격의 발현은 일반적 인격권에 의해 보호되나, 그것이 저작물과 관련되는 경우 저작인격권에 의해 보호된다. 즉 저작인격권은 일반적 인격권의 특수한 형태에 해당한다. 저작인격권에 의해 보호되는 인격적 이익을 살펴보면 저작인격권이 일반적 인격권과 같은 성질의 권리라는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이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표권은 저작자가 그의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아니할 것을 결정할 권리이다(저작권법 제11조 제1항). 저작물의 공표는 자기의 사상 또는 감정을 외부에 표현하는 것이므로, 공표권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저작권법에 구현된 것이고, 따라서 이는 인격권이라고 설명된다.

 

둘째, 성명표시권은 저작자가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異名)을 표시할 권리이다(저작권법 제12조 제1항). 저작물에 저작자의 이름을 표시하는 것은 저작물의 내용에 대하여 책임의 귀속을 명백히 함과 동시에, 저작물에 대하여 주어지는 사회적 평가를 저작자에게 귀속시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된다.

 

셋째,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자가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이다(저작권법 제13조 제1항). 이는 '왜곡으로 인한 인격상 침해'를 저작권법 차원에서 방지하기 위한 권리로 볼 수 있다. 왜곡으로 인한 인격상 침해 유형이 의미를 갖는 것은, 왜곡에 의한 사실주장이 명예를 침해하거나 모욕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피해자가 자기에 관한 허위의 전파를 금지할 권리를 갖게 된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된다. 예컨대 개인에 대한 미화(美化)도 인격상의 왜곡을 가져오므로 인격권 침해가 될 수 있는데, 이는 저작물을 함부로 변경한 것이 저작물의 객관적 가치를 높이는 경우도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3. 저작인격권의 양도

각국의 입법례는 저작인격권을 양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4조 제1항도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일신에 전속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실무상으로는 저작인격권을 저작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행사하도록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독일에서는 저작자가 다른 사람에게 저작인격권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할 수 있고, 저작인격권의 핵심은 양도할 수 없지만 구체적이고 예견가능한 합의가 행해진 경우는 저작인격권을 일정한 범위에서 양도할 수 있다고 이해되고 있다. 인격권이 보호하는 인격적 이익은 그 주체와 분리될 수 없으므로, 인격권은 성질상 그 주체에 속해야 한다. 인격권의 양도는 사람의 인격적 이익에 관한 결정권을 다른 사람에게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허용되기 어렵다. 그러나 인격권의 완전한 양도가 아니라 인격권의 일부 권능을 다른 사람에게 부여하는 것은, 그 주체의 자기결정의 내용으로서 존중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판례도 저작인격권의 행사를 대리하거나 위임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1995. 10. 2. 자 94마2217 결정은 저작인격권의 권한행사를 대리하거나 위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저작인격권의 본질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하였다.


4. 저작인격권의 포기 또는 불행사합의

베른협약은 저작인격권의 포기 또는 불행사 합의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대륙법계 국가도 대부분 저작인격권의 포기 또는 불행사 합의에 대하여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으나, 독일 저작권법 제39조 제1항은 저작자와의 합의가 가능함을 전제하고 있다. 반면에 영미법계 국가는 저작인격권 포기의 유효성을 인정한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에는 저작인격권을 포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으나, 저작인격권은 포기할 수 없다고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저작인격권의 불행사합의의 유효성을 제한된 범위에서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저작인격권이 일반적 인격권과 같은 성질의 권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작인격권 자체의 포기를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 인격권의 포기는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는 권리를 그 주체가 상실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작인격권의 불행사합의에 대해서는 저작인격권의 포기와 다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 인격권과 관련하여, 그 주체가 승낙 또는 동의한 경우 인격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된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은 '인격권 침해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이루어진 경우에는 언론 등이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인격권의 주체는 자신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받을지 여부에 대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저작인격권과 관련해서도 저작자가 자신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므로, 저작인격권의 불행사합의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유효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작인격권의 불행사합의가 유효한 범위를 판단하는 것 역시 일반적 인격권의 경우와 유사한 방법에 의해야 할 것이다. 즉 유효한 불행사합의가 되기 위해서는 저작물의 이용행위를 가급적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것이고, 침해행위가 저작인격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경우는 불행사합의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판단과정에서 저작물의 성격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5. 저작인격권의 상속

저작자의 사망 후 저작인격권 보호에 대하여, 각국의 입법례는 다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저작인격권의 상속성을 인정하는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은 '저작자의 사망 후에 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저작자가 생존하였더라면 그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될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그 행위의 성질 및 정도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저작인격권의 상속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에게 침해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행위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일반적 인격권과 관련해서도 사망자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할 것인지 문제된다. 우리나라 학설에서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사망자의 인격권을 긍정하는 견해가 우세해 보인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는 '언론 등에 의한 인격권 침해에 있어서 사망자의 인격권이 보호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다. 판결 중에는 사망자의 인격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하급심 판결들이 있고, 대법원 판결 중에도 이를 인정하는 전제에서 판단한 판결들이 있다. 사망자는 더 이상 인격발현을 할 수 없으나 인간의 존엄성까지 완전히 상실하지는 않으므로, 사람의 인격적 이익은 사망 이후에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보호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이 저작자의 사망 후에도 저작인격권을 보호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작자의 사망 후 저작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저작인격권이 상속된다고 구성하는 것도 가능할까? 저작인격권이 일반적 인격권과 같은 성질의 권리이고 일신전속성을 갖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긍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사망한 저작자의 관념적 이익 보호와 재산적 이익 보호를 일치시킬 필요가 있는 점, 저작인격권의 상속은 진정한 의미의 상속이라기보다 사망한 저작자의 저작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향후 저작인격권의 상속성을 긍정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

 

 

권태상 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미국변호사